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변명 辨明


 변명의 여지가 없다 → 감쌀 구석이 없다 / 둘러댈 새가 없다

 변명을 늘어놓기에 급급했다 → 핑계를 늘어놓기에 바빴다

 변명 같지만 → 억지 같지만 / 악지 같지만

 변명 한마디 못하였다 → 말 한마디 못하였다

 자신의 실수를 변명하다 → 제 잘못을 싸고돌다


  ‘변명(辨明)’은 “1. 어떤 잘못이나 실수에 대하여 구실을 대며 그 까닭을 말함 ≒ 고호 2. 옳고 그름을 가려 사리를 밝힘 ≒ 변백(辨白)”을 나타낸다고 해요. ‘감싸다·싸고돌다·싸다·싸돌다’나 ‘때문·말미암다·토·토씨·토달다·핑계’로 고쳐씁니다. ‘아웅·악지·억지·어거지’나 ‘고래고래·소리·소리치다·외치다’로 고쳐써요. ‘꾸미다·꾸밈질·꾸밈짓·척·체’나 ‘나쁜척·나쁜체·착한척·착한체’로 고쳐쓸 만하고, ‘아닌 척·아닌 체·없는 척·없는 체’로 고쳐씁니다. ‘내밀다·내세우다·너름새·너스레·넉살·넉살좋다’나 ‘도르다·도르리·도리기·두르다·에돌다·에두르다’로 고쳐쓸 만하고, ‘둘러대다·돌라대다·둘러치다·들이밀다’나 ‘말·말씀·이야기·얘기’로 고쳐쓰면 돼요. ‘떠밀다·떼밀다·밀다·밀어내다’나 ‘밀어넣다·밀어주다·밀어대다·밀어붙이다’로 고쳐써도 어울리고, ‘불쏘시개·쏘시개·빌미·일·일꽃’으로 고쳐쓰면 됩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변명(變名)’을 “이름을 달리 바꿈. 또는 그렇게 바꾼 이름”으로 풀이하며 싣지만 털어냅니다. ㅍㄹㄴ



나의 시는 그러한 나의 비겁에 대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 내 노래는 그러한 꼼수를 둘러댈 뿐이다

→ 내 노래는 그러한 굽신질을 감쌀 뿐이다

→ 내 노래는 그러한 더럼짓을 꾸밀 뿐이다

《인부수첩》(김해화, 실천문학사, 1986) 153쪽


지각에 대한 재미있는 별별 변명을 모두 들어 봤지만

→ 늦은 까닭을 온갖 재미난 핑계로 모두 들어 봤지만

→ 늦은 탓을 여러 재미난 핑계로 모두 들어 봤지만

《최고의 이야기꾼 구니 버드》(로이스 로이/이어진·이금이 옮김, 보물창고, 2007) 79쪽


사랑은 함부로 변명하지 않는다

→ 사랑은 함부로 둘러대지 않는다

→ 사랑은 함부로 핑계대지 않는다

→ 사랑은 함부로 말을 안 돌린다

《언어의 온도》(이기주, 말글터, 2016) 25쪽


이 자리에서 변명하자니 아주 부끄럽지만

→ 이 자리에서 둘러대자니 아주 부끄럽지만

→ 이 자리에서 핑계대자니 아주 부끄럽지만

《날아라 모네 탐정단》(김하연, 보리, 2017) 4쪽


침묵을 불길하게 받아들인 경호 씨가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 고요를 안 좋게 받아들인 경호 씨가 핑계 아닌 핑계를 댔다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김탁환, 돌베개, 2017) 167쪽


일은 많이 늘어났지만 변명거리는 없었다

→ 일은 많이 늘어났지만 핑곗거리는 없었다

《아픈 몸을 살다》(아서 프랭크/메이 옮김, 봄날의책, 2017) 168쪽


사태가 심각하다는 걸 직감하고 속사포처럼 변명합니다

→ 일이 큰 줄 느끼고 얼른 둘러댑니다

→ 일이 꼬인 줄 알고 바로 핑계를 댑니다

《모두 어디로 갔을까? 1》(김수정, 둘리나라, 2019) 30쪽


변명을 하자면, 이건 일종의 블루오션이다. 처음부터 메이저는 없다

→ 핑계를 들자면, 새물결이다. 처음부터 큰곳은 없다

→ 둘러대자면, 새바람이다. 처음부터 큰마당은 없다

《파도수집노트》(이우일, 비채, 2021) 154쪽


만약 최저원고료조차 주고 있지 못하다면, 변명의 여지없이 노동력 착취다

→ 밑글삯조차 주지 못한다면, 그냥 뜯어먹기다

→ 밑삯조차 주지 못한다면, 그저 벗겨먹기다

《하필 책이 좋아서》(정세랑·김동신·신연선, 북노마드, 2024)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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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다행 多幸


 무척 다행으로 생각했다 → 무척 잘됐다고 생각했다

 그중 다행인 것은 → 그나마 나은 대목은 / 그나마

 못 보면 다행이지만 → 못 보면 낫지만 / 못 보길 바라지만

 그보다 더 다행한 일이 어디 있겠냐 →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냐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었다 → 좀 즐거운 일이 아니다


  ‘다행(多幸)’은 “뜻밖에 일이 잘되어 운이 좋음 ≒ 행(幸)”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가까스로·겨우·어렵다·어렵사리’나 ‘걱정없다·걱정놓다·근심없다·근심놓다’로 다듬습니다. ‘고맙다·기쁘다·달갑다·반갑다·즐겁다’나 ‘즈믄·즈믄길·즈믄꽃·즈믄빛’으로 다듬으며, ‘그나마·그래도·그러나·그런데·그렇지만’으로 다듬어요. ‘그럭저럭·그냥·그냥그냥·이럭저럭·이냥저냥’이나 ‘이나마·이래저래·이러니저러니·이러구러·이렁저렁’으로 다듬을 만해요. ‘꽃보라·꽃비·봄꽃비·여름꽃비·가을꽃비·겨울꽃비’나 ‘단비·봄단비·여름단비·가을단비·겨울단비’로 다듬지요. ‘낫다·살다·다만·다문·망정·좀·마음놓다’나 ‘두손들다·손들다·바라다·바람’으로 다듬어요. ‘때마침·마침·비로소·하다못해’로 다듬고, ‘뿌듯하다·숨돌리다·쓸다·쓸어내다·한숨돌리다’로 다듬어도 어울립니다. ‘어화둥둥·어둥둥·어허둥둥·오감하다·용하다’로 다듬으며, “이것이 웬 떡·이게 웬 떡·웬 떡”이나 ‘잘되다·좋다·하늘도움·하늘이 돕다’로 다듬으면 됩니다. ㅍㄹㄴ



다행이다. 노숙이 아니라서

→ 잘됐다. 길에서 안 자서

→ 좋다. 들판에서 안 묵어서

《이누야샤 7》(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2) 16쪽


아, 다행이다! 비행기 속에 낙하산이 있었거든

→ 아, 마침! 날개에 나래천이 있었거든

《네드는 참 운이 좋아!》(레미 찰립/이덕남 옮김, 비비아이들, 2006) 12쪽


엘프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 엘프가 있어서 고마워

→ 엘프가 있어서 기뻐

《외다리 타조 엘프》(오노키 가쿠/김규태 옮김, 넥서스주니어, 2006) 6쪽


하지만 폭주했다곤 해도 그 레벨에 멈춘 건 불행 중 다행이었어

→ 그런데 오두방정이라 해도 그쯤에서 멈춰서 숨돌렸어

→ 그러나 망나니라곤 해도 그 눈금에서 멈춰서 나았어

《일상 2》(아라이 케이이치/금정 옮김, 대원씨아이, 2008) 43쪽


다행히 풀밭이 푹신해서 조드퍼 장군은 다치지 않았습니다

→ 고맙게 풀밭이 푹신해서 조드퍼 장군은 다치지 않았습니다

→ 그래도 풀밭이 푹신해서 조드퍼 장군은 다치지 않았습니다

《꽃밭의 장군》(재닛 차터스/김혜진 옮김, 뜨인돌어린이, 2011) 10쪽


눈을 뜨고 나서야 다행히 꿈이었다는 걸 알았지요

→ 눈을 뜨고 나서야 비로소 꿈인 줄 알았지요

→ 눈을 뜨고 나서야 겨우 꿈인 줄 알았지요

→ 눈을 뜨고 나서야 꿈인 줄 알고 한숨돌렸지요

《꽃밭의 장군》(재닛 차터스/김혜진 옮김, 뜨인돌어린이, 2011) 18쪽


내가 귀찮다 이건가. 다행이다. 좋아하기 전에 가식적인 사람이라는 걸 알아서 다행이다

→ 내가 귀찮은가. 잘됐다. 좋아하기 앞서 겉속이 다른 사람인 줄 알아서 잘됐다

→ 내가 귀찮은가. 고맙다. 좋아하기 앞서 입만 산 사람인 줄 알아서 고맙다

《아침이 오니까》(라가와 마리모/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11) 27쪽


다행히도 세상은 아나톨의 생각대로 되지 않았어요

→ 그래도 온누리는 아나톨 마음대로 되지 않았어요

→ 고맙게도 온누리는 아나톨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아나톨의 작은 냄비》(이자벨 카리에/권지현 옮김, 씨드북, 2014) 19쪽


아무에게도 목격당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아서 그나마 나아요

→ 아무한테도 안 보여줘서 한숨돌렸어요

《신 이야기》(고다 요시이에/안은별 옮김, 세미콜론, 2014) 20쪽


다행히도 곰은 모자를 쓰고 와서

→ 그래도 곰은 갓을 쓰고 와서

→ 그나마 곰은 쓰개차림으로

《나를 찾아온 북극곰》(마르쿠스 말트·오렐리 길르리/임은정 옮김, 걸음동무, 2014) 14쪽


하지만 코끼리는 괜찮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 그러나 코끼리는 걱정없다. 잘됐다. 참말 잘됐다

→ 그래도 코끼리는 잘 있다. 마음놓는다. 참 기쁘다

《꽃에서 나온 코끼리》(황K, 책읽는곰, 2016) 33쪽


휴∼ 다행이다

→ 후유 살았다

→ 아! 숨돌린다

→ 후! 고맙다

《백수 삼촌을 부탁해요》(박혜선, 문학동네, 2016) 31쪽


나이 차이 많은 누나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 터울이 진 누나가 있으니 참으로 고맙다

→ 터울이 있는 누나가 있으니 참으로 좋다

《그림책에 흔들리다》(김미자, 낮은산, 2016) 35쪽


눈짐작이었는데 다행히 물건들이 잘 맞네요

→ 눈어림이었는데 고맙게 세간이 맞네요

→ 눈으로 살폈는데 다 용케 맞네요

→ 눈으로 쟀는데 모두 이럭저럭 맞네요

《오늘도 핸드메이드! 1》(소영, 비아북, 2017) 82쪽


레오 씨의 문하에 들어올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 레오 님한테 배우러 들어올 수 있어서 참 잘됐어요

→ 레오 님 그늘에 들어올 수 있어서 아주 기뻐요

《아르테 3》(오쿠보 케이/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7) 54쪽


시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 노래가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 글이 있어서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 노래꽃이 있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 가락글이 있어 얼마나 나은지 모른다

《시가 있는 바닷가 어느 교실》(최종득, 양철북, 2018) 35쪽


전쟁이 장기화되지 않아 다행이라 할까요

→ 싸움이 안 길어 잘됐다고 할까요

→ 싸움이 늘지 않아 숨돌렸다고 할까요

《아르슬란 전기 8》(아라카와 히로무·타나카 요시키/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8) 86쪽


그 사실이 때론 슬프기도 때론 다행스럽기도 하다

→ 그 일이 때론 슬프기도 때론 고맙기도 하다

→ 그래서 때론 슬프기도 때론 기쁘기도 하다

→ 그 대목이 때론 슬프기도 때론 반갑기도 하다

《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밖에》(이내, 이후진프레스, 2018) 189쪽


다행히 도서관 둘레는 그린벨트라 나무가 많고

→ 고맙게 책숲 둘레는 푸른터라 나무가 많고

→ 그래도 책숲 둘레는 푸른띠라 나무가 많고

→ 고맙게 책숲 둘레는 푸른길이라 나무가 많고

→ 그러나 책숲 둘레는 푸른땅이라 나무가 많고

《어서 오세요 베짱이도서관입니다》(박소영, 그물코, 2018) 137쪽


다행이지 뭐야, 너 죽었으면 우린 어쩔 뻔했니

→ 잘됐지 뭐야, 너 죽으면 우린 어쩔 뻔했니

→ 고맙지 뭐야, 너 죽으면 우린 어쩔 뻔했니

《하루거리》(김휘훈, 그림책공작소, 2020) 48쪽


아빠가 전부 사 줘서 다행이네

→ 아빠가 다 사 줘서 기쁘네

→ 아빠가 모두 사 줘서 고맙네

→ 아빠가 몽땅 사 줘서 즐겁네

《장난을 잘 치는 전 타카기 양 9》(야마모토 소이치로·이나바 미후미/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 62쪽


뭐, 배급 덕분에 적어도 굶어죽을 일은 없는 게 다행이지

→ 뭐, 나눠주기에 적어도 굶어죽을 일은 없어서 고맙지

→ 뭐, 받으니까 적어도 굶어죽을 일은 없어서 숨돌리지

《아∼우리들의 먀오 장군님 1》(마츠다 코타·모리치카/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 117쪽


사쿠라 아씨가 흔쾌히 받아줘서 다행이에요

→ 사쿠라 아씨가 산뜻이 받아줘서 잘됐어요

→ 사쿠라 아씨가 서글서글 받아주었어요

《경계의 린네 40》(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1) 8쪽


내 대代에서 끝난 것을 다행스럽게 여겼다

→ 나한테서 끝나 고맙게 여겼다

→ 내 또래에서 끝나 고마웠다

→ 내 줄에서 끝나 숨을 돌렸다

→ 내 길에서 끝나 가슴을 쓸어내렸다

→ 내 터에서 끝나 한숨돌렸다

→ 내 곬에서 끝나 기뻤다

《모국어를 위한 불편한 미시사》(이병철, 천년의상상, 2021) 19쪽


우리 연못이 곧 메워질 위기였는데 다행히도 송이와 엄마가 우리를 구해 주었어요

→ 우리 못을 곧 메우려 했는데 고맙게도 송이랑 엄마가 우리를 도와주었어요

《송이와 꽃붕어 토토》(다시마 세이조/황진희 옮김, 한솔수북, 2022) 7쪽


그러나 다행히도 그림책 속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 그러나 그림책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사이에서, 그림책 읽기》(김장성, 이야기꽃, 2022) 9쪽


다행히 괄호 안에 한글이 있다

→ 그래도 묶음표에 한글이 있다

《자꾸자꾸 책방》(안미란과 아홉 사람, 사계절, 2022) 13쪽


통기성이 좋고 들어가 있던 시간도 짧아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 틈이 있고, 짧게 있어서 그나마 걱정없지만

→ 숨구멍이 있고, 살짝 있어서 그나마 낫지만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20》(호시노 나츠미/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2) 43쪽


찰과상이라 다행이에요

→ 까이기만 했네요

→ 긁히기만 했네요

《솔로 이야기 9》(타니카와 후미코/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22) 17쪽


마음을 알 수 있어서 다행이야

→ 마음을 알 수 있어서 고마워

→ 마음을 알 수 있어서 반가워

→ 마음을 알 수 있어서 기뻐

《카나카나 4》(니시모리 히로유키/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23) 183쪽


오늘은 다행히 온전한 상태였다

→ 오늘은 그나마 멀쩡하다

→ 오늘은 좀 곱상하다

《1일 1새 방구석 탐조기》(방윤희, 생각정원, 2023) 203쪽


휴∼, 다행이야

→ 아이고 잘됐다

→ 아, 살았다

《코딱지 판다》(미야니시 타츠야/황진희 옮김, 키즈바이브, 2023) 20쪽


인간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 사람이 아니라서 반갑네!

→ 사람이 아니라서 기쁘네!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3》(콘노 아키라/이은주 옮김, 미우, 2024) 83쪽


다행히도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습니다

→ 아직 우리한텐 틈이 있습니다

→ 아직 우리는 앞날이 있습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과학 기술 문해력》(임완수·배성호, 철수와영희, 2025) 170쪽


오만방자한 문장으로 타투를 새기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 철없는 글씨를 몸에 새기지 않아 얼마나 숨돌렸는지 모른다

→ 쪼잔한 글을 몸에 그리지 않아 얼마나 한숨돌렸는지 모른다

→ 도도한 글씨를 살에 새기지 않았기에 망정이다

→ 그래도 막나가는 글을 살그림으로 새기지 않았다

《오역하는 말들》(황석희, 북다, 2025) 9쪽


정말 다행이에요

→ 참말 반가워요

→ 참 잘됐어요

《알이 깨어났어요》(김정민, 문화온도 씨도씨, 2025)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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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꽃이야 불의여우 그림책
줄리 모스태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불의여우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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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2.10.

그림책시렁 1692


《시간은 꽃이야》

 줄리 모스태드

 김보람 옮김

 불의여우

 2021.12.23.



  한 해를 마무르는 달을 ‘섣달’이라 하고, 새롭게 여는 새해첫날을 ‘설날’이라 합니다. 이 땅에서는 멈춰서는 때를 한 달을 아우르며 ‘섣달’로 삼아서 돌아봅니다. 이러고서 끝을 잇는 새길로 가는 때를 하루만 삼아서 ‘설날’로 여겨 일어섭니다. ‘서니(멈춰서니)’까 ‘설(일어설)’ 수 있어요. 끝이기에 처음이요, 처음이라는 때는 끝으로 신나게 달려갑니다. 《시간은 꽃이야》는 “Time Is a Flower”를 옮깁니다. 영어로 보면, ‘flower’하고 ‘flow’가 나란합니다. 우리말로는 ‘꽃’은 ‘꽂·곶’하고도 맞물릴 뿐 아니라 ‘곳·곱다’ 에 ‘꼬마·꼭·끝’으로 닿아요. 철이 흐르고 빛이 잇는 길을 나타내는 ‘flower’이자 ‘꽃’이라고 할 만합니다. 피어나기에 시들어서 씨앗과 열매를 베푸는 꽃이란, 꼬마마냥 조그맣고 끝이라 할 텐데, 작은사람인 꼬마는 차근차근 철이 흐르듯 자라나서 어른으로 일어서듯, 꽃이 피고 지는 결에 가만히 여무는 씨앗과 익는 열매가 새길로 뻗으니, 말소리는 달라도 말결과 말빛은 나란하다고 여길 만합니다. 모든 ‘때’란 ‘곳’입니다. 곧 꽃으로 피는 곳인 ‘때’이고, 이러한 때를 갈라서 ‘하루’하고 ‘오늘’하고 ‘이제’를 나타내요. 영어뿐 아니라 우리말도 찬찬히 짚는다면 속뜻을 한결 깊고 넓게 헤아릴 만합니다.


#JulieMorstad #Time Is a Flower (2021년)


ㅍㄹㄴ


《시간은 꽃이야》(줄리 모스태드/김보람 옮김, 불의여우, 2021)


달력 위 숫자와 낱말이야

→ 달종이 셈과 낱말이야

→ 달보기 값과 낱말이야

2


시간은 씨앗이야. 어둠 속에서 다붓하게 기다리다가

→ 하루는 씨앗이야. 어두워도 다붓하게 기다리다가

→ 때는 씨앗이야. 어둡지만 다붓하게 기다리다가

5


2년 후에는 누구 키가 더 클까

→ 이담해에는 누구 키가 더 클까

→ 이태 뒤에는 누구 키가 클까

10


우아하고 조심스런 거미가 쳐 놓았지

→ 아름답게 가만가만 거미가 쳐 놓았지

→ 곱게 살몃살몃 거미가 쳐 놓았지

14


시간은 누군가에겐 깜깜한 밤이야

→ 누구한텐 깜깜한 밤인 때야

→ 누구는 깜깜한 밤인 하루야

20


신나게 춤추게 만들거나

→ 신나게 춤추라 하거나

→ 신나게 춤출 수 있거나

36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깨닫게 해 주지

→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일깨우지

→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가르치지

40


시간은 한 편의 이야기야

→ 하루는 이야기 하나야

→ 오늘은 이야기 한 토막

42


어쨌거나 지금은 저녁 먹을 시간이야

→ 어쨌거나 이제는 저녁 먹을 때야

→ 어쨌거나 이제 저녁 먹을 참이야

46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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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한 증언 낮은산 키큰나무 24
김중미 지음 / 낮은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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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12.10.

다듬읽기 274


《너를 위한 증언》

 김중미

 낮은산

 2022.4.5.



  삶을 사랑으로 짓는 손길이기에 살림을 이룹니다. 하루하루 맞이하지만 사랑이 없이 남이 시키는 대로 휩쓸리며 심부름에 얽매이니 살림과 등질 뿐 아니라 사랑을 모릅니다. 온누리 어디에서나 삶·살림·사랑을 품는 사람으로 서는 집이 있지만, 안타깝고 슬프게 삶·살림·사랑이 아니라 돈·힘·이름에 이끌리는 끄나풀과 놈팡이도 있습니다. 《너를 위한 증언》은 살림지기·사랑지기가 아닌 놈팡이·끄나풀이 휘두르는 주먹에 울고 아프고 죽은 가시내한테 맺힌 응어리하고 눈물을 담는 줄거리라고 합니다. 우리는 이 멍청한 주먹을 ‘남성가부장권력’이라고 일컫습니다. 넋을 잃은, 얼을 잊은, 빛을 등진, 씨앗을 팽개친 무리가 ‘고약한 꼰대(남성가부장권력)’일 텐데, 바로 모든 임금(왕·대통령·권력자)이 고약한 꼰대입니다.


  얼핏 보면 임금이란 놈팡이는 하나 아니냐고 여길 텐데, 피를 잇는 임금은 수두룩하고, 임금이 되려는 사내(왕자)도 수두룩합니다. 임금을 모시는 벼슬아치는 하나같이 사내(신하·사대부·귀족)이면서 수두룩합니다. 임금과 벼슬아치는 그들 돈·힘·이름을 움켜쥐려고 사람들을 억누르고 짓밟아서 싸울아비(군인)로 데려가고, 나라 곳곳에 나리(양반·지식인·공무원)를 두는데, 싸울아비하고 나리도 줄줄이 사내입니다. 몇몇 사내하고 얽힌 굴레가 아닌, 고린틀(봉건사회)이 고스란히 굴레입니다.


  굴레에 길들기에 돈벌이는 하되 살림은 안 짓거나 못 짓습니다. 굴레를 꿰는 허수아비에 끄나풀로 떡고물을 얻는 자리를 누리려고 하니, 사납짓이 오늘날까지 고스란합니다. 이른바 ‘이씨 조선 500해’가 끝장났어도,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났어도, ‘박·전·노·김 군사독재’를 끌어내렸어도, 왜 고약한 꼰대짓이 안 사라지는지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나라(사회·국가·정부)라고 하는 꼴이 그대로 고약한 꼰대틀이거든요.


  《너를 위한 증언》은 줄거리를 펴려는 뜻은 나쁘지 않다고 느끼지만, 고약한 꼰대틀이 서슬퍼런 얼거리를 썩 못 읽거나 안 읽는 듯합니다. ‘모든 아버지’도 ‘몇몇 아버지’도 아닌, ‘모든 사내’도 ‘몇몇 사내’도 아닌 실타래입니다. 무엇보다도 무엇이 살림이고 사랑이고 삶이고 사람인지 밝힐 때라야, 응어리를 달래고 눈물을 씻고 생채기를 토닥이면서 일어설 수 있어요. 옳은길(정의)이라는 목소리를 내기에 새길이나 새글을 이루지 않습니다. 목소리는 ‘옳은길’이되, 이 목소리에 ‘삶·살림·사랑·사람’이 없이 ‘미움씨·불씨·싫음씨’로 채운다면, 더구나 글결이 온통 ‘일본말씨 + 옮김말씨(일제강점기 군국주의 말씨·번역체)’라면, 겉훑기로 헤매다가 그치게 마련입니다.


ㅍㄹㄴ


《너를 위한 증언》(김중미, 낮은산, 2022)


나는 가출도 해본 적이 없어 아무리 속상하고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 나는 집나간 적이 없어 아무리 속쓰리고 불나는 일이 있어도

→ 나는 뛰쳐나간 적이 없어 아무리 쓰리고 싫은 일이 있어도

11쪽


저어새가 가족 단위로 사는데 그 가족이 불가피하게 깨지면 남은 생을 외톨이로 산다고

→ 저어새는 한집을 이루는데 누가 죽으면 남은 삶을 외톨이로 산다고

→ 저어새는 둥지를 짓는데 한쪽이 먼저 가면 남은 삶은 외톨이라고

16쪽


잘 자게 되면 나갈게

→ 잘 자면 나갈게

17쪽


자궁과 난소를 제거하는 큰 수술을 받았다

→ 아기집과 알집을 크게 도려냈다

→ 아가집과 암씨집을 크게 잘라냈다

18쪽


하늘에 빛의 요술이 펼쳐진다

→ 하늘에 빛잔치가 열린다

→ 하늘에 빛이 반짝인다

→ 하늘이 빛꽃을 이룬다

19쪽


미투 얘기가 나오면

→ 같이 얘기가 나오면

→ 나도 얘기가 나오면

→ 함께 얘기가 나오면

23쪽


결이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 결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지만

→ 결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모르지만

→ 결이가 하는 말을 영 못 알아듣지만

36쪽


새들처럼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어떨까

→ 새처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어떨까

→ 새처럼 하늘에서 땅을 보면 어떨까

40쪽


넌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 넌 나란꽃을 어떻게 여겨?

→ 넌 무지개사랑을 어떻게 봐?

44쪽


너희 언니가 레즈비언이라서 가족들이 장례식에 안 갔다는 거야?

→ 너희 언니가 한꽃이라서 집에서 죽음길에 안 갔다고?

→ 너희 언니가 나란꽃이라서 집에서 보냄길에 안 갔다고?

45쪽


쇼윈도 부부만 있는 게 아니라 쇼윈도 가족도 있어

→ 눈가림 갓벗만 있지 않고 눈가림 집안도 있어

→ 꽃밭 사이만 있지 않고 꽃밭 집안도 있어

→ 겉보기 단짝만 있지 않고 겉보기 집안도 있어

57쪽


자궁 안에서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는 존재가 떠올랐다

→ 아기집에서 내내 알리던 아기가 떠오른다

→ 아가집에서 늘 말을 하던 숨결이 떠오른다

67쪽


M에게 느껴야 할 부채 의식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있는데

→ ㅁ한테 느껴야 할 빚이 무엇인지를 헤아리는데

→ ㅁ한테 무엇을 빚졌는지 돌아보는데

79쪽


그런 행동을 용납하고 변명해 준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컸어

→ 그런 짓을 받아들이고 감싼 사람이 몹시 미웠어

→ 그렇게 굴어도 봐주고 들어준 사람이 참 싫었어

→ 그 따위를 들어주고 밀어준 사람이 꼴보기싫었어

129쪽


열한 살 때부터였습니다. 고통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

→ 열한 살 때부터 괴로웠습니다

→ 열한 살 때부터 고달팠습니다

→ 열한 살부터 아팠습니다

→ 열한 살부터 힘겨웠습니다

153쪽


스스로 나의 길을 만들어 갈 힘을 얻었습니다

→ 스스로 길을 걸어갈 힘을 냈습니다

→ 스스로 길을 내려고 일어섰습니다

→ 스스로 길을 찾으며 힘냈습니다

154쪽


나는 절대로 엄마아빠 같은 사람이 안 될 거라는 것이다

→ 나는 엄마아빠 같은 사람이 될 마음이 아예 없다

→ 나는 엄마아빠처럼 살 마음이 조금도 없다

→ 나는 엄마아빠처럼 살 바에야 죽으련다

23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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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253 : -의 삶을 살게 되


철새의 삶을 살게 되면서

→ 철새살이를 하면서

→ 철새처럼 살면서

→ 철새마냥 살면서

《이름 지어 주고 싶은 날들이 있다》(류예지, 꿈꾸는인생, 2022) 4쪽


“삶을 살다”는 틀린말씨입니다. “삶이다”나 ‘살다’ 가운데 하나로 바로잡습니다. “철새의 삶을 + 살게 되면서”는 잘못 쓰는 일본옮김말씨이기도 합니다. “철새살이를 하면서”로 고쳐씁니다. “철새처럼 살면서”로 고쳐써도 되어요.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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