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자전거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22
고작 지음 / 북극곰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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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2.14.

그림책시렁 1693


《앗! 자전거》

 고작

 북극곰

 2025.7.7.



  두바퀴를 굴리며 바람을 가르면 온몸을 휘감는 빛을 누립니다. 두다리로 천천히 걸으면 온몸에 스미는 햇볕을 즐깁니다. 외바퀴로도 얼마든지 구르고, 외다리로도 얼마든지 걷습니다. 네다리로 걷거나 열두다리로 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몸에는 팔이며 다리이며 손이며 발에, 귀랑 눈이 둘씩 짝을 짓습니다. 때로는 짝을 안 지을 수 있되, 콩팥이 왼오른이 나란하듯 ‘나’하고 ‘너’는 서로 나란하기에 ‘둘’이고, 이 둘이라는 낱말에서 ‘둘레·두레·둥글다·동그라미·동무·돕다’ 같은 낱말이 가지를 뻗듯 태어났습니다. 《앗! 자전거》는 얼핏 익살스러우면서 따스하게 줄거리를 푸는구나 싶지만, 두바퀴(자전거)를 두바퀴대로 그릴 수 없었나 싶어 아쉽습니다. 나무는 죽죽 뻗는 곧은줄기로 그리면서, 왜 두바퀴는 울쿵불퉁 휜 모습으로 그려야 할까요? 자리(안장) 높이가 맞나요? 새로 받는 두바퀴를 펑퍼짐하듯 네모난 꾸러미에 담지 않아요. 더구나 이 그림책에 나오는 ‘어린이 두바퀴’는 ‘접이’가 아닌 ‘몸통하나’인 뼈대입니다. 몸통하나인 뼈대로 짓는 두바퀴는 길쭉하고 좁은 꾸러미에 담습니다. ‘동무(우정)’를 넓게 보여주고픈 마음은 나쁘지 않되, 둘 사이를 잇는 빛이 ‘두바퀴’라면, 두바퀴부터 제대로 그릴 노릇입니다. 또한 곰이 사는 숲도 제대로 그릴 노릇이며, 곰이 왜 두바퀴를 집어던져서 망가뜨린다고 여기는지, 좀 뜬금없이 곰을 잘못 보는 대목을 그령 할 까닭도 없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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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스르르 사르르 (2025.10.18.)

― 부산 〈대영서점〉



  책집마실이란, 곧 장만할 책을 든든히 챙길 만한 빈 꾸러미를 등에 지고서 찾아가는 길입니다. 책집마실이란, 소리없이 스르르 미끄러지듯 책집으로 스며들어서 소리없이 이 책을 펼치고 저 책을 들추다가 한켠에 차곡차곡 ‘새로 사읽을 책’을 쌓는 노래입니다. 책집마실이란, 바야흐로 한켠에 듬직하게 쌓은 ‘새로 사읽을 책’을 기쁘게 품고서 사르르 마음이 녹는 살림길입니다.


  구름이 짙게 낀 하늘을 바라보면서 부산 보수동으로 찾아드는 오늘입니다. 먼저 〈대영서점〉에 들어섭니다. 바깥은 부릉부릉 왁자지껄합니다. 책집은 조용조용 차분합니다. 스르르 들어와서 사르르 녹듯이 숱한 책바다 사이에서 물방울 하나가 됩니다. 작은 물방울이기에 모든 책을 가로지르듯 넘나들며 노닙니다.


  스승날에 ‘스승’이 어떤 사람인지 돌아보지 않는 이 나라입니다. 어버이날에 ‘어버이’가 어떤 자리인지 헤아리지 않는 이 나라입니다. 어린이날에 ‘어린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는지 살피지 않는 이 나라입니다. 설날에 ‘설’이 무슨 뜻은지 짚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운 이 나라입니다. 한가위에 ‘한·가위’가 무슨 숨결을 품는지 곱씹는 사람은 너무 드문 이 나라입니다.


  한글날은 안 대수롭습니다. 한글날은 하늬옷(서양 양복)을 차려입고서 우쭐대는 날이 아닙니다. ‘한글’이라는 이름을 짓고서, 한글을 처음으로 누구나 배우도록 가르친 주시경 님은 짚신에 두루마기 차림이었습니다. 보따리를 움켜쥐고서 걸어다녔습니다. 중국한테도 일본한테도 하늬(서양)한테도 휘둘리지 않는, 손수 살림을 짓는 작은사람과 언제나 함께 나아간다는 마음으로 일찌감치 이녁 집부터 어깨동무(성평등)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한글날을 기린다는 자리에 모인 사람이 어떻게 찾아왔고, 어떤 옷을 입었고, 어떤 신을 꿰었는지, ‘책가방’이라도 있는지 없는지 들여다보는 눈이 있다면, 이 나라 한글날이 여태 얼마나 엉망진창이었는지 조금은 어림을 하겠지요.


  스미면서 이야기할 오늘입니다. 사이에 빛씨를 심을 이곳입니다. 아이한테 들려주는 모든 말은 어버이·어른으로서 어질며 슬기롭게 살림을 지은 마음으로 다스릴 노릇입니다. 모든 아이는 모든 어버이·어른이 하는 말을 고스란히 받아요. 우리가 막말이나 낮춤말이나 깎음말을 하면 아이도 이 말씨를 물려받습니다. 우리가 살림말이나 사랑말이나 돌봄말을 하면 아이도 이 말결을 그대로 누리면서 펴요.


  어느새 빗방울이 듣는군요. 비가 오면 비를 맞이하면 됩니다. 꺼릴 일이 없습니다. 온누리 온나무·온풀·온꽃은 언제나 비·바람·해·별을 즐겁게 맞습니다.


ㅍㄹㄴ


《페이터의 散文》(월터 페이터/이덕형 옮김, 덕문출판사, 1975.3.15.)

#WalterPater

《창비아동문고 2 못나도 울엄마》(이주홍, 창작과비평사, 1977.2.20.첫/1984.12.20.6벌)

《창비아동문고 51 사랑하는 악마》(이주홍, 창작과비평사, 1983.7.20.첫/1985.5.25.4벌)

《하늘과 땅》(산도르 마라이/김인순 옮김, 솔, 2003.11.1.첫/2018.6.15.고침)

#OhneAnfangundEnde #HimmelundErde #SandorMarai

《꽃이 사람보다 따뜻할 때》(김진경·박복선 엮음, 푸른나무, 1992.2.30.)

- 거꾸로 읽는 책 1

《빠빠라기》(투이아비 이야기·에리히 쇼일만 엮음/최시림 옮김, 정신세계사, 1990.6.19.첫/1990.6.23.2벌)

#에리히요이어만 #Tuiavii #ErichSeheurmann

《長江日記》(정정화, 학민사, 1998.8.15.)

《사랑을 위한 반역》(성내운, 실천문학사, 1985.6.20.)

《아이와 함께 하는 놀이 216》(한국행동과학연구소 엮음, 샘터, 1985.3.15.)

《닭벼슬이 소똥구녕에게》(김진경, 실천문학, 1991.8.25.)

- 1991.9.19. 우리글방. 김설아

《지구, 우주의 한 마을》(게리 스나이더/이상화 옮김, 창비, 2005.5.23.첫/2015.9.30.고침)

#APlaceinSpace #GarySnyder

《금성별 모여라!》(어린이 107, 부산금성초등학교, 2018.)

《사랑하는 아빠가》(패트릭 코널리/박원근 옮김, 김영사, 1987.2.1.첫/1989.9.25.22벌)

#LoveDad #PatrickJosephConnolly (1985년)

《國民學校의 漢字敎育문제 共同討論會 發表槪要》(편집부, 한국어문교육연구회, 1986.10.16.)

《改稿 國語文法論講義》(고영근, 서울대학교 어문연구소, 1969.9.첫/1978.3.고침)

《現代國語의 語彙變遷 硏究》(강신항,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989.6.30.)

- 엄정호 박사 혜존

《국어사 논의에 있어서의 몇 가지 문제》(편집부,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어문연구실, 1991.11.30.)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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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264 : -의 시작 굵은 장대비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굵은 장대비가 쏟아졌다

→ 장마를 알리는 장대비가 온다

→ 장마를 알리며 굵게 비가 쏟아진다

《이름 지어 주고 싶은 날들이 있다》(류예지, 꿈꾸는인생, 2022) 159쪽


“-의 시작”은 오롯이 일본말씨입니다.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은 “장마를 알리는”으로 바로잡습니다. 장대비는 이미 빗방울이 굵어요. “굵은 장대비”는 틀린말씨입니다. ‘장대비’라고만 하거나 “굵은 빗방울”이나 “굵게 비가”로 고쳐씁니다. ㅍㄹㄴ


시작(始作) : 어떤 일이나 행동의 처음 단계를 이루거나 그렇게 하게 함. 또는 그 단계

장대비 : 빗줄기가 굵고 거세게 좍좍 내리는 비 ≒ 작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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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263 : 별다른 공통점 대화 계속 이어 피로 -지기도


별다른 공통점 없는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 가는 일이 조금 피로하게 여겨지기도 해서였다

→ 딱히 닿지도 않는 말을 이어가는 일이 조금 지치기도 했다

→ 썩 뜻이 같지도 않는데 얘기하자니 조금 힘들기도 했다

→ 그리 안 어울리는 얘기를 하자니 조금 버겁기도 했다

《이름 지어 주고 싶은 날들이 있다》(류예지, 꿈꾸는인생, 2022) 97쪽


와닿을 때에 서로 말을 잇습니다. 안 닿고 안 어울리는 말을 자꾸 이으려면 지치고 고단하고 괴롭고 힘들고 버겁고 나른합니다. “잇는 말”이라서 ‘이야기’라 하는데, 이 보기글처럼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 가는 일”이라 하면 겹겹겹말인 굴레입니다. “말을 이어가는 일”이나 “얘기하다”로 바로잡습니다. ㅍㄹㄴ


별다르다(別-) : 다른 것과 특별히 다르다

공통점(共通點) : 둘 또는 그 이상의 여럿 사이에 두루 통하는 점

대화(對話) :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

계속(繼續) : 1. 끊이지 않고 이어 나감 2. 끊어졌던 행위나 상태를 다시 이어 나감 3. 끊이지 않고 잇따라

피로(疲勞) : 과로로 정신이나 몸이 지쳐 힘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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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262 : 안온 위해 기이 상흔


안온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기이한 상흔을 남긴

→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려고, 뒤틀린 자국을 남긴

→ 오붓한 집으로 돌아가려고, 바보처럼 흉을 남긴

→ 아늑한 집으로 돌아가려고, 뒤엉킨 멍울을 남긴

《이름 지어 주고 싶은 날들이 있다》(류예지, 꿈꾸는인생, 2022) 77쪽


아늑한 곳은 조용합니다. 조용하게 돌보니 따뜻합니다. 따뜻하게 돌보는 곳은 오붓하지요. 오붓한 곳에서 오순도순 쉽니다. 우리가 돌아갈 집이란 모든 뒤틀린 자국을 다독일 수 있는 보금자리입니다. 우리가 돌아가는 집은 바보처럼 남긴 흉을 가만히 달래는 돌봄터예요. 이리 엉키고 저리 꼬인 멍울도 둥글둥글 둥지에서 부드럽게 어루만져서 풀어냅니다.


안온(安穩) : 1. 조용하고 편안함 ≒ 안화(安和) 2. 날씨가 바람이 없고 따뜻함 ≒ 안화

위하다(爲-) : 1. 이롭게 하거나 돕다 2. 물건이나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다 3.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하다

기이(奇異) : 기묘하고 이상함 ≒ 기하다

상흔(傷痕) : 상처를 입은 자리에 남은 흔적 ≒ 상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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