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75] 시골돌이, 놀이순이

 


  ‘-아이’를 붙이는 낱말은 오늘날 맞춤법에서는 모두 띄어야 합니다. ‘시골 아이’나 ‘도시 아이’처럼 띄어야 맞습니다. 그러나 나는 굳이 띄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며 ‘시골아이·책아이·자전거아이·꿈아이·사랑아이’ 같은 이름을 하나하나 새롭게 붙입니다. 아이들 노는 모습 지켜보면서 ‘시골돌이·시골순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놀이순이·놀이돌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밭에서 호미 쥐고 놀면 ‘호미순이·밭돌이’가 됩니다. 아이들은 ‘책아이’가 되면서 ‘책순이·책돌이’도 됩니다. ‘자전거순이·자전거돌이’가 되다가는 ‘꿈순이·꿈돌이’가 되고 어느새 ‘밥순이·밥돌이’에 ‘이야기순이·이야기돌이’ 되는 아이들을 얼싸안으며 생각합니다. ‘돌이’와 ‘순이’라는 이름은 아주 먼먼 옛날부터 우리 겨레가 흙을 만지고 하늘을 마시면서 저절로 얻은 보드랍고 사랑스러운 이름이로구나 싶습니다. 돌돌돌 흐르는 냇물이고, 순순순 흐르는 바람입니다. 4346.11.1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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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31. 풀내음하고 걷다 (2013.10.9.)

 


  도시에서도 걷기놀이는 얼마든지 할 만하다. 그런데, 도시와 시골에서 다른 대목이라면, 시골에서는 자동차 소리하고는 아주 동떨어진 채, 고즈넉한 바람소리와 풀노래와 새소리를 한껏 들으면서 걷기놀이를 즐길 수 있다. 낮에서 저녁으로 바뀌는 바람이 산들산들 분다. 이웃 할배 밭자락에 콩이 익는다. 시골에서는 무엇을 하며 놀든 풀바람이요 풀노래를 맞아들인다. 땅에서는 흙내음이 피어나고, 하늘에서는 하늘내음이 실려온다. 네가 내딛을 발걸음은 바로 이곳에서 씩씩하고 튼튼하게 자라나리라 생각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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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놀이 1

 


  큰아이는 익숙하게 좁은 디딤돌을 밟으며 걸을 수 있으나, 작은아이는 어른 손을 잡아야 비로소 차근차근 걸을 수 있다. 그런데 세 살이 한참 무르익은 가을날, 드디어 작은아이도 아무 손을 안 잡고 좁은 디딤돌을 밟으며 걷는다. 아주 천천히, 매우 느리게 한 발 두 발 살살살 내디디며 걷는다. 혼자서 새롭게 할 수 있는 일이 생기면 이렇게 기뻐하는구나. 4346.11.1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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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놀이 1

 


  큰아이는 세 살부터 호미를 쥐었다. 호미질이 제법 익숙하다. 작은아이도 세 살을 맞이하여 드디어 호미질을 한다. 언제나 누나 곁에서 구경만 하더니, 이제는 꽃삽질도 호미질도, 게다가 괭이질까지 제 나름대로 하겠다며 부산하다. 너한테는 괭이가 좀 무거울 텐데 싶지만, 가만히 지켜본다. 무거우면 내려놓겠지. 그러나, 아이들은 무겁더라도 어른들처럼 따라서 해 보고 싶다. 처음에는 무겁다 하지만, 들고 또 들고 다시 들고 하면서 손가락과 팔과 어깨와 등허리에 천천히 힘살이 붙으리라. 이렇게 놀고 또 놀면서 너희들은 밭순이와 밭돌이 되겠구나. 4346.11.1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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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소리 고운 어린이

 


  인천을 떠나 충청북도 멧골집으로 옮기면서 피아노를 장만했다. 그무렵 피아노 장만할 목돈이 따로 없었지만, 참말 어찌저찌 피아노를 들였다. 옆지기가 멧골 외딴집에서 아이와 함께 누릴 놀이를 말하기에, 용을 써서 피아노값을 글삯으로 벌었다. 우리 집은 그때부터 멧골집이었고, 그 이듬해에 전라남도 시골집으로 옮겼으니, 따로 피아노학원 같은 데에 다닐 길이 없고, 피아노 교사를 깊은 두멧자락까지 모실 길조차 없다. 옆지기는 어릴 적에 피아노를 조금 배웠다지만, 큰아이는 누구한테서도 피아노를 배운 적 없다. 가끔 몇몇 손님이 아이한테 ‘피아노학원 교습을 하는 손가락질’을 알려주려 하곤 하는데, 큰아이는 언제나 혼자서 제 가락대로 피아노 건반을 누른다. 조용한 아침나절, 큰아이는 문득 생각난 듯이 피아노 앞에 앉아 차분하게 건반을 누른다. 이제껏 어디에서도 들은 적 없는 가락이 흐른다. 노랫가락 곱다고 느껴 동영상을 찍는다. 옆에서 지켜보지 않는 쪽이 좋겠다 싶어, 동영상 찍는 사진기만 살짝 올려놓고 다른 방으로 갔는데, 피아노를 다 친 아이가 사진기 만지면서, 그만 동영상이 송두리째 사라진다. 아쉽다고 생각하다가, 나중에 아이가 제 가락을 다시 살려서 칠 테니 걱정할 일 없다고 느낀다. 스스로 받아들인 소리를 스스로 가락으로 선보이는 큰아이 피아노인 만큼, 나날이 새로운 빛이 아이 손가락에 깃들며 새로운 노래를 들려주리라 믿는다. 이름나고 훌륭하다는 가락을 통통 칠 적에도 듣기에 아름답고, 아이 스스로 처음으로 빚는 가락을 열 손가락에 얹어 마음껏 들려줄 적에도 듣기에 아름답다. 4346.11.1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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