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36. 지켜보는 눈길

 


  사진은 ‘지켜보는 눈길’에 따라 태어납니다. 그윽하게 지켜보는 사람은 그윽한 맛이 감도는 사진을 빚습니다. 따사롭게 지켜보는 사람은 따사로운 맛이 감도는 사진을 낳습니다. 애처롭게 지켜보는 사람은 애처로운 맛이 흐르는 사진을 찍습니다.


  똑같이 가난한 사람을 사진으로 찍어도, 어떤 눈길로 지켜보느냐에 따라 사진이 달라집니다. 누군가는 그야말로 가난에 ‘허덕이는 빛’을 사진으로 담고, 누군가는 그야말로 가난하면서 ‘밝게 웃는 빛’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어느 쪽이 참모습일까요? 어느 쪽이 참삶일까요?


  허덕이는 빛을 찍은 사진이 참모습일까요? 밝게 웃는 빛을 찍은 사진이 참삶일까요?


  그러나, 어느 쪽도 ‘찍힌 사람’이 보여주는 참모습이 아니라고 느낍니다. 어느 사진이든, ‘찍힌 사람’ 참삶이 아닌 ‘찍는 사람’ 참삶이라고 느낍니다.


  고발할 까닭이 없는 사진입니다. 이야기를 하면 되는 사진입니다. 패션사진은 패션을 고발하지 않습니다. 보도사진이나 다큐사진은 무언가를 고발하나요? 얼핏 본다면 고발할 만한 사진일 수 있지만, 어느 사진이든 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픈 사람 이야기를 들려주고, 기쁜 사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랑이 피어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눈물에 젖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느 만큼 지켜본 뒤에 찍는 사진이냐에 따라 빛이 바뀝니다. 어떤 마음결로 지켜보면서 찍는 사진이냐에 따라 빛이 다릅니다.


  사랑으로 지켜보기에 사랑스럽게 누리는 사진입니다. 꿈꾸면서 지켜보기에 꿈이 피어나는 사진입니다. 사진에 담을 넋을 헤아리면서 지켜볼 노릇입니다.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어깨동무하고픈 얼을 살피면서 지켜볼 일입니다. 4347.3.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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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23. 2014.3.13.ㄴ 이불 쓰고 전등불

 


  이불을 쓰고 엎드려고 전등불을 켜고 책을 읽는 맛을 큰아이가 처음으로 겪는다. 곁님이 이렇게 한 번 책을 보니, 큰아이도 따라하는데, 재미있는가 보다. 옆방에서 동생하고 놀던 장난감까지 베개맡에 놓고는 곰곰이 만화책을 들여다본다. 얘야, 이따 잘 적에는 베개맡 장난감은 안 밟히는 자리로 치워야 해. 알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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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22. 2014.3.13.ㄱ 폴리들과 나란히

 


  동생하고 폴리 장난감을 한참 갖고 놀더니, 폴리들을 곁에 두고는 만화책을 집는다. 이제 쉬면서 다시 기운을 차리려는구나 싶다. 큰아이는 한창 뛰논 다음 땀을 식히거나 쉴 적에 으레 만화책을 손에 잡는다. 만화책으로 글을 뗀다고 할까. 먼 곳에 사는 이웃님이 보내 준 폴리들은 아직 씩씩하게 멀쩡하다. 아이들이 잘 아끼기도 하고, 늘 손을 타니 더 예쁘게 아이들과 함께 하루하루 누리는구나 싶기도 하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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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21. 2014.3.11.ㄴ 햇볕을 먹는다

 


  볕이 좋으면 언제나 아이를 밖으로 내보낸다. 놀든 책을 보든 주전부리를 하든 ‘햇볕을 먹으면서 다른 것을 해!’ 하는 마음이다. 흙놀이를 하든 물놀이를 하든, 마당에서 하면 다 좋아. 햇볕을 먹고 바람을 마시면서 놀면 다 좋지. 그림책을 펼치든 만화책을 읽든, 햇볕과 함께 누리면 다 즐겁고 아름답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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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보며
신자와 도시히코 글, 아베 히로시 그림, 유문조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61

 


우리는 모두 별빛
― 별을 보며
 신자와 도시히코 글
 아베 히로시 그림
 유문조 옮김
 문학동네 펴냄, 2009.2.3.

 


  두 아이를 잠자리에 누입니다. 불을 끕니다. 두 아이 사이에 눕습니다. 등허리를 펴고 누우니 온몸이 우두둑우두둑 하루 내내 애썼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피어납니다.


  오른쪽에 누운 큰아이가 나를 부릅니다. “노래 불러 줘요.” 그래, 부르마. 노래를 부르면 듣는 너희도 즐겁고 부르는 나도 즐겁지. 노래를 두 가락쯤 부를 무렵, 집 바깥에서 어떤 소리가 납니다. 무슨 소리일까? “조용히 해 봐.” 10초 남짓 귀를 기울입니다. 아닌가?


  “무슨 일이야?”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린 듯했거든.” “그래? 바람이 부는 소리인가 봐.” 큰아이 말대로 바람소리일는지 모르지만, 내 귀에는 틀림없이 이 저녁에 개구리가 노래하는 소리가 가늘게 들린 듯했습니다. 포근한 볕과 바람이 감도는 고흥 시골마을에서는 개구리가 깨어날 때가 되었거든요. 마침 엊그제 비가 촉촉히 내려 논에 물이 고였고 웅덩이도 곳곳에 생겼습니다.


.. 언제나 별은 있었다 ..

 


  다시 노래를 부르는데, 노래를 부르다가 끊어집니다. 스르르 잠들었습니다. 노래가 끊어진 줄 깨달은 큰아이가 나를 다시 부릅니다. “노래 더 불러 줘요.” “응? 그래, 그래.” 다시 노래를 부릅니다. 겨우 끝까지 마칩니다. “노래 더 불러 줘요.” “알았어.” 새로 다른 노래를 부르다가 두 마디쯤에서 또 스르르 잠듭니다. 큰아이는 나를 다시 깨우고, 나는 다시 노래를 부르다가, 또 끊어지고, 어찌저찌 네 가락쯤 더 부른 뒤 “벼리야, 이제 자꾸 잠이 쏟아져서 못 부르겠다. 자야겠어.” 하고 말합니다. 큰아이는 스스로 노래를 한 가락 부르고는 조용합니다. 다 함께 잠드는 저녁이 됩니다.


.. 하늘의 별을 보며 / 우리들은 자란다 ..

 

 


  밤에 아이들이 깨어나 쉬가 마렵다 하면 쉬를 같이 누입니다. 쉬를 누인 뒤 쉬통을 비우러 마당으로 내려서면 밤하늘이 언제나 별잔치입니다. 구름이 낀 날에도 구름 사이로 비추는 별빛이 곱습니다.


  누군가 우리 식구한테 ‘왜 도시에서 안 살고 시골에서 사나요?’ 하고 물으면, 곧잘 ‘별을 보려고요.’ 하고 말합니다. 그러면 ‘도시에서도 별을 볼 수 있잖아요?’ 하고 되묻는데, 이때에 ‘시골에서는 별잔치예요.’ 하고 다시 말합니다.


  다른 식구들보다 나 스스로 별을 보고 싶어서 시골에서 살아갑니다. 또, 우리 아이들이 별빛을 누리기를 바라며 시골에서 살아갑니다. 앞으로 아무 전깃불 없이 깜깜한 보금자리를 꿈꾸면서 우리 땅을 늘리려 합니다. 별을 누릴 수 있기에 시골이고, 별빛과 함께 새근새근 잠들기에 시골이에요. 별과 함께 노래하니 시골이며, 별웃음으로 하루를 아름답게 마무리하니 시골입니다.


  신자와 도시히코 님 글에 아베 히로시 님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 《별을 보며》(문학동네,2009)를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참말 별빛입니다. 참으로 별꿈입니다. 숲에서도 남극에서도 들판에서도 모두 별노래입니다. 도시 한복판에서도 별이고, 우리 가슴에도 별입니다.


  아이도 어른도 별을 보며 자랍니다. 해님도 별이고 달님도 별입니다. 지구도 별이고 우리 몸뚱이도 별입니다. 다 함께 별이 되면서 빛납니다. 다 같이 별빛으로 어우러지면서 환하게 웃습니다.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별꾳을 느끼고, 저 먼 곳에서 포근하게 드리우며 찾아오는 별살을 맞아들입니다. 4347.3.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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