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 한 도막

 


  날마다 앞마당에서 뜯는 풀을 날마다 조금씩 먹는다. 어른도 아이도 맛나게 먹는다. 마지막 남은 한 도막을 작은아이 밥그릇에 얹는다. 아버지가 먹고 싶지만 너한테 줄게. 푸른 숨결 즐거이 먹고 푸른 마음 되어 푸른 노래를 부르렴. 조그마한 나물 한 도막에 깃든 햇볕과 바람과 빗물을 사랑스레 받아들이렴. 4346.8.2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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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로 국수 먹는 어린이

 


  국수 한 가닥 젓가락으로 집어서 위로 쭉 뻗은 뒤 입에 넣어 먹으며 놀던 큰아이가 갑자기 키키키 하면서 웃는다. 작은아이가 마주보고는 키키키 하며 웃는다. 국수가락이 입이 아닌 얼굴에 떨어졌구나. 그런데 큰아이가 먹을 생각은 않고 얼굴에 척 붙인 채 웃기만 한다. 요 녀석, 너 배가 안 고프구나, 장난만 치네. 4346.8.2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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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28 09:31   좋아요 0 | URL
벼리는 뭘 해도 항상 즐겁고 행복한 어린이~!! ㅎㅎ

파란놀 2013-08-28 12:08   좋아요 0 | URL
일부러 웃겨 준다고 할까요 @.@

BRINY 2013-08-28 10:28   좋아요 0 | URL
맛있겠어요!

파란놀 2013-08-28 12:07   좋아요 0 | URL
네.. 맛있겠지요 ㅠ.ㅜ 흠..
 

물 쏟은 김에

 


  작은아이가 혼자 물잔에 물을 따라 마신다고 하다가 물을 쏟는다. 그런데 아버지한테 말을 않고 꽁무니를 뺐다. 부엌바닥이 물바다 된 줄 나중에서야 알아채고는, 장판을 들추며 물바다를 치운다. 이 녀석아, 물을 쏟았으면 말을 해야지. 포옥 한숨을 쉬며 물바다를 치우다가 부엌바닥을 샅샅이 훔치고, 이렇게 훔치는 김에 마루도 훔친다.


  작은아이가 밤오줌을 쉬통에 안 누고 바지에 싸면서 평상이랑 이불이랑 방바닥이 오줌으로 흥건하다. 평상과 이불과 베개를 몽땅 마당에 내놓아 해바라기 시키면서, 방바닥을 새삼스럽게 훔친다. 걸레를 새로 빨아 방바닥을 훔치다가 이것저것 새롭게 걸레질을 하며 먼지를 닦는다.


  작은아이가 오줌은 웬만큼 가리지만 똥은 아직 안 가리려 한다. 날마다 두세 차례 바지에 똥을 눈다. 똥은 방바닥이나 마룻바닥에 툭툭 떨어진다. 똥을 치우는 김에 방바닥이나 마룻바닥을 다시금 훔친다. 날마다 닦고 또 닦는다. 날마다 여러 차례 훔치고 다시 훔친다.


  하루에 걸레질을 얼마나 하고, 날마다 걸레를 몇 차례 빨아서 쓰는가 돌아보다가, 아이들이 아버지더러 ‘우리 집 한결 깨끗하게 치우고 쓸고 닦아 주셔요’ 하고 말없는 말을 들려주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4346.8.2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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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빨간 우산 비룡소 아기 그림책 31
로버트 브라이트 지음, 김세희 옮김 / 비룡소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94

 


같이 놀고 함께 웃어요
― 내 빨간 우산
 로버트 브라이트 글·그림
 김세희 옮김
 비룡소 펴냄, 2005.9.22. 5500원

 


  깊은 밤, 큰아이가 아버지를 나지막한 소리로 부릅니다. “추워. 큰 이불 덮을래.” 큰아이는 이 나지막한 소리를 아버지가 들을 줄 알았을까요. 큰아이는 이렇게 나지막하게 말하기만 하면 큰 이불이 저한테 올 줄 알았을까요.


  꼭 한 마디요 낮은 목소리이지만, 내 몸은 이 말마디에 깨어납니다. 끙 하고 벌떡 일어나 큰 이불 어디로 갔는지 손으로 더듬더듬 찾습니다. 작은아이가 이리저리 뒹굴거리다가 저쪽까지 갔습니다. 작은아이도 이불로 덮어 주고서, 큰아이한테는 큰 이불 잘 펼쳐서 덮어 줍니다.


.. 내 빨간 우산을 가져가야지. 비가 올지도 몰라 ..  (2∼3쪽)


  아이들은 날마다 즐거운 놀이를 바랍니다. 그리고, 날마다 즐겁게 놀아요. 즐거운 놀이를 바라기에 언제 어디에서나 새롭게 놀이를 찾아내거나 빚어내어 누립니다. 아이들은 날마다 재미난 이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날마다 재미난 이야기를 길어올려요. 재미난 이야기를 바라기에 늘 새삼스레 재미와 꿈 그득한 이야기를 스스로 빚으면서 누릅니다.


  어른들은 무엇을 바라며 하루를 열까요. 어른들은 어떤 꿈을 꾸면서 하루일을 붙잡을까요. 차분하게 맑은 생각을 가슴에 품으면서 아름다운 빛을 바라면, 이 아름다운 빛은 차분하고 맑게 이루어지는데, 어른들은 이러한 삶자락을 얼마나 깨달을까요.


  배고프네 밥 먹어야지, 하고 생각하면 배가 고프니 밥을 먹습니다. 오늘도 출퇴근길 북적거리는 길에서 시달려야지, 하고 생각하면 출퇴근길 북적거리고 이 길에서 시달립니다. 재미나고 아름다운 책을 읽으며 하루를 열어야지, 하고 생각하면 날마다 새롭게 재미나고 아름다운 책을 알아보면서 하루를 엽니다. 오늘은 어떤 즐거운 소리와 노래가 나한테 스며들까, 하고 생각하면 참말 이 생각 그대로 아침부터 즐거운 소리와 노래가 나한테 스며들어요.


.. 꼬꼬댁 암탉 세 마리, 암탉들아 어서 들어와 ..  (8쪽)

 


  나는 풀노래를 즐깁니다. 나는 나무노래를 사랑합니다. 나는 햇볕과 바람과 비와 흙이 반갑습니다. 그러니, 늘 풀을 꿈꾸면서 우리 집을 풀밭으로 꾸밉니다. 우리 집이 풀밭이 되니 숱한 풀벌레가 우리 집에 깃들어 살아갑니다. 풀벌레는 하루 내내 쉬잖고 풀노래잔치를 벌입니다. 풀노래가 언제나 몸과 마음에 감돌아요. 집안에서도 마당에서도 늘 풀노래를 듣습니다. 또한, 우리 집 나무들 씩씩하고 튼튼하게 자라며 뿌리와 줄기 굵어집니다. 오래지 않아 우리 집 나무그늘 한결 널따랗게 이루어지면서, 퍽 멀리에서도 우리 집을 ‘나무집’으로 알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햇볕을 반기니 땡볕이 드리워도 땀을 후줄근히 쏟으면서 해바라기를 합니다. 바람을 반기니 살랑바람도 산들바람도 회오리바람도 모두 실컷 쐽니다. 비를 반기니 빗물이 우리 집 풀과 나무를 싱그럽게 먹여살립니다. 흙을 반기니 흙 한 줌 시나브로 고소한 내음 풍기며 기름지게 거듭납니다.


  삶에 빛을 드리웁니다. 저 먼 나라에 있는 하느님이 내 삶에 빛을 드리우지 않습니다. 내 마음속에 있는 하느님이 내 삶에 빛을 드리웁니다. 삶에 꿈이 감돕니다. 저 먼 나라에 있는 대통령이 내 삶에 꿈이 감돌도록 돕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 내 삶에 꿈이 감돌도록 이끕니다.


.. 아기 여우 네 마리, 여우들아, 빨리 와 ..  (14쪽)

 


  로버트 브라이트 님 그림책 《내 빨간 우산》(비룡소,2005)을 읽습니다. 빨간 우산을 들고 나들이 나온 어린 가시내는 비가 오니 우산을 펼칩니다. 우산을 펼치며 걷다가 작은 짐승들을 만납니다. 작은 짐승들을 하나둘 불러 우산을 같이 쓰자고 얘기합니다. 이 짐승도 저 짐승도 나란히 우산을 씁니다. 나중에는 커다란 곰까지 우산을 같이 써요. 그러고는 서로서로 즐겁게 노래를 부릅니다. 같이 놀고 함께 웃습니다.


.. 우리 다 같이 노래 부를까? 비야, 비야, 내려라! 어서 어서 내려라 ..  (21쪽)


  조그마한 가시내 조그마한 우산에 이토록 많은 짐승들이 어떻게 깃들어 비를 긋느냐구요? 조그마한 가시내는 제 조그마한 우산에 이 많은 짐승들을 몽땅 건사해서 함께 비를 긋고 같이 놀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생각대로 이루어집니다. 숲짐승도 조그마한 가시내를 놀이동무로 삼고 반가운 나들이벗으로 여기니, 서로서로 흐뭇하게 웃으면서 놀 수 있어요.


  자, 아이들을 잘 살펴보셔요. 아이들은 사탕값이나 과자값을 따지지 않으면서 사탕을 달라느니 과자가 먹고 싶다느니 노래해요. 아이들은 옷값이나 밥값이나 집값을 걱정하지 않으면서 옷을 입고 밥을 먹으며 잠을 자요. 바라는 대로 누리고, 생각하는 대로 즐깁니다. 그러니, 마음속에 가장 고우면서 맑은 사랑을 품어 보셔요. 가슴속에 가장 환하면서 아름다운 꿈을 품어 보셔요. 이 사랑과 꿈은 모두 이루어집니다. 따사로운 빛을 품으며 따사로운 눈빛이 되어요. 밝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밝은 살림살이 일구어요. 4346.8.2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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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28 09:42   좋아요 0 | URL
전에는 비가 오면 거리에서도 우산을 가진 사람이 비를 맞고 있는 사람과 짧은 거리라도
함께 우산을 쓰고 갔는데, 이젠 그런 모습 잘 볼 수 없네요..
이쁜 어린이의 빨간 우산 속이 한층 더 즐겁고 좋습니다~
오늘도 마음속에 가장 곱고 맑은 사랑으로 또 새로운 날을 살아야겠어요~*^^*

파란놀 2013-08-28 12:06   좋아요 0 | URL
네, 우산 함께 쓰는 사람은
이제 거의 볼 수 없어요... ㅠㅜ
 

[시로 읽는 책 49] 살아가는 눈빛

 


  어미 제비는 날마다 수백 차례 먹이를 찾아
  새끼 제비들 배를 넉넉하게 채워 준다.
  오직 따사로운 마음길과 사랑길로.

 


  어머니가 되고 아버지가 되면, 이제까지 흐르던 삶에서 아주 새롭게 거듭나야 합니다. 나를 바라보고 옆지기를 바라보는 눈길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눈길을 새롭게 틔워야 합니다. 나를 바라보듯이 아이를 바라볼 적에는 아이 삶도 내 삶도 제대로 깨닫지 못합니다. 아이는 아이 삶결대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아이는 아이 삶무늬대로 사랑해야 합니다. 아름답게 살아가고 즐겁게 어우러지는 하루를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차린 밥을 잘 먹어 주니 고맙습니다. 내가 빨래한 옷을 잘 입어 주니 고맙습니다. 내가 부르는 노래를 잘 들으며,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잘 들으니, 더할 나위 없이 고맙습니다. 살아가는 눈빛을 밝혀 하루를 누립니다. 4346.8.2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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