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과 제비



  우리 집 처마에 깃든 제비가 빨랫줄에 내려앉아서 노래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돌아본다. 우리 식구가 안 보거나 못 보았을 적에 빨랫줄에 앉았을는지 모른다. 아마 그렇겠지. 부엌으로 가다가 마루에서 바깥을 내다본다. 가까이에서 제비 노래가 들려 내다보니 빨랫줄에 앉았다. 한참 그대로 서서 제비 몸짓을 들여다본다. 제비는 시골집 처마 밑에 둥지를 틀어 살아가지만, 막상 사람이 가까이 다가서면 휙 날아간다. 새끼 제비는 막 날갯짓을 익힐 무렵에 사람이 가까이 있어도 휙 날아가지는 않는다. 날갯짓이 아직 서투니 그렇기도 할 텐데, 어미 제비와는 달리 사람을 물끄러미 구경하곤 한다.


  제비가 하늘을 가르며 날 적에는 날개를 활짝 펼친다. 빨랫줄에 앉아서 깃을 여미는 모습을 바라보니 몸집이 참 작다. 작은 몸짓이지만 날개를 펼치면 제법 커 보이고, 빠르면서도 홀가분하게 하늘을 가로지르는구나. 제비는 읍내나 면소재지에도 집을 짓고, 예전에는 도시에서도 살았지만, 이제는 느긋하게 지낼 만한 시골마을이 무척 드물다. 우리 집처럼 풀도 돋고 나무도 자라서 벌레가 꼬이고 나비가 깨어나는 데가 아니라면 살기가 만만하지 않을 테지. 4347.5.1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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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4.5.12. 큰아이―긴머리 되고 싶어



  큰아이는 긴머리가 되기를 바란다. 왜 긴머리를 바랄까. 만화책이나 영화에 나오는 여자는 으레 긴머리를 나풀나풀 날리기 때문일까. 긴머리가 되고 싶은 큰아이는 언제나 제 모습을 길디긴 머리카락으로 그린다. 머리카락이 땅바닥에 닿도록 길게 그린다. 생각해 보면, 우리 겨레뿐 아니라 지구별 거의 모든 겨레는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았다. 사내와 가시내를 머리카락으로 가르지 않았다. 누구나 긴머리였고, 긴머리를 땋거나 엮으며 살았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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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아이 그림에 마무리 (2014.5.12.)



  큰아이가 그림을 그린다. 작은아이와 나는 별바라기 놀이를 마당에서 한다. 한참 놀다가 들어오니, 큰아이가 그림 하나를 그린 뒤, 바탕에 무언가 더 그리려다가 그만두고 새로 그림을 더 그린다. 큰아이가 그리다가 그친 그림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대로 둘 수도 있지만 살짝 허전하다. 그래서, 하늘에 구름만 있기보다, 아이가 선 땅에 풀이 푸릇푸릇 돋아 싱그러운 바람이 불기를 바라면서 여러 가지 풀을 그려 넣는다. 풀을 그린 뒤 나무를 그릴까 하다가 꽃을 그리기로 한다. 큰아이가 묻는다. “왜 꽃을 그려? 왜 꽃을 많이 그려?” “벼리 마음에 언제나 꽃내음이 맑게 흐르라고.” 꽃을 다 그리고서 구름에 무늬를 입힌다. 구름에 무늬를 다 입히고는 하늘을 알록달록하게 바른다. 온갖 빛이 골고루 어우러진 아름다운 삶이 되기를 바라면서.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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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82) 존재 182 : 보의 존재


원흉은 역시 다마 강 주변의 뉴타운 개발, 그리고 보의 존재에 있었다 … “아무리 조사해도 열다섯 종류밖에 없습니다.” … 나는 그 말을 즉시 정정해 주었다. ‘열다섯 종류밖에’가 아니라 ‘열다섯 종류나’ 존재하는 것이라고

《야마사키 미쓰아키/이정환 옮김-강물의 숨소리가 그립다》(RHK,2013) 36, 68쪽


 보의 존재에 있었다

→ 보 탓이었다

→ 보 때문이었다

→ 보가 있기 때문이었다

→ 보가 있는 탓이었다

 열다섯 종류나 존재하는

→ 열다섯 가지나 있는

→ 열다섯 가지나 사는

→ 열다섯 가지나 헤엄치는

 …



  물고기가 열다섯 가지밖에 ‘없다’는 말을 바로잡아 주었다는데 열다섯 가지나 ‘있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물고기는 열다섯 가지 있습니다. 물고기는 냇물에서 열다섯 가지가 헤엄칩니다. 열다섯 물고기가 삽니다.


  보가 있어서 자꾸 말썽이 생긴다지요. 그러면 보 때문에 말썽이 생겨요. 보가 있는 탓에 말썽이 불거집니다. 무엇이 있을 때에 아름답고, 무엇이 없을 때에 즐거운가를 곰곰이 돌아봅니다. 4347.5.13.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러한 까닭은 아무래도 다마 강 둘레에 만든 새도시, 그리고 보 때문이었다 … “아무리 살펴도 열다섯 가지밖에 없습니다.” … 나는 그 말을 바로 고쳐 주었다. ‘열다섯 가지밖에’가 아니라 ‘열다섯 가지나’ 있다고


‘원흉(元兇)’은 “못된 짓을 한 사람들의 우두머리”를 뜻한다고 해요. 보기글에서는 “이러한 까닭은”이나 “이러한 잘못은”이나 “이러한 말썽은”으로 손질합니다. ‘역시(亦是)’는 ‘또한’이나 ‘아무래도’나 ‘이와 마찬가지로’로 손보고, “다마 강 주변(周邊)의 뉴타운(newtown) 개발(開發)”은 “다마 강 둘레에 개발하는 새도시”나 “다마 강 둘레에 만든 새도시”로 손봅니다. ‘조사(調査)해도’는 ‘살펴봐도’나 ‘살펴도’로 다듬고, ‘종류(種類)’는 ‘가지’로 다듬으며, “-하는 것이라고”는 “-한다고”로 다듬어 줍니다. ‘즉시(卽時)’는 ‘바로’로 고쳐쓰고, ‘정정(訂正)해’는 ‘바로잡아’나 ‘고쳐’로 고쳐씁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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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든 나라는? - 먼먼 나라 별별 동물 이야기 네버랜드 지식 그림책 1
마르티나 바트슈투버 글 그림, 임정은 옮김 / 시공주니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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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88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

―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든 나라는?

 마르티나 바트슈투버 글·그림

 임정은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2009.2.25.



  마르티나 바트슈투버 님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든 나라는?》(시공주니어,2009)은 책이름 그대로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든 나라 이야기로 첫머리를 엽니다. 한국에서는 코끼리가 살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동물원이 아니라면 코끼리 똥을 볼 일이 없습니다. 코끼리가 눈 똥으로 어찌 종이를 만드느냐 하고 여길 만하지만, 코끼리는 풀만 먹어요. 풀만 먹기에 코끼리 똥은 섬유질이 가득하고, 이 똥을 잘 다스리면 얼마든지 종이를 얻는다고 합니다.


  우리가 쓰는 종이는 나무에서 얻습니다. 나무와 마찬가지로 풀을 잘 다루면 종이를 얻을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예부터 우리 겨레가 입던 옷은 풀에서 실을 얻었어요. 풀에서 실을 얻듯이 풀에서 종이를 얻을 만합니다.


  코끼리가 풀을 먹기에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얻는다면, 풀만 먹는 다른 짐승들이 누는 똥으로도 종이를 얻을 만해요. 사람도 풀만 먹는다면 사람이 누는 똥으로도 얼마든지 종이를 얻을 수 있을 테고요. 더 살핀다면, 코끼리이든 사람이든 아름답고 푸른 밥을 먹을 적에는 똥과 오줌은 쓰레기나 찌꺼기가 아니라 지구별을 살리고 삶을 살찌울 수 있는 밑바탕이 됩니다.



.. 프랑스에서는 사냥철이 되면 야생 돼지가 헤엄을 쳐. 믿을 수 없다고? 진짜야. 돼지가 수영을 한다니까! 야생 돼지는 사냥을 피해서 론 강을 건너 스위스까지 가. 정확하게 말하면 스위스의 제네바까지 가지. 제네바는 30년 전부터 사냥이 금지된 도시거든. 더 놀라운 사실은, 프랑스의 사냥철이 끝나면 돼지들이 다시 헤엄을 쳐서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거야 ..  (11쪽)






  프랑스에서 헤엄을 쳐서 스위스로 건너간다는 돼지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돼지는 한동안 고향을 떠나 다른 곳에서 지내야 합니다. 그나마 프랑스 돼지는 냇물을 따라 헤엄을 쳐서 사냥꾼 총질에서 벗어날 만합니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 살던 수많은 들짐승과 멧짐승은 사냥꾼 총질에서 벗어날 데가 없었습니다. 막개발과 자동차와 골프장과 공장 물결에서 벗어날 수 없었어요.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들짐승과 숲짐승과 멧짐승이 사라졌습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스스로 이 땅에서 함께 살아온 수많은 이웃을 죽이거나 없앴습니다. 게다가, 우리들은 짐승뿐 아니라 풀과 나무를 밀어서 없앱니다. 우리들은 짐승과 푸나무뿐 아니라 이웃에 있는 사람들까지 들볶거나 밟고 올라서려 해요.



.. 코알라가 즐겨 먹는 유칼립투스 잎은 물을 대신하기도 해. 코알라는 물을 따로 안 마시거든 ..  (19쪽)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요?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어떤 목숨일까요? 한국은 어떤 삶터가 될까요?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를 이웃으로 삼고, 누구와 동무로 지내는가요?


  풀을 뜯어서 먹는 짐승은 따로 물을 안 마셔도 됩니다. 왜냐하면, 풀은 물기가 가득하거든요. 물을 따로 마실 적에는 물이 좋기 때문이고, 물에서 얻을 기운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은 무엇을 먹을까요. 우리들은 흙에서 난 어떤 먹을거리를 밥상에 차리는가요. 우리들은 이 땅에서 무엇을 일굴까요. 우리들은 이 나라 이 땅에서 어떤 먹을거리가 자라도록 흙을 돌보거나 비료와 농약을 뿌리는가요.



.. 아이슬란드에서는 세 명 중 한 명 꼴로 말을 길러. 대개는 말을 그냥 놓아 기르는 편이라, 말들이 아주 튼튼해 ..  (42쪽)



  놓아 기르는 말이 튼튼합니다. 우리에 가두는 말은 안 튼튼합니다. 홀가분하게 자라는 아이들이 튼튼합니다. 학교와 학원 사이를 쳇바퀴처럼 돌아야 하는 아이들은 안 튼튼합니다. 즐겁게 뛰놀며 자라던 아이가 어른이 되면 튼튼하게 살아갑니다. 즐겁게 뛰놀지 못한 채 시험공부만 하다가 어른이 되면 하나도 안 튼튼하게 살아갑니다.


  지구별은 어떤 곳일까 헤아려 봅니다. 한국사람은 저마다 어떤 삶을 일굴 때에 즐겁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누구를 이웃으로 삼을 적에 아름다울까 곱씹어 봅니다. 이 땅 아이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낼 적에 맑게 웃고 노래하면서 하루를 빛낼 만한지 되뇌어 봅니다. 4347.5.1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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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queSong 2014-05-13 17:55   좋아요 1 | URL
코끼리 똥으로 농이를 난든 아하은?

파란놀 2014-05-14 07:03   좋아요 1 | URL
여럿 있답니다.
한국에서도 코끼리똥 종이를 수입해서
그림책을 만든 출판사도 있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