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 글쓰는 아줌마

 


  밥냄비 안치고 글을 몇 줄 적는다. 설거지 조금 하고서 글을 몇 줄 적는다. 밥물을 살핀 뒤 아이들한테 주전부리 몇 점 주고는 글을 몇 줄 적는다. 밥물을 살피고는 국냄비에 불을 넣고 글을 몇 줄 적는다. 어젯밤 나온 밥찌꺼기를 들고 뒤꼍으로 가서 알맞게 뿌린다. 부엌으로 돌아가는 길에 쑥을 한 줌 넉넉히 뜯는다. 쑥을 뜯는 김에 복숭아꽃을 몇 장 찍고, 매화꽃잎 떨어진 쑥잎을 쓰다듬다가 사진 두 장 찍는다. 밥찌꺼기 담던 그릇을 바깥에서 헹군다. 부엌으로 돌아와 쑥을 헹군다. 다시 글 몇 줄 적는다. 이제 국을 마저 끓이며 간을 볼 테고, 불을 끄기 앞서 글을 몇 줄 쓴 뒤 아이들을 불러 밥 먹으라 부를 테지. 조각조각 쓰는 글은 아이들이 밥을 다 먹은 뒤 설거지까지 끝낸 다음 마무리를 짓는다. 봄날은 바쁘다. 밥을 하랴 풀을 뜯으랴 글을 쓰랴 아이들 쳐다보랴 엉덩이가 어디에 걸터앉을 겨를이 없다. 4347.3.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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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 꽃잎 마음

 


  두 아이가 마당 한쪽에서 놀다가 꽃잎을 주워 하늘로 휘휘 뿌립니다. 와, 와, 하면서 놉니다. 내가 마당으로 내려서니 묻는다. “아버지, 이 꽃은 왜 이렇게 많이 떨어져.”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꽃이 많이 떨어져. 떨어진 꽃송이는 나무 옆으로 던져 놓자.” 큰아이와 함께 커다란 꽃송이를 동백나무 줄기 둘레로 던져 놓습니다. 낱낱으로 흩어진 꽃잎도 하나씩 주워서 내려놓다가 아주 보드라우면서 다친 데 없는 꽃잎은 석 장 건사합니다. 책 사이에 꽂아 볼까 생각합니다. 이대로 말려도 무척 고울 테지요. 조그마한 상자에 동백꽃잎을 모으면 어떨까요. 올해부터 한 번 동백꽃잎을 모아 볼까 싶습니다. 어디 보자, 쓸 만한 예쁜 작은 상자가 어디에 있더라. 4347.3.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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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빛

 


  책 하나를 사이에 놓고 두 아이가 앉는다. 작은아이는 큰아이 곁에 붙어서 알짱거린다. 큰아이는 동생한테 책에 나오는 이야기와 글을 읽어 준다. 작은아이는 딴짓을 하며 놀아도 누나 곁에 붙어서 놀고 싶다. 큰아이는 책을 들여다볼 적에는 동생이 옆에 달라붙어서 얼쩡거리면 성가시다. 웬만해서는 동생이 무엇을 하든 아랑곳하지 않으나, 자꾸 밀치거나 건드리면 싫다. 앞으로 작은아이도 책놀이에 빠져들면 누나 옆에 나란히 앉거나 엎드려서 조용하고도 얌전히 있을 테지. 아직 몸을 많이 써서 뛰놀고 싶으니, 누나가 책을 못 보게 들쑤시고 싶을 테지. 누나가 입던 옷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동생인 만큼, 책놀이 또한 동생이 곧 고스란히 물려받으리라 느낀다. 4347.3.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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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29. 2014.3.30.ㄴ 봄볕 책읽기

 


  큰아이가 평상에 엎드려 책을 읽는다. 좋다. 보기에도 좋고 다 좋다. 봄볕이 큰아이 등판을 어루만진다. 봄볕이 후박나무와 동백나무와 초피나무를 어루만진다. 봄볕이 우리 집 마당 쑥밭이며 돌나물밭을 어루만진다. 봄볕은 모두 어루만진다. 그러니 모두 다 좋다. 오늘 하루가 더없이 싱그러이 빛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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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28. 2014.3.30.ㄱ 세발자전거 책읽기

 


  아이들 어머니가 세발자전거에 앉아서 만화책을 본다. 작은아이가 마당에서 다른 놀이를 할 적에 세발자전거를 살짝 빌려 탄다. 봄볕이 좋아 마당에서 책을 읽기에도 좋다. 봄볕이 따스해 들이나 숲에 깃들어 풀내음을 맡기에도 즐겁다. 봄에는 무엇을 해도 모두 아름답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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