책아이 31. 2013.7.17. ㄱ

 


  마을빨래터에서 물놀이를 하며 젖은 옷은 빨래줄에 널어 말린다. 후박나무 그늘에 앉아 수박을 한손에 쥐면서, 다른 한손에는 만화책을 붙잡는다.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시원하다. 여름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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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17] 개구리와 모기
― 친환경농약이란

 


  농약을 치느라 논에서 개구리 사라지면, 시골집 텃밭과 꽃밭과 마당에서도 개구리가 살지 못합니다. 그러면, 집안 풀밭에서 산다는 모기들 잡아먹을 개구리가 없는 셈이니, 개구리 없어지면, 사람들은 모기약에 파리약에 온통 약범벅이 됩니다.


  논에서 개구리가 없어지면, 개구리만 없어지지 않습니다. 잠자리도 나란히 없어집니다. 잠자리도 모기와 파리를 즐겨 잡아먹는데, 잠자리가 나란히 없어지면 그야말로 모기약에 파리약으로 온 집안을 채울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제비도 깃들지 못해요. 제비가 깃들지 못하는 시골에서는 온갖 벌레가 날뛸 테지요. 온갖 벌레 잡아먹는 제비가 없으니, 사람들은 다시금 모기약이며 파리약이며 벌레약이며 뿌려대고 맙니다.


  우리 식구 살아가는 시골마을에 여러 날 항공방제 이루어졌습니다. 항공방제를 했다는 고흥군 농협에서는 친환경농약을 뿌렸다고 밝힙니다. 그런데, 친환경농약 때문에 개구리가 대단히 많이 죽었어요. 나비와 잠자리도 참으로 많이 죽었어요. 사람한테는 나쁘지 않다는 친환경농약이라고 밝히지만, 개구리와 나비와 잠자리가 죽는다면, 이러한 농약은 사람한테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개구리와 나비와 잠자리가 죽고 말아, 제비와 해오라기가 찾지 않는다면, 이러한 시골은 사람이 얼마나 살 만한 터가 될까요.


  개구리가 없으면 뱀이 먹이 찾기 어렵습니다. 뱀이 살기 어려우면, 뱀을 잡아먹을 소쩍새도 살기 어렵습니다. 벼멸구 잡겠다며 농약을 치면, 개구리뿐 아니라 수많은 목숨이 함께 죽습니다. 잠자리와 나비도 죽고, 미꾸라지가 죽습니다. 다슬기와 개똥벌레가 죽습니다. 게아재비와 물방개도 나란히 죽습니다. 아주 스스로 죽음을 부르는 셈입니다. 살자고 치는 농약이 아니라, 죽자고 치는 농약이에요.


  농약은 땅속으로 스밉니다. 농약 머금은 흙은 시름시름 앓습니다. 농약은 흙을 아프게 하면서 땅밑으로 흐르는 물로도 스밉니다. 사람들은 농약 기운 머금은 곡식과 열매와 푸성귀를 먹고 맙니다. 사람들은 농약 기운 스민 물을 마십니다. 여기에다가, 농약내음 물씬 나는 바람을 마셔야지요.


  ‘친환경’ 이름만 붙이면 될까요. 벼만 살리고 다른 목숨은 모조리 죽이는데 ‘친환경’이란 무엇일까요. 4346.7.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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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07-19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땅속으로 스미는 농약, 끔찍합니다.

파란놀 2013-07-20 00:01   좋아요 0 | URL
도시에서는 자동차 배기가스,
시골에서는 농약,
바로 이 두 가지가
우리 삶을 옥죄는 참 크나큰 수렁입니다..
 

[시로 읽는 책 38] 한여름 꽃

 


  한여름 나무꽃은
  하야말그스름, 푸르스름, 노르스름,
  곱더라고요.

 


  모든 나무는 꽃을 피웁니다. 모든 풀은 꽃봉오리 터뜨립니다. 알록달록 빛깔이어야만 꽃이 아닙니다. 새하얗거나 새빨간 빛깔이어야 꽃이 아닙니다. 하야스름하거나 푸르스름할 적에도 꽃입니다. 아기 손톱보다 작은 꽃망울이어도 꽃입니다. 깨알만큼 조그마한 꽃송이일 적에도 꽃입니다. 저마다 환하게 빛나는 꽃입니다. 서로서로 즐겁게 웃고 노래하는 꽃입니다. 풀꽃이요 나무꽃입니다. 풀꽃을 마주하면서 풀꽃내음 맡고, 나무꽃 바라보면서 나무꽃빛 받아들입니다. 4346.7.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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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쓰기
― 아름답게 아름답게

 


  아름답게 바라볼 사진을 얻고 싶다면, 마음 깊이 아름다움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아름답게 일구면 됩니다. 황금분할이나 구도를 맞춘다고 해서 아름답게 바라볼 사진을 얻지 않습니다. 아름다움이란 구도나 틀이 아닌 마음이요 빛입니다.


  손꼽히는 사진작가 몇 사람 작품을 흉내내거나 따른다고 해서 아름답게 바라볼 사진을 얻지 못합니다. 나는 내 마음을 담아낼 때에 즐겁게 바라볼 사진을 얻습니다. 나 스스로 즐겁게 바라볼 사진이 될 때에 비로소 아름답게 바라볼 사진이 됩니다. 그럴듯하거나 멋들어지다는 모습은 오래도록 바라보기 어려워요. 겉멋이나 겉치레이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을 담아서 찍은 사진 한 장은 썩 그럴듯하지 못하거나 그리 멋들어지지 못하다 하더라도, ‘마음이 담겼’기에 두고두고 바라볼 만합니다. 살짝 흔들리거나 빛이 덜 맞더라도 ‘마음을 담은’ 즐거움을 오래오래 누립니다.


  서로를 아끼는 사랑이나 꿈이란 바로 아름다움입니다. 얼굴이 잘생겼기에 서로를 아끼는 사랑이나 꿈이 되지 않아요. 돈이 많기에 서로를 보살피는 사랑이나 꿈이 되지 않아요. 이름값이 높기에 서로를 어루만지는 사랑이나 꿈이 되지 않아요. 마음으로 우러나올 때에 사랑과 꿈이 되고, 마음으로 샘솟을 때에 사랑과 꿈으로 자라며, 마음으로 빛날 때에 사랑과 꿈을 이루어요.


  사랑을 떠올리면서 ‘사랑스럽게 살자’ 하고 생각해요. 그러면 시나브로 사랑스러운 빛 사진에 담기 마련이고, 사랑스러운 빛을 하나둘 사진으로 담다 보면, 저절로 아름다운 빛깔로 거듭나요. 내 삶을 아끼면서 마음속에 고운 꿈을 심자고 생각해요. 그러면 어느덧 고운 꿈이 아름다운 빛살로 태어나요. 사랑을 생각하기에 사랑이 되고, 꿈을 생각하기에 꿈이 되며, 아름다움을 생각하기에 아름다움이 됩니다.


  이제껏 아름답다 싶은 사진을 찍지 못했다면, 나 스스로 아름다움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움을 생각하지 못했으면, 아름답게 살아갈 마음이 되지 못하고, 온누리를 아름다운 눈길로 바라보지 못해요.


  여느 때에 마음을 아름답게 써요. 이웃을 바라볼 적에 아름다운 눈길로 바라봐요. 동무를 사귈 적에 아름다운 손길을 내밀어요. 풀과 꽃과 나무를 마주하며 아름다운 마음길이 되어요. 아름답게 걸어가는 삶길이 되면, 아름답게 일구는 사진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어요.


  나는 우리 아이들과 마을빨래터를 청소하고 함께 물놀이를 하면서 파랗게 눈부신 하늘에 구름 하얗게 흐르는 모습을 아름답다고 여겨, 사진 한 장을 얻습니다. 아름답게 바라볼 사진은 누구나 언제라도 즐겁게 얻습니다. 4346.7.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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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꽃다리

 


모과나무는 잎 아직
하나 안 달린
벌거숭이일 때에도
모과나무.

 

수수꽃다리는 꽃 아직
하나 안 맺힌
나뭇잎만 푸를 적에도
수수꽃다리.

 

감알 익어도
감꽃 피어도
감잎 돋아도
감나무는

감나무.

 

푸른나무 바라보고
수수꽃다리 꽃망울 마주하는
오뉴월 한낮
볕바람 따끈.

 


4346.5.3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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