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으로 둘이 함께 나들이



  헌책방으로 둘이 함께 나들이를 하면 어떤 느낌일까. 책을 퍽 좋아하는 이라면 늘 가는 곳이니 새삼스러울 일이 없을는지 모른다. 책을 썩 안 좋아하는 이라면 왜 새책방이 아닌 헌책방이라는 곳에 굳이 가느냐고 여길는지 모른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면,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내가 읽을 책’ 말고 ‘짝꿍이나 동무한테 선물하고 싶은 책’을 살필 수 있다. 책을 안 좋아하는 이하고 나들이를 왔다면, 헌책방에서만 남달리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만하다.


  그저 구경만 하려고 헌책방에 들를 수 있다. 헌책방이라는 곳을 ‘나들잇길’ 가운데 하나로 삼을 수 있다. 공원에 가듯이 헌책방에 갈 수 있고, 두 사람 사이를 밝힐 만한 이야기책을 헌책방에서 찾아보려고 할 수 있다. 꼭 새로 나온 책에서만 ‘사랑을 밝히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먼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어떤 넋과 숨결을 담아서 ‘사랑을 밝히는 이야기’로 엮었는지 돌아볼 수 있다.


  나는 어버이로서 아이를 데리고 헌책방으로 나들이를 한다. 젊은이라면 이녁 짝꿍을 데리고 헌책방으로 나들이를 할 수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서로 손을 맞잡고 천천히 거닐면서 헌책방으로 나들이를 할 수 있다. 아저씨와 아주머니도 꼭 술집이나 노래방만 가야 하겠는가. 아저씨와 아주머니도 헌책방으로 놀러와서 책과 놀 수 있다. 어린이와 푸름이도 헌책방으로 마음을 쉬러 나들이를 할 수 있다. 4347.7.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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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07) 시작 46 : 삶을 시작하려는

새로운 인격으로 삶을 시작하려는 이때 알 수 없는 무력감만이 남아 있었다
《마츠야마 하나코/김부장 옮김-아이 실격 1》(애니북스,2013) 8쪽

 삶을 시작하려는 이때
→ 삶을 열려는 이때
→ 삶에 첫걸음을 떼려는 이때
→ 새 삶을 맞이하려는 이때
→ 첫 삶을 마주하려는 이때
 …


  아기로 태어난 사람은 삶을 새로 엽니다. 그러니까, “삶을 새로 열기”예요. “새 삶 열기”라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삶 맞이”나 “첫 삶 마주하기”입니다. 우리가 저마다 처음으로 맞이하면서 누리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누구나 처음으로 맞아들이는 삶은 어떤 빛일까요. 즐겁게 바라보면서 기쁘게 이야기할 수 있기를 빕니다. 4347.7.7.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새로운 마음으로 삶을 열려는 이때 알 수 없이 기운이 쪽 빠지기만 했다

‘인격(人格)’은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뜻한다고 합니다. ‘품격(品格)’은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을 뜻한다고 합니다. ‘성품(性品)’은 “사람의 성질이나 됨됨이”를 뜻한다고 하며, ‘성질(性質)’은 “사람이 지닌 마음의 본바탕”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한자말 ‘인격’은 ‘마음씨’나 ‘마음밭’이나 ‘마음결’이나 ‘마음바탕’을 가리킨다고 할 테지요. “새로운 인격(人格)”은 “새로운 마음”으로 다듬습니다. “무력감(無力感)만이 남아 있었다”는 “힘이 쪽 빠지기만 했다”나 “기운이 몽땅 빠지기만 했다”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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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47) -의 : 이틀 뒤의 일


이틀 뒤의 일이다

《이경자/박숙경 옮김-꽃신》(창비,2004) 94쪽


 이틀 뒤의 일이다

→ 이틀 뒤 일이다

→ 이틀 뒤인 일이다

→ 이틀 뒤에 있던 일이다

→ 이틀 뒤에 일어난 일이다

 …



  어떤 일이 일어납니다. 오늘 일어나기도 하고, 하루 앞서 일어나기도 하며, 하루 뒤에 일어나기도 합니다. 보기글에서는 이틀이 지난 뒤 어떤 일이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조곤조곤 밝힌다면 “이틀이 지난 뒤 일어난 일”처럼 적을 수 있어요. 단출하게 밝히려 하면 “이틀 뒤 일이다”라든지 “이틀 뒤이다”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4347.7.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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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빛 사진



  나는 인천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그러나 인천에서 나고 자라는 동안 인천을 사진으로 찍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국민학교 6학년까지는 뛰노느라 바빴고, 중·고등학생 때에는 입시지옥에 시달리느라 고달팠습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다닐 적에는 내 앞길을 생각하느라 부산했어요. 이러다가 군대를 다녀오고 다시 신문배달 일을 할 적에 처음으로 사진을 익혔는데, 사진을 익혔어도 내 고향인 인천을 사진으로 담자는 생각을 한 차례조차 안 했습니다. 2007년에 고향으로 돌아가서 사진책도서관을 연 뒤 두 달이 지나고서야 비로소 ‘인천 골목’을 사진으로 찍자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인천 골목’을 사진으로 찍자고 생각한 까닭은, 어느 날 뜻밖에 인터넷에서 본 ‘나그네가 인천을 스치듯 지나가면서 출사로 찍은 인천 골목 사진’과 ‘인천에서 산다지만 정작 골목동네가 아닌 아파트에서 살면서 그림이 될 만한 모습만 얻으려고 찍은 인천 골목 사진’ 때문입니다. 나그네는 나그네라 할 테니까 스치는 눈길로 찍을 만합니다. 그런데, 인천사람이라면서 찍은 인천 골목 사진이 골목동네 사람들 삶과 아주 동떨어졌어요.


  사진은 무엇일까요.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할까요. 그럴듯하게 만드는 그림이 된다면 모두 사진이 될까요. 뭔가 남다르다 싶은 그림으로 보여주어야 사진이 될까요.


  골목을 찍든 아파트를 찍든 늘 같다고 느낍니다. 골목을 찍을 적에는 골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찍을 노릇입니다. 아파트를 찍을 적에는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찍을 노릇이에요.

  골목을 찍으니 더 대단하거나 눈부시거나 살갑거나 애틋한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아파트를 찍으니 더 안 대단하거나 안 눈부시거나 안 살겁거나 안 애틋한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사진은 마음으로 찍기 때문에,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찍든 마음을 어떻게 쏟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골목을 사진으로 찍는 사람이 꽤 많고, 인천 골목길에도 사진기를 걸치고 어슬렁거리는 사람이 참 많았지만, 이도 저도 다 ‘인천 골목’을 말하거나 이야기하거나 나누려는 사진하고는 동떨어진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나는 ‘인천에서 나고 자랐으며 오늘 바로 이곳 골목동네에서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사진을 찍기로 했습니다.


  인천 골목에서 찍는 사진은, 우리 식구가 시골로 떠나던 2010년 여름에 끝납니다. 시골로 삶터를 옮겼으니 더는 인천 골목에서 사진을 못 찍습니다. 사진기를 손에 쥔 저부터 느낌이 다르다고 알아차렸고, 시골에서 늘 지내니 인천까지 사진을 찍으러 갈 수도 없어요.


  인천에서 지내며 찍는 사진은 날마다 너덧 시간씩 골목마실을 하면서 일구었습니다. 너덧 시간 골목을 거닐며 사진을 찍자면 다리가 결리고 허리가 아픈데, ‘돌아갈 골목집이 있다’는 생각에 손가락에 힘이 남을 때까지 사진을 찍었어요. 갓난쟁이를 한손으로 안으면서 다른 한손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한여름에도 한겨울에도 사진을 찍습니다. 비가 오면 온몸이 비에 젖으면서 사진기만 비에 안 적신 채 찍습니다. 눈이 오면 손끝과 발끝이 얼어붙어 아프지만 꿋꿋하게 찍습니다.


  ‘아이 사진’을 찍을 적에도 이와 같아요. 내가 낳은 아이라서 내가 더 잘 찍을 수 있지 않습니다. 아이와 보내는 삶을 사랑스레 누릴 적에 제대로 찍습니다. 골목에서 살지 않더라도 골목동네 이웃을 내 몸으로 맞아들여 사랑으로 어깨동무할 적에 제대로 찍습니다. 대추리나 밀양이나 내성천이나 강정마을을 사진으로 찍을 적에도 이와 같아요. 나 스스로 얼마나 내 이웃으로 여기느냐, 여기에다가 나 스스로 얼마나 ‘그곳 마을사람이라는 넋’으로 마주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나는 내 고향 인천 골목을 사진으로 찍을 적에 늘 한 가지만 생각했습니다. ‘고향이 없는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인 인천’이라는 곳에서 ‘인천을 고향으로 여기면서 삶터를 사랑스레 가꾸는 사람들 마음빛’을 사진으로 담자고 생각했습니다.


  2009년 12월 27일 겨울날 눈이 펑펑 내리던 한낮에, 아침부터 골목을 돌며 사진을 찍느라 온몸이 얼어붙었는데, 한 장만 더 찍고 집으로 돌아가자며 골골거리다가 눈골목에서 노는 ‘어른 둘’을 보았습니다.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더 재미나구나 싶어 사진으로 몇 장 찍는데, ‘어른 둘’은 건너편에서 다가오는 이녁 동무만 바라보며 춤을 추었습니다. 나는 뒤에도 ‘어른 둘’을 사진으로 찍었고, 춤추던 ‘어른 둘’은 내 사진에 살가이 스며들어 주었습니다. 2009년을 마감하기 며칠 앞서, 이 사진 한 장을 얻으면서 내 마음밭에 흰눈이 소복소복 내렸습니다. 4347.7.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골목길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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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에 가 본 사람


  멋진 찻집에 가 본 사람은 안다. 멋진 찻집이 참말 얼마나 멋진 줄. 멋진 숲에 마실을 다녀온 사람은 안다. 멋진 숲이 어느 만큼 멋진 줄. 멋진 이웃을 만나서 이야기꽃을 피워 본 사람은 안다. 멋진 이웃이 그야말로 얼마나 멋진 줄.

  책방에 가 본 사람은 책방을 안다. 책방을 안 가 본 사람은 책방을 모른다. 복숭아꽃을 본 사람은 복숭아꽃을 안다. 복숭아꽃을 못 본 사람은 복숭아꽃을 모른다. 스스로 보고, 느끼며, 마음에 담아, 생각을 기울일 때에 알 수 있다. 못 보면 못 느끼고, 못 느끼기에 마음에 못 담아, 마음에 못 담으니 생각을 기울이지 못한다.

  사람들이 책방에 스스로 발걸음을 옮기기를 빈다. 한 달에 한 차례쯤이라도 책방마실을 할 수 있기를 빈다. 인터넷으로 책을 사더라도, 스스로 아주 아름답거나 사랑스럽다고 여기는 책이라면, 가까운 동네책방이나 먼 단골책방에 주문을 넣어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책마실을 할 수 있기를 빈다. 요즈음은 책 한 권조차 ‘무료배송’을 하지만 ‘부러 찻삯과 품과 겨를을 들여’ 책빛마실을 해 볼 수 있기를 빈다. 왜냐하면, 책방에만 책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책방에는 온갖 책이 어우러진 기운이 있고, 갖가지 책이 골고루 섞인 바람이 분다. 책방으로 찾아가는 동안 이웃을 만나고 마을을 살피며 내 두 다리를 느낀다. 책방에 서서 ‘내가 주문한 책’을 찾는 동안 내가 미처 몰랐던 아름다운 책을 만나곤 한다. 책방에 찾아가서 ‘내가 주문한 책’뿐 아니라 내가 이제껏 헤아리지 못했던 사랑스러운 책을 만나기도 한다.

  책방에 가 본 사람은 안다. 책을 사려면 책방에 가야 하는 줄. 책방에 가 본 사람은 안다. 책은 책방에서 빛이 나고, 책방에서 빛이 나는 책을 내 가슴에 고이 품으면서 밝은 노래가 흐르는 줄. 4347.7.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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