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노래 26. 오늘 하루



어머니는 마당 한쪽에

파를 심고

아버지는 울타리 곁에

복숭아나무를 심고

할머니는 텃밭에

배추랑 무랑 오이를 심고

할아버지는 무논에

이모 삼촌 큰아버지하고

푸르게 빛나는 모를 심고

구름은 하얗게 맑은 낯으로

그늘을 베풀며 지나가고

제비가 처마 밑에서 노래하다가

하늘빛으로 물들면서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하루.



2014.6.2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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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57] 빛과 삶



  날마다 씨앗을 심어

  언제나 새롭게 거두는

  이야기 한 톨은 빛



  빛(희망)이란 언제나 우리 가슴에 있다고 느껴요. 환한 빛도 우리 가슴에 있고, 가물가물 사라지려는 빛도 우리 가슴에 있구나 싶어요. 그리고, 빛과 함께 사랑과 꿈도 늘 우리 가슴에 있다고 느껴요. 이웃을 사랑하건 앞날을 꿈꾸건, 모든 사랑과 꿈은 우리 가슴에서 비롯하여 피어나는구나 싶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스스로 씨앗을 심으면 날마다 새롭게 열매를 거두어요. 아침에 일어날 적에 스스로 씨앗을 심지 않으면 하루가 흐르고 이틀이 지나도 아무런 열매를 거두지 못해요. 차근차근 날마다 스스로 심고 가꾸어 거두는 열매를 누리다 보면, 어느새 빛과 사랑과 꿈이 우리 둘레에 가득하리라 생각합니다. 4347.8.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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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 수 있는 책터 (사진책도서관 2014.7.27.)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에서는 뛰거나 달리면 안 된다고들 말한다. 뛰거나 달리면 안 될 까닭은 없을 테지만, 뛰거나 달리면, 조용히 책을 보는 사람들한테 거슬리기 때문일 테지. 그런데, 책에 깊이 사로잡힌 사람은 옆에서 누가 떠들거나 말거나 대수롭지 않다. 왜냐하면, 책만 바라보니까. 책만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은 자꾸 다른 데에 눈길이 간다.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지 못하는 사람은 둘레 흐름에 휘둘린다.


  둘레 흐름에 휘둘리는 사람은 책을 못 읽는다. 손에 쥔 책도 못 읽지만, 애써 손에 쥔 책을 읽는다 하더라도 고갱이나 알맹이를 슬기롭게 못 짚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도서관에서 누가 뛰거나 달리거나 대수롭지 않다. 노래를 하거나 담배를 태우거나 떠들어도 대수롭지 않다. 다만, 하나는 말할 수 있다. 도서관은 노래를 하는 곳이 아니고 떠드는 곳이 아니다. 노래를 하는 곳은 다른 곳이고, 떠드는 곳도 다른 곳이다. 도서관에서 이것도 저것도 못하게 막을 일은 없지만, 이것이나 저것을 하려면 굳이 도서관에 올 까닭이 없을 뿐이다.


  어릴 적부터 둘레 어른들은 으레 ‘학교 골마루에서 달리지 말’고 ‘교실에서는 조용히 있’으며 ‘도서관에서는 말소리를 내지 말’라 했다. 학교와 도서관에서는 언제나 귀머거리에 벙어리가 되어야 했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오로지 교과서만 들여다보아야 했다.


  국민학교를 다닐 때이든,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이든, 이런 말이 참 거북했다. 동무들이 놀거나 말거나 대수로울 일이 없다. ‘걔네들이 떠든’대서 내가 할 공부를 못 할 일이 없고, 내가 읽을 책을 못 읽을 일도 없다.


  중·고등학교 적을 돌아보면, 동무들이 교실에서 왁자지껄 떠들거나 말거나 나는 내가 읽을 책을 읽었는데, 이런 모습을 본 아이들이 “야, 넌 시끄럽지도 않냐? 어떻게 책을 읽냐?” 하고 묻기에, “너는 놀면서 책 읽는 사람을 쳐다보니? 책 읽는 사람은 노는 사람을 안 쳐다봐.” 하고 얘기해 주었다.


  우리 집 아이들이 우리 도서관에서 마음껏 뛰고 달리고 노래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살짝 가슴이 찡하다. 내가 어릴 적에 한 번도 할 수 없던 일을 우리 아이들이 하기 때문일까. 우리 아이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늘 놀 수 있고 노래할 수 있다는 기쁨을 누리기 때문일까.


  다시 어릴 적을 되새긴다. 국민학생이던 어느 때이다. 내가 교사한테 물었는지 다른 동무가 교사한테 물었는지 잘 떠오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는 또렷하게 떠오른다. “야, 이 녀석들아, 복도에서 뛰지 마!” “왜 복도에서 뛰면 안 돼요?” “찰싹!”


  교사들은 그저 못마땅했을 뿐이리라. 교사들은 그네들한테 얹힌 행정서류와 갖가지 고단한 일거리 때문에 힘들었을 뿐이리라. 교사들은 이녁이 맡을 아이가 예순이나 일흔이 넘기 일쑤였으니 언제나 골머리를 앓다가 지쳤을 뿐이리라. 그래서 쉬 손찌검을 하고, 아이들한테 제대로 말을 안 해 주었을 뿐이리라.


  도서관 문간에 기댄 나뭇가지에 풀개구리가 앉아서 쉰다. 작은아이는 걸상을 가지고 나와서 “나도 볼래! 나도 볼래!” 하고 노래한다. 풀개구리가 함께 사는 도서관이란, 얼마나 멋있고 예쁜가.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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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며칠 미루기



  거센 비바람이 며칠 몰아친다. 집 안팎으로 축축한 기운이 감돈다. 우리 집 아이들이 갓난쟁이였다면, 이런 날씨에도 바지런히 기저귀를 빨았으리라. 그러나, 큰아이가 일곱 살이요 작은아이가 네 살이니, 이제는 이런 날씨에 살며시 빨래를 미룬다. 거센 비바람이 잦아들어 해가 빠꼼 고개를 내밀 때에 빨래를 하기로 한다.

  아이들 옷가지를 며칠 묵히거나 쌓아서 빨래를 한 적이 아직 없다. 참말 아직 한 차례도 없다. 언제나 그날그날 아이들을 씻기고 옷을 빨았다. 큰아이 일곱 살과 작은아이 네 살인 오늘 비로소 ‘빨래 며칠 미루기’를 해 본다. 홀가분하면서 재미있고, 어딘가 멋쩍으면서 웃음이 난다. 4347.8.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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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잡지 《포토닷》 아홉째 호가 나왔다.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간다. 사진잡지는 사진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사진잡지가 있으면 사진을 읽거나 찍는 눈빛을 가다듬는 길에 얼마나 도움을 받을 만할까 헤아려 본다. 사진잡지를 찬찬히 살피면서 사진길을 걷는 젊은 사람과 늙은 사람은 몇쯤 될까 생각해 본다. 이제 막 사진길로 접어든 사람하고 오랜 나날 사진길을 걸어온 사람은 저마다 사진잡지를 어떻게 바라볼는지 궁금하다. 저마다 즐겁게 사진을 배울까. 학교를 마쳤으니 더 배울 것이 없을까. 사진기를 손에 쥔 긴 발자취를 내세우면서 더는 배울 것이 없다고 여길까. 사진을 찍어 밥벌이를 하는 사람도, 사진으로 밥벌이를 하지 않으나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도, 사진잡지 하나에 깃든 숨결을 맛있게 받아먹을 수 있기를 빈다. 4347.8.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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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닷 Photo닷 2014.8- Vol.9
포토닷(월간지) 편집부 엮음 / 포토닷(월간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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