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의 왕자 레오 1
데즈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289 

 


구름빛과 함께 즐거이
― 밀림의 왕자 레오 1
 데즈카 오사무 글·그림
 하주영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01.7.25.

 


  저녁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저녁빛을 누립니다. 아주 마땅한 얘기이지요. 저녁에는 저녁빛을 누리고 아침에는 아침빛을 누려요. 새벽에는 새벽빛 있고, 낮에는 낮빛 있어요.


  시골에서 살지 않더라도 아침저녁으로 다른 빛을 누려요. 도시에서도 스스로 마음을 기울여 바라볼 수 있으면, 눈길을 돌려 느낄 수 있으면, 새벽과 아침과 낮과 저녁과 밤마다 다른 빛을 포근히 누립니다.


  시골에서 살더라도 마음을 기울이지 않으면 저녁빛을 모르고 아침빛을 안 느껴요. 시골에서 살 때에도 마음을 기울여 저녁빛 맞아들이고 사랑을 쏟아 아침빛 반깁니다.

 


- “판자는 동물의 왕이기도 해서, 숲의 짐승들은 모두 그놈 덕에 무사히 사는 게지요.” (15쪽)
- “그게 아닙니다. 판자는 일부러 가축을 죽이는 거예요. 인간을 미워하거든요. 판자는 숲속의 동물에겐 관대하지만, 인간이 기른 짐승은 몹시 미워하는 듯해요.” (17∼18쪽)


  깊은 밤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밤구름을 느껴요. 바람이 자는 날에는 밤구름이 아주 느릿느릿 흐릅니다. 밤구름이 어리는 별빛은 구름 한 조각 없는 하늘과는 사뭇 다른 빛살입니다. 밤구름이 흐르는 달빛에는 아늑하면서 고요한 이야기 나란히 흐르곤 해요.


  보름달이냐 반달이냐 초승달이냐 그믐달이냐에 따라 밤빛이 달라요. 구름이 얼마나 짙으냐에 따라 밤빛은 또 달라요. 한참 밤하늘 올려다보면 어느 곳에서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르겠지만, 별똥이 반짝 빛나면서 지나가곤 해요. 지구에 떨어지는 별똥일는지, 지구 곁을 스치는 별똥일는지, 지구에서 아주 먼 데에서 사그라드는 별똘일는지 잘 몰라요. 눈 한 번 깜짝 하는 사이에 스러지는 별똥을 바라보면서, 우리 눈에는 눈 한 번 깜짝 하는 사이라 할 테지만, 우리 눈에 보이기 앞서까지 얼마나 오래 활활 불타오르다가 사라질까 궁금해요.


  밤에는 아무것 안 보인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밤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온갖 것이 내 눈과 마음으로 들어와요. 봄부터 가을까지는 개구리와 풀벌레와 멧새가 밤을 밟겨 노래를 들려줍니다. 늦가을부터 첫봄에 이르기까지는 개구리도 풀벌레도 없지만, 곧잘 멧새가 노래를 베풀고, 멧새 노래가 없으면 밤바람이 스산하게 지나가면서 풀노래와 나무노래를 베풀어요.


  달빛이 없는 날은 별빛이 초롱초롱합니다. 달이 없으면 별빛을 벗삼아 길을 바라보고 느껴요. 달이 훤하면 달빛을 동무삼아 길을 마주하고 누려요.


  참말 얼마 앞서까지, 어느 시골에서든 도시에서든 모두 달빛과 별빛 곱게 누렸으리라 생각해요. 참말 언제부터인가, 어느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모두 달빛이랑 별빛을 까무룩 잊으며 지내는구나 싶어요.

 

 


- “저 구름을 봐. 저 뭉게구름 아래 아버지 나라가 있단다. 아프리카라는 드넓은 나라야. 레오, 넌 동물원에 갔다간 평생을 망치게 된단다. 넌 아버지의 뒤를 이어 훌륭한 사자가 돼야 해.” (45쪽)
- “저 창으로 빠져나가서 아프리카로 가거라.” “싫어, 엄마랑 헤어지기 싫어!” “그게 널 위한 길이란다. 넌 우리 안에서 평생 주는 먹이 받아먹으며 살고 싶니?” (46쪽)


  다른 고장하고 견주어 많이 포근한 고흥 밤빛을 헤아립니다. 아이들은 새근새근 잡니다. 밤에 한두 차례 쉬 마렵다 잠에서 깹니다. 가끔 아이들 데리고 마당으로 내려서면서 밤빛을 아이한테도 나누어 주곤 해요. 저녁에 잠자리에 안 들려 하는 아이들도 마당으로 나오도록 해서 별과 달을 보도록 하고, 마을 한 바퀴를 빙 돌기도 해요.


  우리 고장이 겨울에도 무척 포근하지만, 잠자리 안 들려는 아이들 데리고 밤마실 한 바퀴 하면 다들 춥다고 덜덜 떠는데, 추우면 달리자 말하고 걸음을 재촉하면 콩콩콩 뛰고 달리면서 몸을 달구어요. 저기 우리 집 불빛을 보다가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해요. 벼리야, 보라야, 저 구름을 보렴, 밤에 보는 구름 어떠니, 예쁘지 않니.


  시골에도 이제는 등불이 많아 예전처럼 별을 더 누리기 힘들지만, 높은 건물은 따로 없고, 읍내나 면소재지도 일찌감치 닫는 가게 많아요. 도시에서는 늦도록 불을 안 끄는 가게 많고, 자동차도 너무 많은 나머지, 아주 깊은 밤에도 하늘을 올려다보기 어려워요. 생각해 보면, 낮에 낮구름 누릴 수 있는 곳에서 밤에 밤구름 누려요. 낮에 낮볕 누리는 곳에서 밤에 밤달 누립니다.


  시골에서는 흙을 돌보고 살찌우면서 밥을 얻으니 높은 건물이 있을 턱 없어요. 골고루 햇볕을 잘 받아야 흙이 싱그러이 숨쉬거든요. 도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잔뜩 몰려서 옹기종기 살아야 하니 건물을 높이 올릴밖에 없어요. 자동차도 많아야겠고, 가게도 많아야겠으며, 이것저것 크고 높아야 하는 도시입니다. 해와 어깨동무를 하는 시골이니, 밤에는 달과 별하고 함께 지내는 시골이에요. 해는 몰라도 높은 건물과 지하상가와 자동차 물결 그득한 도시이니, 낮이고 밤이고 똑같이, 여름이고 겨울이고 똑같이, 숫자 하나만 바라보며 달리는 도시로 치닫지 싶어요.

 


- “이런 데서 표류하고 있다간 평생 가도 못 갈 거야. 네 힘으로 헤엄쳐 가지 않으면.” (62쪽)
- “있잖아, 잭! 동물원은 처음 봤지만 끔찍했어.” “예, 세상엔 저런 게 수천 개는 더 있죠.” “저런 데 사는 동물들은 행복할까?” “글쎄요. 뭐, 다칠 염려도 없고 먹을 것도 있고 행복하지 않을까요. 우리 쥐들은 꿈도 못 꿀 행복이죠.” “그럴까? 난 아닐 것 같아. 우리도 인간처럼 넓은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갈 권리가 있을 거야.” (95쪽)


  데즈카 오사무 님 만화책 《밀림의 왕자 레오》(학산문화사,2001) 첫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깊은 숲을 보살피는 흰사자는 ‘판자’입니다. 그런데 판자는 나쁜 사냥꾼 꼬임에 빠져 그만 목숨을 빼앗겨야 합니다. 판자 곁님은 나쁜 사냥꾼한테 사로잡혀 도시에 있는 동물원으로 끌려갑니다. 배를 타고 오랫동안 천천히 아프리카를 떠나야 하는 길에 ‘레오’가 태어나요. 레오를 낳은 암사자는 레오더러 ‘너는 동물원 같은 데에 가서는 안 되는 넋’이라 가르치면서, 넓디넓은 바다로 뛰어들어 고향 아프리카까지 헤엄쳐서 돌아가라 이릅니다.


  어머니다운 가르침이요 말이에요. 어머니는 쇠우리에서 빠져나올 수 없지만, 몸이 조그마한 새끼 사자는 쇠우리 틈을 빠져나와 바다로 뛰어들 수 있어요.


  자, 레오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머니 품에 안겨 동물원으로 가야 할까요. 씩씩하게 바다로 뛰어들어 밤하늘 달빛과 별빛에 기대면서 아프리카로 돌아가야 할까요.


- “난 아프리카에 돌아가서, 아빠 뒤를 이을 거야. 그리고 전 세계 동물원의 동물들을 아프리카로 불러서, 사이좋게 살 거야.” (97쪽)
- ‘어서 와라, 어서 와라, 레오. 정글은 네 고향이란다, 레오. 따뜻한 잠자리와 맛있는 음식이 기다리고 있어. 어서 와라. 모두가 널 기다리고 있어. 어서 와라.’ (138쪽)


  어린 사자 레오는 아프리카로 쉬 돌아가지 못합니다. 아프리카 아닌 도시를 헤맵니다. 사람들 사는 도시에서 속임수에 휘둘리고, 바보스러운 도시 얼거리를 몸속 깊이 깨닫습니다. 이러는 동안 나쁜 사람들 그득한 사이사이 착한 사람들 있는 줄 살핍니다. 사람다운 넋을 건사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사람다운 넋을 스스로 잃거나 버리는 사람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깊은 숲속에서도 착한 짐승과 나쁜 짐승이 있을까요. 글쎄, 짐승누리에서 착하거나 나쁘다는 잣대로 이래저래 금을 그을 수 있을까요. 착한 나무와 나쁜 나무가 있을까요. 착한 풀과 나쁜 풀이 있을까요. 착한 새와 나쁜 새가 있을까요. 착한 벌레와 나쁜 벌레가 있을까요. ‘착하다’와 ‘나쁘다’라는 잣대나 틀은 오직 사람누리에서 사람들끼리 얄궂게 세우는 바보스러운 잣대나 틀은 아닐까요.

 


- “자네는 피도 눈물도 없는 독일군이었어. 그런데 지금은 딸 가진 선량한 시민에 우수한 사냥꾼이라.” (121쪽)
- “자, 여러분. 목소리가 높은 순서로 늘어서 주세요. 이제부터 다 같이 합창을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다들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고 있지만, 함께 노래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죠? 그래서 전 합창단, 아니 오케스트라라는 걸 만들어, 여러분 마음을 편안하게 해 드리고 싶습니다.” (161쪽)


  어린 흰사자 레오는 아버지와 어머니 넋을 이어받습니다. 싸움을 좋아하지 않으며, 싸움을 말리는 넋입니다. 서로 돕는 넋이며, 서로 아끼는 넋입니다. 이웃 짐승을 돌보며, 동무 짐승을 사랑하는 넋입니다.


  사람들은 전쟁무기를 만들어 전쟁을 벌입니다. 사람들은 전쟁무기를 들고 숲속으로 들어와서 사냥질을 합니다. 배가 고파 먹을거리를 찾으려고 하는 사냥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사냥을 ‘스포츠’로 여깁니다. 이런 스포츠는 운동경기로까지 뻗어 ‘사격’이 있기도 하지요. 사람들은 서로 치고 때리고 맞고 툭탁거리는 싸움을 스포츠라는 이름을 붙여 큰돈을 걸며 경기장도 짓습니다. 사람들은 평화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데에 꿈과 사랑을 쏟기보다는, 돈이 되는 일거리에 돈을 들여요. 아름다운 삶으로 나아가는 길에 꿈과 사랑을 기울이기보다는, 돈을 더 키우는 일거리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요.


  돈을 만지는 사람은 구름을 볼까요. 돈을 바라는 사람은 해를 볼까요. 돈을 거머쥐려는 사람은 달이나 별을 볼까요. 돈바라기로 흐르면서 정작 이녁 아이들조차 안 바라보지는 않나요. 돈쟁이가 되면서 막상 이녁 식구들 마음조차 안 읽거나 못 보지는 않나요.


  사람은 얼마나 사람답게 살아가는지 궁금합니다. 사람은 얼마나 사람답게 사랑하는지 궁금합니다. 사람은 얼마나 사람답게 꿈꾸거나 이야기를 나누는지 궁금해요. 숲넋 판자 뒤를 이은 레오는 숲에서 살아가는 이웃들한테, 또 숲으로 찾아온 사람들한테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이 지구별 사랑하며 살아가는 꿈을 가슴속에 고운 빛으로 품자는 이야기 한 자락 들려주고 싶습니다. 4346.12.1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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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12-17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리카 밀림은, 동물의 왕국, 레오레오레에오, 흰사자 레에오~"
전 아직도 이 만화영화 주제가를 기억해요. 제가 겨우 여서일곱살때 TV에서 보았는데말이지요.

파란놀 2013-12-17 14:36   좋아요 0 | URL
아, 한국말 번안으로 보셨군요!

오오, 예전 동영상을 찾아보면 도무지 한국말 더빙은 안 나오더라구요 ㅠ.ㅜ
그래도 일본말 동영상은 있어,
아이들하고 예전 만화영화를 보곤 해요~
 

 

  회사를 쉬지 않을 때에 회사에 이바지하는 쓸모있는 사람이 될까 궁금합니다. 회사 아닌 다른 데에는 눈길을 두지 않고 살아가면, 이를테면 혼인을 했어도 식구들보다 회사에 더 마음을 쏟을 수 있어야 회사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일는지 궁금합니다. 혼인은 하지 않았어도 사랑하는 짝꿍보다 회사를 더 생각해야 회사를 살릴 만한지 궁금합니다. 그러면, 회사라는 곳은 사람들한테 무엇을 베풀고 무엇을 나누며 무엇을 어깨동무하는 곳일까요. 우리들은 저마다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고 살아야 아름다울까요. 만화책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에 나오는 주인공은 서른세 살에서 서른네 살로 넘어가는 날까지 열한 해 동안 회사를 쉰 일이 거의 없고, 다른 곳에 마음을 쓴 일 또한 거의 없습니다. 마음으로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을 텐데 하고 여기지만, 막상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찾아서 어떻게 지내는가 하는 대목은 하나도 생각하지 못합니다. 그저 차분히 회사 일을 이어 왔을 뿐입니다. 이러다가 처음으로 서른네 살 생일 맞이하던 밤에 이제껏 없던 일을 겪고, 이튿날 회사에는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합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무엇이 바뀌었을까요. 스스로 삶을 어떻게 바꾸려 할까요. 앞으로 삶을 어떻게 가꾸고 싶을까요. 4346.12.1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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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책으로 담는 마음

 


  글을 쓰면서 덜 떨어지는 글이나 버금에 이르는 글을 쓴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원고지 석 줄짜리 글을 쓰든, 원고지로 삼백 장짜리 글을 쓰든 언제나 똑같은 마음이 되지 않으면 글이 샘솟지 않습니다. 책으로 엮기 앞서, 또는 책으로 태어나지 않더라도, 어느 자리에 어떻게 쓰는 글이든 아무렇게나 쓸 수 없어요. 손전화로 보내는 쪽글도 늘 내 마음을 담아서 띄우는 이야기가 되어야 스스로 즐거우며 마음이 느긋할 수 있다고 느껴요. 때때로 아이들한테 골을 부리곤 하지만, 바보스러운 골부림을 가라앉히면서 차근차근 따사로운 말을 들려줄 적에도, 얼렁뚱땅 들려주는 말이 아니라,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끌어올리는 가장 사랑스러운 한 마디가 되어야 한다고 느껴요.


  아이들과 읽을 그림책에 적힌 글을 모조리 손질해요. 책에 대놓고 줄을 죽죽 긋고 새 말을 적어 넣어요. 이렇게 하는 까닭도, 아이들이 가장 사랑스러우면서 아름다운 빛을 글과 그림으로 누릴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에요. ‘우리 글 바로쓰기’나 ‘우리 말 살려쓰기’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아요. 삶을 살찌우고 사랑을 빛낼 수 있으면 저절로 말과 글을 바로쓰거나 살려쓸 수 있으니, 껍데기인 겉모습 아닌 알맹이는 속내를 살필 노릇이라고 느껴요.


  글을 마무리지으면서 더는 손댈 곳 없다 여긴다 하더라도, 이렇게 마무리지은 글을 책으로 엮으려고 하면 새삼스레 다시 읽고 돌아보면서, 글을 처음 쓰던 때보다 훨씬 오래 손질하고 새삼스레 고쳐쓰곤 합니다. 그리고, 책으로 한 번 나온 글이라 하더라도, 하루가 지나면 곧 스스로 못마땅하다고 느껴 좀처럼 다시 읽지 못해요. 하루만 지나도 새로 배우는 삶이 있으니 예전 글이 마음에 차지 않거든요. 자꾸 새롭게 글을 쓰고, 새로 쓴 글을 거듭 부끄럽게 여기면서, 또 새로 글을 쓰지요. 날마다 거듭나지 못한다면 산 넋이 아니라고 느끼고, 언제나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면 글을 만질 수 없구나 싶어요.


  풀잎을 봐요. 날마다 뜯고 또 뜯어도 새로 돋아요. 씩씩하게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씨를 뿌린 뒤에 시들지만, 시들어 죽고 나서 새로운 씨앗이 흙을 품으며 싱싱하게 다시 자라요. 사람도 풀과 같아 언제나 새로 돋고 다시 태어날 때에 비로소 산 목숨이지 싶어요. 언제나 푸른 넋으로 살고, 한결같이 맑은 바람 되어 삶빛을 글빛으로 영글 수 있어야지 싶어요. 4346.12.1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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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12-15 10:29   좋아요 0 | URL
저도 글을 쓰고 나면 고칠 곳이 자꾸 눈에 띄어 글쓰기보다 읽기를 더 좋아하게 되나 봐요.
쓰는 건 부담스럽고 읽는 건 즐겁기만 하고 그래요.
그래서 책을 내는 사람들이 대단하게 느껴져요.
말하자면 자신의 완성품을 세상에 내놓는 거잖아요.

파란놀 2013-12-15 11:17   좋아요 0 | URL
그 마무리 작품도
하룻밤 지나면 다 옛것이 되어
또 새로운 길로 나아갑니다~ ^^;

착한시경 2013-12-15 16:28   좋아요 0 | URL
언제나 좋은 글과 사진~감사하게 보고 있어요^^ 글쓰기는 언제나 황홀한 고통인것 같아요~오죽하면 글감옥이라 했을까요^^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파란놀 2013-12-15 17:56   좋아요 0 | URL
어느 모로 보면 글감옥이 되지만,
어느 모로 보면 글숲이 되기도 해요.
착한시경 님은 즐거운 글숲과 아름다운 글빛 누리는 하루를 즐기면서
섣달 예쁘게 마무리지으셔요~~

하늘바람 2013-12-16 01:59   좋아요 0 | URL
참 아름답네요 글 쓰고 다듬는 마음이 한편 많이 부끄럽습니다

파란놀 2013-12-16 03:52   좋아요 0 | URL
누구나 즐겁게 쓰면
모두 아름다운 글 된다고 느껴요.

하늘바람 님도 언제나 즐겁게 삶을 노래하는 글로
이웃들한테 사랑스러운 글빛 나누어 주실 테지요~ ^^
 

무릎에 책을 놓아

 


  아이들이 마룻바닥이나 평상이나 방바닥이나 어디에서나 가만히 앉아 무릎에 책을 얹은 모습을 바라보면, 더할 나위 없이 따사롭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이러한 모습이 무척 포근하다. 책상맡에 앉아서 책을 읽는 모습도 사랑스럽고, 엎드리거나 누워서 책을 펼친 모습도 애틋하다.


  책을 읽는다 할 적에는 내가 이제껏 살아오며 겪거나 누리거나 헤아리거나 살피거나 받아들이거나 익힌 모두를 내려놓는다. 왜냐하면, 새롭게 배우고 싶어 책을 읽지, 하나도 안 배우고 싶어 책을 읽지는 않는다. 내가 가진 것이 많다 여기는 사람이 굳이 책을 읽을 까닭은 없다. 내 지식이 대단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뭐 하러 책을 읽겠는가.


  익은 벼는 고개를 숙인다. 무르익은 열매는 저절로 터진다. 익은 벼와 무르익은 열매는 고소하거나 달콤한 내음으로 온 마을 너그럽게 감싼다. 슬기로운 빛이 사람들 사이에서 맑게 흐르며 이야기씨앗 된다. 책 하나 마주하면서 빙그레 웃을 줄 아는 사람들이 스스로 새로 거듭나면서 지구별에 푸른 바람 흐르도록 북돋운다.


  자그마한 아이들 자그마한 손길이 자그마한 집살림 살리고, 자그마한 마을살림 살찌우며, 자그마한 지구별 사랑스레 품는다. 오늘도 어제도 모레도 따스한 눈빛으로 신나게 뛰놀고 기쁘게 책을 펼칠 수 있기를 빈다. 4346.12.1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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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의서재 2013-12-15 02:22   좋아요 0 | URL
발가락에 힘주고 있는거좀 보세요. ^^

파란놀 2013-12-15 02:34   좋아요 0 | URL
애들은 이렇게 책을 보면서 발가락놀이 꼬물딱꼬물딱
얼마나 귀여운지요~

그렇게혜윰 2013-12-15 03:48   좋아요 0 | URL
저 발ㅋㅋ 아궁~~^^

파란놀 2013-12-15 04:17   좋아요 0 | URL
저녁에 방에서 조 꼼지락 발을 사진으로 담느라
퍽 힘들었어요 ^^;;

쉴새없이 움직이는데
아주 살짝 1/5초쯤 멈출 때를 기다려
겨우 한 장! 얻었답니다~
 

책아이 86. 2013.12.12.ㄴ 문득 책에 사로잡혀

 


  누나가 만화책이나 그림책을 붙잡으면 곁에서 알짱거리며 책은 내려놓고 저랑 놀자고 하는 작은아이인데, 문득 책에 사로잡힌다. 누나는 누나대로 그림책을 들여다보고, 저도 저대로 그림책을 들여다본다. 가끔은 이렇게 차분하게 앉아 책에서 흐르는 이야기를 살풋 누릴 수 있겠지. 놀다가도 쉬고, 또 쉬다가도 놀면 돼.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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