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이 아닌 넋을 읽는 이웃이 있다. 얼굴 생김새가 아닌 마음빛을 읽는 동무가 있다. 이들은 두 눈으로 옷차림을 살피지 않는다. 마음결이 흐르는 곳을 읽고, 마음자리가 드리우는 자리를 바라본다. 갓 태어난 아기한테는 어머니는 어머니이고 아버지는 아버지이다. 아기는 자라면서 어머니와 아버지를 어머니와 아버지로 여길 뿐이요,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할머니와 할아버지로 여길 뿐이다. 돈이 많대서 어머니를 좋아하거나 힘이 세기에 아버지를 따르지 않는다. 그저 어머니와 아버지를 살가이 아끼며 좋아한다. 동화책 《별이 뜨는 꽃담》을 읽는다. 놀이동무가 없던 아이는 손수레 할아버지를 동네에서 만난다. 아이는 할아버지 마음을 읽는다. 아이를 뺀 동네사람은 할아버지 차림새와 겉모습만 읽는다. 은행 일꾼은 할아버지가 내민 통장에 적힌 숫자를 읽는다.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그를까. 옳거나 그른 쪽은 없을 테지. 저마다 이녁 삶에 따라 읽을 뿐이니까. 그리고, 손수레 할아버지는 아이를 살가운 동무로 삼는다. 아이도 할아버지를 사랑스러운 동무로 느낀다. 두 사람은 날마다 새롭게 하루를 맞이하고, 아이가 새 동네로 떠나야 하면서, 이튿날부터 저마다 새로운 삶을 지으려고 기지개를 켠다. 4347.7.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별이 뜨는 꽃담
유타루 지음, 김효은 그림 / 시공주니어 / 2012년 7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14년 07월 17일에 저장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가스 떨어지다


  아이들과 먹을 낮밥을 한창 하는데, 갑자기 가스불이 꺼진다. 뭔가 하고 다시 켜지만 안 켜진다. 아차 벌써 다 썼나 하고 생각하며 살펴보니 참말 가스가 다 떨어졌다. 생각보다 가스가 빨리 떨어지는구나 싶다. 전화번호부를 뒤져 면소재지 가스집에 전화를 건다. 언제쯤 올 지는 알 수 없다. 광에서 버너를 꺼낸다. 끓이던 국을 마저 끓인다. 비는 하염없이 쏟아진다. 사흘 동안 해가 나고 하루쯤 비가 온다면, 닷새나 엿새쯤 해가 쨍쨍 내리쬔 뒤 하루쯤 비가 온다면, 이만 한 비면 딱 좋으리라 생각한다. 너덧새에 하루 비가 내리는 날씨가 숲에도 들에도 가장 즐거우리라. 빗소리를 들으며 밥을 짓는다. 4347.7.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시골살이 일기 64] 우리 집 딱새 두 마리

― 노래이웃



  우리 집에서 살듯이 지내는 딱새가 두 마리 있습니다. 처음에는 마당을 가로지르면서 다니지 않았으나 며칠 앞서부터 마당이고 섬돌이고 아무렇지 않게 뾰롱뾰롱 날아앉거나 콩콩콩 뛰어서 다닙니다. 한 마리인가 했으나 두 마리입니다. 한 마리는 수컷일 텐데, 다른 한 마리는 암컷일까요. 새끼를 까면서 모두 떠나고 빈 제비집에 깃들려나 궁금합니다. 후박나무에 둥지를 지었을까요, 풀숲에서 지내려나요.


  제비가 떠나고 없는 우리 집에 딱새가 날마다 노래를 베풉니다. 고마우면서 반갑고 사랑스러운 이웃입니다. 딱새는 노래이웃입니다. 딱새 두 마리는 노래동무입니다. 날마다 고운 빛으로 노래하면서 시골집에 밝은 기운을 나누어 줍니다. 4347.7.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책방 단골 되기



  ‘책방 단골’은 아무나 될 수 없다고 한다. 책방을 자주 드나드는 사람은 ‘자주 오는 손님’은 될 수 있으나 ‘책방 단골’이라는 이름을 얻지는 못한다. ‘단골’은 어떤 책손한테 붙이는 이름일까? 글쎄, 나는 어느 책방을 두고도 나 스스로 ‘단골’이라고 느끼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아가니, 시골에서는 달포에 한 차례 책방마실을 하기에도 만만하지 않다. 자주 드나들지 못하는 책방이기에 한 차례 찾아가더라도 책을 잔뜩 장만하기는 하지만, 단골은 ‘책을 많이 사들이는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얼추 열다섯 해쯤 앞서이지 싶은데, ‘책방 단골’을 놓고 ‘책방에 자주 오는 아저씨’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서울 용산에 있는 헌책방 〈뿌리서점〉이었다. 그곳을 날마다 드나드는 아저씨들이 꽤 많은데, 그분들이 서로 옥신각신 얘기를 주고받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서로 생각을 모두었다. 그분들이 말하는 ‘책방 단골’은 이렇다.


 ㄱ. 서른 해 넘게 드나들기

 ㄴ. 오천 권 넘게 장만하기


  어느 한 군데 책방에서 ‘단골’이라는 이름을 얻자면, 그 책방을 서른 해 넘게 드나들되, 그동안 책을 오천 권 넘게 장만해야 한단다.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한 군데 책방을 스무 해쯤 드나들었으면 아직 ‘단골’은 아니다. 스무 해 즈음 드나들었을 때에는 제법 자주 드나들었다고 할 만하지만, 아직 그 책방 속내까지 헤아리지는 못할 만한 햇수라 하겠지. 자주 드나든다고 하더라도 책을 어느 만큼 장만해서 읽지 않는다면, 그 책방이 어떤 책을 다루고 어떤 책으로 오래도록 책방살림을 꾸리는가를 알지 못한다고 할 만하다.


  나한테는 아직 ‘단골이라 할 만한 책방’이 없다. 왜냐하면, 아직 서른 해 넘게 드나든 책방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 드나든 책방은 스물세 해 드나든 곳이다. 이 다음으로는 스물두 해 드나든 곳이 있고, 스물한 해 드나든 곳이 꽤 많다. 앞으로 일곱 해는 더 있어야 나한테도 ‘단골 책방’이 생긴다. 나는 마흔일곱 살이 되어야 비로소 ‘단골 책방’을 이야기할 수 있구나. 4347.7.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



+



알라딘이 열다섯 돌이라 하는데,

나는 아직 알라딘에서도

열 돌이 안 되었다.


알라딘이라는 곳 단골이 되기에도

아직 스무 해가 남은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산들보라는 언제나 누나 곁에



  사름벼리가 도서관 골마루에 앉아서 책을 보는 매무새가 오늘 따라 새롭게 보여 사진으로 한 장 찍으려는데, 어느새 산들보라가 알아채고는 콩콩콩 누나 곁으로 달려가서 털푸덕 앉는다. 사진을 찍으려면 누나만 찍지 말고 저를 함께 찍으라면서 빙그레 웃는다. 요 녀석아, 언제 너를 안 찍었니. 너는 언제나 누나 곁에 찰싹 달라붙으면서 놀아야 하는 놈이로구나. 4347.7.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