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6.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도종환 글, 창비, 2011.7.18.



아침부터 싱싱칸을 옮긴다. 싱싱칸을 놓은 둘레에 낀 먼지를 쓸고닦는다. 싱싱바람을 내는 곳을 뜯으니 먼지가 수북하다. 이 먼지를 하나하나 털고 훔친다. 두 시간 남짓 두 아이하고 싱싱칸 겉속을 샅샅이 닦는다. 이러고서 씻고 빨래를 한다. 밥을 지어서 차린다. 등허리를 펴려고 드러눕는다. 늦은낮에 싱싱칸을 보니 어쩐지 살아난 듯싶다. 저녁을 지날 무렵에는 예전처럼 잘 돌아간다고 느낀다. 셈틀도 틈틈이 먼지털이를 해야 하듯 싱싱칸도 매한가지일 텐데, 2012년부터 여태껏 속을 뜯어서 먼지털이를 하자는 마음을 못 품었구나.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를 모처럼 되읽었다. ‘노래지기’가 아닌 ‘벼슬아치’로 자리를 바꾼 글쓴이 발자국은 여러모로 안쓰럽다. 벼슬을 쥐고 감투를 얻으려면 줄서기를 잘해야 한다지만, 중국을 우러르는 모습도 못마땅하다. 그렇다면 글만 잘 쓰면 되는가? 벼슬과 감투를 나란히 쥐더라도 글붓을 안 놓으면 되는가? 벼슬을 쥐었으면 감투는 벗든지, 감투를 썼다면 벼슬을 놓든지, 벼슬이나 감투를 챙긴다면 글붓은 내려놓든지, 아니면 글붓을 잡고서 벼슬과 감투 모두 내치든지 할 노릇이다. 몽땅 움켜쥐려는 몸짓은 그저 안타깝다. 뭐 하나를 붙잡으면 다들 끝까지 사로잡히거나 홀리는구나 싶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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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5.


《새처럼》

 포푸라기 글·그림, 창비, 2025.1.10



느긋이 두바퀴로 들길을 달려 본다. 햇볕을 듬뿍 쬐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여름이기에 여름볕을 머금으면서 튼튼하게 마련이다. 겨울에는 겨울바람을 실컷 받아들이기에 튼튼할 수 있다. 저녁에는 넷이 둘러앉아서 우리집 싱싱칸(냉장고)을 어떻게 보살피면서 하루살림을 이을 만한지 곰곰이 짚어 본다. 일고여덟 해마다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열네 해째 써온 싱싱칸을 차분히 되살리자고 생각한다. 《새처럼》을 곱씹는다. 이쁜 아이(캐릭터)를 그야말로 이쁘게 담은 얼개인데, 이처럼 아이를 이쁘게 그리려고 하는 그림책마다 샛길이나 허방에 빠지게 마련이다. 요새는 시골에까지 잿더미(아파트)를 올려서 전남 고흥조차 ‘잿더미 한 채’에 3억이니 5억이니 하는데, 모든 싸움불굿은 ‘서울을 빼앗으려’고 할 뿐이다. 싸울아비는 시골 논밭이며 들숲메를 사납게 짓밟고 망가뜨리기만 한다. 논밭과 들숲메를 망가뜨리면 ‘밥’을 못 얻는 줄 아예 생각조차 못 한다. 싸움터(군부대)는 시골에 두되, “시골을 지키려는 싸울아비”는 아무도 없다. 보라, 서울 어디에 새가 깃들 데가 있나? 보라, 서울 어디에 새가 먹이를 찾을 데가 있나? 이미 서울은 새도 숲짐승도 사람까지도 잡아먹고 짓밟고 팽개친다. 섣불리 ‘평화’라는 이름만 붙이지 않기를 빈다. 마을에 새를 품고서, 온갖 텃새와 철새가 마을 곳곳에 둥지를 틀며 노래하는 살림길을 펼 적에 비로소 ‘어깨동무’를 이룬다. 이쁜 그림결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이쁘게 꾸미는 붓끝으로는 어깨동무도 시골도 마을도 새도 못 담을 뿐 아니라, 싸움터도 싸움불굿도 싸울아비도 제대로 못 그릴 뿐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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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4.


《우주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켈레 제라디 글/이지민 옮김, 혜윰터, 2022.8.15.



여름구름이 아름답고 반갑다. 지난봄까지 ‘멧불알림’을 날마다 쉰 판씩 떠들더니, 이제는 ‘더위알림’을 날마다 다섯 판쯤 떠든다. 마을마다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를 틀어대어야 ‘공무원 일처리’로 여기는가 보다. ‘21세기 첨단시대’에 참으로 어울리는(?) 일인 듯싶다. 작은아이하고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제비집이 성가시다면서 사납게 치울 뿐 아니라 쐐기나 가시를 박는 집이 있으나, 제비가 둥지를 틀기에 해가리개를 안 건드리면서 아끼는 집이 있다. ‘흥부 놀부’는 옛이야기일 뿐으로 여기지 싶다. 새를 미워하고 들숲메바다를 등져도 돈만 잘 벌면 그만이라고 여기는 돌개바람이 매섭다. 《우주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를 읽었다. 적잖은 사람들은 펑펑 쏘아올려서 달이나 여러 별을 다녀올 수 있어야 ‘누리길(우주시대)’로 여기는데, 별빛을 읽고 알고 나누면서 스스로 품는 길일 적에 비로소 누리길이지 않을까? 어마어마하게 돈을 들이붓는 ‘펑펑질’인데, 돈을 들여야만 이웃별을 드나들 수 있다면, 돈이 없는 사람은 묵은길인 셈인가? 우리가 있는 이곳부터 살림돈을 나누면서, 바로 이곳부터 푸르게 돌보는 마음을 일굴 적에, 바야흐로 누리길과 살림길을 이루리라 본다. 싸움길(전쟁)을 끊지 않고서는 새누리로 못 간다.


#NotNecessarilyRocketScience #ABeginnersGuidetoLifeintheSpaceAge

#KellieGerardi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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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누스 푸디카 창비시선 410
박연준 지음 / 창비 / 2017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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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7.25.

노래책시렁 505


《베누스 푸디카》

 박연준

 창비

 2017.6.19.



  남들이 안 쓰거나 모를 만한 어려운 낱말을 골라서 슬쩍 넣어야 ‘글’이라고 여기는 분이 꽤 있습니다. 워낙 중국글을 받아들이던 지난날부터 ‘글’이란 “어렵게 꼬아서 아무도 못 읽도록 감춘 그들잔치”이곤 했습니다. 중국글만 ‘글’로 삼던 그들(남성가부장권력·마초)은 아예 중국글을 ‘수글’이라는 이름으로 자랑했습니다. 훈민정음이 태어났어도 훈민정음은 ‘암글’일 뿐이요, 순이(여성)는 수글(중국글)이 아닌 암글(훈민정음)만 익히면 된다고 여겼습니다. 《베누스 푸디카》를 읽는 내내 우리는 아직 지난날 ‘그들잔치’를 고스란히 이으면서 글담을 쌓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그저 삶을 노래하면 될 텐데, 자꾸 어려운 중국글이나 일본글이나 영어를 끼워넣어야 하나요? 그대로 살림을 노래하면 넉넉할 텐데, 구태여 먼나라 그들잔치를 채워야 하는가요? 발을 바로 이 땅바닥에 붙일 적에 삶이 태어나고, 이 삶을 그리는 말이 깨어납니다. 수글도 암글도 모르는 채, 종이에 붓에 먹에 벼루도 까맣게 모르는 채, 그렇지만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서 돌볼 줄 알던 지난날 수수한 흙지기 숨결을 가만히 살리는 노래를 부를 줄 아는 ‘오늘사람’을 찾지 말아야 하려나 궁금합니다. 말을 잊거나 등진 곳에는 노래가 없이 ‘틀’만 있습니다.


ㅍㄹㄴ


곧, 곧, 들릴 것 같은데 / 회색이 될 것 같은데 / 다하기 전에는 움직일 수도 없는데 // 붉은 궤적을 따라 신경이 쏟아지고 / 주황, 아니면 빨강이겠구나 너는 / 막돼먹은 바람처럼 달렸겠구나. (침대/16쪽)


아홉번 죽은 별들만 아름답다는데 대관절 / 아름답게 죽은 별이란 게 무슨 소용일까? / 살아나면 어쩌지 / 이 많은 생의 궁극들, / 피어나면 어쩌지 (아홉번 죽은 별들만 아름답다/37쪽)


꿈속에서 아버지가 군대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 그럼 우린 어떻게 살아? // 아버지는 대답하지 못하고 /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더니 (흠향歆饗/44쪽)


+


《베누스 푸디카》(박연준, 창비, 2017)


그게 내 일곱살 때 음부 모양

→ 내 일곱살 샅

→ 내 일곱살 밑

10쪽


버드나무 아래서 기다래지는 생각

→ 버드나무 밑에서 길어가는 생각

→ 버드나무 곁에서 긴긴 생각

14쪽


허방과 실패로부터 도망가는 지네의 붉은 등

→ 허방과 쓴맛을 달아나는 붉은등 지네

14쪽


허밍으로 비밀을 발설하는 무희들

→ 콧노래로 속내를 들려주는 춤아씨

→ 입술노래로 숨은말 하는 나풀꽃

22쪽


먹이를 발견한 짐승이 세상을 압인(壓印)하는 동작으로

→ 먹이를 찾은 짐승이 둘레를 찍어누르듯이

→ 먹이를 본 짐승이 온누리를 내리누르듯이

28쪽


밤의 이적수(耳赤手)로 죽음에 성공한 귀신들

→ 밤이 살려서 죽어버린 깨비

→ 밤이 도와서 죽은 도깨비

37쪽


여기가 백회(百會)인가, 무구한 풀들이 모여 기도하는 백회인가

→ 여기가 온빛인가, 고운 풀이 모여 비는 온빛인가

→ 여기가 빛인가, 깨끗한 풀이 모여 비손하는 빛인가

46쪽


시작도, 선언도, 기억도 없이 깊어진 것들

→ 처음도, 말도, 생각도 없이 깊어간 길

50쪽


봄의 식물들은 기다리는 게 일이다. 자기 순서를

→ 봄풀은 제자리를 기다린다

→ 봄꽃은 제때롤 기다린다

13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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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식물


 가을의 식물을 탐구한다 → 가을풀꽃을 살핀다

 산의 식물로는 → 멧풀로는

 도시의 식물로 대표적인 → 서울푸나무로 손꼽는


  ‘식물(植物)’은 “[식물] 생물계의 두 갈래 가운데 하나. 대체로 이동력이 없고 체제가 비교적 간단하여 신경과 감각이 없고 셀룰로스를 포함한 세포벽과 세포막이 있다”로 풀이하는데, ‘-의 + 식물’ 얼거리라면 ‘-의’를 털고서 ‘풀’이나 ‘푸나무·풀나무’로 고쳐쓸 만합니다. 자리를 살펴 ‘풀꽃·들풀’이나 ‘풀꽃나무’라 할 만하고, ‘푸나무·풀나무’나 ‘온푸나무·온풀나무’라 하면 되어요. ‘푸르다·푸른빛·풀빛’이나 ‘들넋·들꽃넋·들풀넋·들빛넋’이나 ‘들숨·들숨결·들숨빛’이라 할 자리가 있을 테고 ‘목숨·목숨붙이·뭇목숨·뭇숨결·뭇넋·뭇빛’이나 ‘숨·숨결·숨빛·숨꽃·숨붙이’이 할 수 있어요. ‘숲넋·숲빛’이나 ‘이웃·이웃숨결·이웃빛’이기도 합니다. ㅍㄹㄴ



거의 대부분의 식물은 반으로 갈라놔도 뿌리는 몇 년을 더 살 수 있다

→ 웬만한 푸나무는 쩍 갈라놔도 뿌리는 몇 해를 더 살 수 있다

《랩걸》(호프 자런/김희정 옮김, 알마, 2017) 384쪽


봄의 식물들은 기다리는 게 일이다. 자기 순서를

→ 봄풀은 제자리를 기다린다

→ 봄꽃은 제때롤 기다린다

《베누스 푸디카》(박연준, 창비, 2017) 134쪽


자기 앞에 환상의 식물이 있음을 깨닫지

→ 제 앞에 눈부신 풀꽃이 있는 줄 깨닫지

→ 코앞에 빛나는 푸나무가 있다고 깨닫지

《늦여름》(호리 다쓰오/안민희 옮김, 북노마드, 2024)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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