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놀이 1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며 놀다가, 발가락에도 색연필 끼우면 어떨까 하고 생각을 해 보나. 그럴 테지. 나도 어릴 적에 발가락에 연필을 끼우고 그림놀이를 했으니. 아이라면 참말 손가락 못지않게 발가락을 써서 꼼지락꼼지락 무언가 하고 싶으리라 본다. 재미있으니까. 4346.12.1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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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755) 침묵의 1 : 침묵의 추수

 

침묵의 추수였다 … 그들이 든 낫이 햇빛이 반짝였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아무도 웃지 않았다. 아무도 노래하지 않았다
《민퐁 호/최재경 옮김-아버지의 쌀알》(달리,2009) 17쪽

 

  ‘추수(秋收)’는 ‘가을걷이’로 고쳐씁니다. 한자말 ‘추수’는 그예 토박이말 ‘가을걷이’를 한자로 옮긴 낱말일 뿐입니다. 토박이말 ‘한가위’를 한자로 옮겨 ‘중추절(仲秋節)’이나 ‘추석(秋夕)’으로 적는 일과 마찬가지입니다.


  한자말 ‘침묵(沈默)’은 “(1) 아무 말도 없이 잠잠히 있음 (2) 정적(靜寂)이 흐름 (3) 어떤 일에 대하여 그 내용을 밝히지 아니하거나 비밀을 지킴 (4) 일의 진행 상태나 기계 따위가 멈춤”, 이렇게 네 가지 뜻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둘째 뜻풀이에 나오는 ‘정적(靜寂)’은 한국말로 ‘고요’를 뜻해요. 셋째 뜻풀이는 “입을 다물다”를 가리키고, 넷째 뜻풀이는 “잠”이나 “멈춤”을 나타냅니다. 그러니까, “말이 없다”와 “고요하다”와 “입을 다물다”와 “잠자다/멈추다”라 말할 대목에 한자말 ‘침묵’이 끼어든 셈입니다.

 

 침묵의 추수였다
→ 말없는 가을걷이였다
→ 아무도 말하지 않는 가을걷이였다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가을걷이였다
 …

 

  한자말 ‘침묵’ 둘째 풀이에 나오는 ‘정적(靜寂)’을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보면, “고요하여 괴괴함”을 뜻한다고 나옵니다. ‘괴괴하다’를 다시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보면, “쓸쓸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아주 고요하다”를 뜻한다고 나와요. 그러니까, “고요하여 괴괴함”처럼 뜻풀이를 적는다면 같은 소리를 되풀이 적은 셈입니다. “고요하거나 괴괴함”처럼은 적어야 올바릅니다.


  그런데 ‘조용’과 ‘고요’가 어떻게 다른가 싶어 거듭 한국말사전을 뒤적이니, ‘조용’을 풀이하면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고요함”을 가리킨다고 나오고, ‘고요’를 풀이하면서 “조용하고 잠잠한 상태”를 나타낸다고 나옵니다.


  한자말 뜻풀이나 토박이말 뜻풀이 모두 엉망진창이라고 할까요. 한자말이건 토박이말이건 엉터리로 뜻을 달아 놓는달까요.

 

 모두 조용한 가을걷이였다
 조용한 가을걷이였다
 고요한 가을걷이였다
 소리가 사라진 가을걷이였다
 …

 

  우리 한국말사전이 언제부터 이처럼 돌림풀이에 갇혔을까 궁금합니다.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다 보면, 어느 결엔가 느낌이 잡힌다고 생각해서 이처럼 얼렁뚱땅 붙였는지 궁금합니다. 뜻이나 느낌이 퍽 비슷하다 하더라도 똑같은 낱말이 아닌 ‘조용’과 ‘고요’인데, 이렇게 뜻을 달면 아이들이고 어른들이고 우리 말을 어찌 되새기거나 헤아릴 수 있는가 알쏭달쏭합니다.


  낱말 한 마디라 하더라도 더 애쓰고 돌아보면서 다루어야 하지 않는가 싶어 서글픕니다. 비슷한 낱말이라 한다면 더더욱 힘쓰고 살피면서 다루어야 하지 않느냐 싶어 안타깝습니다.

 

 침묵이 흐르다 → 말이 없다 / 조용하다
 침묵을 깨뜨리다 → 고요를 깨뜨리다
 침묵에 빠지다 → 고요에 빠지다 / 입을 못 열다
 침묵으로 일관하고 → 입막음을 지키고 / 입을 다물고
 오랜 침묵을 깨고 → 오랜 잠을 깨고 /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낱말풀이가 올바를 때라야 말씀씀이 또한 올바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낱말풀이를 제대로 가누고 슬기롭게 엮어야 글씀씀이 또한 슬기로울 수 있다고 느낍니다. 말과 글을 옳고 바르게 세울 때, 이러한 말과 글에 담을 생각 또한 옳고 바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옳고 바르게 세우지 않는 말과 글이라 한다면, 우리 넋과 얼은 나날이 비틀리거나 기울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다만, 한자말 ‘침묵’을 쓰고 싶다면 써야 할 테지요. 쓰고 싶으면 쓰더라도 말투와 말씨와 말틀에 어그러지지 않게끔 가다듬어야지요. 낱말을 알뜰살뜰 가려쓰지 못한다 하더라도, 낱말을 엮는 매무새는 알뜰살뜰 추스를 수 있어야지요.

 

 침묵의 봄
→ 고요한 봄 / 조용한 봄
→ 소리없는 봄 / 소리가 사라진 봄
→ 죽은 봄 / 깨어나지 않는 봄
 …

 

  그러고 보면, 낱말 하나하나 제대로 못 살피는 매무새이기 때문에, 말투든 말씨든 말틀이든 뒤죽박죽이 되는지 모릅니다. 낱말 하나하나 곰곰이 돌아보는 매무새가 될 때에, 말투며 말씨며 말틀이며 아름다이 다스리고 살갑게 다독일 수 있구나 싶습니다.


  이리하여 우리들은 “침묵의 봄”을 이야기하고 말았습니다. 레이첼 카슨 님이 쓴 책, “silent spring”을 낱말뜻 그대로 “조용한 + 봄”으로 풀어내지 못하고 “침묵의 봄”으로 풀어내고 말았습니다. 뛰어나거나 훌륭하다는 번역가들이 “고요한 봄”이든 “소리없는 봄”이든 “죽은 봄”이든 “깨어나지 못하는 봄”이든 생각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잠든 봄 / 잠들어 버린 봄
 잠에 빠진 봄 / 잠에서 허덕이는 봄
 잠을 깨지 못하는 봄
 어두운 봄 / 슬픈 봄
 …

 

  우리 말과 글에서 생각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우리 말과 글에서 사랑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우리 말과 글에서 빛줄기가 스러져 버렸습니다. 우리 말과 글에서 믿음이 동댕이쳐졌습니다. 우리 말과 글에서 슬기가 빛바래고 말았습니다. 우리 말과 글에서 맑음과 고움과 부드러움이 잠들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우리 말은 아직 우리 말다움을 찾지 못합니다. 잠든 채 깨어나지 못합니다. 잠에서 허덕이면서 어두운 나날을 보냅니다. 소리도 느낌도 냄새도 맛도 없어지고 만 우리 말은, 끝끝내 슬픈 나날에 빠져 울먹입니다. 4342.5.8.쇠/4346.12.13.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조용한 가을걷이였다 … 그들이 든 낫이 햇빛이 반짝였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아무도 웃지 않았다. 아무도 노래하지 않았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13) 침묵의 2 : 침묵의 순간

 

지금까지 살면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완전한 침묵의 순간은 경험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게리 폴슨/김민석 옮김-손도끼》(사계절,2001) 52쪽

 

  ‘지금(只今)까지’는 ‘이제까지’나 ‘여태까지’로 다듬고, ‘완전(完全)한’은 ‘오롯이’나 ‘아주’로 다듬습니다. “-의 순간(瞬間)”은 “-한 때”나 “-한 적”으로 손보고, ‘경험(經驗)해’는 ‘겪어’로 손보며, “없다는 사실(事實)을 깨달았다”는 “없는 줄 깨달았다”나 “없다고 깨달았다”나 “없었네 하고 깨달았다”로 손봅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완전한 침묵의 순간은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때는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때는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죽은 듯이 고요한 적은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던 적은
 …

 

  보기글을 보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이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대목만 살리면 넉넉합니다. 글 뒤쪽에 더 힘주어 말하고 싶다면 “소리가 모두 사라진 때”라든지 “죽은 듯이 고요한 때”처럼 적을 만합니다. 어떠한 소리도 들을 수 없는 때가 어떤 모습인가를 가만히 마음속으로 그리면서 이야기를 풀면 됩니다. 4346.12.13.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제까지 살면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죽은 듯이 고요한 때는 겪은 적이 없다고 깨달았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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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3 0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13 0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로 읽는 책 88] 덤

 


  안 남는 장사 없다 하지만
  덤을 주고 에누리를 하기에
  남는 장사 되는구나 싶다.

 


  덤과 에누리는 무엇일까요. 하나를 끼워 줄 때에 덤이거나, 값을 깎아야 에누리일까요. 헌책방에서 아름다운 책 하나를 만났을 적에, 다른 책을 끼워 주거나 책값을 깎아 주어야 에누리라고 느끼지 않아요. 나로서는 아름다운 책 하나 만난 일이 바로 덤이면서 에누리입니다. 남을 때에는 나누고, 모자랄 때에는 함께하는 삶이라면 언제나 아름답고 즐거운 삶 되리라 느껴요. 그러니까, 아름다운 책 하나 스스럼없이 만날 수 있도록 가게를 열고, 책꽂이 짜서 곱게 갖추는 모습이 바로 덤이면서 에누리로구나 하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책 하나 써낸 사람과 아름다운 책 하나 엮어서 펴낸 사람이 바로 덤이면서 에누리를 우리한테 베푼 셈이라고 느낍니다. 4346.12.1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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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이 담긴 페달을 밟자면, 자전거를 타야 할까. 아무렴, 자전거를 타야겠지.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어떤 꿈이 내 마음속으로 깃들까. 푸른 꿈? 빨간 꿈? 노란 꿈? 하얀 꿈? 까만 꿈? 파란 꿈? 내 팔과 내 다리로 이 땅을 찬찬히 디디면서 돌아다니면, 내 가슴속에는 어떤 사랑이 감돌까. 나는 어떤 사랑을 키우고 싶어 이 땅에서 오늘 하루 새롭게 살아갈까. 모든 사람이 맑거나 밝은 꿈을 키우기는 어려울는지 모른다. 그러나, 참말 어려울까. 스스로 어렵다고 생각하면서 꿈을 가두니, 그예 꿈이 어두운 곳에 갇히지는 않을까. 사회가 어둡게 하는 꿈이란 없다. 어버이나 둘레 어른이 어둡게 짓누르는 꿈이란 없다. 꿈이 어둡다면 스스로 어둡기 때문이다. 시를 쓰는 최영미 님은 이녁 스스로 즐거운 결을 찾아서 살면 된다. 섣불리 “감히 시를 저질렀던 그 시절이 그립다”고 말한다면, 스스로 내놓은 시집을 스스로 갉아먹는 셈이다. 스스로 사랑하지 않는데 스스로 어떤 시를 쓸 수 있을까. ‘시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를 짜맞추지 않기를 바란다. ‘시인’이 아닌 ‘사람’으로서 꿈과 사랑을 즐겁게 싯말 하나로 녹여낼 수 있기를 빈다. 4346.12.13.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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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자란다. 씩씩하게 자라고 다부지게 자란다. 옆에서 어른이 돌보기에 자라는 아이들이라고는 느끼지 않는다. 스스로 아름답게 자라는 아이들이요, 저마다 다부지게 꿈을 꾸는 아이들이라고 느낀다. 옆에서 어른들은 무엇을 할까. 밥을 챙겨 주겠지. 옷을 챙겨 주겠지. 잠자리를 챙겨 주겠지. 그리고? 이것저것 읽어 주거나 가르쳐 줄 수 있고, 예부터 이어온 솜씨와 재주를 꾸준히 잇도록 물려줄 수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언제나 어른이 다 챙겨 주어서는 스스로 살아가지 못한다. 아이들은 찬찬히 손수 밥과 옷과 집을 챙길 뿐 아니라, 건사하고 가꾸며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밥과 옷과 집을 지어야 비로소 한 사람 된다. 스스로 꿈과 사랑을 키우며 살림을 가꾸어야 바야흐로 사람다운 사람으로 빛난다. 이 아이들은 대학교에 들어가서야 홀로서기를 할 넋이 아니다. 어릴 적부터 저희 두 손과 두 발로 이 땅에 우뚝 설 때에 아름다운 넋이다. 어린이책 《마녀 배달부 키키》에서 이 대목을 예쁘며 사랑스레 잘 보여주네. 4346.12.13.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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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받아 즐겁게 읽는다. 얼마나 고마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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