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7.21. 서울은 책집
전남 고흥에서 탄 08:30 시외버스는 12:46에 서울에 닿는다. 13:50 즈음에 노고산동 헌책집 〈숨어있는 책〉에 깃들고, 17:00에 책꾸러미를 등과 가슴에 이고 안으면서 비로소 밖으로 나온다. 19:00에 화곡동 마을책집 〈악어책방〉에서 ‘마음꽃쓰기’를 편다. 안 늦게 움직이자고 여기는데 느긋이 닿을 듯싶다.
등에도 손에도 책짐이다. 서울버스를 타고서 움직이면 한가람다리에서 길이 막히기도 할 테고, 책읽기에 수월하지 않다. 큰덩이 책짐을 두기에 나은 전철을 탄다. 둘레에서는 손전화를 들여다볼 테고, 나는 책을 읽는다. 책짐이 넉넉하기에 묵직하면서 배부르다. 책짐을 이고 안으면서 걷기에 땀이 비오듯 흐른다. 어떤 길손은 ‘책벌레 땀냄새’가 싫어서 옆으로 비키고, 어떤 길손은 손전화에 사로잡혀서 ‘책벌레 땀냄새’가 나건 말건 꿋꿋하다. 전철은 찬바람이 몹시 세기에 책땀은 벌써 식는다.
오늘밤은 이 책타래로 홀가분하겠지. 한밤과 새벽과 아침에 읽을 책이 한가득이요, 고흥오로 돌아갈 기나긴 시외버스에서 읽을 책도 수북수북하다.
다른 분들이 책을 안 읽거나 그냥그냥 ‘잘팔린책(베스트셀러)’에 꽂혀도 된다. 내가 ‘온책’을 읽으면 되고, 내가 ‘숲책’과 ‘푸른책’을 읽으면서 하늘빛과 들빛과 숲빛과 살림빛과 시골빛과 살림빛과 아이돌봄빛과 걸음빛과 글빛과 하루빛을 노래하면 즐겁다. 숲을 이루는 모든 씨앗은 아주 조그마한 한 톨이다. 책씨 한 톨이 가만히 춤추며 다니면 반짝인다.
서울 신촌나루부터 우장산나루로 움직이는데, 아직 북새통(출퇴근시간)은 아니지만, 이동안 타고내리는 손님이 참 많다. 더 느긋이 걷자. 더 천천히 기스락으로 비키고 물러서서 걷자. 엊그제 시골마을 이웃 할배네 곤드레 멧밭에서 일손을 거들며 등허리랑 팔다리가 결렸는데, 책집을 이고 안고서 걸으니 찌뿌둥한 몸이 풀린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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