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45. 2014.6.10. 풀포기 꺾는 몸짓



  풀을 바라볼 줄 알고, 풀을 만질 줄 알며, 풀을 뜯을 줄 아는 풀순이. 풀을 먹을 줄 알고, 풀한테 말을 걸 줄 알며, 풀씨를 후후 날릴 줄 아는 풀순이. 풀순이는 풀내음을 맡으면서 산다. 풀순이는 풀빛을 사랑하면서 논다. 풀순이는 풀동무를 사귀고, 풀밥을 먹으며, 풀꿈을 꾼다. 우리들은 풀과 함께 노니까 언제나 풀놀이를 누리는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자전거쪽지 2014.6.10.
 : 여름이로구나


- 아이들과 자전거를 달리면서 새삼스레 생각한다. 아, 여름이잖아. 여름이네. 이제 참말 여름자전거가 되는구나. 들길을 달릴 적에는 논마다 물이 그득한 모습을 본다. 낮에는 드문드문 개구리 노랫소리를 듣는다. 어스름에는 차츰 소리가 높아지는 노랫소리를 듣는다. 찻길에서는 자동차에 밟혀 죽은 개구리를 더러 본다.

- 원산마을 앞을 지나갈 무렵 군내버스를 본다. 자전거를 달리다가 멈춘다. “벼리야, 저기 버스 있네.” “어디?” 아직 아이 눈에는 버스가 안 보인다. 그러다가 저 앞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버스를 느낀다. “아, 버스 있다! 보라야, 저기 버스야!” 군내버스는 우리 옆으로 가볍게 스치고 지나간다.

- 우체국에 닿아 소포를 부친다. 작은아이는 많이 졸렸는지, 우체국에 닿기 앞서 잠든다. 일어날까 싶어 살살 흔들지만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 그럼 너는 폭 자렴. 우체국을 나와 가게를 들른 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달린다. 동호덕마을 옆을 지날 무렵 큰아이가 “나 저 풀 꺾고 싶은데.” 하면서 툴툴거린다. “벼리야, 그 풀은 거기에만 있지 않아. 우리 집은 시골이야. 어디에나 있지.” 갑자기 자전거를 세울 수 없으니 천천히 빠르기를 줄여 ‘아이가 뜯고파 하는 풀’이 우거진 곳에 자전거를 세운다. 작은아이가 길게 하품을 한다. 자전거가 서니 작은아이도 잠을 깨나.

- 일곱 살 아이는 시멘트도랑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망설인다. “다리를 쭉 뻗으면 돼. 괜찮아. 안 빠지고 안 떨어져.” 큰아이는 살짝 더 망설이다가 다리를 뻗는다. 시멘트도랑 건너편에 발이 닫는다. 아무렴, 네가 못 할 만한 일을 하라고 시키겠니. 다리를 걸쳐서 풀을 한 포기 뜯는다. 하하 웃으면서 달려오더니 수레에 앉은 동생한테 먼저 건넨다. “자, 보라야, 너 가져.” 그러고는 다시 시멘트도랑에 다리를 쭉 뻗어 걸치고는 제 몫으로 하나를 뜯는다. 랄랄라 춤을 추며 샛자전거로 돌아온다. 샛자전거에 앉아 간지럼을 태우겠다면서 풀포기를 흔든다. 참말 재미난 여름이로구나. 자전거를 타기에도 놀기에도 좋은 여름이로구나.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자전거쪽지 2014.6.22.

 : 자다가도 일어나는 자전거돌이



- 작은아이는 “자전거 타자!” 하고 부르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졸다가도 눈을 번쩍 뜬다. 작은아이 자전거는 아직 수레라, 수레에 앉아서 바람을 쐬는 마실이지만, 수레에 앉아서 이웃마을 돌아보는 즐거움을 잘 안다. 큰아이도 어릴 적부터 수레에 앉아서 바람 쐬는 즐거움을 한껏 누렸다.


- 대문을 활짝 열고 자전거를 고샅으로 내놓으면,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방방 뛴다. 둘이서 겨루기라도 하듯이 저 앞 논자락까지 달리고는, 마을 어귀까지 또 달린다. 이러고는 다시 집 쪽으로 달린다.


- 서재도서관에 들러 책을 옮겨 놓는다. 밖으로 나와 자전거를 달린다. 어디를 가면 좋을까. 어디까지 달릴까.


- 엊저녁에 고흥으로 돌아왔다. 유월 17일에 두 아이는 어금니를 갈고 쇠를 박았다. 여러 날 일산과 인천을 거쳐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큰아버지하고 놀았고, 21일에 느즈막하게 고흥집에 왔다. 아이들도 퍽 고단한 티가 나지만 뛰놀면 새롭게 기운이 나는 듯하다. 면소재지에 닿으니 큰아이가 외친다. “놀이터 가요!” “배고프지 않니? 저녁 먹어야 하지 않을까?” “음, 그럼 세 개만 놀아요.” ‘세 개’는 뭔 소리일까. 집으로 가서 얼른 밥을 차릴까 하고 생각하다가 면소재지 초등학교 놀이터로 간다. 두 아이는 신난다. 미끄럼을 타고 시소를 탄다. 모래밭에서 콩콩 뛴다. 너희한테는 밥보다 놀이가 더 좋을는지 모르겠다. 아니, 너희한테는 밥보다 놀이가 더 좋겠지. 놀면 배고프지 않고, 놀면 새 힘이 솟겠지.


- 작은아이는 꽤 배고플 텐데 씩씩하게 잘 논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작은아이는 수레에서 잠든다. 큰아이도 배고플 테지만 잘 놀았는지 배고픈 티를 내지 않는다. 집에 닿아 큰아이더러 낮에 남긴 밥을 먼저 먹으라 이르고는 새 밥을 차린다. 작은아이는 안아서 방에 눕혀도 깨지 않는다. 살짝 눈을 뜨고는 “내 (장난감) 자동차.” 하고 한 마디 하더니 그대로 곯아떨어진다. 작은아이가 잠에서 깨면 바로 밥을 먹일 수 있도록 밥상을 꾸린다. 나는 땀을 훔치면서 씻고 빨래를 한다.


(최종규 . 2014 - 자전거와 함께 살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고미 타로 님 그림책 《송아지의 봄》을 집안에 두니 아이가 곧잘 꺼내어 읽는다. 수수한 빛이 곱게 흐르는구나 생각하면서 고미 타로 님 그림책을 살피다가 《이럴 때 너라면?》이 새로 한국말로 나온 소식을 본다. 그리고, 2003년에 처음 나온 《송아지의 봄》은 판이 끊어졌다는 소식을 본다. 어느덧 열 해가 넘게 흘렀으니 옛 그림책은 판이 끊어질 수 있겠지. 이러면서 새 그림책이 태어날 수 있으면 반갑지. 어느 그림책이라 하더라도 그린이 숨결과 마음씨가 차근차근 깃들리라 본다. 그림책 《이럴 때 너라면?》은 갈래길 앞에 설 적에 어떻게 할는지 스스로 길을 찾으라고 이끄는데, 참말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즐거울까. 판이 끊어진 책을 헌책방을 살펴서 찾아내어 읽으라고 하면 즐거울까, 새로 나온 책을 새책방에서 손쉽게 장만해서 읽으라고 하면 즐거울까? 나는 내 이웃한테 어떤 책을 찾아서 읽으라고 말하면 즐거울까? 내 이웃은 고미 타로 그림책 가운데 어느 책을 찾아서 읽을 때에 즐거울까? 4347.6.2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이럴 때 너라면?- 고미 타로의 선택 수업, 2015 아침독서신문 선정, 2015 오픈키드 좋은그림책 목록 추천도서, 2014 SK 사랑의책나눔 선정
고미 타로 글.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4년 6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4년 06월 24일에 저장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송아지한테 봄이 찾아온다. 그림책 《송아지의 봄》을 읽는다. 글이 짧고 그림이 쉽다. 일곱 살 아이는 깔끔하게 읽고, 네 살 아이는 곁에서 나긋나긋 듣는다. 나도 일곱 살 아이가 읽는 이야기를 듣는다. 송아지한테는 어떤 봄이 찾아올까. 송아지는 어떤 봄을 부를까. 그나저나, 오늘날 일본에서나 한국에서 송아지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오늘날 현대 문명사회에서 송아지란 무엇일까. 소한테 쟁기를 얹어 땅을 일구는 사람이 눈에 뜨이도록 거의 다 사라졌는데, 오늘날 송아지는 어떤 목숨일까.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며 햇볕이 내리쬔다. 하루가 흐르고 달이 가며 철이 바뀐다. 송아지한테도 우리들한테도 삶이 아름답게 빛날 수 있기를 빈다. 4347.6.2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송아지의 봄
고미 타로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3년 9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4년 06월 24일에 저장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