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190. 2014.8.20.ㄴ 옥수수랑 책이랑



  책상에 올라탄 사름벼리는 신을 벗는다. 옥수수를 한손에 들고, 무릎에는 만화책을 펼친다. ‘옥수수책순이’가 된다. 넌 이렇게 책을 보니 즐겁지? 맨발은 바람을 상큼하게 쐬면서 시원하고, 네 몸은 옥수수를 먹으면서 배가 부르고, 네 머리는 재미난 만화책을 읽으니 재미있겠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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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89. 2014.8.20. 쌓아 놓는 책돌이



  책돌이는 책상에 그림책을 잔뜩 쌓아 놓는다. 기차 그림책이 꾸러미로 담긴 상자를 거꾸로 들어 탈탈 턴다. 이렇게 하고는 하나씩 제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펼친다. 네 마음이니 네가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네 외삼촌이 어릴 적부터 알뜰히 보던 그림책인데 조금 살살, 예쁘게 아끼면서 보면 어떻겠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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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0만 원 (사진책도서관 2014.8.2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2011년에 고흥에 깃들면서 책꽂이를 늘려야 할 적에, 곁님은 나더러 ‘가장 좋은 책꽂이’를 짜자고 말했다. 나는 이 말이 가장 옳다고 느꼈지만, 혼자서 집일과 바깥일을 다 한다는 ‘핑계’를 들면서, 책꽂이 짜기를 안 하고, ‘다 만들어진(기성품) 책꽂이’를 두 차례에 걸쳐 들였다. 이러느라 들인 돈이 210만 원이다.


  세 해가 지난 2014년에 돌아본다. ‘다 만들어진 책꽂이’를 원목으로 하면 값이 꽤 나가기에 합판 책꽂이를 들였다. 합판 책꽂이는 시골에서 쉽게 곰팡이를 먹는다. 닦고 닦아도 다시 곰팡이가 핀다. 햇볕에 말릴 뿐 아니라, 해가 곧바로 드는 데에 책꽂이를 두어도 곰팡이가 핀다. 이와 달리, 나무(원목)로 된 책꽂이는 햇볕이 잘 들지 않는 데에 두어도 곰팡이가 안 핀다.


  여러모로 일이 많다 하더라도 천천히 책꽂이를 짜자고 생각했다면, 돈도 돈이지만 일이 한결 수월했으리라 느낀다. 다만, ‘다 만들어진 값싼 합판 책꽂이’를 잔뜩 들였기에, 책을 한결 빨리 풀어서 더 빨리 제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제자리를 잡은 책을 요즈음 다시 끄집어 내어 ‘나무 책꽂이’로 옮긴다.


  애써 사들인 합판 책꽂이를 차마 버릴 수 없다고 여겨 니스를 발랐는데, 니스를 발라도 곰팡이는 똑같이 핀다. 페인트를 바를까 하고 생각하다가, 페인트를 발라도 똑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를까. 똑같을까. 해 보면 알 테지. 그런데, 합판 책꽂이를 모두 끄집어 내어 페인트를 바르는 일하고, 나무를 새로 장만해서 책꽂이를 짜는 일하고, 어느 쪽이 우리 도서관에 걸맞을까. 아무래도 나무를 장만해서 천천히 책꽂이를 짜서, 책을 제대로 건사하는 쪽이 걸맞겠지.


  책꽂이를 옳게 갖추지 않으면 책이 다친다. 책이 다치면 도서관은 말짱 바보짓이 된다. 값있는 책을 하나하나 알뜰히 장만해서 갖추었다 하더라도, 책꽂이가 엉터리라면 책을 둘 수 없다. 지난 세 해에 걸쳐 곰팡이와 씨름을 하는 동안 ‘나는 참말 돈을 들여서 이렇게 배우네’ 하고 뒷통수를 쳤다. 괜히 몸을 힘들게 굴리면서 배운다. 앞으로는 뒷통수를 치지 말고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싶으니, 곁님이 들려주는 말을 귀여겨듣자. 무엇보다 ‘가장 나은 길’로 가자. 가장 나은 길로 가지 않으면 나 스스로 괴롭고, 우리 집안 모두한테 고단한 일이 되리라.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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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 시골빛 삶노래

― 호미와 연필을 들자



  한가위를 앞둔 늦여름 막바지에 비가 오래 많이 내렸습니다. 시골마을에는 이삭이 팰 무렵인데, 이즈음 내리는 큰비는 논이고 밭이고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이삭 패는 일’에 마음을 쓰지 않습니다. 비가 잦든 눈이 내리든, 도시에서는 으레 출·퇴근만 살필 뿐입니다. 방송국이 수없이 많이 있어 ‘교통방송’이 있을 뿐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교통방송을 듣지만, 막상 ‘시골방송’은 없습니다. 도시에서는 제도권 방송국에서 벗어나자는 ‘대안방송’이나 ‘동네방송’이 있으나, 시골에는 ‘마을방송’이 따로 없습니다.


  아무래도 도시에서는 사람이 많고 이야기가 많다 싶어 작은 동네에서도 방송국을 꾸릴 만하고, 작은 도시에서도 신문을 따로 낼 만합니다. 아무래도 시골에서는 사람이 적고 이야기가 적다 싶어 시골 군을 통틀어 신문 한 부 변변하게 나오기 힘들 만합니다.


  그러면, 방송이나 신문에서 다룰 이야기란 무엇일까요. 도시에 있는 방송국과 신문사는 어떤 이야기를 다룰까요. 도시에서 지내는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찾아 텔레비전을 켜거나 신문을 펼치거나 책을 쥘까요. 


  이삭 패는 이야기를 글로 쓰는 신문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벼꽃이 맺어 벼알이 맺는 동안 천천히 ‘벼 꽃대’가 차츰 기울어지면서 고개를 숙이는 이야기를 찍는 방송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람들이 날마다 늘 먹는 밥 한 그릇인데, 밥 한 그릇이 태어나는 얼거리나 흐름을 제대로 살피거나 알거나 깨닫는 도시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시골에 있는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도 ‘벼 한 살이’를 제대로 모르기 일쑤입니다. 교과서에서 안 다루니까요. 삶터가 시골이라 하더라도, 시골학교조차 교과서로만 가르치고, 시골살이를 이야기하지 않으니까요.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두 손에 한 가지씩 쥘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왼손에 호미를 쥡니다. 스스로 땅을 일구어 집을 짓고 밥과 옷을 얻는 바탕은 바로 ‘호미’입니다. 호미질부터 삶짓기가 태어납니다. 둘째, 오른손에 연필을 쥡니다. 스스로 하루를 그리면서 꿈을 짓습니다.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사랑할 때에 스스로 즐거운 나날인가를 연필로 그립니다. 삶을 지을 수 있을 때에 아름답습니다.


  역사학자이면서 대학교 총장까지 지낸 일이 있는 강만길 님이 쓴 《역사가의 시간》(창비,2010)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강만길 님은 1933년에 태어났으며, 일제강점기와 해방 언저리와 한국전쟁을 두루 겪었습니다. 한국전쟁 동안에 부산에서 막일을 하며 살림돈을 벌다가, 전쟁이 끝날 즈음 대학생이 되었고, 전쟁이 끝난 뒤 군대에 들어가 세 해 동안 지낸 이야기를 《역사가의 시간》에서 아주 덤덤하게 들려주다가, “속없는 사람들이 흔히 ‘남자는 군대에 가 봐야 된다’ 같은 말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방의무는 신성하다고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것은 인간사회가 미개해서 전쟁이 문제해결의 최고수단이던 시대나 약육강식의 제국주의가 활개치던 시대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 인간이 만들어 놓은 조직 중에 가장 비인간적인 것의 하나가 군대라는 생각이다(133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강만길 님은 남·북녘 푸르디푸른 젊은이가 한창 나이라 할 때에 저마다 총칼을 들고 살인훈련을 받으면서 썩어야 하는 일 때문에 남북 두 나라에 평화와 민주와 자유와 평등이 뿌리내리지 못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나는 군대에서 1995∼1997년을 보냈는데, 군대에서 하는 일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적을 만들어서 죽이는 훈련. 둘째, 사람을 신분과 계급으로 나누어 부속품처럼 부리거나 부려지는 훈련. 셋째, 내 마음에서 평화와 사랑을 지우는 훈련.


  앳된 스무 살 나이에 총칼을 손에 쥐는 젊은이는 무엇을 꿈꿀 만할까요. 앳된 스무 살 나이에 총칼을 손에 쥐고 이웃 군인을 두들겨패거나 괴롭히면서 거친 말을 일삼는 젊은이는 무엇을 사랑할 만할까요. 군대에서 일어난 폭력과 성추행(또는 성폭력)이 가끔 신문·방송에 큼지막하게 나옵니다. 그런데, 신문이고 방송이고 조그맣게나마 안 나오는 폭력과 성추행은 끔찍하게 많습니다. 군대에서 ‘의문사’로 죽는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남·북녘 젊은이가 총칼이 아닌 호미와 연필을 두세 해 동안 쥘 수 있도록 하면 두 나라는 아주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군사훈련, 그러니까 살인훈련이 아니라, 시골에서 흙을 일구거나 가꾸어 스스로 밥을 짓는 삶을 배울 수 있다면, 스스로 바느질을 할 뿐 아니라, 길쌈과 물레잣기와 베틀밟기를 배워 옷을 짓는 삶을 익힐 수 있다면, 여기에 스스로 나무를 베고 깎고 다듬어 기둥을 세운 뒤 돌과 흙과 짚을 써서 손수 집을 짓는 삶을 나눌 수 있다면, 참말 이 나라에 제대로 된 아름다운 평화와 평등이 뿌리내어 자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강만길 님은 “대학총장 한 임기를 겪으면서 절실히 느낀 점은 모든 대학은 총장의 업무추진비를 비롯해서 재정 일체를 세목까지 철저히 공개해야 한다는 점이었다(444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대학총장이 업무추진비나 재정을 공개하지 않나 봐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나 시장이나 군수는 이녁 업무추진비나 재정을 낱낱이 공개하지 않나 봐요. 마땅히 드러내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 마땅히 드러내어야 할 테지요. 어느 공직에 있든, 이녁이 쓰는 돈은 바로 우리가 내는 돈, 세금에서 나오니까요. 돈을 뒤로 빼돌리라고 내는 세금이 아니라, 살림을 알차게 꾸리라면서 내는 세금이니까요.


  스무 살 앳된 젊은이뿐 아니라, 대통령과 국회의원과 시장과 군수도 한 주에 한 차례 한나절 동안 호미를 손에 쥐어야 하리라 느낍니다. 또는 날마다 이른새벽이나 아침에 한 시간씩 호미를 손에 쥐어야 하리라 느낍니다. 텃밭을 일구든 꽃밭을 가꾸든 나무를 돌보든, 공직에 있는 누구나 손에 호미를 쥐고 흙을 만져야지 싶습니다. 그리고, 이들 손에 연필을 쥐어야지요. 날마다 일기를 쓰도록 해서 사람들이 이녁 일기를 읽을 수 있도록 해야지 싶어요. 날마다 그리는 꿈을 사람들이 읽도록 하고, 날마다 생각하며 나누는 사랑을 사람들이 알도록 해야지 싶어요.


  아파트를 짓든 공장을 짓든 학교를 짓든 회사를 짓든, 이곳에 깃드는 사람들이 손에 호미를 쥘 수 있도록 너른 땅을 두어야지 싶습니다. 주차장을 반드시 두도록 건물을 짓지 말고, 텃밭을 꼭 두도록 건물을 지어야지 싶어요. 초등학생도 대학생도 학교 수업뿐 아니라 ‘텃밭 수업’을 받으면서 제 밥을 손수 가꾸는 보람과 즐거움을 배우도록 해야지 싶습니다. 이러면서 날마다 일기를 쓰도록 해야지요. 쳇바퀴처럼 빙글빙글 제자리걸음을 하는 삶이 아닌, 날마다 새롭게 꿈꾸고 노래하는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삶으로 나아가도록 해야지요. 평화를 바라면서. 자유와 민주를 꿈꾸면서. 사랑과 꿈을 그리면서. 4347.8.2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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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순이 4. 사진순이다운 걸음 (2014.7.23.)



  노란 끈으로 사진기를 동여맨 사진순이는 즐겁게 콩콩 달린다. 아버지가 사진기를 목에 걸고 다닌다면, 사진순이는 손목에 사진기를 걸고 다닌다. 사진순이는 스스로 사진기에 밥을 준다. 사진순이는 즐거운 놀잇감이면서 한몸이 되도록 사진기를 몸에 붙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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