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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 -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인터뷰집
애덤 바일스 지음, 정혜윤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1.31.
까칠읽기 117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
애덤 바일스 엮음
정혜윤 옮김
열린책들
2025.2.10.
“The Shakespeare and Company Book of Interviews”를 옮긴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다. 이 책을 읽은 분이라면 알 텐데, 프랑스 파리에 있는 작은책집이자 마을책집인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이고, 이곳은 ‘영어로 쓴 책’을 팔 뿐 아니라, ‘영어로 글을 쓰는 사람’이 모이는 곳이며, ‘영어책을 읽으며 배우는 사람’이 만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새책도 다루지만 밑바탕은 헌책집이다. 지난날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모든 책을 다루고 읽으려는 이음길이라고 할 만하다.
영어로 나온 책이라면 그냥 “Shakespeare and Company”를 넣을 만하다면, 한글로 옮길 적에는 책집이름을 그대로 살려도 되고, 수수하게 ‘책집’이나 ‘헌책집’이라 할 만하다. 프랑스에 있는 작은책집·마을책집·헌책집을 모르는 분한테 이 책을 알리려는 뜻이라면 책이름을 “작은책집에서 만난 사람”이라든지 “마을책집에서 이야기하다”라든지 “헌책집에서 나눈 말” 즈음으로 붙일 만하다.
다시 짚자면,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 같은 책이름이 아주 틀리지는 않지만, 작은책집에서 여러 글바치를 불러서 이야기밭을 펼 적에는 ‘책집에서 모인다’는 뜻부터 살필 노릇이다. 으리으리하거나 커다란 곳에서 펴는 이야기밭이 아니다. 책숲(도서관)에서 꾀하는 이야기밭이 아니다. 책을 사고팔면서 읽고 나누는 마을책집에서 일구는 이야기밭이다. 그래서 헌책집 한 곳으로 찾아온 글바치뿐 아니라, 헌책집에 책손으로 드나드는 사람이 어울리는 이야기밭에서 피어나는 온갖 말은 ‘글쓰기’만 안 짚는다. 먼저 ‘삶읽기’를 짚고 ‘삶쓰기’를 바라보고 ‘삶짓기’로 나아간다. 한글판 책이름을 ‘소설쓰기’로 옭아매거나 좁혀야 할 까닭은 터럭만큼도 없다.
글을 쓰거나 읽을 적에는 ‘옳고그름’이나 ‘좋고나쁨’을 안 따질 노릇이다. 그저 삶을 쓰고 읽을 노릇이요, 언제나 삶을 쓰고 읽기에 이웃을 알아가고 나를 들여다보며 우리가 함께 살림을 펴는 이 푸른별을 가꾸는 길을 돌아볼 만하다. 프랑스 작은책집에 모이는 글바치가 너른눈으로 모든 책을 다 읽으려고는 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이녁이 하는 말을 들으면 다 알아챌 수 있다. 어떤 이는 어느 아무개를 비아냥대거나 놀리거나 할퀸다. 어떤 이는 어느 무리만 옳거나 맞고 다른 쪽은 다 틀리거나 엉터리라고 나무란다. 다 다른 사람이 쓰는 다 다른 글이기에, 다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올 만하고, 마을책집은 이 다 다른 목소리를 그저 들려주고 듣고 나누면서 생각씨앗을 지피는 몫이다.
우리나라 책집은 어떠한가? 모든 목소리를 고루 담는 터전인가? 아니면 몇몇 목소리만 외곬로 치닫는 굴레나 늪인가? 첫머리에 나오는 글바치 한 사람은 “뭐든지 닥치는 대로 읽는다”고 밝힌다. 싫어할 만한 글도 찾아서 읽는다지. 글을 쓰는 사람은 늘 모두한테서 배워야 마땅하니까.
우리한테 귀가 둘인 까닭은 왼귀와 오른귀를 열고 틔워야 한다는 뜻이다. 눈이 둘인 까닭은 왼눈과 오른눈을 함께 뜨고 틔워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우리는 다 다른 몸이라서 눈이나 귀가 하나일 수 있다. 그런데 눈이나 귀가 하나여도 온소리와 온빛을 고루 받아들일 노릇이다. 우리 입이 하나인 까닭은, 다른 두 목소리와 빛을 아우르고 어우르면서 아름답게 한빛으로 펼쳐내라는 뜻이다.
글바치도 눈뜰 노릇이지만, 책을 읽는 모든 사람도 눈뜰 노릇이다. “좋아하는 책”만 읽는 사람은 언제나 외곬로 잠기면서도 외곬인 줄 스스로 못 알아챈다. 아이가 없거나 나이가 들었대서 그림책과 어린이책을 안 읽거나 등지거나 깔보는 손길과 눈망울이라면, 이미 글러먹은 ‘늙은이’일 뿐이다. 만화책을 안 펴거나 얕보면서 소설책이나 인문책만 읽는 손끝과 눈길일 적에도, 벌써 틀려먹은 ‘늙다리’이다. 못마땅해 보이거나 마음에 안 차는 글도 읽어야 한다. 싫거나 미운 사람이 쓴 글도 읽어야 배워서 사람이 된다. 버스기사는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과일장수와 마트 계산원은 오른쪽인가 왼쪽인가? 그저 모두 이웃이고 사람일 뿐이다.
ㅍㄹㄴ
“저는 뭐든지 가리지 않고 다 읽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글조차, 아니 종종 싫어하는 글이 오히려 좋아하는 글보다 소설 쓰기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려주거든요. 제가 하고 싶지 않은 것만이 아니라 때로는 제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도요 … 책상이 깔끔하면 뭔가 잘못된 겁니다.” (38, 39쪽/에버렛)
“정치는 제 할머니 집 안에 있는 온갖 것에도 스며들어 있었거든요. 거기 제 사진은 없는데 총리 사진은 있었지요.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상황인지.” (74쪽/제임스)
“미안하지만, 글쓰기에는 카타르시스가 없습니다.” (119쪽/크네우스고르)
“사회는 항상 여성들에게 죄책감이 들게 하지요. 집에 있으면 사람들이 “아, 일을 안 하시는군요. 아이를 돌보는 건 정말 훌륭한 일이죠.”라고 하지만, 내심 경멸하고 있다는 걸 압니다. 바깥일을 열심히 하면 사람들이 “아, 아이를 직접 돌보지 않으시는군요. 출장이 많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요. 멋지세요.”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내심 경멸하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169쪽/슬리마니)
#TheShakespeareandCompanyBookofInterviews #AdamBi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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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애덤 바일스/정혜윤 옮김, 열린책들, 2025)
아버지는 이것을 “평생 교육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야간학교”라고 여겼다
→ 아버지는 이곳을 “늘 배우려는 사람한테 열린 밤배움터”라고 여겼다
→ 아버지는 이곳을 “내내 배우는 사람한테 마련한 밤배움터”라고 여겼다
11쪽
미국에는 ‘비백인’이라는 말이
→ 미국에는 ‘안하양’이라는 말이
→ 미국에는 ‘안하얀’이라는 말이
27쪽
관심의 대상으로서 말인가요, 아니면 조롱의 대상으로서 말인가요
→ 눈길받이로 말인가요, 아니면 비웃음거리로 말인가요
→ 바라보기 말인가요, 아니면 비꼬기 말인가요
→ 들여다볼 적에 말인가요, 아니면 놀릴 적에 말인가요
29쪽
만약 저한테 어떤 도덕적 진실을 기대한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거예요
→ 제가 착하기를 바란다면 잘못 보셨어요
→ 제가 참하기를 빈다면 틀렸어요
→ 제가 깨끗하기를 바란다면 잘못 짚었어요
31쪽
난센스가 재밌는 점은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할 때보다 패턴을 더 단단히 더 엄격히 고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 엉터리는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할 때보다 갈래를 더 단단히 꼼꼼히 지켜야 해서 재밌습니다
→ 우스개는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할 때보다 가지를 더 단단히 깐깐히 버텨야 해서 재밌습니다
36쪽
일인자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는 게 여태 불문율이었는데 누군가가 그를 건드렸으니까요
→ 꼭두는 아예 안 건드리기로 했는데 누가 꼭두를 건드리니까요
→ 첫째는 아주 안 건드리기로 했는데 누가 첫째를 건드리니까요
71쪽
뭔가가 들리기는 하는데 이해하지는 못하는 그런 느낌이었죠
→ 뭐 들리기는 하는데 알지 못했지요
→ 들리기는 하는데 아리송했지요
→ 들리지만 몰랐지요
72쪽
제 할머니 집 안에 있는 온갖 것에도 스며들어 있었거든요
→ 할머니집에 있는 온갖 곳에도 스며들거든요
→ 우리 할머니집 온갖 곳에도 스며들거든요
74쪽
책에 관해 이야기할 때마다 설명이 복잡해지는데요, 그건 제 집필 과정이 아주 직관적이고 반복적이기 때문입니다
→ 책을 이야기할 때마다 말이 긴데요, 저는 바로 쓰고 거듭 쓰기 때문입니다
→ 책을 이야기할 때마다 갈피를 못 잡는데요, 저는 그냥 쓰고 자꾸 쓰거든요
96쪽
4∼5년의 노력 끝에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 너덧 해 용쓴 끝에 곧 안 되고 말았습니다
→ 너덧 해 땀뺐지만 끝내 날리고 말았습니다
108쪽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드는 생각들이 너무 많았어요. 하나는 존재론적인 차원이었고, 다른 하나는 물리적 차원이었습니다
→ 아버지가 이승을 떠났을 때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어요. 하나는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몸이었습니다
→ 아버지가 이곳을 떠났을 때 머리가 뒤죽박죽이었어요. 하나는 숨빛이고, 다른 하나는 몸뚱이였습니다
109쪽
저는 대체로 제약이 되는 외부 시선을 피하고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려 노력했습니다
→ 저는 으레 가로막는 남눈을 꺼리고 홀가분한 곳을 이루려고 했습니다
→ 저는 무릇 가두는 바깥눈을 비켜서 가벼운 자리를 열려고 애썼습니다
116쪽
왜 이 책은 다른 소설들과는 달리 잉태 기간이 그렇게나 긴지
→ 왜 이 책은 품기까지 그렇게나 길었는지
→ 왜 이 책은 움트기까지 그렇게나 길었는지
→ 왜 이 책은 싹트기까지 그렇게나 길었는지
128쪽
서로에게 일련번호를 알려 주면서
→ 서로 줄을 알려주면서
→ 서로 줄이름을 알려주면서
→ 서로 이름줄을 알려주면서
150쪽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려 애썼습니다
→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느긋이 들으려고 했습니다
→ 다른 사람 이야기를 가만히 들으려고 했습니다
158쪽
할당제로 뽑힌 사람들은 그 일을 할 자격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 나눔길로 뽑힌 사람은 일을 할 만하지 못하다
→ 몫으로 뽑힌 사람은 일할 깜냥이 없다
→ 자리를 나눠받으면 일할 그릇이 안 된다
196쪽
일인칭으로 쓰는 게 더 쉽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삼인칭으로 쓰면 제가 모든 선택을 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의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 내 눈길로 쓰기가 더 쉽습니다. 남눈으로 쓰면 제가 모든 길을 고르는 줄 지나치게 느껴야 하기 때문입니다
→ 나로서 쓰기가 더 쉽습니다. 그로서 쓰면 제가 모두 고르는 길을 지나치게 바라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215쪽
그러다 보면 여성은 천천히 비인간화되지요
→ 그러다 보면 순이는 사람과 멀어가지요
→ 그러다 보면 가시내는 사람이 안 되지요
345쪽
우리가 말하는 언어를 변화시키지 않기도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생각한 것 같습니다
→ 우리가 쓰는 말을 바꾸지 않기도 얼마나 어려운지 헤아린 듯합니다
→ 우리가 나누는 말을 안 바꾸기도 얼마나 어려운지 살핀 듯합니다
360쪽
케루악의 블루칼라 성향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 싶은데요
→ 푸른옷 자리에 서는 케루악을 이야기해 보고 싶은데요
→ 풀빛옷꾼 쪽에 있는 케루악을 다뤄 보고 싶은데요
400쪽
이런 질문을 드리는 게 온당치는 않습니다만, 당신의 삶이 보리스 베커의 삶보다 더 낫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느끼는지요
→ 이렇게 물어보면 알맞지 않습니다만, 그대 삶이 보리스 베커 삶보다 낫기에 기쁜지요
→ 이리 여쭈면 어울리지 않습니다만, 그대가 보리스 베커보다 낫게 살기에 즐거운지요
410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