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22.


《오역하는 말들》

 황석희 글, 북다, 2025.5.30.



서울 까치산나루 길손집에서 새벽을 맞이하는데, 날개(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소리가 다 들린다. 서울로 바깥일을 올 적이면 하루 내내 귀가 멍하다. 어디에서나 귀가 쉴 틈이 없이 시끌소리에 북새소리가 넘친다. 서울은 한여름에 매미소리가 귀를 찢을 만큼 컸다고 느끼는데, 어제오늘은 매미소리를 아예 못 듣는다. 이제 서울매미는 깃들 나무뿌리나 숨쉴 나무줄기가 거의 사라졌을 만하다. 어제 장만한 책짐을 등과 가슴에 안고서 전철을 갈아탄다. 숭실대 옆 〈라이브러리 두란노〉에 닿는다. 찬바람이(에어컨)에 길들면서 무엇을 잊고 잃는지 짚으면서 ‘섬섬꽃’ 모임을 꾸린다. 《감자를 먹으며》라는 그림책이 들려주는 바란, 권정생 님이 쓴 《내가 살던 고향은》이라는 책이란, 언제 어디에서나 스스로 숲이 되는 길이라고 할 만하다.


 《오역하는 말들》을 곱씹는다. 지난달에 부산마실을 하면서 장만해서 읽었는데, 우리말씨로는 ‘말들’이라 안 한다. 우리말은 영어가 아니니까. 우리말씨로는 ‘비들·눈들·풀들·구름들·잎들’이라 안 한다. 우리말결로는 ‘비·눈·풀·구름·잎’일 뿐이다. “잘못 옮긴 말”을 보면, 글쓴이 마음을 못 읽을 때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말과 우리말씨와 우리말빛을 영 못 읽은 탓이 더 크다. 우리가 쓰는 말은 우리 들숲메바다를 바탕으로 우리 해바람비와 풀꽃나무를 바탕으로 태어났다. 이웃나라가 쓰는 말은 이웃 들숲메바다를 바탕으로 이웃 해바람비와 풀꽃나무를 바탕으로 태어난다. 이웃말(외국말)은 솜씨있게 다루는 듯해도, 우리말에 감도는 우리 살림살이나 숨결이나 바람이나 빛을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으면, 그저 언제까지 “엉뚱히 옮기는 말”에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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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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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7.19. 비내리는 멧밭



  마을에 멧밭이 있다. 할매할배는 차츰 나이가 들며 멧밭을 돌보거나 일구기 벅차다. 이 멧밭자리를 팔아주기 바라던 분(귀촌자)이 꽤 있었는데, 우리 마을 할매할배는 이분들한테는 안 팔고서 ‘태양광업자’한테 거의 넘겼다. 이제 조금 남은 멧밭 가운데 한쪽은 아직 곤드레밭이다. 새벽에 할배 일손을 도우러 갔다.


  저물어가는 여름이기에 새벽 다섯 시도 어둡다. 늦여름에 이르면 새벽 여섯 시도 어두울 테지. 비는 쉬다가도 내리고, 신나게 들이붓다가도 말갛게 쉰다.


  마을 할배는 참이라며 빵과 마실거리(요거트)를 건넨다. 나는 일할 적에는 안 먹는다. 주머니에 쑤셔넣고서 곤드레자루를 영차영차 여민다. 서울내기(도시인)는 곤드레가 어떻게 생긴 나물인 줄 알까? 곤드레나물이 밥자리에 오르기까지 시골 할매할배가 어떻게 땀흘리는지 알까. 젊다면 일흔두엇, 많다면 여든한 살 할매는 이 새벽에 곤드레를 벤다. 개구리·나비·나방·노린재·하늘소·거미 들이 바쁘다. 풀이웃한테는 집과 마을이 갑자기 사라지는 셈이다. 멧숲에서 꾀꼬리와 지빠귀가 운다. 날이 밝을 즈음에는 제비소리가 섞인다. 그리고 빗소리가 사이사이 적신다.


  자루를 묶고 여미며 아침이 환하다. 할매들은 할배 짐차를 타고서 아침 드시러 간다. 비가 함박으로 쏟아진다. 나는 반갑게 함박비를 맞으면서 밭일을 마무른다. 천천히 고샅을 걷는다. 집으로 돌아와서 씻고 빨래한다. 머리카락이 마를 때까지 책을 읽다가 믈까치와 직박구리가 후박알을 쪼는 소리를 들으며 스르르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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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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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7.21. 마감



  달날에 서울 가는 버스를 미리 끊을 적에는 널널했다. 이른아침에 고흥읍에 나오니 자리가 꽉 찬다. 이다음에는 순천을 거칠까 하고도 문득 생각한다.


  논두렁을 걸어서 옆마을 07:40 시골버스를 탔다. 시골버스에서 노래를 두 자락 썼다. 서울버스에서는 무엇을 해볼까 하고 헤아려 본다. 차츰 구름이 걷히니 하늘바라기를 할 만하다. 손글씨로 낱말숲을 그릴 수 있다. 책을 읽거나 잘 수 있다. 다만 서울에 닿을 때까지는 내내 노래를 들으려 한다.


  고흥읍 버스나루 제비가 춤춘다. 서울버스를 기다리면서 날개춤을 지켜본다. 파란하늘이 드러나고 구름빛이 새하얗다. 새끼제비는 잘 날고, 어미제비는 신난다. 열두 마리가 모였다가 흩어지며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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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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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7.21. 서울은 책집



  전남 고흥에서 탄 08:30 시외버스는 12:46에 서울에 닿는다. 13:50 즈음에 노고산동 헌책집 〈숨어있는 책〉에 깃들고, 17:00에 책꾸러미를 등과 가슴에 이고 안으면서 비로소 밖으로 나온다. 19:00에 화곡동 마을책집 〈악어책방〉에서 ‘마음꽃쓰기’를 편다. 안 늦게 움직이자고 여기는데 느긋이 닿을 듯싶다.


  등에도 손에도 책짐이다. 서울버스를 타고서 움직이면 한가람다리에서 길이 막히기도 할 테고, 책읽기에 수월하지 않다. 큰덩이 책짐을 두기에 나은 전철을 탄다. 둘레에서는 손전화를 들여다볼 테고, 나는 책을 읽는다. 책짐이 넉넉하기에 묵직하면서 배부르다. 책짐을 이고 안으면서 걷기에 땀이 비오듯 흐른다. 어떤 길손은 ‘책벌레 땀냄새’가 싫어서 옆으로 비키고, 어떤 길손은 손전화에 사로잡혀서 ‘책벌레 땀냄새’가 나건 말건 꿋꿋하다. 전철은 찬바람이 몹시 세기에 책땀은 벌써 식는다.


  오늘밤은 이 책타래로 홀가분하겠지. 한밤과 새벽과 아침에 읽을 책이 한가득이요, 고흥오로 돌아갈 기나긴 시외버스에서 읽을 책도 수북수북하다.


  다른 분들이 책을 안 읽거나 그냥그냥 ‘잘팔린책(베스트셀러)’에 꽂혀도 된다. 내가 ‘온책’을 읽으면 되고, 내가 ‘숲책’과 ‘푸른책’을 읽으면서 하늘빛과 들빛과 숲빛과 살림빛과 시골빛과 살림빛과 아이돌봄빛과 걸음빛과 글빛과 하루빛을 노래하면 즐겁다. 숲을 이루는 모든 씨앗은 아주 조그마한 한 톨이다. 책씨 한 톨이 가만히 춤추며 다니면 반짝인다.


  서울 신촌나루부터 우장산나루로 움직이는데, 아직 북새통(출퇴근시간)은 아니지만, 이동안 타고내리는 손님이 참 많다. 더 느긋이 걷자. 더 천천히 기스락으로 비키고 물러서서 걷자. 엊그제 시골마을 이웃 할배네 곤드레 멧밭에서 일손을 거들며 등허리랑 팔다리가 결렸는데, 책집을 이고 안고서 걸으니 찌뿌둥한 몸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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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https://blog.naver.com/hbooklove/223942372546 (동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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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지는



서울 노고산동에 있는

〈숨어있는 책〉에 한나절 깃들면서

아주 느긋이 책을 누리고는

큰덩이 하나만큼 장만했다


화곡동으로 건너오는 전철에서

숱한 손님물결에 휩쓸렸고

즐겁게 꿋꿋이 책을 읽으니

어느새 우장산나루에 닿고

〈악어책방〉에 이른다


책집 앞에 앉아서

해지는 하늘을 느끼면서

또 책을 읽는다

저녁바람이 시원한 한여름이 저문다


2025.7.21.달.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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