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에 책이 있어

 


  저기에 책이 있어 눈을 끈다. 수많은 책이 골고루 쌓이거나 꽂히는데, 이 가운데 한 가지 책이 눈을 끈다. 저기에 책이 있기에 저곳으로 간다. 저곳은 가까울 수 있고 멀 수 있다. 걸어서 곧 찾아갈 만할 수 있고,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고 하루 꼬박 들여 찾아가야 할 수 있다.


  눈을 끄는 책은 마음으로 들어오고 싶은 책이다. 이제껏 살아온 나날 돌아보면서 스스로 아름답게 거듭나는 길 찾도록 이끄는 책이다. 앞으로 살아갈 나날 되새기면서 스스로 씩씩하게 기운내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손을 뻗어 책을 집는다. 손을 펼쳐 책을 넘긴다. 손에 힘을 주어 책을 단단히 쥔다. 풀과 나무를 살찌우는 고운 흙을 만지듯이 책을 쓰다듬는다. 빗물을 먹고 바람을 마시며 햇볕을 쬐어 기름지는 흙을 일구듯이 책을 읽는다.


  어떤 책을 읽을까? 즐거울 책을 읽지. 어떤 책을 장만해서 갖출까? 사랑스러울 책을 장만해서 갖추지. 어떤 책을 읽고 갖추어 아이들한테 물려줄까? 아름다울 책을 읽고 갖추어 아이들한테 물려주지. 즐겁게 꿈꾸고 사랑스레 살아가며 아름답게 읽는 책이 있으면 되지. 4346.10.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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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설거지

 


  방 온도가 19도가 된 모습을 보고는 바닥에 불을 넣는다. 나 혼자 사는 집이라면 15도가 되어도 불을 안 넣을 테지 하고 생각하다가, 나 혼자 살더라도 15도쯤 되면 불을 넣을 노릇 아닌가 하고 생각을 고친다. 불넣기를 아끼려고 추위를 견디는 일은 즐겁지 않다. 몸을 아끼고 살피면서 살림을 꾸려야 맞다. 아이들도 옆지기도 따스하게 잠들고, 새벽에 개운하게 잠을 이룰 수 있어야 모두들 새 하루 기쁘게 맞이한다.


  바닥에 불을 넣고 새벽에 설거지를 한다. 따순물 흐르게 했더니 쇳내 나는 물이 나온다. 오랜만에 바닥불 넣었기에 쇳내가 나는구나 싶다. 봄부터 가을까지 바닥불은 거의 안 넣었으니 이럴 만하구나 싶다. 일부러 따순물 조금 세게 틀며 설거지를 한다. 손가락이 뜨겁지만 쇳내 잘 빠지기를 바라며 설거지를 한다.


  보일러 기름이 얼마쯤 남았는지 가늠한다. 얼른 기름통을 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달 끝무렵이나 다음달 첫무렵에 살림돈 될 일삯이 들어오면 거뜬히 기름통 채울 텐데, 이 일삯은 언제 들어오려나. 부디 추위가 닥치기 앞서 일삯이 쏙쏙 들어오기를 빈다. 4346.10.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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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방바닥 쓸고 치우며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난 뒤에 함께 방바닥을 쓸고 치울까 하다가 나 혼자 쓸고 치우기로 한다.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조금이나마 깨끗한 방바닥 모습을 보도록 하는 쪽이 나으리라 생각한다. 어제 낮에 아이들과 우체국 다녀오며 가을바람 너무 많이 마신 탓에 목이 따갑고 재채기가 끊이지 않아, 저녁은 이럭저럭 먹이고 아이들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이들은 늦게까지 놀며 잠든 듯한데, 새벽에 일어나 보니 방바닥이 온통 종잇조각투성이다. 종이를 오리며 놀았구나.


  어지른 것들 이리저리 치운다. 방바닥에 상자로 담은 내 책들 물끄러미 바라본다. 미루고 미루었기에 책들이 이렇게 쌓였으리라. 내 책들도 며칠쯤 바지런히 갈무리해서 모두 서재도서관으로 옮겨야겠다. 내 책들이 빠지고, 아이들 장난감도 알맞게 추스르면 방바닥이 한결 넓고 시원할 테지. 스스로 알뜰살뜰 여미지 못하면서 아이들을 나무라거나 아이들한테 무언가 시킬 수 없다. 차근차근 지켜보고, 어버이인 내 삶 갈무리를 어떻게 하는가 스스로 돌아보면서 집살림 함께 꾸리자. 4346.10.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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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959) 있다 15 : 뭐하고 계세요

 

“뭐하고 계세요?” “응, 잠깐 쉬고 있어.”
《오자와 마리/노미영 옮김-은빛 숟가락 (4)》(삼양출판사,2013) 9쪽

 

  ‘있다’를 높이면 ‘계시다’입니다. 어른한테는 ‘계시다’라고 써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그런데 ‘있다’를 올바르게 가르치는 어른은 아주 드뭅니다. ‘있다’를 높여서 ‘계시다’로 적어야 올바르지만, 이 말투를 어떻게 가다듬을 때에 알맞는가까지 살피는 어른이 너무 드뭅니다. 이를테면, “밥 먹고 계셔요?”는 “진지 드시고 계셔요?”로 바로잡는들 알맞거나 올바르지 않습니다. “진지 드셔요?”로 다시 손질해야 알맞으며 올바릅니다. “집에 가고 계셔요?” 하고 여쭙는 말도 올바르지 않아요. “집에 가셔요?”나 “집에 가시는 길이에요?” 하고 여쭈어야 올바릅니다.

 

 뭐하고 계세요 → 뭐하셔요
 쉬고 있어 → 쉬어 . 쉬지 . 쉰다

 

  한국말을 슬기롭게 쓰는 한편,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쓰도록 이끌기를 바랍니다. 알맞고 올바르게 쓰는 한국말을 어른들부터 잘 익히고 잘 물려주기를 빕니다. 4346.10.26.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뭐하셔요?” “응, 살짝 쉬어.”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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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마음, 이 두 가지로 사진길을 곧게 걸어온 한 사람이 일흔이 넘은 나이에 ‘사진은 나한테 무엇이었나?’ 하는 줄거리로 이야기 한 자락 들려준다. 참말 사진은 이녁한테 무엇이었나요? 즐거운 놀이? 반가운 일? 아름다운 빛? 사랑스러운 꿈? 아마 이 모두일 테지요. 지난날에도 오늘에도, 또 앞으로 새로 맞이할 나날에도, 언제나 이녁한테 삶인 사진일 테지요. 여든 나이를 맞이할 때에도 사진기는 이녁 손에 있겠지요. 아흔 나이를 맞아들이면서도 사진기는 이녁 목에 걸겠지요. 사랑빛과 마음빛이 어우러져 사진빛이 될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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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라키의 애정 사진
아라키 노부요시 지음, 백창흠 옮김 / 포토넷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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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6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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