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35. 2013.11.12.

 


  배고프지? 그래도 천천히 천천히 먹자. 손으로 집어먹지 말고 젓가락이랑 숟가락을 써. 밥도 같이 먹고, 풀도 곤약도 골고루 하나씩 집어서 먹자. 이 밥이 네 몸을 살리고, 네 몸을 튼튼하게 지켜 주지. 즐겁게 먹고 또 웃으면서 신나게 놀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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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싹 기르기

 


  이웃 할매 할배 고구마밭에서 일손을 거든 뒤, 싹이 잘 난 고구마 몇 알을 얻는다. 집안에 굴러다니는 유리병을 찾아 물을 부은 뒤 고구마를 척척 넣는다. 집안에 따로 꽃을 기르지 않으나, 밥상맡에 고구마싹 물병을 올려놓는다.


  밥을 먹을 적마다 고구마싹을 바라본다. 밥자리에서 늘 고구마를 떠올린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햇볕이 스며들어 고구마싹을 감싼다. 저녁에는 아이들과 나란히 코코 자고, 아침이면 저 멀리 트는 동을 나란히 누리면서 일어난다. 한쪽은 쥐가 쏠아 뭉그러진 고구마들 씩씩하게 싹을 틔워 죽죽 줄기를 올릴 테지. 앞으로 얼마나 높이 키가 자랄까. 4346.11.1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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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1-17 18:21   좋아요 0 | URL
이렇게 병에다 고구마싹을 키우니 참 좋네요~^^
저도 고구마로 저렇게 싹을 키워봐야 겠어요~~

파란놀 2013-11-18 02:28   좋아요 0 | URL
어릴 적에 어머니는 으레 이렇게
고구마싹을 키우시곤 했어요.

그때에는 몰랐는데
못 먹을 고구마는 버리기 아쉬워
이렇게 하셨구나 싶어요.
 

공차기 놀이 1

 


  마당에 놓은 공을 뻥 찬다. 공은 휙 하늘을 날아 저리 간다. 공을 좇아 저리로 달린다. 저쪽에서 또 공을 뻥 찬다. 공이 날아온 곳을 좇아 또 달린다. 다시금 공을 뻥 찬다. 뻥뻥 공을 차는 모습을 바라본다. 마치 하늘을 날듯이 공을 찬다. 아니 하늘을 날면서 공을 찬다. 아이들 공차기란, 하늘차기가 된다. 4346.11.1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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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날
기쿠타 마리코 지음 / 비로소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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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283

 


눈을 기다리는 아이들
― 눈 내리는 날
 기쿠타 마리코 글·그림
 편집부 옮김 (왜 옮긴이 이름이 안 나올까???)
 비로소 펴냄, 2001.11.30.

 


  작은아이는 아직 눈이 무엇인지 제대로 말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작은아이 태어난 멧골자락은 눈이 늘 펑펑 쏟아졌으니, 작은아이도 몸으로는 눈을 잘 알리라 생각해요. 아이를 안고 눈밭에 나오기도 했고, 눈밭을 걷기도 했어요.

  큰아이는 눈을 자주 보았습니다. 도시에서 태어났을 적에도, 멧골자락으로 보금자리를 옮겨 살던 때에도, 언제나 눈밭에서 함께 놀고 걸었어요. 이러다가 남녘땅 고흥으로 삶터를 다시 옮긴 요즈음에는 눈을 거의 구경하지 못합니다. 지난날에는 고흥에서도 눈이 제법 많이 오고 겨울에는 냇물이 꽁꽁 얼었다 하지만, 오늘날 고흥은 눈이 거의 안 오고 겨울볕이 포근합니다.


  찬바람 불면서 큰아이는 눈 노래를 부릅니다. “아, 눈 보고 싶다.” 하는 말을 곧잘 합니다. “눈은 겨울에 오니까 겨울을 기다리렴.” 하고 이야기합니다. “네가 마음속으로 바라면 눈은 너한테 찾아오니까, 언제나 곱게 꿈을 꾸면 돼.” 하고 덧붙입니다.


- 아침, 눈이 오는 기척에 잠이 깼다. (4쪽)
- 출근 늦겠다. 최악이야! 눈 오는 날은 최……. (10쪽)


  큰아이하고 인천에서 살던 무렵, 눈이 올라치면 새벽바람으로 눈빛을 사진으로 담으려고 마실을 나옵니다. 옆지기와 큰아이 새근새근 잠든 아직 어둑어둑한 새벽에 손과 발이 꽁꽁 얼고 사진기까지 얼면서 서너 시간 걷습니다. 골목이웃도 동사무소 일꾼도 눈을 쓸고 치우느라 부산합니다. 눈이 쌓이면 자동차 다니기 나쁘다 하기에 바지런히 쓸고 치웁니다. 눈이 오는 날, 아이들이 얼마나 반기거나 좋아할는지 헤아리는 어른은 없습니다. 어른은 늘 어른들 타는 자동차만 걱정합니다. 아이들이 눈놀이 하도록 눈을 두지 않아요. 빈터 한 군데쯤 눈을 곱게 두지 않습니다. 눈을 쌓더라도 아무렇게나 쌓습니다. 염화칼슘 잔뜩 뿌려 지저분한 눈을 마구 뒤섞습니다.


  작은아이 태어날 무렵 멧골자락으로 삶자리 옮겼는데, 시골에서도 사람들은 자동차를 타야 하니까 눈을 싫어합니다. 하늘하늘 내리는 눈을 한갓지게 지켜보지 않습니다. 다만, 시골에서는 논과 밭에 눈이 내려서 소복소복 쌓여요. 길에는 눈이 없지만 논밭에 쌓이는 하얀 눈을 바라보면서 눈빛을 즐깁니다. 눈놀이도 빈논과 빈밭에서 합니다.


  그러고 보면, 도시에는 빈터도 텃밭도 마땅히 없어요. 게다가 이 나라 도시에는 도심지나 아파트숲 언저리에 놀이터나 공원이 제대로 없어요. 눈이 쌓일 만한 자리가 없습니다. 눈이 쌓일 만한 자리라 하더라도 눈을 곱게 두지 않습니다.


  더 헤아리면, 이럭저럭 눈이 쌓인다 하더라도 아이들은 눈하고 놀 겨를이 없어요.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도 학원에 얽매입니다. 학원에 안 가더라도 집에서 게임을 해야 합니다. 중학교에 들어서면 대학입시에 목을 맵니다. 학교 운동장에 눈이 쌓인다 하더라도 눈밭에서 뒹굴지 못해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학교 운동장에서 거리낌없이 눈놀이를 하도록 마음을 쓰는 교사나 교장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 “눈 오는 날은 최고야!” “하늘에서 눈 오는 거 보고 있으면 정말 재밌어!” “하늘 보고 입 벌리면 눈을 먹을 수도 있다!” (16쪽)


  기쿠타 마리코 님 만화책 《눈 내리는 날》(비로소,2011)을 읽습니다. 눈 내리는 날, 회사 가는 걱정만 하는 아저씨가 나옵니다. 회사 가는 걱정으로 툴툴거리는 아저씨 둘레에 아이들이 ‘눈이 와서 기쁘고 즐겁다’고 노래를 합니다. 하루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회사원 아저씨는 눈 덮인 길에서 산타클로스를 만납니다. 산타클로스 일을 거들 마음이 없지만 어찌저찌 이끌려 조금 거들었고, ‘아이들만 선물 받을 수 있다’지만, 회사원 아저씨도 선물 한 가지를 받습니다.


- 어렸던 내 마음에 남겨둔 것은 지금도 틀림없이 내 안에 있다. (53쪽)


  지난날에는 어느 아이나 눈을 기다렸습니다. 지난날에는 어느 어른이나 눈을 바랐습니다. 왜냐하면, 눈이 내려서 논밭에 덮여야 논흙과 밭흙이 겨우내 포근하게 쉬면서 물기를 얻습니다. 눈이 덮인 채 겨울을 나야 논흙과 밭흙이 새봄에 한결 촉촉하고 싱그럽게 잠을 깹니다.


  숲도 골짜기도 냇물도 똑같아요. 겨우내 눈이 쌓이고 덮이고 꽁꽁 얼어붙을 때에, 비로소 숲도 골짜기도 냇물도 새봄에 싱그럽게 깨어납니다. 추워야 겨울이요, 눈이 내려야 겨울입니다. 여름에 비가 내려 들과 마을과 숲을 적시듯, 겨울에 눈이 내려 들과 마을과 숲을 어루만집니다. 봄가을에는 햇볕과 바람이 들과 마을과 숲을 보듬어요.


  눈을 잃는 사람은 숲을 잃습니다. 숲을 잃는 사람은 삶을 잃습니다. 삶을 잃는 사람은 사랑을 잃습니다. 사랑을 잃는 사람은 이야기를 잃습니다.


  우리는 오늘 하루 어떻게 누리는가요. 우리는 오늘 하루 무엇을 하며 일하거나 놀았는가요. 우리는 오늘 하루 어떤 이야기를 길어올리면서 웃고 노래했는가요. 4346.11.1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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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에 안기

 


  새벽에 으레 잠을 깨며 으앙 우는 작은아이는 어머니 품으로 쪼르르 달려간다. 작은아이 깨서 우는 소리에 잠이 깬 큰아이는 쉬를 누고는 아버지 품으로 포옥 안긴다. 어머니는 작은아이를 안고, 아버지는 큰아이를 안는다. 작은아이는 어머니를 안고, 큰아이는 아버지를 안는다. 서로 안고 안기면서 새벽이 흐른다. 썰렁썰렁 찬바람 부는 십일월이지만 춥지 않다. 4346.11.1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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