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687) 모성적 1 : 어머니 같은 모성적


잡초가 어떻게 피망이나 여타의 작물들을 돕는지에 대해 그는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잡초는 스스로 채소에게 어머니 같은 모성적 보호자 구실을 하고 있었다

《조지프 코캐너/구자옥 옮김-잡초의 재발견》(우물이 있는 집,2013) 97쪽


 어머니 같은 모성적 보호자 구실을 하고

→ 어머니 같은 보호자 구실을 하고

→ 어머니 같은 구실을 하고

→ 어머니 구실을 하고

→ 어머니처럼 지켜 주고

→ 어머니처럼 보살펴 주고

 …



  ‘모성(母性)’이라는 한자말은 “여성이 어머니로서 가지는 정신적·육체적 성질”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 한자말에 ‘-적’을 붙인 ‘모성적(母性的)’은 “여성이 어머니로서 가지는 성질을 갖춘”을 뜻한다고 해요. 이러한 한자말을 쓰고 싶다면 쓸 수 있습니다만, 어머니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준다면 ‘어머니 모습’이요 ‘어머니 같은 모습’입니다. ‘낯빛’이라는 낱말이 얼굴에 드러나는 기운을 가리키는 만큼 ‘어머니빛’ 같은 낱말을 새로 지어서 “어머니다운 모습이 드러나는 일”을 가리킬 수 있어요.


  어머니는 ‘어머니’입니다. 어머니는 ‘모친(母親)’이 아닙니다. 아버지는 ‘아버지’입니다. 아버지는 ‘부친(父親)’이 아닙니다. 그리고, 어버이는 ‘어버이’일 뿐, ‘양친(兩親)’이 아니에요.


  ‘모성적’ 같은 낱말은 한국사람이 스스로 한국말을 옳게 못 쓰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어머니를 언제나 ‘어머니’라 말한다면 이런 한자말을 쓸 일이 없고, 보기글에서처럼 “어머니 같은 모성적 보호자” 같은 겹말을 쓸 일도 없습니다. 보호자라면 “어머니 같은 보호자”입니다. “어머니처럼 보살피는 사람”입니다. “어머니가 되어 돌보는 사람”이요 “어머니 마음으로 보듬는 사람”입니다. 4347.7.23.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풀이 어떻게 피망이나 다른 남새를 돕는지 그는 제대로 알지는 못했지만 풀은 스스로 남새를 어머니처럼 보살펴 주었다


‘잡초(雜草)’는 ‘풀’로 다듬고, “여타(餘他)의 작물(作物)들을 돕는지에 대(對)해”는 “다른 남새를 돕는지를”로 다듬으며, ‘정확(精確)히’는 ‘제대로’나 ‘또렷이’나 ‘올바로’로 다듬습니다. ‘채소(菜蔬)’는 ‘남새’로 손보고, “보호자(保護者) 구실을 하고 있었다”는 “보호자 구실을 했다”나 “지켜 주었다”나 “보살펴 주었다”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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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82. 숲에서 (2014.6.30.)



  더운 여름날 숲에서 놀자.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나무그늘로 찾아가자. 나무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고, 나무 곁에서 나무빛을 온몸으로 맞아들이자. 숲아, 우리들 왔어, 같이 놀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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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 나들이 차림새


  사름벼리는 요즈음 나들이를 다닐 적마다 차림새가 다르다. 이것을 꾸미고 저것을 걸친다. 누구한테 보여주려는 차림새일까 하고 생각할 만하지만, 누구한테 보여준다기보다 스스로 즐거운 차림새라고 느낀다. 몸을 꾸미거나 가꿀 적에는 바로 나를 바라보면서 꾸미거나 가꿀 테니까. 4347.7.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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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나무 무럭무럭 자란다



  골짜기에 어린나무가 무럭무럭 자란다. 큰나무가 떨군 씨앗이 땅에 떨어지면서 하나둘 싹을 틔운다. 모든 씨앗이 싹을 틔우지는 못한다. 다람쥐 먹이가 되는 씨앗이 있고, 개미 먹이가 되는 씨앗이 있다. 미처 흙에 닿지 못하거나 물살에 떠내려 가느라 땅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씨앗이 있다.


  도시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경제개발’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면서 두멧자락 작은 골짜기까지 ‘4대강사업’ 손길을 뻗는다. 이 바람에 골짜기를 이룬 돌과 흙과 숲이 망가진다. 참으로 끔찍한 노릇인데, 숲은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꺾인 나무도 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살아남은 큰나무는 조용히 씨앗을 떨군다. 한 해가 흐르면 이 씨앗 가운데 몇이 싹을 틔워 씩씩하게 자란다.


  앞으로 열 해가 흐르고 스무 해가 흐르면 새로운 숲이 되리라. 앞으로 쉰 해가 흐르고 백 해가 흐르면 놀라운 숲으로 거듭나리라. 오늘 이곳에 농약을 뿌리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쉰 해 뒤에는 농약을 뿌릴 사람이 없으리라 본다. 오늘 이곳에 삽차를 들이대어 마구 파헤치는 사람들이 있을지라도 백 해 뒤에는 골짜기에 삽차를 끌고 올 사람이 없으리라 느낀다.


  어린나무를 밟지 않도록 발걸음을 옮긴다. 4347.7.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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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66] 말없이 하는 항공방제

― 주는 대로 받는 삶



  아침 일곱 시에 마을 이장님이 우리 집에 찾아옵니다. 지난해에 있던 일 때문에 농협에서 ‘항공방제 못 하겠다’고 말한다는 이야기를 알려줍니다. 지난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려 봅니다. 그래요. 지난해 여름, 칠월 십일일에 항공방제 헬리콥터가 우리 집 마당으로 넘어왔습니다. 한창 볕이 좋아 아이들 옷가지하고 이불을 말리는데, 또 아이들이 마당에서 이불놀이를 하는데, 항공방제 헬리콥터가 갑자기 넘어오더니 농약을 쏴아아 뿌렸습니다. 깜짝 놀라서 아이들을 집안으로 들여 문을 모두 닫고 사진기를 챙겨서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을 먼저 찍었다면 항공방제 헬리콥터가 마당 위쪽으로 버젓이 들어온 모습을 담았겠지요. 그러나, 아이들이 먼저이기 때문에 아이들부터 더 농약에 안 맞도록 집안으로 들여서 문을 닫으려 했습니다.


  이장님한테 말씀을 여쭙니다. “이장님, 저희가 항공방제를 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잖아요. 지난해에는 저희 집 마당 위로 헬리콥터가 넘어와서 아이들이 농약을 맞았으니, 이 때문에 항의를 했어요. 마을에서 농약을 쳐야 한다면 쳐야 하는데, 농협 사람들이 저희를 핑계로 대면서 그렇게 말하면 안 돼요.”


  며칠 앞서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우리 집 울타리와 맞닿은 옆밭에 고추를 심은 면소재지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이녁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옆밭에 농약을 뿌립니다. 우리한테는 말도 안 하고 뿌립니다. 그런데 이녁 아이들은 짐차에 태우고 창문을 꽁꽁 닫습니다. 이녁 아이들은 짐차에서 내리고 싶으나 못 나오도록 합니다. 그러면서 버젓이 농약을 칩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마당에서 노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농약을 칩니다.


  적어도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저희 아이’한테만큼은 농약이 닿으면 안 되는 줄 압니다. 이웃 아이가 어떻게 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더라도 ‘저희 아이’는 생각합니다. 그러면, 더 생각을 이을 수 있어야 해요. ‘내 아이’한테만 농약이 나쁠까요? 농약을 듬뿍 머금은 고추를 따서 누가 먹을까요? 내다 팔기도 할 테지만, 이녁 식구들이 먹겠지요. 농약을 머금은 고추를 이녁 아이들도 고추장으로 먹을 텐데, 농약을 뿌릴 적에 짐차에 숨긴들 이 아이들이 ‘농약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이 농협에 돈을 내고 항공방제를 합니다. 논에 농약을 뿌리기 힘들기 때문에 항공방제를 합니다. 항공방제는 농약입니다. 이렇게 항공방제를 해서 나락을 거두면, 도시로 떠나 살아가는 이녁 딸아들과 손자 손녀한테 쌀을 부치실 테지요. 다시 말하자면, 도시로 떠나 살아가는 딸아들과 손자 손녀는 ‘항공방제 농약을 먹는 셈’입니다.


  농약을 써야 한다 말아야 한다, 와 같은 이야기는 할 마음이 없습니다. 그저 한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입니다. 농약을 뿌리면, 농약을 우리가 먹습니다. 농약을 안 뿌리면, 우리는 농약을 안 먹습니다. 모기를 잡는다며 모기약을 뿌리거나 무기향을 태우면 모기약과 모기향 기운을 우리가 고스란히 함께 먹습니다. 숲과 들과 바다와 냇물은 ‘우리가 그들한테 주는 것을 고스란히 우리한테 돌려줍’니다.


  그나저나 지난해에는 항공방제를 할 적에 면사무소에서 예고 방송을 며칠 앞서부터 했는데, 올해에는 예고 방송조차 없네요. 하기는, 지난해에도 예고 방송이 없이 항공방제를 곧잘 했습니다. 4347.7.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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