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85) 존재 185 : 그이의 존재


소로우가 죽은 뒤에도 나는 그이의 존재가 계속되는 느낌을 받아

《정송희-나대로 살아라》(씨네21북스,2013) 117쪽


 그이의 존재가 계속되는

→ 그이가 그대로 있다는

→ 그이가 아직 살았다는

→ 그이와 함께 산다는

→ 그이가 여기에 있다는

→ 그이 숨결은 그대로라는

 …



  죽어서 몸이 사라집니다. 몸이 사라졌으니 여기 없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몸이 죽어서 사라지더라도 마음은 죽지 않습니다. 마음은 그대로 있기에, 어느 한 사람이 죽었어도 ‘여기에 그대로 있구나’ 하고 느낄 만합니다.


  이 보기글이라면, “그이 마음이 그대로 있다는”이라든지 “그이 마음은 그대로라는”처럼 손질할 수 있습니다. 몸만 죽어서 없을 뿐이니 ‘마음’이 그대로 있다거나 ‘넋’이 그대로 숨쉬는구나 하고 느낀다는 이야기를 쓰면 됩니다. 4347.8.30.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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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우가 죽은 뒤에도 나는 그이 숨결은 그대로라는 느낌을 받아


‘계속(繫屬)되는’은 ‘이어지는’이나 ‘그대로 있는’으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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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순이 12. 빨랫대에 양말 올리기 (2014.8.29.)



  작은아이가 빨랫대를 흔들며 놀다가 양말 한 짝을 떨군다. 작은아이더러 양말을 주워서 올려 놓으라 이야기한다. 작은아이는 까치발을 하면서 양말을 올리려고 용을 쓴다. 아직 너한테 꽤 높지? 한참 용을 쓴 끝에 드디어 양말을 올린다. 참으로 너는 자그마한 아이로구나. 아직 자랄 키가 한참 남았구나. 그러나, 재미있었겠지? 까치발도 하고, 너한테 퍽 큰 빨랫대에 양말을 올리는 놀이란. 앞으로 살림돌이가 되어라.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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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4.8.29.

 : 항공방제와 제비



- 우체국에 가려고 자전거를 꺼낸다. 오늘도 작은아이가 먼저 알아본다. 아마 작은아이는 아버지가 움직이는 모습을 하루 내내 곰곰이 지켜보았나 보다. 작은아이는 아버지가 마당에 내려서기만 하면 곧장 뒤를 따른다. 자전거를 덮은 두꺼운 천을 벗기면 “누나야! 아버지 어디 간대! 우리 가자!” 하고 소리부터 지른다.


- 두 아이가 움직이는 결을 잘 아니까, 일찌감치 자전거 덮개부터 걷는다. 이렇게 하고 나서 길을 나설 짐을 꾸린다. 아버지가 자전거를 대문 밖으로 빼내기까지 집안에서 이십 분 남짓 보낸다. 이동안 두 아이가 마당에서 놀도록 하려는 뜻이라고 할까.


- 작은아이는 대문 앞 수챗구멍을 들여다보면서 “누나야, 저기 달팽이 있어!” 하고 부른다. 그런데 달팽이가 아니란다. 우렁이란다. 네 살 작은아이는 아직 달팽이와 우렁이를 가릴 줄 모른다.


- 천천히 자전거를 달린다. 조용한 들에 윙윙 소리가 자꾸 들린다. 그러려니 하면서 바람을 가르는데, 문득 저 앞에서 헬리콥터 하나를 본다. 아, 항공방제 헬리콥터 소리였구나. 끔찍하군.


- 여러 날 저 항공방제 헬리콥터가 온 마을 들판을 헤집으면서 농약을 뿌려대니, 이 늦여름과 이른가을 사이에 풀벌레 노랫소리가 감쪽같이 사라졌구나. 우리 집에 요새 직박구리도 박새도 콩새도 제비도 참새도 안 찾아오더니, 이 모든 까닭이 저 항공방제 헬리콥터 때문이었구나.


- 면소재지 우체국으로 가는 길을 멀리 에돈다. 그러나, 한숨을 쉬지 않는다. 농약을 뿌려야 한다고 믿는 시골 할매와 할배한테 한숨을 쉴 수 없다. 그렇게 길드셨기 때문이다.


- 작은아이는 우체국에 닿을 무렵 잠든다. 수레에서 달게 잔다. 우체국에서 편지 열일곱 통을 부친다. 가게에 들러 달걀 한 꾸러미를 장만한다. 아직도 항공방제 헬리콥터가 농약을 뿌린다. 더 멀리 에돌아 집으로 돌아가는데 눈이 따끔거린다. 꽤 멀리 떨어졌지만, 바람이 거의 안 부는 날이지만, 농약이 날아드는구나. 이런 농약바람에서 벗어나려고 다른 데로 가 보았자, 한국에서 다른 데는 자동차 때문에 시끄럽고 코가 냅다. 참으로 그악스럽다.


- 농약이 드세게 춤추는 들판 끝자락에 제비가 마흔 마리쯤 무리지어 춤춘다. 아, 오늘이 그날이로구나. 둘레에서 다른 제비가 한 마리씩 무리로 섞인다. 그래, 그렇구나. 우리 마을과 이웃 여러 마을에서 살던 제비가 오늘 크게 무리를 지어 모여서 밤이나 이튿날 새벽에 태평양을 건너려 하는구나. 그런데 어쩌다 날받이를 이렇게 해서 농약바람을 잔뜩 먹어야 하니. 참 애틋하구나. 너희가 올봄에 마을로 돌아왔을 적에는 이 무리보다 숫자가 훨씬 많았는데, 새끼를 너덧 마리씩 낳아서 길렀을 테지만, 너희 숫자는 거의 안 들어났구나. 외려 줄은 듯하구나. 이런 한국 시골에 너희들이 이듬해 봄에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너희가 이듬해 봄에 다시 한국 시골에 찾아오면, 이 시골에서 너희를 반길 사람이 있을까.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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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비행기



  자전거를 몰고 우체국으로 가다가 끼익 하고 세운다. 요 며칠 내내 듣던 ‘윙윙’ 소리가 무엇인지 알아챘기 때문이다. 집안에서까지 이런 소리가 들려서 무슨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인가 했더니 아니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끊이지 않는 소리였는데, 알고 보니 항공방제 소리였다. 올해에는 들판에 ‘농약 치는 할배’ 모습이 거의 안 보이기에, 이 시골에서 농약바람이 좀 가시나 하고, 비가 잦아서 농약을 덜 치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올해에는 농협에 돈을 내고 헬리콥터로 농약 뿌리는 일을 시킨 셈이었구나.


  비가 안 오는 날이면 하루 내내 윙윙 소리가 들리더니, 이 소리가 농약 치는 소리였다. 참으로 끔찍하다. 우리는 ‘마을 한복판’에서 사는데, 마을 한복판에서 지내는 일이 얼마나 무섭고 무시무시한가 하고 새삼스레 돌아본다.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가 문득 묻는다. “아버지, 농약비행기야?” “응. 그래. 돌아가자.” 우체국 가는 길에 돌아간다고 해 본들, 어제나 그제 ‘농약비행기’가 농약을 뿌린 들길을 가야 하는 셈이지만, 오늘 농약을 뿌리는 곳에서는 벗어나야지. 눈이 따끔하다. 4347.8.2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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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94. 2014.8.28. 책보다 잠자리



  만화책을 보던 사름벼리가 갑자기 만화책을 내버려 두고 동생 옆으로 붙는다. 동생이 잠자리를 보면서 외쳤기 때문이다. “누나! 저기 잠자리!” “어디? 어디?” 만화책보다 잠자리가 재미있다. 만화책 보기보다 잠자리 보기가 마음을 끈다. 그러고 보니, 집에서도 누군가 “고양이가 마당에 있네.” 하고 말하면, 사름벼리는 만화책을 내려놓고 후다닥 마루문 앞에 붙어서 마당을 살피며 고양이를 찾으려고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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