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610) 형용


그리고는 지금의 내가 무척 건강하고 형용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랜/이정애 옮김-레이온 야이따 형제》(건아사,1987) 23쪽


 형용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 이루 말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 더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 뭐라 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 아주 대단한 즐거움으로

→ 말로 나타낼 수 없는 즐거움으로

→ 넘치는 즐거움으로

 …



  “생긴 모습”을 한자로 적을 때에 ‘形容’이 됩니다. 그래서 “비행기 형용”은 “비행기 모습”으로 다듬을 수 있어요. “눈을 감아도 그 모친의 형용이요”는 “눈을 감아도 그 어머니 모습이요”나 “눈을 감아도 그 어머니 얼굴이요”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소리만 들리고 형용은 보이지 아니할”이라면 ’소리만 들리고 모습은 보이지 아니할“로 다듬으면 되겠지요.


 물건을 집는 형용을 하다

→ 물건을 집는 모습을 하다

→ 물건을 집는 시늉을 하다

 꽃봉오리가 형용 못할 만큼 탐스럽게 피었다

→ 꽃봉오리가 말도 못할 만큼 소담스레 피었다

→ 꽃봉오리가 더할 나위 없이 소담스레 피었다


  말을 살필 적에 ‘형용사(形容詞)’가 있습니다. 이 낱말을 한자말인데, 한국말로 옮기면 ‘그림씨’입니다. 왜 형용사가 그림씨인가 하면, ‘모습을 나타내는 품사’가 형용사이기 때문입니다. ‘모습을 나타내기’란 바로 ‘그리기’이거든요. ‘그린다’는 뜻을 담아서 ‘그림씨’예요.


  두 눈으로 보는 모습을 그립니다. 마음으로 담는 모습을 그립니다. 사랑을 그리고, 꿈을 그립니다. 이야기를 그리고, 노래를 그려요. 그리는 마음이란, 새롭게 빚어서 함께 나누려는 아름다운 빛이로구나 싶습니다. 4336.1.5.해/4347.8.12.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러고는 이제 내가 무척 튼튼하고 더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가득 찼다고 깨달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는’은 ‘그러고는’으로 바로잡습니다. “지금(只今)의 내가”는 “이제 내가”로 다듬고, ‘건강(健康)하고’는 ‘튼튼하고’로 다듬습니다.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깨달을”은 “가득 찬 줄 깨달을”이나 “가득 찼다고 깨달을”로 손봅니다.



 형용(形容)

  (1) 사물이 생긴 모습

   - 비행기 형용을 본뜨기도 하고

  (2) 사람이 생긴 모습

   - 눈을 감아도 그 모친의 형용이요 / 소리만 들리고 형용은 보이지 아니할 때

  (3) 말이나 글, 몸짓 들로 사물이나 사람 모습을 나타냄

   - 물건을 집는 형용을 하다 / 꽃봉오리가 형용 못할 만큼 탐스럽게 피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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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285) 수학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수학하면서 1968년 학생시위에 적극 가담했다

《데이비드 바사미언-시대의 양심 20인, 세상의 진실을 말하다》(시대의창,2006) 186쪽


 대학교에서 수학하면서

→ 대학교에서 배우면서

→ 대학교에서 공부하면서

→ 대학교를 다니면서

 …



 물을 다루는 학문이라면 ‘물 학문’이라 하면 됩니다., 학문을 배운다면 ‘배운다’고 하면 됩니다. 학문을 닦는다면 ‘닦는다’고 말하면 됩니다. 순수한 학문을 ‘粹學’이라고 한다는데, 이런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은 있을까요? 한국말사전을 살피니 “여윈 학”을 ‘瘦鶴’이라 한다고 나오는데, 여윈 학이면 말 그대로 “여윈 학”일 뿐입니다. “먹이를 찾지 못한 수학 한 마리”라고 말할 때, 어느 누가 이 말을 알아들을까요. 새를 살피는 학자들도 이런 말은 못 알아들으리라 봅니다.


  우리가 널리 알아듣거나 쓸 만한 ‘수학’은 오로지 하나, 학문이나 교과목 이름으로 쓰는 ‘數學’입니다. 이 ‘數學’도 한글로 ‘수학’이라고만 쓰면 넉넉해요. 한자로 쓰면 오히려 못 알아들을 사람이 많겠지요. 교과목 이름이 아닌 다른 ‘수학’은 한국말을 잡아먹기만 할 뿐이라고 느낍니다. 4340.5.25.쇠/4347.8.1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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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대학교에서 배우면서 1968년 학생시위에 힘껏 나섰다


“학생시위에 적극(積極) 가담(加擔)했다”는 “학생시위에 많이 나왔다”라든지 “학생시위에 빠지지 않았다”로 다듬어 봅니다. “학생시위에 몸바치기도 했다”나 “학생시위에 힘껏 나섰다”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수학(水學) : 물의 현상에 관하여 연구하는 학문

   - 홍수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서는 치수 사업을 위하여 수학이 발달했다

 수학(受學) : 학문을 배우거나 수업을 받음

   - 학생들이 수학의 열의를 불태웠다 / 

     그는 대학 시절 김 교수에게 언어학을 수학했었다

 수학(修學) : 학문을 닦음

   - 그녀는 음악 수학을 위해 이탈리아로 떠났다

 수학(粹學) : 순수한 학문

 수학(數學)

  (1) 수량 및 공간의 성질에 관하여 연구하는 학문

  (2) 교과목의 하나. 수량 및 공간의 성질에 대하여 배운다

 수학(瘦鶴) : 여윈 학

   - 먹이를 찾지 못한 수학 한 마리가 들판을 걷고 있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554) 수학 2 : 대학에서 수학했고


부유한 유가공업자의 아들인 그는 일찍이 베를린 공과대학에서 수학했고, 유럽과 미국의 유명한 사진 콩쿠르를 휩쓸어

《최봉림-에드워드 슈타이켄, 성공신화의 셔터를 누르다》(디자인하우스,2000) 17쪽


 공과대학에서 수학했고

→ 공과대학에서 배웠고

→ 공과대학을 다녔고

→ 공과대학에서 학문을 닦았고

 …



  보기글을 쓴 분은 “대학에서 수학했고”라고도 글을 쓰지만, “사진 콩쿠르”라고도 글을 씁니다. 프랑스에서라면 ‘콩쿠르’라는 말을 쓸 텐데, 한국에서는 ‘공모전’이나 ‘대회’라는 말을 널리 씁니다.


  어느 낱말을 골라서 쓰든 잘 알아들을 수 있으면 괜찮다 여길 만한지 모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어느 낱말이든 이녁한테 익숙한 낱말을 살펴서 쓰리라 느낍니다. 그러면, 한자말 ‘수학’은 얼마나 쓸 만할까요. ‘배우다’나 ‘익히다’ 같은 한국말을 밀어내고 넉넉히 쓸 만할까요. ‘배우다’나 ‘익히다’ 같은 한국말은 몰라도 ‘수학하다’ 같은 한자말은 알아도 될까요. 4347.8.12.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넉넉한 유가공업자 아들인 그는 일찍이 베를린 공과대학을 다녔고, 유럽과 미국에서 이름난 사진대회를 휩쓸어


‘부유(富裕)한’은 ‘돈 많은’이나 ‘돈 있는’으로 손질할 낱말인데, 이 자리에서는 ‘넉넉한’으로 손질합니다. “유가공업자의 아들”은 “유가공업자 아들”로 다듬고, “미국의 유명(有名)한”은 “미국에서 이름난”으로 다듬습니다. ‘사진 콩쿠르(concours)’는 ‘사진 대회’나 ‘사진 공모전’으로 고쳐씁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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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투정



  아주 바쁘게 ‘한국말사전 만들기 글’을 쓰다가 등줄기로 땀이 줄줄 흐르고 머리가 살짝 지끈거린다. 살짝 드러누워 쉬어야 할까 하고 생각하다가, 빨래를 하면서 씻기로 한다. 잠을 자는 방에 있는 이불과 베개를 걷어 마당에 넌다. 잠자리 평상을 걷어 마당에 펼쳐 말린다. 방바닥을 비로 쓸고 걸레로 훔친다. 이러고 나서 빨래를 한다. 빨래를 하면서 몸을 씻는다. 비누를 묻혀 비빈 뒤 헹구는 동안 여러 차례 몸을 씻는다. 빨래를 마친 옷가지를 마당에 넌다. 걸레를 다시 빨아 방바닥을 더 닦고 마룻바닥을 닦는다. 피아노방까지 닦을까 하다가 다시 일손을 붙잡은 뒤, 졸음이 몰리면 그때 걸레를 새로 빨아서 닦기로 한다.


  아이들과 곁님은 날마다 빨래를 내놓는다. 아주 마땅한 노릇이다. 날마다 빨래할 일이 생긴다. 그런데, 날마다 빨래를 하면서, 또 여름에는 아침 낮 저녁으로 빨래를 하면서 싫지 않다. 빨래를 할 핑계로 몸을 씻고, 빨래를 하며 몸을 씻다가 걸레를 빨면 집안 곳곳을 훔치거나 닦을 수 있다. 빨래를 날마다 해야 한다고 투정을 부릴 일이란 없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 나는 이렇게 살림을 이럭저럭 꾸리니까 즐겁게 맞이하는 빨래이지, 지난날 어머니들은 지나치게 많은 일거리를 짊어져야 했기에 몹시 고되었으리라 느낀다. 지난날 어머니들은 투정할 겨를이 없었겠지. 투정할 기운이나마 남았을까. 4347.8.1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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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4년 9월 21일에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에서 열리는 '책방은 도시를 가꾸는 숲'이라는 좌담회에서 쓸 발표글입니다. 다음달에 쓸 발표글이지만, 나 스스로 이 글을 띄워 놓아야 그때에 안 잊고 챙길 수 있으리라 여겨, 걸쳐 놓습니다. 다음달 9월 21일에 부산 헌책방골목으로 나들이를 오실 수 있는 분들은, 즐겁게 찾아와서 좌담회에 함께하실 수 있습니다 ^^

..

책방은 도시를 가꾸는 숲


  책방이 한 곳 있는 마을과 책방이 한 곳도 없는 마을은 사뭇 다릅니다. 도시라면 자동차를 몰거나 버스라든지 전철을 타고 제법 멀리까지 책방마실을 할 텐데, 시골에서는 가까이 드나들 책방이 없습니다. 시골에서는 아름다운 숲과 들과 멧골과 바다와 냇물을 누리면 된다고 할 만하니, 책이나 책방이 없어도 괜찮다고 할는지 모릅니다. 그러면 도시는 어떠할까요. 도시에는 극장과 찻집과 술집과 옷집과 백화점과 갖가지 맛집이 있으면 될까요. 책방 하나 없는 도시를 세우고, 책방 하나 없이 아파트와 큰 건물을 줄줄이 세우면 될까요.

  나라에서는 고속도로를 닦거나 발전소를 짓거나 새로운 도시를 만든다며 아파트를 올리는 데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을 들입니다. 그러나, 책방 한 곳 건사하려고 들이는 돈은 아예 없습니다. 다만, 공공도서관은 꾸준히 늘립니다.

  도서관에서 모든 책을 다 빌려서 읽을 수 있어도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굳이 집에 책을 두기보다는, 가까운 도서관에 모든 책이 다 있어서 언제라도 넉넉히 책을 빌려서 읽을 수 있어도 아름답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에 있는 도서관은 사진책이나 그림책(어른이 보는 그림책과 어린이가 보는 그림책 모두)이나 만화책은 갖추지 않습니다. 한국에 있는 도서관은 문학책과 인문책을 살펴서 갖춥니다. 어린이책은 따로 어린이책 도서관에 가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새벽 일찍 열거나 밤 늦게 여는 도서관이 없습니다. 도서관 일꾼을 넉넉히 두어 스물네 시간 불을 밝히는 도서관이 없지요.

  책방은 책을 사고파는 구실만 하지 않습니다. 책방이 있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갖추지 않는 책’을 만납니다. 책방이 있기 때문에 ‘새로 나오는 책’을 더 빠르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책방이 있기 때문에 ‘틈나는 대로 자주 빌려서 볼 만한 책’을 즐겁게 장만해서 언제나 집에 갖출 수 있습니다.

  우리가 책을 장만해서 읽는다고 할 때에는 ‘한 번 읽은 뒤 다시는 안 펼칠 책’을 장만하거나 읽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한 번 읽은 책을 다시는 안 볼’는지 몰라요. 한 번 읽었으니 다 되었다고 여겨 헌책방에 내놓을 수 있어요.

  한 번 읽고 그칠 책이라면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도 됩니다. 그러나 더 헤아려 본다면, 한 번 읽고 그칠 책을 도서관에서 꼭 갖춰야 하는가 하고 궁금해 할 만합니다. 왜냐하면, 도서관은 ‘대여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도서관은 책을 오래도록 건사하면서 지키려는 곳입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우리가 책방마실을 하면서 책을 장만한다고 할 때에는, 두고두고 되읽을 책을 산다는 뜻이요, 아이들한테 물려주고 싶은 아름다운 빛을 만난다는 뜻입니다.

  책방이 한 곳이라도 있는 마을과 책방이 한 곳조차 없는 마을은 아주 다릅니다. 책방이 조그맣다 하더라도 한 곳이라도 있다면, 이 마을은 ‘아이들한테 물려줄 선물이 될 책’을 갖춘 쉼터나 만남터나 모임터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책방이 한 곳조차 없다면? 말 그대로입니다.

  책방이 한 곳이라도 있는 마을이란, 책뿐 아니라 다른 슬기로운 빛을 아이들한테 물려주려는 어른들이 씩씩하고 힘차게 마을살림을 가꾼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그러니까, 마을빛을 가꾸면서 마을살림을 북돋우려 한다면, 마을에는 아주 조그마한 책방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한 곳은 있어야 합니다.

  책이란 무엇일까요? 한 번 읽고 나서 다시 안 읽는 종이꾸러미도 ‘겉보기로는 책’입니다만, 참된 이름으로 ‘책’을 말해 본다면, 책이란 사람이 지구별에서 살아가는 동안 가장 아름답고 환하게 밝힌 슬기로운 빛을 담은 이야기꾸러미입니다. 숲에서 자라는 나무를 베어 종이를 빚은 뒤, ‘나무에서 탈바꿈한 종이’에 이야기를 적바림할 때에 책이 됩니다.

  마을에 책방이 한 곳이라도 있다고 할 적에는, 마을살림을 가꾸고 마을빛을 밝히는 슬기를 더욱 북돋우거나 살찌울 밑거름이 되는 ‘책’이 있다는 뜻입니다. 마을사람 스스로 책을 장만해서 읽으면서 스스로 새롭게 거듭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마을사람 스스로 아름다운 책을 함께 장만해서 읽으며 늘 즐겁게 새로운 빛을 배우고 나눌 수 있다는 뜻입니다.

  책방은 왜 도시를 가꾸는 숲이 될까요? 책방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아름다운 책을 알아볼 뿐 아니라, 아름다운 책을 펴낸 작가와 출판사한테 힘을 보태어 줄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책을 한 권 장만하면, 이 아름다운 책을 쓴 사람과 펴낸 사람은 기쁘게 일삯을 벌어요. 아름다운 눈길로 알아본 책 하나는, 아름다운 손길로 이어지고, 아름다운 마음길로 서로 다리를 놓는 사이, 어느새 마을과 마을이 어깨동무하면서 지구별이 사랑스럽게 빛날 수 있습니다.

  고속도로나 새 찻길을 닦아야 하더라도, 공사비 가운데 1/1000쯤은 ‘마을에 책방 한 곳 지키도록 하는 돈’으로 쓸 수 있기를 빕니다. 공장을 짓건 발전소를 짓건 골프장을 짓건 백화점을 짓건 무엇을 하건, 중앙정부와 지역정부 모두 공사비 가운데 1/1000쯤은 ‘마을 헌책방’과 ‘마을 새책방’이 함께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돈으로 쓸 수 있기를 빕니다. 마을마다 책방이 싱그럽게 살아나야 마을이 스스로 살아날 수 있습니다. 4347.8.1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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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318) 차이 1 : 큰 차이를 나타내다


또 다른 조사보고에 의하면 보사부 소속 중앙대책위 집계와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송건호-현실과 이상》(정우사,1979) 259쪽


 집계와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 집계와 크게 다르다

→ 집계와 크게 벌어진다

 …



  한국말사전에서 ‘다르다’ 풀이를 찾아보면 “같지 않다”고 적어 놓습니다. ‘차이’라는 한자말 뜻풀이를 찾아보면 “같지 아니하고 다름”이라고 적어 놓습니다. 그러니까 “같지 아니하고 같지 않음”으로 말풀이를 적은 셈입니다. 뜻이 같은 말을 이렇게 겹으로 적어야 할 만큼, 한자말 ‘차이’는 한국말 ‘다르다’하고는 다른 낱말일까 궁금합니다.


 성격 차이 때문에

→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 성격이 달라서

 능력에 차이가 있다

→ 재주가 다르다

→ 솜씨가 벌어지다

 세대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다

→ 벌어진 나이대를 넘어서지 못하다

→ 다른 나이대를 딛고 서지 못하다

 차이가 나다

→ 다르다

→ 벌어지다

 견해 차이가 크다

→ 생각이 크게 다르다

→ 생각이 크게 벌어지다

 큰 차이가 없었다

→ 크게 다르지 않았다

→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 서로 다른 문화를 이겨내고


  ‘차이’라는 낱말이 한자말이든 아니든 써야 한다면 얼마든지 써야 합니다. 알맞다싶은 자리를 찾아서 넣어 주면 됩니다. 그러나 ‘차이’가 한자말이든 아니든 쓸 만한 까닭이 없다면 깨끗이 털어야 합니다. 남김없이 들어내야 합니다. 샅샅이 씻어야 합니다.


  단출하게 말하면 그만인 자리에 구태여 집어넣을 까닭이 있겠습니까. 조촐하게 적으면 넉넉한 자리에 괜히 밀어넣을 까닭이 있겠습니까. 삶을 밝히고 생각을 북돋우며 넋을 가다듬는 길에 밑거름이 될 만한 사랑스럽고 반가운 한국말을 살뜰히 헤아릴 수 있기를 빕니다. 4337.8.8.해/4341.11.26.물/4347.8.12.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또 다른 조사보고를 보면 보사부에 딸린 중앙대책위 집계와 크게 다르다


“조사보고에 의(依)하면”은 “조사보고를 보면”이나 “조사보고에 따르면”으로 다듬습니다. “보사부 소속(所屬)”은 “보사부에 딸린”이나 “보사부에 있는”으로 손질합니다.



 차이(差異) : 서로 같지 아니하고 다름

   - 성격 차이 / 능력 차이 / 세대의 차이 / 차이가 나다 /

     이것과 저것은 차이가 있다 / 그와 나는 견해 차이가 크다 /

     그곳을 떠날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158) 차이 3 : 차이가 있다


인간 이외의 포유류 울음소리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는 처음이다. 원숭이뿐만이 아니라 까치도 사는 지역마다 말이 다를 것이고, 뻐꾸기도 다를 것이며 고래도 다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전라도 우리 탯말》(소금나무,2006) 10쪽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x)

 뻐꾸기도 다를 것이며 고래도 다를 것 (o)


  보기글을 보면 앞에서는 “차이가 있다”로 쓰지만, 바로 뒤부터는 세 차례 “다를 것”으로 씁니다.


  길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이렇게 글쓴이 스스로 어떻게 말을 하면 훨씬 나은 줄 아니까요. 알지만 느끼지 못할 뿐이니까요. ‘다르다’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텐데, ‘다르다’를 어떻게 써야 알맞을는지 모르는 사람은 참 많네요. 4339.10.11.물/4347.8.12.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사람 아닌 젖먹이짐승 울음소리도 고장에 따라 다르다고 밝혀지기는 처음이다. 원숭이뿐만이 아니라 까치도 사는 고장마다 말이 다를 테고, 뻐꾸기도 다를 테며 고래도 다르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人間) 이외(以外)의 포유류(哺乳類)”는 “사람 아닌 젖먹이짐승”으로 다듬어 봅니다. ‘지역(地域)’은 ‘곳’이나 ‘고장’으로 다듬어 줍니다. “있다는 사실(事實)이”는 “있다고”로 손보고, “다를 것이고”는 “다를 테고”나 “다르고”로 손봅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956) 차이 3 : 하늘과 땅 차이다


배제해야 할 대상, 범죄자 예비군으로서 취급받고 있는 재일조선인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신숙옥-재일조선인의 가슴속》(십년후,2003) 36쪽


 하늘과 땅 차이다

→ 하늘과 땅처럼 다르다

→ 하늘과 땅처럼 벌어진다

 …



  “하늘과 땅의 차이다”처럼 쓰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차이’는 넘어갈 수 없습니다. 하늘과 땅은 어떠한가요? 둘은 서로 같은가요, 다른가요? 다르지요? 그러면 그렇습니다. 둘은 서로 다르니, ‘하늘과 땅은 다르다’처럼 적으면 됩니다. 하늘과 땅은 가까이 맞닿지 않습니다. 둘은 멀리 떨어집니다. 그러니, 하늘과 땅은 벌어집니다.


  다르기에 ‘다르다’고 말합니다. 같다면 ‘같다’고 말할 테지요. 서로 다른 모습을 가만히 살피면서, 서로 다른 사랑을 헤아리고, 서로 다른 꿈을 알뜰살뜰 아낄 수 있기를 빕니다. 4338.8.7.해/4347.8.12.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따로 떼어 낼 사람, 범죄를 저지를지 모를 사람으로 다뤄지는 재일조선인과는 하늘과 땅처럼 다르다


“배제(排除)해야 할 대상(對象)”은 “따로 떼어 낼 사람”이나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사람”이나 “꺼려야 할 사람”으로 다듬습니다. “범죄자 예비군(豫備群)”은 “범죄를 저지를지 모를 사람”으로 손보고, “취급(取扱)받고 있는”은 “다뤄지는”이나 “등 떠밀리는”으로 손봅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549) 차이 5 : 그런 차이는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과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인 사이에 존재하는 그런 차이는 미국이라는 나라와 일본이라는 나라의 차이다

《사기사와 메구무/김석희 옮김-그대는 이 나라를 사랑하는가》(자유포럼,1999) 154쪽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인 사이에 존재하는 그런 차이는

→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사람이 서로 다른 모습은

→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사람이 다른 모습은

 미국이라는 나라와 일본이라는 나라의 차이다

→ 미국이라는 나라와 일본이라는 나라가 다른 모습이다

 …



  사람은 누구나 태어난 곳에 따라 자랍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는 결에 따라 마음이 다르게 자랍니다. 이곳에서는 이러한 삶에 따라 자라고, 저곳에서는 저러한 사랑에 따라 자랍니다. 옳고 그름은 없습니다. 다 다른 삶터에 걸맞게 다 다르게 피어나는 숨결이요 빛입니다.


  이 보기글은 앞뒤로 ‘차이’라는 한자말을 쓰는데, 통째로 손질해서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사람과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사람이 서로 다른 까닭은 미국이라는 나라와 일본이라는 나라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처럼 ‘까닭·때문’을 넣으면 한결 부드럽게 읽을 만하지 싶습니다. 4347.8.12.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사람과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사람이 서로 다른 모습은 미국이라는 나라와 일본이라는 나라가 다른 모습이다


‘한국인(-人)’은 ‘한국사람’으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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