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레 할머니의 비밀 꼬맹이 마음 42
우에가키 아유코 글.그림, 서하나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03



사랑으로 짓는 삶

― 스미레 할머니의 비밀

 우에가키 아유코 글·그림

 서하나 옮김

 어린이작가정신 펴냄, 2011.5.17.



  우에가키 아유코 님이 빚은 그림책 《스미레 할머니의 비밀》(어린이작가정신,2011)을 읽습니다. 아이들한테 읽히기 앞서 아버지가 먼저 읽습니다. 방바닥에 모로 누워서 천천히 살피며 읽는데,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옆에 달라붙습니다. 뭐야 뭐야 하면서 이 더운 여름에 두 아이는 찰싹 붙습니다. 나도 읽을래 나도 보여줘 하는 말에, 보고 싶으면 같이 보면 되지 하고 이야기합니다.


  일본사람 우에가키 아유코 님은 1978년에 태어났다 하고, 이 그림책은 일본에서 2008년에 처음 나옵니다. 그러니까, 그린이가 서른 살 무렵에 내놓은 그림책입니다. 서른 살 나이에 ‘할머니 이야기’를 그리다니, 재미있네, 하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린이는 서른 살 나이에 아이를 낳았을는지 모르고, 서른 살 무렵에 어릴 적 일을 떠올렸는지 모릅니다.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사랑과 할머니한테서 이어받은 생각으로 하루하루 즐겁게 일구던 삶을 이웃하고 나누고 싶었을는지 모릅니다.



.. 스미레 할머니는 바느질을 잘하기로 소문났어요. 옷은 물론 앞치마며 쿠션, 커튼까지 뭐든지 잘 만들어요 ..  (3쪽)





  그림책에 나오는 ‘스미레 할머니’는 바느질을 잘 한다고 합니다. 아마, 바느질뿐 아니라 뜨개질도 잘 하시리라 봅니다. 게다가, 밥하기라든지 빨래하기라든지, 집안을 건사하는 모든 살림을 잘 하시리라 봅니다. 그림책을 펼쳐도 알 만하거든요. 스미레 할머니가 지내는 집을 보면 아주 깔끔해요. 책도 가지런하면서 알뜰히 있고, 온 집안에 따사로운 기운이 감돕니다.


  그러니까, 스미레 할머니는 못 하는 일이 없는 분입니다. 스미레 할머니 손에 닿기만 하면 무엇이든 반짝반짝 빛이 나리라 느껴요. 스미레 할머니가 살그마니 쳐다보기만 해도 무엇이든 새롭게 빛이 나리라 느껴요.


  이리하여, 숲속 개구리는 스미레 할머니를 부릅니다. 도와 달라고 합니다. 직박구리도 스미레 할머니를 부르지요. 나비도 스미레 할머니를 불러요. 모두모두 할머니 손길을 기다리고 바랍니다. 모두모두 할머니 손길을 받으면서 새롭게 태어납니다.


  참말 그래요. 예부터 우리 겨레도 이런 말이 있는걸요.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고. 또 어머니 손은 약손이라고.


  할머니나 어머니가 약사나 의사는 아닐 테지만, 할머니나 어머니는 언제나 아이를 따순 사랑으로 보듬습니다. 그리고, 따순 사랑은 늘 아이들을 살찌웁니다. 따순 사랑으로 쓰다듬는 손길이 아픈 곳을 말끔히 낫도록 이끕니다.



.. 연못에 도착하자, 아기 개구리가 수련 잎을 가리키며 말했어요. “할머니, 제 침대가 찢어져 버렸어요. 고칠 수 있을까요?” “그럼, 그럼. 쉽지. 한번 고쳐 보자꾸나.” ..  (10쪽)



  스미레 할머니네 손녀는 할머니가 손수 떠 준 옷을 입고 춤춥니다. 손녀는 가게에서 사 입는 옷도 좋아할 테지만, 무엇보다 할머니가 손수 떠 준 옷을 몹시 좋아하리라, 아니 사랑하리라 느껴요. 할머니가 손수 떠 준 옷을 입으면서 하늘하늘 날아오를 테고, 할머니가 손수 떠 준 옷에 서린 사랑을 담뿍 받아먹으면서 날마다 즐겁게 노래할 테지요.





.. 할머니와 친구들은 거미가 살고 있는 커다란 떡갈나무로 갔어요. 직박구리가 부탁했어요. “거미야, 실 좀 나누어 주렴.” ..  (25쪽)



  사랑으로 짓는 삶입니다. 사랑으로 짓는 옷입니다. 사랑으로 짓는 밥입니다. 예부터 우리 겨레는 언제나 ‘짓는’ 삶입니다. 삶짓기를 합니다. 그렇지요? 집짓기·밥짓기·옷짓기예요.


  사람들은 집과 밥과 옷을 지으면서 사랑을 짓습니다. 권력을 짓지 않습니다. 전쟁이나 전쟁무기는 짓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흙도 지어요. ‘농사짓기’라고 하지요. 흙을 지어서 열매를 지어요. 흙을 지어서 나무가 우람하게 자라는 숲을 지어요.


  이리하여, 사람들이 글을 익혀서 쓸 적에도 ‘글짓기’인데, 그만 한국에서 글짓기는 뒤틀리고 말았어요. 사람들을 짓누르는 감옥과 같은 얼거리인 입시지옥에서는 글을 짓는 삶이 ‘시험점수 높이기’나 ‘반공 웅변’ 따위로 뒤바뀌었거든요.


  글을 ‘짓는’ 삶이 사그라들면서 사람들은 자꾸자꾸 ‘짓는 삶’과 멀어집니다.


  사랑짓기·꿈짓기·이야기짓기·노래짓기처럼, 차근차근 삶을 아름답게 짓는 길로 나아가야 할 텐데, 이렇게 나아가지 못합니다. 자꾸자꾸 쳇바퀴만 돌아요. 다달이 돈을 벌어야 하는 굴레에 스스로 갇혀요. 돈벌이 쳇바퀴에 스스로 갇히다 보니, 스미레 할머니처럼 옷짓기를 즐기지 못합니다. 스미레 할머니처럼 옷짓기를 즐기지 못하다 보니, 딸아들한테뿐 아니라 손녀한테도 옷을 손수 지어서 선물하는 사랑을 누리지 못해요.



.. “고마워요, 할머니!” 손녀가 원피스를 입고 빙글빙글 돌았어요. 수를 놓은 실이 반짝반짝 빛났지요. 마치 빗방울이 튀어오르는 것 같았어요 ..  (30쪽)



  글을 지어 책을 짓습니다. 책을 지어 도서관과 책방을 짓습니다. 도서관과 책방을 지어 마을을 짓습니다. 마을을 지으니 지구별을 아름다운 사랑이 가득한 꿈터로 짓습니다.


  노래를 지어 춤을 짓습니다. 춤을 지어 이야기를 짓습니다. 이야기를 지어 사랑을 짓습니다. 사랑을 지어 아이를 낳고, 사랑으로 지은 아이와 하루하루 오순도순 지내면서 꿈을 짓습니다.


  우리 곁에는 어디에나 스미레 할머니가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하루이틀 나이를 먹으면서 스미레 할머니가 됩니다. 4347.6.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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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6-28 00:14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이 책 참으로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딱 첫 장부터 스미레 할머니의 방 모습에 화르륵, 마음을 뺏겼구요.
제가 딱, 이런 방을 너무나 좋아해서요~ㅎㅎ

그림도 이야기의 빛도 모두, 참 예쁘고 아름다운 책이지요~?^^
그런데 이 책을 함께살기님의 고운 느낌글로 보니 한층 더 즐겁습니다~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이상하게도 직접 보았던 그림책의 그림들보다
함께살기님의 느낌글에 있는 사진으로 찍은 그림들이 더 아름다우니 신기합니다~*^^*

파란놀 2014-06-28 06:52   좋아요 0 | URL
아마도
저는 그림책 여러 대목 가운데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서 바라보면 즐겁겠구나 하는 느낌으로
사진을 찍으니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어요 ^^

때때로 절판된 그림책이 있기에,
절판된 그림책을 장만할 수 없는 분들로서
제가 찍어서 함께 걸치는 사진으로라도
이 그림책을 누려서
나중에 헌책방에서 기쁘게 찾아내시기를 바라기도 하고요.

스미레 할머니 그림책은
그야말로 '전체 화면을 그대로' 보여줄 때에
가장 고운 빛이 드러나는구나 하고 느꼈어요.

더없이 사랑스러운 그림책을
이 작가 분이 '할머니 나이'가 아닌
'서른 살 나이'에 알뜰히 그린 대목이
참으로 놀랍고 재미있어요.
 


 알량한 말 바로잡기

 (449) 무리 1 : 해결책이란 무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됐다. 문제는 공장 안에서 일어났는데 공장 밖에서의 해결책이란 무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같이 행동할 수 있을만큼 청년회가 독자적 활동을 하고 있지는 못한 것 같았다

《청춘 1집》(공동체,1985) 15쪽


 공장 밖에서의 해결책이란 무리이기

→ 공장 밖에서 실마리를 찾기란 어렵기

→ 공장 밖에서 풀이법을 찾기란 힘들기

→ 공장 밖에서 풀 길을 찾기란 벅차기

→ 공장 밖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없기

 …



  어려운 일이 있어요. 힘든 일도 있습니다. 어려운 일은 ‘어렵’습니다. 힘든 일은 ‘힘듭’니다. 벅차다 싶으면 ‘벅차’겠지요. 어느 때에는 까마득하거나 아찔합니다. 어느 때에는 힘겹거나 힘에 부칩니다.


  한자말 ‘무리(無理)’는 “도리나 이치에 맞지 않거나 정도에서 지나치게 벗어남”을 뜻한다고 합니다. 예전 한국말사전에서는 ‘무리’를 “하기 곤란함”으로 풀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곤란(困難)’도 한자말이고, 이 낱말은 “사정이 몹시 딱하고 어려움”을 뜻해요. 그러니까, 한자말 ‘무리 = 어려움’인 셈입니다.


  글흐름에 따라 ‘억지’나 ‘어거지’ 같은 낱말을 넣을 수도 있어요. “그건 내 능력으로는 무리이다” 같은 글월은 “그 일은 내 힘으로는 못 한다”라든지 “그 일은 내 힘이 닿지 않는다”처럼 손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화를 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같은 글월은 “그렇게 성을 낼 만도 하다”라든지 “그렇게 성을 내는 일도 잘못이 아니다”처럼 손볼 만합니다. 4335.2.16.흙/4347.6.2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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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풀리지 않은 까닭은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이 일은 공장에서 일어났는데 공장 밖에서 실마리를 찾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같이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청년모임이 제힘으로 씩씩하게 서지 못한 듯했다


‘문제(問題)’는 이 글에서 그대로 둘 만하지만, ‘이 일’이나 ‘일’이나 ‘그 일’로 손볼 수 있습니다. “해결(解決)되지 않는 것은”은 “풀리지 않는 까닭은”이나 “풀지 못하는 까닭은”으로 손보고, “당연(當然)한 것으로 생각됐다”는 “마땅하다고 생각했다”로 손보며, “공장 안에서 일어났는데”는 “공장에서 일어났는데”로 손봅니다. “공장 밖에서의 해결책(解決策)이란”은 “공장 밖에서 풀 길을 찾기란”이나 “공장 밖에서 실마리를 찾기란”으로 손질하고, ‘행동(行動)할’은 ‘움직일’로 손질하며, ‘청년회(靑年會)’는 ‘청년모임’이나 ‘젊은이 모임’으로 손질해 줍니다. “독자적(獨自的) 활동(活動)을 하고 있지는 못한 것 같았다”는 “홀로 서지 못한 듯했다”나 “씩씩하게 굴러가지는 못한 듯했다”나 “제힘으로 씩씩하게 서지 못한 듯했다”로 다듬습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05) 무리 2 : 무리예요


사실 아직 변신도 못해서 사람 사는 곳에 가기는 무리예요

《배유안-분황사 우물에는 용이 산다》(파란자전거,2010) 18쪽


 사람 사는 곳에 가기는 무리예요

→ 사람 사는 곳에 가기는 어려워요

→ 사람 사는 곳에 가기는 힘들어요

→ 사람 사는 곳에는 못 가요

→ 사람 사는 곳에는 갈 수 없어요

 …



  어린이가 읽는 동화책에 ‘무리’ 같은 한자말을 써도 될까 헤아려 봅니다. 어린이한테 우리 어른들이 ‘사실’ 같은 한자말을 이음씨로 쓴다거나 ‘변신’ 같은 한자말을 들려주어도 될 만한지 생각해 봅니다.


  어른들한테는 이만 한 한자말은 제법 익숙하다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어른들한테 익숙하다 할 만한 이런 한자말은 얼마나 쓸 만한지 궁금해요. 어른들은 언제부터 이 같은 한자말을 익숙하게 받아들였는지 궁금합니다.


  어린이문학에 쓰는 말이든 어른문학에 쓰는 말이든, 언제나 먼 앞날을 내다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먼 앞날과 오늘을 바라보고, 지난날 흐름을 나란히 살피면서 가장 아름답고 맑게 가다듬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6.2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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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직 몸을 바꿀 줄 몰라서 사람 사는 곳에는 못 가요


‘사실(事實)’은 글 첫머리에서 이음씨처럼 넣었습니다. 이때에는 ‘그런데’나 ‘그렇지만’으로 손질해야 알맞습니다. “변신(變身)도 못해서”는 “몸을 바꾸지 못해서”나 “몸을 바꿀 줄 몰라서”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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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04) 시작 45 : 새로 시작하자

산예가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 물에서 나온 지 오래되어서 힘이 달리기 시작했어요 … “그래, 새로 시작하자. 오늘부터 다시 백일기도를 드리자.”
《배유안-분황사 우물에는 용이 산다》(파란자전거,2010) 55, 94, 109쪽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 천천히 이야기를 했어요
→ 천천히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 천천히 이야기를 꺼냈어요
 힘이 달리기 시작했어요
→ 힘이 달려요
→ 힘이 달리려고 해요
→ 힘이 조금씩 달려요
 새로 시작하자
→ 새로 하자
→ 새로 해 보자
→ 처음부터 새로 하자
 …


  한자말 ‘시작’은 어느 자리에서나 군더더기이기 일쑤입니다. 이 낱말은 아예 안 넣어야 글흐름이 매끄럽습니다. 또는, 다른 낱말을 넣어야 알맞습니다. 이야기를 처음 꺼낸다고 하면 ‘처음 꺼낸다’고 하면 되고,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하면 ‘들려준다’고 하면 됩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천천히 이야기했어요”라 적을 수 있고, “천천히 말문을 열었어요”라 적을 만합니다.

  어떻게 보면 오늘날 사람들은 한자말 ‘시작’을 도움움직씨처럼 쓴다고까지 할 만합니다. 그러나 잘 헤아려 보셔요. ‘시작’이라는 한자말을 한국사람이 쓴 지는 아직 백 해조차 안 됩니다. 예전에는 이런 한자말을 쓰던 한국사람이 없습니다.

  글을 쓰면서 더 많은 한자말을 집어넣을 수 있어야 글멋이 나지 않습니다.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알맞게 다스리면 됩니다. 한자말을 알아야 글을 쓸 수 있지 않아요. 4347.6.27.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산예가 천천히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 물에서 나온 지 오래되어서 힘이 달립니다 … “그래, 새로 하자. 오늘부터 다시 백 날 동안 비손을 드리자.”

‘기도(祈禱)’라든지 ‘백일기도(百日祈禱)’ 같은 말은 언제부터 썼을까 궁금합니다. 한겨레는 예부터 두 손을 모아 어떤 일을 바랄 적에 ‘비손하다’라는 낱말을 썼습니다. 백 날에 걸쳐서 마음을 모아서 바랄 적에도 ‘비손하다’라는 낱말을 썼겠지요. 이 보기글은 백제 무렵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화에서 나옵니다. 그러니, 이러한 바탕과 흐름을 살핀다면, ‘백일기도’라는 낱말은 ‘백날 비손’이라든지 “백 날 동안 비손을 드리자”로 손질해야 알맞으리라 느낍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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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한테 들려주는 동화



  어린이문학상을 받았다는 작품을 읽다가, 요즈음 여러모로 널리 사랑받는다는 작품을 읽다가, 히유 하고 한숨을 쉽니다. 그러고 보니, 이 작품에서는 한숨 소리를 ‘휴’로 적습니다. 꽤 잘 팔리고 많이 읽히는 동화를 쓴다는 ㅂ이라는 분은 국어교사라 하는데, 이분은 ‘휴’가 일본말인 줄 느끼지 않습니다. 한숨 소리를 한국말로 옳게 적으려면 ‘후유’나 ‘히유’입니다. 동화를 쓰는 국어교사는 ‘微笑’ 같은 일본 한자말을 곧잘 쓰고, ‘急하다’라든지 ‘救하다’ 같은 한자말도 꽤 즐겨씁니다. 한국말로 ‘서두르다’라든지 ‘살리다’를 제대로 쓰지 못합니다. 조선이라든지 백제라든지 옛날을 발판으로 삼아 이야기꽃을 펼치려 하지만, 정작 그무렵 아이와 어른이 어떤 말로 삶을 밝히려 했는지를 생각하지 못하는구나 싶기도 하고, 요샛말로 어린이문학을 하면서도 한국말에 밝지 않습니다.


  어린이문학은 그냥 문학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어른문학도 이와 같아요. 문학은 문학으로 그치는 일이 없습니다. 문학은 늘 ‘말’로 짓습니다. 말로 짓는 문학이기에, 문학을 읽는 사람은 늘 ‘말을 배웁’니다. 문학이라는 틀로 담은 ‘말’을 읽으면서 이야기를 누리고 말을 새롭게 익혀요.


  문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아주 마땅히 ‘말을 말답게 가눌’ 줄 알아야 하며, 한국에서 문학을 하는 사람은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더욱이, 어린이문학을 한다면 말을 훨씬 깊고 넓게 바라보면서 다스릴 줄 알아야 합니다.


  글솜씨가 있기에 문학을 할 수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문학은 솜씨자랑이 아니거든요. 글재주가 있대서 문학을 잘 하지 않습니다. 아주 마땅하게도, 문학은 재주잔치가 아니니까요.


  문학은 말꽃이면서 이야기꽃입니다. 말이 곱게 피어나는 꽃처럼 되도록 가꿀 문학입니다. 이야기가 눈부시게 피어나는 꽃처럼 되게끔 돌볼 문학입니다. 이를 헤아리지 않는다면, 어린이문학으로서 어떤 값어치가 있을까 궁금합니다.


  모든 문학은 우리를 가르칩니다. 어른문학이건 어린이문학이건 늘 가르침(교훈)을 담습니다. ‘교육 효과가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떤 문학이건 삶을 보여주기 때문에, 삶을 읽는 사람(독자)은 이웃을 느끼고 나 스스로를 톺아볼 수 있습니다. ‘문학을 읽으면서 삶을 배운다’는 뜻입니다.


  다만, ㅂ이라는 작가 한 사람을 나무랄 일이 아닙니다. 오늘날 어린이문학을 하는 분들이 한국말을 제대로 배우거나 살피거나 바라보지 않습니다. 오늘날 어른문학을 하는 분들은 더더욱 한국말을 제대로 안 배우거나 제대로 안 살피거나 제대로 안 바라봅니다. 그러면, 문학은 어떤 빛이 될까요. 말빛이 없는 문학이라면, 말꽃으로 피어나지 못하는 문학이라면, 이런 문학은 우리 삶에 어떤 빛이 될 만한가요. 4347.6.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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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43] 하얀눈이



  곁님이 아이들한테 만화영화를 보여줍니다. 무슨 만화영화인가 하고 기웃거리니 ‘백설공주’입니다. 그런데 곁님은 아이들한테 ‘백설공주’라는 이름을 안 쓰고 ‘하얀눈이’라는 이름을 씁니다. ‘하얀눈이’가 뭔가 하고 생각하다가 아하 하고 깨닫습니다. 그래요, 만화영화에 나오는 아이는 ‘하얀눈이’로군요. 아무래도 일본을 거쳐서 들어왔을 작품인 ‘백설공주’일 텐데, 이 작품을 지난날 한국 작가와 번역가와 어른은 그저 한자로 ‘白雪公主’라 썼을 뿐입니다. 아이들 어느 누구도 하얗게 내리는 눈을 ‘백설’이라 말하지 않지만, 어른들은 구태여, 어른들 가운데에서도 학교를 다니거나 책 좀 읽었거나 지식이 있다고 여기는 이들은 굳이, ‘백설’이라 읊습니다. ‘흰눈’도 ‘하얀눈’도 말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한국말사전을 들추면 ‘白雪’이라는 한자말만 덩그러니 실리고, 한국말은 안 실려요. 하얗게 내리는 눈이기에 ‘하얀눈·흰눈’이요, 하얗게 내리는 눈처럼 고우면서 환한 빛을 가슴에 품은 아이인 터라 ‘하얀눈이’입니다. 4347.6.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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