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화化] 비인간화



 인간의 비인간화는 더욱 심해진다 → 사람은 더욱 사납다 / 사람은 더욱 메마르다

 비인간화되어 가는 현대 문명사회 → 서늘한 오늘살림 / 차가운 서울살림

 점점 비인간화하여 갈 것이다 → 차츰 팍팍하게 간다


비인간화(非人間化) : 비인간적으로 됨

비인간적(非人間的) : 사람답지 아니하거나 사람으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것



  뜻풀이로 본다면 “비인간적으로 된다”는 ‘비인간화’라는데, 사람답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뜻을 헤아려 가만히 손질합니다. ‘사람답지 않은·사람이 아닌’ 모습일 테고, ‘모질다·끔찍하다·메마르다·매몰차다·사납다’로 옮길 만합니다. ‘끔찍하다·겨울·한겨울·강파르다’나 ‘미치다·못나다·못되다·무시무시하다’나 ‘나쁘다·빠듯하다·빡세다’라 할 만합니다. ‘사랑없다·마음없다’나 ‘무섭다·무뚝뚝하다·버겁다·벅차다·힘겹다·힘들다’라 할 테고, ‘괴롭다·고달프다·고단하다·그악스럽다·죽을판’나 ‘눈밖·억누르다·짓누르다·짓밟다’라 할 수 있어요. ‘서늘하다·서슬퍼렇다·싸늘하다·쌀쌀맞다’나 ‘앙칼지다·얼다·얼음·얼음장·얼음추위·얼음바람’일 테며, ‘어이없다·어처구니없다·얼룩지다·옳지 않다·터무니없다’나 ‘짓궂다·차갑다·차다·추위’로 나타냅니다. ‘저버리다·퉁·퉁명스럽다·팍팍하다·퍽퍽하다’로 나타내기도 할 텐데, 사람이 아닌 뭇숨결을 나타내려는 자리라면 ‘이웃’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그러다 보면 여성은 천천히 비인간화되지요

→ 그러다 보면 순이는 사람과 멀어가지요

→ 그러다 보면 가시내는 사람이 안 되지요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애덤 바일스/정혜윤 옮김, 열린책들, 2025) 3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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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적' 없애야 말 된다

 도덕적


 도덕적 관점 → 바른눈 / 참눈 / 맑은 눈길

 도덕적 관습 → 참살림 / 곧은길

 도덕적인 측면 → 바른길 / 바른쪽 / 바른 눈길

 도덕적 행위 → 참일 / 착한일 / 옳은짓

 도덕적 가치가 있는지 → 곧바른지 / 올바른지 / 옳은지

 도덕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 바른 줄거리를 많이 담는다

 그들의 행위는 도덕적으로 옳은 것이었다 → 그들이 한 일은 마땅하고 옳았다


  ‘도덕적(道德的)’은 “1. 도덕에 관한 2. 도덕의 규범에 맞는”을 뜻하고, ‘도덕(道德)’은 “사회의 구성원들이 양심, 사회적 여론, 관습 따위에 비추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준칙이나 규범의 총체”를 뜻한다고 합니다. ‘곧다·곧바르다·곧빛·곧바른빛·곧바름’이나 ‘곧은결·곧은길·곧은넋·곧은눈·곧은얼’이나 ‘곧이·곧이곧다·곧이곧대로’로 다듬습니다. ‘길·길눈·길꽃’이나 ‘깨끗하다·깨끔하다·맑다·맑밝다·말갛다·정갈하다’로 다듬어요. ‘꽃대·꽃줄기·동·꽃어른·꽃어르신’으로 다듬고, ‘낫다·내세우다·앞세우다’나 ‘똑바로·똑바르다·똑바른길·똑바른넋’로 다듬지요. ‘마땅하다·마뜩하다·맞다·알맞다·알맞춤하다’나 ‘마음·맘·마음꽃·마음그림·마음길’이나 ‘모두·모두모두·모든’으로 다듬습니다. ‘바람직하다·바로서다·바로세우다·바르다·바른빛·바른꽃’이나 ‘바른결·바른길·바른틀·바른넋·바른눈·바른얼·바른힘’으로 다듬으며, ‘반듯하다·반듯반듯·번듯하다·번듯번듯’으로 다듬을 만합니다. ‘밝다·밝은것·밝은살림·밝은길·밝길·밝꽃’이나 ‘사람결·사람됨·사람되기·사람길·사람몫’으로 다듬습니다. ‘아름길·아름꽃·아름별·아름빛·아름꽃빛·아름빛꽃’이나 ‘아름답다·아름치·아리땁다·아름차다’로 다듬을 수 있고, ‘어질다·어진이·어진사람·어진님·어진벗·어진사랑·어진빛·어진길·어진꽃·어진숲’으로 다듬으면 돼요. ‘온길·온틀·온꽃·온빛·온빛깔·온바탕’이나 ‘올곧다·올바르다·올바로’로 다듬어도 어울립니다. ‘옳다·옳은길·옳은뜻·옳은꽃·옳은빛·옳길·옳뜻·옳꽃·옳빛’이나 ‘입바르다·입바른소리·입바른말·잘 알다’로 다듬지요. ‘착하다·착한길·참어른·참어르신·참하다’나 ‘찬눈·찬꽃·찬빛·참·참것·참길’로 다듬어요. ‘참넋·참눈·참눈길·참눈빛·참얼·참빛’이나 ‘첫눈·첫눈길·첫눈빛’으로 다듬고, ‘좋다·치우침없다·티없다·티끌없다’로 다듬으면 됩니다. ㅍㄹㄴ



도덕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으나 인품이 있다고 부를 수 있는

→ 바르다고 말할 수 없으나 됨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는

→ 깨끗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곰살갑다고 할 수 있는

《孤獨한 당신을 위하여》(루이제 린저/곽복록 옮김, 범우사, 1974) 28쪽


오늘날에는 10년 전의 그러한 도덕적 명령(moral imperative)이 나이브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 오늘날에는 열 해 앞서 그러한 바른길이 어리석었다고 본다

→ 오늘날에는 열 해 앞서 그러한 곧은길이 바보스럽다고 본다

→ 오늘날에는 열 해 앞서 그러한 반듯길이 철없었다고 본다

《그림자 노동》(이반 일리히/박홍규 옮김, 분도출판사, 1988) 23쪽


초야의 어진 사람이 나와서 사회에 경종을 울려 도덕적 양심을 깨우침으로써

→ 들에서 어진 사람이 나와서 나라를 밝게 울려 바르게 깨우치면서

→ 시골에서 어진 사람이 나와서 나라를 밝게 울려 곧게 깨우치면서

《민중유교사상》(서정기, 살림터, 1997) 32쪽


그의 도덕적 천성은 전혀 바뀌지 않았던 것입니다

→ 그는 참바탕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던 셈입니다

→ 그는 마음바탕이 조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해바라기》(시몬 비젠탈/박중서 옮김, 뜨인돌, 2005) 197쪽


도덕적으로 병들어 가는 이 사회

→ 곧은길이 시들어 가는 이 나라

→ 몸도 마음도 찌들어 가는 이곳

→ 착한 마음이 메말라 가는 여기

《초록의 공명》(지율, 삼인, 2005) 121쪽


도덕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 깨끗한 사람이 되고 싶다

→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

→ 올바른 사람이 되고 싶다

→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하종강, 후마니타스, 2007) 162쪽


주변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도덕적 통제도 받지 못한 채 성장해 가던 자매는 배가 고프거나 필요한 게 있으면 남의 것을 훔쳤고, 이것이 습관이 되어 죄의식 없이 상습적으로 절도를 저지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하고 바른길도 배우지 못한 채 자라던 언누이는 배가 고프거나 쓸 살림이 있으면 남한테서 훔쳤고, 이 삶이 버릇이 되어 잘못조차 못 느끼고 다시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다

→ 제대로 보살피는 사람이 없이 곧은길도 배우지 못한 채 크던 아이들은 배가 고프거나 뭘 써야 하면 남한테서 훔쳤고, 이렇게 길들며 잘못마저 못 느끼고 툭하면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다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천종호, 우리학교, 2013) 55쪽


고대를 비판하면서 현대가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오만한 견해를 내놓기도

→ 옛적을 따지면서 오늘이 한결 낫다는 건방진 생각을 내놓기도

→ 옛날을 나무라면서 오늘날이 더 아름답거나 착하다며 잘난 체하기도

《고대 그리스사》(토머스 R.마틴/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2015) 16쪽


도덕적인 훈화는 빨리 해 버리고

→ 올곧은 가르침은 빨리 해 버리고

→ 바른 가르침은 빨리 해 버리고

→ 착한 가르침은 빨리 해 버리고

《통일교육 어떻게 할까》(김현희와 다섯 사람, 철수와영희, 2016) 27쪽


어른들은 늘 도덕적인 잣대로 청소년들을 봐요

→ 어른들은 늘 참이란 잣대로 푸름이를 봐요

→ 어른들은 늘 착함이란 잣대로 푸름이를 봐요

→ 어른들은 늘 푸름이를 착해야 한다고 봐요

《언니, 같이 가자!》(안미선, 삼인, 2016) 119쪽


이 책은 도덕적 의무로서의 웰니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이 책은 마땅히 지킬 길로 잘살기에 눈길을 맞춘다

→ 이 책은 바르게 지켜 나갈 잘살기를 이야기한다

→ 이 책은 마땅히 지킬 잘살기를 다룬다

→ 이 책은 올바로 지킬 잘살기를 밝힌다

《건강 신드롬》(칼 세데르스트룀·앙드레 스파이서/조응주 옮김, 민들레, 2016) 14쪽


덩치가 크다는 것이 미학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도덕적인 잘못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세상에서, 지나치게 거대한 사람은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 덩치가 크면 보기에 바람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잘못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판에, 지나치게 큰 사람은 참말 어떻게 살아야 할까

→ 덩치가 커다라면 보기에 아름답지 못할 뿐만 아니라 뭔가 잘못했다고까지 일컫는 마당에, 지나치게 커다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는 당당한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했다》(린디 웨스트/정혜윤 옮김, 세종서적, 2017) 32쪽


수긍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도덕적 우열과 무관한 그 어떤 종류의 전투나 경쟁에서도 승리와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 받아들이기를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낫고 나쁘고를 떠나, 어떤 싸움이나 겨루기에서도 이기거나 질 적에 받아들이지 못한다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어슐러 K.르 귄/진서희 옮김, 황금가지, 2019) 89쪽


주체가 ‘무언가’가 아니라 ‘누군가’이므로 소비에 도덕적 딜레마가 따른다

→ 임자는 ‘무엇’이 아니라 ‘누구’이므로 함부로 쓸 수 없다

→ 지기는 ‘무엇’이 아니라 ‘누구’이므로 마구 쓸 수 없다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로빈 월 키머러/노승영 옮김, 다산초당, 2025) 80쪽


만약 저한테 어떤 도덕적 진실을 기대한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거예요

→ 제가 착하기를 바란다면 잘못 보셨어요

→ 제가 참하기를 빈다면 틀렸어요

→ 제가 깨끗하기를 바란다면 잘못 짚었어요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애덤 바일스/정혜윤 옮김, 열린책들, 2025)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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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펭귄penguin



펭귄(penguin) : [동물] 펭귄과의 황제펭귄, 아델리펭귄, 수염펭귄, 로열펭귄, 갈라파고스펭귄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키는 40∼120cm이며 등은 검은색, 배는 흰색이다. 몸은 방추형이고 날개는 짧고 지느러미 모양으로 변화하여 날지 못하며, 다리는 몸 뒤쪽에 있는데 짧고 땅 위에서는 곧추서서 걷는다. 헤엄을 잘 치며 물고기·낙지·새우 따위를 잡아먹고, 바닷가에서 무리 지어 사는데 대부분 남극 지역에 분포한다 ≒ 인조

penguin : 펭귄

ペンギン(penguin) : 펭귄



우리 낱말책은 영어 ‘펭귄’을 ‘≒ 인조(人鳥)’처럼 다루기도 합니다만, 이웃나라에서 쓰는 이름을 그대로 쓸 바가 아니라면 ‘사람새(인조)’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이보다는 이 새가 얼음나라에서 살아가는 결을 헤아려 ‘얼음새’라고 할 만합니다. 포근하거나 따뜻한 터전이 아닌, 꽁꽁 얼어붙은 터전에 알맞게 살림을 짓기에 ‘얼음새’란 이름이 어울립니다. ‘얼음눈새’라 할 만하고, ‘눈밭새·눈얼음새’ 같은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ㅍㄹㄴ



질문을 한 펭귄이 흠뻑 젖은 채

→ 물어본 얼음새가 흠뻑 젖은 채

→ 묻는 눈얼음새가 흠뻑 젖은 채

《엉뚱하기가 천근만근》(다니엘 네스켄스·에밀리오 우르베루아가/김영주 옮김, 분홍고래, 2017) 6쪽


펭귄을 만나 처음 한 일은 펭귄을 잡아 추적 장치를 부착하는 작업이었다

→ 얼음새를 만나서 처음에는 뒤좇기를 붙였다

→ 얼음새를 만나면 처음에는 길찾기를 붙인다

《물 속을 나는 새》(이원영, 사이언스북스, 2018) 10쪽


펭귄들은 시린 바람과 흩날리는 눈발에도

→ 눈밭새는 시린 바람과 흩날리는 눈발에도

《측광》(채길우, 창비, 2023) 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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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누구를 보는가



  어려서나 나이들어서나 같다. 몸피는 늘 바뀌지만, 마음은 누구나 늘 같다. 배우는 마음인 사람은 아직 철들지 않아서 퍽 어리숙하더라도 차근차근 나아가며 기꺼이 맞아들인다. 안 배우는 마음인 사람은 어느 나이에서도 안 배울 뿐 아니라, 어느 자리에 있든 어느 때를 마주하든 안 배우니까 노상 멈춰서 고인다. 어릴적에 멍하니 쳐다보곤 했는데, 뭔지 모르니 한참 보며 알아차리려고 했다. 이때마다 언니나 또래는 “넌 왜 함께 안 하고서 구경만 하니!” 하고 타박하며 꿀밤을 먹이거나 때렸다.


  영문도 모르는 채 섞여서 뭐가 뭔지도 모르는 물결에 휩쓸리는데, “같이 하다 보면 저절로 알아!” 하고 나무라는 소리가 빗발친다. 느리거나 더디거나 더듬대거나 부끄러운 사람을 억지로 밀어넣거나 욱여넣으면, 언제나 더 말썽이거나 어긋난다. 스스로 알아채서 손모을 틈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처음부터 억지로 서두르는 일이라면 아무리 여러 사람이 힘쓰더라도 무너지게 마련이다.


  “내 너머 불구경”이라는 말처럼, ‘구경’이란 “남일로 여겨서 팔짱끼는 몸짓”이다. 그러니까 스스로 “내 일”로 받아들이려면 곰곰이 보고서 두루 짚어야 한다. 처음에는 낯설고 모르겠고 어지럽기 일쑤이지만, 보고 겪고 느끼는 사이에 천천히 알아볼 수 있다. 아기가 하루아침에 안 서고, 하루아침에 말꼬를 트지 않는다. 이리하여 ‘글꼬’가 있다. 글을 쓰기까지 누구나 “지켜보고 돌아볼 뿐 아니라. 내 삶으로 녹이고 풀어서 품는 틈”을 둘 노릇이다.


  요즈음 쏟아지는 숱한 글(한국문학)은 으레 ‘구경글’이라고 느낀다. 구경글이기에 옮김말씨(번역체)가 춤춘다. 구경글은, 점잖게 “객관적 시선”이나 “적정한 거리”라는 일본말씨를 허울로 휘감는다. ‘삶글’도 ‘살림글’도 아니라서 구경글이다. “내 삶”이 아니기에 짐짓 팔짱끼고서 뒤로 물러난 몸짓으로, 내 너머에서 구경을 한다. 이윽고 구경눈에 길들고 물드느라, 한 발조차 안 담그고, 한 손조차 안 내민다. “내가 안 다치면서 길미만 누리는 데”라고 느낄 때까지 입다문다. 다칠 일이 없어도 입벙긋을 안 한다.


  옮김말씨는 하나같이 ‘졸졸졸(피동형·수동형)’이다. 우리말씨는 ‘스스로+몸소(능동형)’이다. 글결이 ‘졸졸졸(입음꼴)’이라면 문득 책을 덮고서 헤아려 보자. 이 글이나 책을 쓴 이는 왜 구경만 하면서 손도 발도 몸도 안 움직이는지 생각을 해보자. 왜 옮김말씨나 일본말씨를 안 버리는지 살펴보자. 굳이 옮김말씨나 일본말씨에다가, 일본말과 중국말과 영어를 잔뜩 곁들여서 글을 쓰는 까닭을 곱씹자.


  누구를 보는가? 저 먼발치 남을 보는가? 나와 너와 우리를 보는가? 글을 쓰고 싶다면 ‘자료조사’와 ‘증언수집’을 안 해야 할 노릇이다. 글쓰기를 바라면, ‘살면’ 된다. ‘살림하면’ 된다. 숲빛으로 푸르게 ‘사랑하면’ 된다. 삶과 살림과 숲과 사랑은 ‘입음꼴’이 없다. 모두 늘 ‘스스로+몸소’이다. ‘자료조사·증언수집’은 언제나 ‘졸졸졸’이면서 ‘남(사회·정부·우상·전문지식)’한테 기댄다. 남한테 기대는 곳에는 우리 나름대로 짓는 삶과 살림과 사랑이 없다. 초라하거나 가난하거나 모자라 보이더라도, 우리가 손수 짓고 몸소 하면서 스스로 펴는 삶·살림일 적에 바야흐로 ‘읽기(삶읽기·살림읽기·숲읽기·사랑읽기)’를 하기에, 저절로 ‘쓰기(삶쓰기·살림쓰기·숲쓰기·사랑쓰기)’로 거듭난다.


  글은 스스로 쓸 일이다. 스스로 살아낸 바를 쓸 적에 나랑 너를 살려서 하늘(하나인 우리)을 이룬다. 몸소 살림하는 바를 쓰기에 나하고 너가 만나는 우리(아우름)를 일군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바를 쓰니, 나도 너도 가만히 날개돋이를 하면서 파란바람으로 피어난다.


  너는 너를 보면 된다. 나는 나를 보면 된다. 너랑 내가 스스로 들여다보는 사이에 차분히 눈을 뜰 테니, 제빛을 바라보는 둘은 이윽고 한빛을 돌아보는 이곳을 편다. ‘시늉글(현대 한국문학)’이란 “남을 구경한 줄거리”이다. ‘참글(수수글)’이란 “내가 나를 사랑하면서 나로서 서는 오늘을 그리는 노래”이다. 같이 노래하니 즐겁다. 함께 노니 기쁘다. 수수하게 쓰니 스스럼없이 숲으로 간다. 수수꽃다리는 수수하게 빛나는 봄나무이다. ‘글감’이 아닌 ‘글’을 보려고 해야 비로소 너랑 나랑 우리를 읽어서, 이 별과 넋과 숨을 알아보며 쓸 수 있다. 2025.12.6.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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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오늘 빌었어



새벽에 집을 나서는 길에

곁님과 아이한테 즐겁게 놀라 이르고서

나는 나대로 즐겁게 걷자고 빈다


아침을 지나가는 시외버스에서

옆자리 할머니가 팔뚝을 자꾸 툭툭 치니

나는 내 길과 길을 보자고 빈다


낮에 닿은 서울에서

올해 나올 그림책을 놓고서 얘기하는 자리에서

나는 나부터 웃으며 끝손질 하자고 빈다


저녁에 이르는 모임에서

함께 둘러앉은 〈악어책방〉 여러 이웃과

나는 나로서 빛나고

너는 너로서 비우고

함께 하루를 빚는

오늘밤 별빛노래를 빈다


2026.1.26.달.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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