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575 : 호 집



100호 남짓한 집들이

→ 100채 남짓

→ 100집 남짓


호(戶) : 1. 호적상의 가족으로 구성된 집 2. 집을 세는 단위

집 : 2. 사람이나 동물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의 수효를 세는 단위



  중국스런 말씨라면 집을 ‘호(戶)’로 셀 테지만, 우리말씨로는 집을 ‘집’으로 셉니다. 이뿐입니다. 그리고 집을 더미로 바라보면서 ‘채’로 세기도 합니다. “100호 남짓한 집들이”는 “100채 남짓”이나 “100집 남짓”으로 고쳐씁니다. ㅍㄹㄴ



100호 남짓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그 조그만 마을은

→ 100채 남짓 옹기종기 모인 그 조그만 마을은

→ 100집 남짓 옹기종기 모인 그 조그만 마을은

《스물네 개의 눈동자》(쓰보이 사카에/김난주 옮김, 문예출판사, 200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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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574 : 주위를 맴돌다



주위를 맴돌고 있었거든요

→ 맴돌거든요

→ 둘레를 돌거든요


주위(周圍) : 1. 어떤 곳의 바깥 둘레 2.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것 3. 어떤 사람의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

맴돌다 : 1. 제자리에서 몸을 뱅뱅 돌다 2. 일정한 범위나 장소에서 되풀이하여 움직이다 3. 어떤 대상의 주변을 원을 그리면서 빙빙 돌다



  한자말 ‘주위’는 우리말로 ‘둘레’를 가리킵니다. 우리말 ‘맴돌다’는 “둘레를 돌다”를 가리키지요. “주위를 맴돌다”는 틀린말씨입니다. “둘레를 돌다”라 하거나 ‘맴돌다’만 써야 맞습니다. 이 보기글은 “맴돌고 있었거든요”처럼 군더더기로 “-고 있었”을 붙이지만 말끔히 털어냅니다. ㅍㄹㄴ



떼를 지어 그 주위를 맴돌고 있었거든요

→ 떼를 지어 맴돌거든요

→ 떼를 지어 둘레를 돌거든요

《오로라의 아이들》(인그리 & 애드거 파린 돌레르/정영목 옮김, 비룡소, 202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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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573 : 넘버원 온리원



넘버원 또는 온리원 같은 게

→ 꼭두나 첫째가

→ 높거나 반짝이지

→ 빛나거나 훌륭하지


넘버원(number one) : 첫째나 으뜸. 또는 그런 사람이나 물건

number one : 1. 최고 2. (어느 한 주 동안의) 1위 곡[음반] 3. 자기 자신 4. (어린아이의 말로) 쉬[오줌]

온리원 : x

only one : [두운] 단 하나, 유일한 것, 하나뿐인 사람

the only one : x



  영어로 ‘넘버원’이나 ‘온리원’은 ‘하나’를 가리키되, 오직 하나이거나 더없이 하나이거나 가장 높이 손꼽을 하나를 콕 짚습니다. 두 영어는 쓰임새가 조금 다르기는 하되, 이 보기글마냥 “넘버원 또는 온리원 같은 게”처럼 쓰면 어쩐지 엉성하고 얄궂습니다. “으뜸이거나 첫째이지”로 손볼 만하기도 하되, “높거나 반짝이지”라든지 “빛나거나 훌륭하지”처럼 손보면 한결 나아요. “대단하거나 뛰어나지”나 “놀랍거나 엄청나지”로 손보아도 되고요. ㅍㄹㄴ



넘버원 또는 온리원 같은 게 전혀 아닌 것입니다

→ 꼭두나 첫째가 아주 아닙니다

→ 높거나 반짝이지 않습니다

→ 빛나거나 훌륭하지 않습니다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도코 고지 외/송태욱 옮김, 현암사, 201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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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12.15.

오늘말. 까만꽃


걱정하니까 걱정씨앗이 싹틉니다. 근심하니까 근심노래가 흐릅니다. 속을 끓으니 끌탕에다가 끙끙거리니 또 헤매요. 아무래도 괴롭거나 버거운 일이 잔뜩 밀려드는 탓에 그저 힘들 뿐 아니라 애태우거나 골아플 만하지요. 왜 자꾸 가시밭길인지 골머리에 마음이 탈 만합니다. 다시금 벅차거나 검은빛으로 물들 수 있습니다. 하얀꽃이 아닌 까만꽃만 피우면서 눈검정인 채 해쓱할 수 있습니다. 앞길이 컴컴하다고 느끼면 조마조마할 테지요. 피를 말리고 혀를 내두르다가 시름에 겹습니다. 퀭한 눈으로 게슴츠레하고 겨우겨우 아침을 지나고 저녁을 맞이합니다. 그늘진 얼굴을 문득 느낄 때면, 가던 길을 멈추고서 이 캄캄한 삶을 곱씹습니다. 자갈밭도 꽃밭도 언제나 삶입니다. 속이 타든 마음을 갈든 다 배우는 나날입니다. 즐겁고 홀가분하고 흐뭇한 일도 배우는 삶자락입니다. 먹구름이 몰려들어 싫을 까닭이 없습니다. 비구름이 밀려들기에 온누리를 싱그러이 적셔요. 가만히 헤아리다가 다시금 돌아봅니다. 천천히 짚어 봅니다. 할매할배는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살펴보는지 지켜봅니다. 따질 마음이 아닙니다. 스스로 생각하면서 빗물을 비꽃으로 받아먹습니다.


걱정·근심·끌탕·끙끙거리다·헤매다·괴롭다·버겁다·벅차다·힘들다·애태우다·골아프다·골치·골머리·머리앓이·마음이 타다·머리가 아프다·골머리 썩다·마음졸임·마음태우기·마음갈이·말하지 못하다·말 못하다·검다·검은빛·검은꽃·까망·까맣다·깜장·까만꽃·깜꽃·깜빛·새까맣다·새카맣다·시꺼멓다·시커멓다·까마득하다·깜깜하다·껌껌하다·캄캄하다·깜깜하다·그늘·그늘지다·먹구름·비구름·눈검정·눈검댕·눈그늘·눈멍·눈멍울·멍·멍울·멍울꽃·멍꽃·멍들다·뜬눈·퀭·퀭하다·퀭눈·길찾기·길읽기·틀찾기·틀읽기·돌아보다·살펴보다·생각·따지다·곰곰·곱씹다·곱새기다·헤아리다·시름·한시름·할매마음·할배마음·속타다·속태우다·조마조마·조바심·피말리다·혀를 내두르다 ← 고민(苦悶)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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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남과 나



  우리 옛말에 ‘남집살이’가 있다. ‘우리집’이 아닌 ‘남집’에 깃들어서 입에 풀바르는 삶을 나타낸다. 그러나 남집살이를 하든 ‘우리집살이(나집살이)’를 하든 대수롭지 않다. 마음이 대수로운걸. 우리집에 있더라도 마음이 딴데 있으면 언제나 흔들린다. 남집에 있지만 마음이 한결같이 ‘나·너·우리’로 고스란하면 늘 즐겁다.


  우리집 아이도 이웃집 아이도 나란히 아이라는 빛이다. 우리집 아이는 우리가 보금자리에서 돌아보는 숨빛이고, 이웃집 아이는 우리집 아이가 앞으로 마주할 이웃인 숨빛이다. 우리는 우리집 아이랑 이웃집 아이를 나란히 바라볼 수 있는 길을 걸으면서 ‘사랑’이 무엇인지 차분히 배우는 ‘어깨동무’라는 오늘길을 걷는다고 느낀다. 비록 곧잘·자주·자꾸·또 바깥일을 하느라 집을 비우더라도, 언제 어디에서나 한마음·한빛·한넋·한꽃이라는 대목을 고이 품으면 넉넉하다.


  서로 나란히 사람이면서 사랑으로 나아가는 날갯짓인 줄 느끼고 받아들여서 눈을 새롭게 뜰 적에는 ‘나·너’이다. 서로 나란한 줄 등지고 등돌리고 고개돌리고 눈감을 적에는 ‘나·남’이다. 말끝 하나만 다르다. ‘남’은 이윽고 ‘놈’으로 바뀌지. ‘나·너’는 ‘님’으로 닿고. 그러니까 ‘나·너 = 우리 = 님’인 얼개이고, ‘나·남 = 밖 = 놈’인 얼거리이다.


  우리는 ‘남’을 쳐다보아야 할 까닭이 없다. 우리는 ‘나’부터 보면서 ‘너’를 알아볼 노릇이다. 이윽고 ‘우리’를 바라보고 받아안는, 바다 같으면서 바람을 담은 파란하늘과 파란별로 스스로 빛나기에 사람이자 사랑이다. 나하고 너를 바라보고 품을 적에는 푸른길인 숲사람이다. 나랑 너가 아닌, 나하고 남이라는 굴레로 금을 긋고 가르고 따지고 재고 싸우고 겨루고 다투느라 불씨가 번지고 불늪에 불바다에 불바람으로 치닫는 죽음짓이기 일쑤이다.


  누가 왜 말썽을 피우겠는가. 누가 어째서 핑계를 대겠는가. 누가 왜 자꾸 골치를 썩이거나 잘못을 일삼겠는가. ‘나·너 = 우리 = 님’이라는 길을 등돌리면서 잊고 잃으니 사납게 망탕으로 치닫는다. ‘나·남 = 밖 = 놈’이라는 굴레를 스스로 꿰차면서 담벼락을 쌓으니, 얼핏 길미나 돈자루를 쥐는 듯하더라도, 이들부터 스스로 망가지고 무너진다.


  온누리 모든 아이는 “잘못했어.”하고 “고마워.”에다가 “사랑해.”라는 석 마디를 늘 스스럼없이 피워낸다. 이와 달리 온누리 숱한 ‘어른 아닌 꼰대’는 “잘못했다.”도 “고맙다.”도 “사랑한다.”도 거의 입밖으로 안 내거나 못 내는 쳇바퀴에 스스로 사로잡힌다. 아이들이 ‘빛말’ 석 마디를 읊을 수 있는 까닭을 들여다볼 노릇이다. 아이는 스스로 빛인 줄 아는 마음과 몸으로 태어났기에 빛말을 쓴다. 그렇지만 어린이집과 배움터에 길들고 갇히고 시달리면서 빛말을 차츰 잊는다. 오늘날 이 나라뿐 아니라 숱한 나라에서는 빛말을 빛나는 눈망울로 터뜨리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 빛말을 빛나는 눈길로 여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날 수 있다.


  어느 길을 바라고 바라보려는지 헤아려야지 싶다. 우리부터, 나부터, 스스로, 몸소, 어떻게 하루길을 열려는 마음인지 살펴야지 싶다. ‘너’가 아닌 ‘남’을 보니까 쉽게 망가진다. ‘나’를 보면서 ‘너’를 마주보니 손을 내밀고 어깨를 겯고 나란히 거닐면서 숲바람을 쐬고 들꽃내음을 속삭이는 오늘을 누린다. 남한테 기대니 길든다. 너한테 맡기니 너나없이 즐겁다. 남한테 바라니 싫고 시시하고 심드렁하다가 시샘에 불씨가 번진다. 너하고 얘기하니 새롭게 잇고 읽고 일구면서 천천히 함께 이루는 말씨부터 심는다. 2025.12.14.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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