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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이름으로 - 가짜 민주주의, 세계를 망쳐놓다
이보 모슬리 지음, 김정현 옮김 / 녹색평론사 / 2022년 7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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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다 나오는 《녹색평론》이 처음 나오던 해부터 2025년에 이르기까지 지켜보면, 이 꾸러미는 ‘일본옮김말씨’가 지나치게 춤춘다. 안팎에서 이런 목소리를 꽤 듣는 줄 아는데, 막상 꾸러미를 엮거나 이곳에 글을 싣는 분 스스로 한 마디조차 안 고치고 안 가다듬 채 서른 해 남짓 흘렀다.
철마다 나오는 꾸러미이니, 석 달에 일본말씨나 옮김말씨 한 가지씩 털어내기로 했다면, 벌써 150가지쯤 바로잡거나 고치거나 가다듬었을 테지. 한꺼번에 몽땅 뜯어고칠 까닭은 없다. 우리가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 땅에 서려 한다면, 씨앗을 심는 손길로 스스로 먼저 바로서면 될 뿐이다.
《민중의 이름으로》를 읽었다. 《녹색평론》 글결 그대로이다. 이 글결은 ‘수글’이다. 지난날 세종 임금은 훈민정음을 여미어 내리셨고, 이때부터 글바치(한문지식인)는 “한문 = 수글, 훈민정음 = 암글”이라고 딱 잘라서 거의 오백 해를 이었다. 1900년을 갓 넘긴 즈음 “임금도 글바치(지식인)도 아닌, 나리(양반)도 벼슬아치도 아닌, 그저 작은사람”이던 주시경이 ‘한글’이라는 이름을 짓고서, 그이 스스로도 이름을 ‘한힌샘’으로 바꾸면서 우리말길(국어문법)을 처음으로 펼 때부터, 바야흐로 ‘암글’은 ‘우리글(우리 모두 누구나 쓰는 글)’로 거듭났다.
우리글·우리말은 ‘민족주의 색채’로 가리키는 이름이지 않다. 수글밭에서 억눌리며 시달리던 사람들도 쉽고 넉넉하게 배워서, 우리가 스스로 일어서고 우리가 스스로 깨어나며, 우리가 스스로 이 삶을 짓고 펴는 길을 나타낼 글과 말이라서 ‘우리글·우리말’이다. 그러니까, 《민중의 이름으로》나 《녹색평론》은 ‘수글(문자권력자)’ 자리에 눌러앉으려고만 한다. 왜 “우리 이름으로”나 “들꽃 이름으로”처럼 우리말을 못 쓰는가?
이제부터 우리가 쓸 글이란 ‘평론’이어서는 아니될 노릇이다. ‘평론’은 집어치울 노릇이다. 그저 ‘글’을 쓸 일이요, ‘삶글’이나 ‘살림글’이나 ‘숲글’을 쓸 일이다. 여러모로 보면, 《녹색평론》은 그만두고서 ‘푸른숲글’이나 ‘들꽃삶글’로 다시 태어나야지 싶다. 그들(이쪽 + 저쪽 + 그쪽)은 하나같이 “국민의 이름으로”라 읊는다. 그들이 아닌 곳에서는 “민중의 이름으로”라 읊는데, 정작 작은사람이나 시골사람은 안 쳐다보는 그들과 몇몇이다.
“우리 이름으로”라 노래할 적에 “사람 이름으로” 걸어갈 길을 배운다. “들꽃 이름으로”라 속삭일 적에 “사랑 이름으로” 어울릴 길을 익힌다. 우리는 ‘사람’이다. 서로 사람이다. 사람인 줄 잊은 사람도 있으니, 사람빛을 잊은 사람한테는 사람빛을 들려주면 된다. 사람으로서 사랑하는 길을 헤아리면 어깨동무(민주·평등)쯤이야 더없이 쉬운 조그마한 일일 뿐이다.
《민중의 이름으로》(이보 모슬리/김정현 옮김, 녹색평론사, 2022.7.15.)
ㅍㄹㄴ
우리는 대의제 정부를 갖고 있는 나라들이 최악의 무분별한 소비주의 충동이나 미디어, 사회공학에 의해 조종되면서 경제성장과 진보의 이름으로 문화, 인격, 공동체, 자연세계를 파괴하고 있는 현실을 목격하게 된다. (54쪽)
인구 대부분이 도시에 거주하는 오늘날 부를 창출하는 활동은 근본적으로 토지 이용·소유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사실은 망각되기 쉽다. (69쪽)
대표자가 되는 것은 일반적으로 중산계급이다. 그들 중 소수만이 민중 속에 뿌리를 두고 있고, 그 소수 중에서도 더 적은 수만이 계속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대변할 것이다. 더구나 대표자들은 저마다 개인적 야망을 갖고 있고, 또 정당의 배후 조종자들이 모두 강력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표자들은 자신들이 민중을 고려한다고 주장할지언정 그들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76쪽)
군사력과 상업활동은 나란히 손을 잡고 진행되었다. 수지맞는 사업으로서 식민지들이 개척되고 노예무역이 발흥했다. (99쪽)
#IntheNameofthePeople #PseudoDemocracyandtheSpoilingofourWorld (2013년)
#IvoMos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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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만약 우리를 대신할 사람을 선발하여 그들로 하여금 통치하게 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통치하는 것이 아니며
→ 그러나 우리 몫으로 다른 사람을 뽑아서 다스리라 맡기면 우리 스스로 다스리는 길이 아니며
→ 그러나 우리가 다른 사람을 뽑아서 다스리라 시키면 우리 스스로 다스리는 길이 아니며
14쪽
자본의 최대의 적(敵)은 자립한 삶이다
→ 손수짓는 삶을 싫어하는 돈이다
→ 살림짓기를 미워하는 돈다발이다
69쪽
그가 대부금의 일부를 쓸 때, 그의 권리 중 일부가 타인에게로 이동한다
→ 그가 돈을 빌려쓸 때, 그이 몫이 얼마쯤 남한테 넘어간다
→ 그가 돈을 꿔서 쓰면, 그이 몫이 조금 남한테 건너간다
8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