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64. 2013.8.25.

 


  개구쟁이 산들보라가 누나 그림책 읽는데 엉덩이 쏙 들이밀면서 털썩 주저앉는다. “야, 책 보는데 엉덩이 치워!” 개구쟁이 산들보라는 히히 웃다가 엉덩이 살짝 든다. 누나는 얼른 그림책을 배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책놀이·사진놀이 (도서관일기 2013.10.7.)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아침을 먹고 나서 도서관으로 나온다. 곰팡이 난 책꽂이를 잘 닦고 니스를 다 발라서 새로 자리잡으려면 앞으로 몇 달이 걸릴까 궁금하다. 혼자서 하는 일이니 무척 더딘데, 아이들과 도서관에 나와서 여러 시간 혼자 일할 수 없다. 한두 시간 빠듯하게 일손을 놀린다. 이러다 보니, 한 시간 반쯤 지나면 큰아이도 동생하고 뛰어놀기에 지치는지 그만 집으로 가자고 한다. 그래, 아버지가 너무 오래 일손을 움직였을까. 니스 바르던 붓만 빨고 가자.


  곧 간다는 말에 큰아이가 다시 기운을 내며 그림책을 들춘다. 얘야, 놀다가 힘들면 창가에 앉아 그림책 들추면 되잖니. 도서관에 왔는데 골마루만 신나게 뛰어다니니.


  내가 고등학생 적에 쓰던 스물 몇 해쯤 묵은 공책뭉치를 끌른다. 너무 오랫동안 들추지 않은 탓일까. 큼큼한 냄새가 난다. 햇살 들어오는 창턱에 펼친다. 고등학생 적에 나온 우표를 동네 우체국에 들러서 ‘명판’으로 장만하고는 아무것도 안 쓴 깨끗한 공책 사이에 끼워 놓곤 했는데, 이 우표들도 공책 종이에 들러붙었다. 고등학생 적에 없는 돈 모아 장만한 우표들인데 이러면 안 되지, 하고 생각하면서 살살 뗀다. 국민학생 적부터 고등학생 적까지 모은 ‘새 우표 안내종이’뭉치는 아예 떡처럼 한 덩이가 되고 말았다. 이 안내종이 모으려고 얼마나 온갖 우체국 돌아다니면서 다리품을 팔았는데, 수백 장이 떡덩이가 되었네.


  그동안 책에 피는 곰팡이만 걱정해서 책하고 책꽂이만 돌보았더니, 내 오래된 공책과 우표는 흐물흐물 망그러지게 생겼다. 책도 다른 것들도 잘 건사해야겠다.


  작은아이는 누나가 그림책을 들추니 재미없는가 보다. 누나더러 자꾸 뛰어놀자고 부른다. 큰아이는 작은아이가 자꾸 달라붙으니 책은 덮고, 새롭게 뛰어논다. 망가져서 안 쓰는 사진기를 어디에선가 찾아내어 둘이 사진놀이를 한다. 큰아이가 사진놀이 하니 작은아이도 사진놀이 하고 싶다. 작은아이가 빽빽 소리를 지르며 누나더러 달라 한다. 동생한테 사진기 건네며 잔뜩 시무룩한 얼굴 된다. 그렇지만 동생이 재미난 낯빛과 몸짓으로 노니 다시 얼굴이 풀리고, 작은아이도 얼마쯤 갖고 놀다가 누나한테 사진기 건넨다. 둘이 같이 놀아야지. 혼자서만 차지하고 놀 수 없잖아. 책도 사진기도, 자전거도 장난감도, 모두 같이 만지고 같이 나누면서 놀아야지.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3-11-09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고등학교때 우표를 열심히 모우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명동 지하상가 우표상이나, 중앙우체국엘 가서 새로 나온 우표들을 줄 서서 기다리다 설레는 마음으로 사갖고 온 생각이 나네요.^^
그런데, 그 우표책들은 이제 제곁에 없네요...

파란놀 2013-11-09 10:50   좋아요 0 | URL
네, 다들... 누군가 그것을 가져가지요 ^^;;
저도 제가 곱게 모시고 모으던
제법 값나가던 우표책을
누군가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는답니다 ^^;;;;;
 

사진놀이 7

 


  망가져서 못 쓰는 낡은 필름사진기를 두 아이가 갖고 논다. 주거니 받거니 서로 사진찍기 하면서 논다. 작은아이는 아버지와 누나가 사진기를 어떻게 다루는가 가만히 살핀 뒤, 히히 웃으면서 이리 찍고 저리 찍는데, 아무리 망가져서 못 쓰는 사진기라 하더라도 거꾸로 대고서 찍니. 4346.1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시로 읽는 책 73] 꽃님

 


  꽃을 바라보면 누구나 꽃이 돼요.
  숲을 마주하면 누구나 숲이 돼요.
  어디에서 무엇을 보며 살까요?

 


  언제나 좋게 보아 주는 이웃이 있습니다. 우리를 언제나 좋게 보아 주는 이웃은 이녁이 베푸는 좋은 마음이 우리를 거쳐 다시 이녁한테 아름답게 돌아가, 좋은 사랑으로 자라리라 느낍니다. 언제나 얄궂게 바라보는 이웃도 있을까요? 어쩌면 있을는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를 언제나 얄궂게 바라보는 이웃은 이녁이 베푸는 가시돋힌 말과 넋이 우리를 거쳐 다시 이녁한테 얄궂고 가시돋힌 모습으로 돌아가, 슬픈 생채기로 불거지리라 느낍니다. 사랑은 사랑을 낳습니다. 평화는 평화를 낳습니다. 웃음은 웃음을 낳습니다. 내가 베푸는 빛이 나한테 돌아올 빛입니다. 내가 받는 빛이란 나한테 빛을 베푸는 이가 돌려받을 빛입니다. 4346.1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얼결에 물든 미국말
 (245) 캐주얼(casual) 1

 

만약에 정치가나 행정관료들이 판에 박은 듯한 정장이 아니라 캐주얼한 옷을 몸에 걸치거나, 또 옷색깔도 다양하게 화사하고 밝은 색깔로 바꾼다면 우리 나라 정치가 어떻게 바뀌어질까
《마광수-사랑받지 못하여》(행림출판,1990) 31쪽

 

  차려입는 옷을 가리켜 ‘정장(正裝)’이라고도 하지만, ‘차린옷’이나 ‘차려입는 옷­’이라고 적어도 됩니다. 쉽게 쓰면 돼요. 옷이 ‘화사(華奢)’하다고 할 수 있으나, 우리 말로 ‘곱다’나 ‘아름답다’라 하면 한결 낫습니다. ‘옷색(色)깔’은 ‘옷빛’으로 손보고, “어떻게 바뀌어질까”는 “어떻게 바뀔까”로 손봅니다. 글 첫머리에 나오는 ‘만약(萬若)에’는 아예 덜 수 있습니다. 글 사이에 ‘-ㄴ다면’이라는 씨끝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머리를 여는 어떤 낱말을 넣고 싶으면 ‘앞으로’나 ‘이제부터’를 넣을 수 있어요.

 

  영어인 ‘캐주얼(casual)’인데 국어사전에 실립니다. “‘평상’, ‘평상복’으로 순화”라는 뜻이 붙습니다. 게다가 국어사전에는 ‘캐주얼하다’라는 영어가 나란히 실리고, 이 낱말에는 ‘순화’하라는 뜻이 안 붙습니다. ‘캐주얼하다’는 “차림새가 격식에 구애되지 아니하고 부드러우며 가볍다”를 뜻한다고 나옵니다. 국어사전 보기글로 “그는 평소 캐주얼한 복장을 즐겨 입는다”가 나와요.

 

 캐주얼한 옷을 몸에 걸치거나
→ 허물없이 옷을 몸을 걸치거나
→ 가벼운 옷을 몸에 걸치거나
→ 밝은 옷을 몸에 걸치거나
→ 홀가분하게 옷을 몸에 걸치거나
 …

 

  국어사전을 살피니, ‘캐주얼’이란 ‘평상복’이라 합니다. 그러면 ‘평상(平常)’이란 무엇이냐. 여느 때입니다. 그러니까, 여느 때에 가볍게 입는 옷이라는 ‘평상복’이요, ‘캐주얼’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격식을 차리지 않는 일을 ‘캐주얼하다’라 한다니, 허물없거나 부드럽거나 가벼운 모습을 가리키겠군요.


  보기글을 보면, ‘곱고(화사) 밝은 색깔’이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를 모두어 살피면, 옷을 ‘격식없이’ 입거나 ‘허물없이’ 입는다고 말하면 됩니다. 가볍거나 밝거나 홀가분하게 입는다고 말해도 잘 어울립니다. 산뜻하게 입거나 즐겁게 입거나 재미나게 입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옷을 수수하게 입거나 투박하게 입는다고 해도 될 테지요. 4339.7.3.달/4346.11.9.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제부터 정치가나 행정관료 들이 판에 박은 듯한 옷이 아니라 가벼운 옷을 몸에 걸치거나, 또 옷빛도 골고루 예쁘며 밝은 빛깔로 바꾼다면 우리 나라 정치가 어떻게 바뀔까

 

..

 


 얼결에 물든 미국말
 (489) 캐주얼(casual) 2

 

나는 평소에 정장보다는 캐주얼한 옷차림을 즐긴다
《김세환의 행복한 자전거》(헤르메스미디어,2007) 38쪽

 

 ‘평소(平素)’는 ‘평상시’와 같은 말입니다. ‘캐주얼’ 말풀이는 ‘평상옷’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평상시에 정장보다는 평상옷을 즐겨입는다”는 소리가 되네요. ‘평상시에는 평상옷’을 입어야 맞겠지요? ‘평상시에 정장’을 입는다면 오히려 얄궂겠지요? 그러나, ‘평상시에 평상옷’이라는 말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습니다. 겹말입니다. 뜻으로는 맞다 할 만하지만, 두 낱말은 이렇게 어울려 쓰기에 알맞지 않아요.

 

 정장보다는 캐주얼한 옷차림을
→ 차린옷보다는 가벼운 옷을
→ 차려 입기보다는 가볍게 입기를
→ 차려 입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입기를
→ 차려 입기보다는 집에서처럼 입기를
 …

 

  여느 때 옷차림이라 한다면, 집에서도 입는 옷차림입니다. 집에서 갖춰 입거나 차려 입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요. 잠자리에 들면서 차린옷 그대로 입는 사람도 거의 없을 테고요. 그래서, 차리지 않고 입는 옷, 집에서 입듯이 입는 옷은 “가볍게 입는” 옷이며 “단출하게 입는” 옷이고 “있는 그대로 입는” 옷입니다.


  더 생각해 보면, ‘차린옷’이라는 낱말을 오늘날 새로 지어서 쓰듯, 차리지 않은 가벼운 옷을 가리키는 낱말도 새로 지을 만합니다. 이때에는 ‘집옷’이라 해 볼 수 있을까요. ‘여느옷’이라고 새 낱말 지으면 어떨까요. 영어를 끌어들여 어떤 옷차림을 가리킬 수도 있을 테지만, 한국말로 한국사람한테 잘 어울릴 만한 낱말을 지으면 한결 즐거우며 아름답습니다. 4340.11.20.불/4346.11.9.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나는 언제나 차려 입기보다는 가벼운 옷차림을 즐긴다

 

..

 

 얼결에 물든 미국말
 (677) 캐주얼(casual) 3

 

이런 음식들에 길들여진 입맛을 어느 정도 충족시키면서도 몸에 해롭지 않고 맛도 있는 캐주얼한 자연식, 채식 음식을 간결하게 만들 수 있는 조리법을 이번 책에 담았습니다
《문성희-평화가 깃든 밥상 3》(샨티,2013) 11쪽

 

  ‘음식(飮食)’은 ‘밥’으로 다듬고, “어느 정도(程度) 충족(充足)시키면서도”는 “어느 만큼 채우면서도”나 “어느 만큼 맞추면서도”로 다듬습니다. ‘해(害)롭지’는 ‘나쁘지’로 손질합니다. “음식을 간결(簡潔)하게 만들 수 있는 조리법(調理法)”은 “밥을 깔끔하게 하는 법”이나 “밥을 쉽게 짓는 법”으로 손봅니다.

 

 캐주얼한 자연식 채식 음식을
→ 보기 좋고 자연스러운 풀밥을
→ 산뜻하고 자연스러운 풀밥을
→ 예쁘고 자연스러운 풀밥을
→ 가볍게 차려 자연스레 먹는 풀밥을
 …

 

  자연에 어긋나지 않고 풀을 많이 쓰는 밥을 차리는 법을 들려주는 책인데, ‘캐주얼’하게 차릴 수 있다고 말하는 보기글입니다. 자연스러움과 ‘캐주얼’이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요즘 사람들이 영어를 쉽게 아무 자리에나 쓰니, ‘자연식’이나 ‘채식’을 말할 적에도 이런 영어를 써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자연식이란 자연스럽게 흙에서 얻는 대로 먹는 밥입니다. 채식이란 흙에서 얻은 풀을 먹는 밥입니다. 쉽고 가볍게 생각할 노릇입니다. 산뜻하게 즐길 밥을 찬찬히 헤아리고, 가볍고 예쁘게 차릴 밥을 가만히 살필 노릇입니다. 4346.11.9.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런 밥에 길든 입맛을 어느 만큼 채우면서도 몸에 나쁘지 않고 맛도 있는 산뜻하고 자연스러운 풀밥을 쉽게 짓는 법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무지개모모 2013-11-10 00:55   좋아요 0 | URL
헉; 음식에도 캐주얼하다는 말을 붙이는 경우가 있다니 놀랍습니다ㅇ.ㅇ;

파란놀 2013-11-10 02:08   좋아요 0 | URL
오늘날 영어는...
그야말로...
거석해요 @.@
영어를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
자꾸 사라지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