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87] 시인 되기

 


  찬찬히 걸을 수 있으면 누구라도 글빛.
  가만히 껴안을 수 있으면 모두 노래빛.
  조용히 그릴 수 있으면 모두 하늘빛.

 


  자가용을 달리는 시인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바쁘게 돈을 버는 노래지기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되어도, 찬찬히 걸으면 시인이 되어요. 시장이나 군수가 되어도, 풀과 나무를 껴안으면 노래지기가 되어요. 어느 자리에 있는지는 대수롭지 않아요. 어떤 마음이 되는지가 대수롭습니다. 어떤 꿈을 키우고 어떤 빛을 가꾸며 어떤 길을 걸으려 하는가에 따라 목소리와 얼굴이 새롭게 거듭나요. 4346.12.1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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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73) 다람쥐 농사

 

“아, 그거, 그건 다람쥐 농사야.” 다람쥐란 놈이 지난가을에 온갖 씨를 다 물어와 밭 여기저기 숨겨 놓은 것들이 저렇게도 싱싱하게 싹이 텄단다 … “아니야, 그냥 둬. 겨울 나면서 죽을 놈은 죽고 살 놈은 사니까. 옛날부텀 엄벙덤벙이가 농사 잘한다 했어.”
《유소림-퇴곡리 반딧불이》(녹색평론사,2008) 18쪽

 

  문득 궁금해 다른 이들도 ‘다람쥐 농사’라는 말을 쓸까 하고 찾아보니, 드문드문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있어요. 시골에서 다람쥐를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이웃으로 지내는 분들은 ‘다람쥐도 농사를 거든다’고 느끼는구나 싶어요. 참말, 다람쥐가 겨우내 먹으려고 모은 온갖 나무열매(나무씨앗)가 흙 품에 안겨 포근하게 깨어날 테니, 다람쥐도 농사를 짓는다고 할 만해요.

 

 다람쥐 농사
 지렁이 농사
 제비 농사
 딱새 농사

 

  다람쥐 못지않게 새들도 농사를 짓습니다. 나무열매를 따먹은 뒤 씨앗을 똥과 함께 뽀직 내놓으면, 이곳저곳에 씨앗을 뿌리는 셈 돼요. 풀열매를 따먹는다면, 또 풀씨를 깃털에 매달고 이것저것 날아다닌다면, 풀씨를 퍼뜨리는 셈 되니, “제비 농사”라든지 “딱새 농사”도 있겠다고 느껴요.


  지렁이는 흙을 살찌우면서 “지렁이 농사”를 짓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렁이가 없는 흙은 기름지지 못하고, 지렁이가 있는 흙은 기름져요.


  사람들은 흙 농사 말고 “사람 농사”도 짓습니다. 아이를 돌보며 키우는 일을 가리켜 “자식 농사”라고 일컫곤 해요. 이런 삶과 일을 바탕으로 돌아보면, “책 농사”라든지 “글 농사”라든지 “이야기 농사”를 짓는다고 할 수 있어요. 삶도 농사요 사랑도 농사가 될 테고요. 흙을 가꾸듯이 마음을 가꾸고, 넋과 얼을 가꾸면서 말을 가꿉니다. 4346.12.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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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통 놀이터

 


  여름철에 물을 채워 마당 물놀이 즐기는 고무통은 겨울에도 아이들이 들어가서 노는 자리가 된다. 마당은 아이들한테 놀이터가 되는데, 마당 한쪽에 놓은 고무통 또한 새삼스레 놀이터가 된다.


  아이들한테 놀잇감 아닌 것이 있을까. 아이들한테 놀이터 아닌 곳이 있을까. 아이들은 총알 껍데기로도 놀고, 아이들은 전쟁터에서도 논다. 아이들은 물 한 모금으로도 놀며, 아이들은 피난마을에서도 놀지 않는가.


  무엇이든 놀잇감으로 새로 만들 줄 아는 아이들은 언제나 맑은 빛이 된다. 어디에서든 즐겁게 놀며 웃을 줄 아는 아이들은 늘 밝은 꿈이 된다. 우리 어른은 모두 아기로 태어나 아이들 되어 신나게 놀던 사람이다. 어른들도 아이 마음이 고이 흐르기 마련이다. 어른이 되어 살더라도 맑은 빛과 밝은 꿈을 따사로이 품으면서 살아갈 때에, 보금자리가 포근하고 마을이 아늑하며 지구별이 아름다울 수 있으리라 느낀다. 4346.12.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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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2013-12-14 09:54   좋아요 0 | URL
종규님~
오랜만이네요.
제 딸아이도 여름이면 저 고무통에서 물놀이 하면서 놀곤 했어요>
지금은 어엿한 숙녀가 되었네요~ ㅎㅎㅎ

파란놀 2013-12-14 10:05   좋아요 0 | URL
오오 그렇군요!
그렇겠네요!
@.@
 

안기는 어린이

 


  손님이 우리 집에 찾아와서 지내다가 돌아갈 무렵, 큰아이는 손님한테 덥석 안긴다. 가지 말라면서 팔을 풀지 않는다. 손님이 군내버스나 자동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보면 무척 서운해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는데, 조금 지나면 이내 잊는다. 아니, 잊는 척할까. 아니, 참말 잊을는지 모른다. 아이는 스스로 새롭게 놀이를 빚고, 마음속에서 만나거나 꿈에서 함께 놀 테니까. 4346.12.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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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짐꾸러미 나를래

 


  우리 집에 나들이를 온 손님이 돌아가는 길에 들고 갈 짐을 나르는데, 산들보라도 하나 나르겠다면서 덥석 집는다. 두 손으로 들 줄은 아직 모르고 한손으로 낑낑대며 꼭 쥐고는 걷는다. 너도 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해. 들고 가다가 힘들면 바닥에 놓지 말고 건네주라. 4346.12.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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