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앞차는 빨리 안 가고 뭐 하는 거야!
다원 지음 / 하우어린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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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7.15.

그림책시렁 1603


《맨 앞차는 빨리 안 가고 뭐 하는 거야!》

 다원

 하우어린이

 2025.3.30.



  누구나 쇳덩이를 몰지 않습니다. 더구나 어린이는 쇳덩이를 안 몹니다. 어린이는 걷거나 달리고, 뛰거나 기거나 쪼그려앉아서 둘레를 봅니다. 모든 어른도 아이였지만, 어쩐지 나이를 조금 먹었다면서 자꾸 지난날을 잊기 일쑤인데, 누구나 걷고 달리고 서고 뛰고 기고 쪼그려앉고 눕고 뒹굽니다. 그렇지만 어쩐지 이제는 “누구나 걷는다”를 잊은 채 “누구나 몬다(운전)”는 굴레에 스스로 갇힙니다. 《맨 앞차는 빨리 안 가고 뭐 하는 거야!》는 얼핏 ‘이웃 헤아리기’를 그림감으로 삼은 듯하지만, 막상 ‘불길(분노) 터뜨리기 + 불길(분노) 내쏘기’가 바탕입니다. “어른들끼리 만든 부릉부릉 매캐한 길바닥 싸움질”을 아이한테 일찌감치 보여주고 물려주고 알려주는 굴레입니다. 잘 짚어야 합니다. 길이 왜 막힐까요? 남들이 다 쇳덩이를 길바닥에 몰고 나오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나부터’ 부릉부릉 쇳덩이를 모니까 붐비고 막힙니다. ‘나부터’ 쇳덩이를 버리고서 거닐면 길이 안 붐비고 안 막힙니다. “맨 앞차는 빨리 안 가고 뭐 하는 거야!”는 바로 “넌 왜 쓸데없이 길바닥에 쇳덩이를 끌고 나와서, 내가 갈 길이 이렇게 막히고 느려야 하는데!” 하면서 마구 불타오르면서 남(이웃)을 미워하는 얼개예요. 제발, 이제 그만둡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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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7.14. 그친 빗줄기



  부산 사상나루에서 07:05 시외버스를 타려고 한다. 어떻게 움직여야 할는지 어림한다. 교대나루에서는 05:59 전철을 타야겠고, 05:30에는 책짐을 다 꾸리고서 마지막으로 씻고 치울 일이다. 이러자면 03:30에 머리감기를 해야겠네. 엊저녁에는 21:30에 일찌감치 누워서 포근히 쉬었다. 새하루는 01:30부터 열면 되는구나.


  한여름비는 이른새벽까지 시원히 적시고서 그친다. 올여름은 볕날이 아름답게 이으면서 뜨끈뜨끈 즐겁게 비추었다. 새벽에 몸씻이를 하며 발바닥과 발목을 살피자니 올해는 꽤 까무잡잡 살갗으로 탄 듯싶다. 까만살로 누리는 여름이라면 올겨울은 한결 든든하리라 본다. 고흥숲집뿐 아니라 부산에서도 바람이(에어컨) 없이 잘 보냈다. 우리는 여름철을 땀빛으로 즐기기에 땅빛을 기쁘게 맞아들일 만하다. 땀은 땅을 담으면서 닮고, 땅은 사람한테 땀방울이라는 숨길을 속삭인다.


  고흥을 나서는 길부터 가만히 곱씹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를 거의 다 읽는다. 부산에서 사흘을 묵고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에서 다 읽겠구나. 그리 안 두껍기에 훅 다 읽기 쉬우나, 이스라엘은 왜 스스로 삶을 갉는지 되새기면서 팔레스타인은 어떻게 사랑씨앗을 심을 수 있을는지 헤아리려고, 시외버스에서도 부산전철과 부산버스에서도, 또 부산에서 깃새글꽃(상주작가)으로 일하는 틈틈이, 아주 천천히 야금야금 읽었다.


  책쓴이는 푸른별 앞길이 어깨동무이기를 바랐다고 느낀다. 한글판을 낸 펴냄터도 한마음일 테지.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를 이제서야 읽는데, 우리는 이분 책을 마음눈을 깨우면서 아로새길 수 있을는지 궁금하다. 맨손으로 ‘서울떠나기’를 하겠노라 꿈을 그리고서 움직이는 분은 얼마나 될까? ‘운전면허 안 따기’와 ‘졸업장 안 따기’와 ‘자격증 공부 안 하기’를 하면서 살림짓기와 사랑심기와 삶노래에 온하루를 기울일 분은 어디에 있을까?


  예부터 아이들은 어버이 품에 안겨서 “살내음이라는 땀내음”을 머금으며 튼튼히 자라고 신나게 뛰놀았다. 부산에서 사흘 동안 만난 뭇이웃님 가운데 “우리집에 있던 에어컨을 치웠어요. 에어컨이 없으니 선풍기도 잘 안 쓰면서 여름이 오히려 더 시원하더군요.” 하고 말씀하는 분을 만났다. 해보면 느끼고 배우면서 안다. 안 해보면 늘 걱정과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쳇바퀴에 갇힌다. 우리는 ‘바람이(에어컨)’를 집안에 들이고 일터에 놓고 배움터를 채우느라, 오히려 더 덥고 더 눅눅하고 더 괴롭고 더 힘들 뿐 아니라, 이 푸른별을 아주 벼랑끝으로 내모는 바보짓에 갇힐 뿐이다.


  여름이 더우면 나무를 심어서 푸른숲으로 가꾸면 된다. 겨울에 추우면 나무를 심어서 푸른터로 바꾸면 된다. 나무가 사라져서 여름이 덥고 겨울이 춥다. 나무를 잊고 등지고 괴롭히니 여름이 찌고 겨울이 사납다. ‘제철과일’과 ‘제철풀’을 먹는 사람은 아플 일이 없다. 여름에 땀흘리고 겨울에 떨어야 몸마음이 나란히 튼튼하다. 한여름에 갖춘옷(양복)으로 다니는 사람이 바로 이 나라와 별과 마을을 망가뜨린다. 한여름에는 민소매에 깡똥바지로 다니고 일해야 맞다. 한여름에 나라지기(대통령)부터 민소매에 깡똥바지를 입고서 바람이(에어컨)를 몽땅 끄고 미닫이(창문)를 열기를 빈다. 시내버스와 시외버스도 바람이를 다 끄고서 미닫이를 열면서 다니자. 이렇게 안 하면서 벼락날씨(기후위기)를 외친다면, 말짱 헛일이다.


  “아기수레(유모차) 안 쓰기”와 “천기저귀로 아기사랑”을 펴려는 젊은이웃을 기다린다. 누구나 손수 하고 빚고 짓고 가꾸기에 스스로 모든 하나를 알아갈 수 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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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이육사와 정호승 (2025.7.12.)

― 대구 〈물레책방〉



  대구에는 엉성하고 어설프며 좁쌀만 하게 꾸리는 〈이육사 기념관〉이 있고, 큰돈을 들여 큼지막하게 꾸리는 〈정호승 문학관〉이 있습니다. 대구라는 고장에 노래님(시인)이 많다면, 해마다 대구시에서 골목집을 두 채씩 사들여서 ‘대구 젊은글님’ 한 사람과 ‘대구 어른글님’ 한 사람한테 ‘골목글채(문학창작공간)’로 베풀 만합니다. 잿집(아파트)에서도 얼마든지 글을 쓸 수야 있지만, 아침저녁과 밤낮을 느끼면서 이웃하고 어울리는 골목집에 깃들어야 비로소 “이웃하고 나누는 글살림”을 꾸린다고 봅니다. 글님 스스로 건사해서 마을빛을 가꾸는 길목으로 삼는 ‘골목글채’를 해마다 두 채씩 늘려간다면, 이 작은 씨앗힘으로 어느덧 글숲마을을 이룰 만합니다.


  이름나려고 쓰는 글은 덧없습니다. 돈벌이나 힘을 노리면서 쓰는 글은 부질없습니다. 이육사 님은 총칼을 거머쥔 일본하고 맞서면서 글빛을 밝혔으나, 대구시는 참으로 후줄그레하게 팽개칩니다. 정호승 님은 전두환 사슬나라가 서슬퍼럴 적에 〈월간조선〉에서 조갑제 씨랑 일했고 요새도 이곳에 글을 싣는데, 대구기차나루 한켠에 ‘홍준표를 닮은 박정희 쇳덩이’를 세운 고장길은 참으로 초라합니다.


  이른저녁에 대구 마을책집 〈물레책방〉에 깃듭니다. 실을 잣는 물레마냥, 대구라는 고장에 푸른빛이 남실거리기를 바라는 책터입니다. 언뜻 보면 꽤 커다란 대구입니다만, 곰곰이 보면 멧숲이 포근히 감싼 얼개인 대구입니다. 좁게 보면 서울은 와글와글 북새통이되, 넓게 보면 한숲(한반도 자연)이 아늑히 품은 모습인 서울입니다. 제아무리 북새판이어도 둘레에 들숲메가 있기에 사람터를 이룹니다.


  풀과 꽃과 나무가 늘 ‘풀꽃잔치’를 이루기에 대구도 서울도 있습니다. ‘푸른마당’이 있기에 부산도 인천도 있습니다. ‘숲두레’가 너울거리기에 크고작은 모든 고을에서 저마다 다르게 살림을 일굴 만합니다. 이제부터 우리가 바라볼 곳이라면 ‘풀밭’이지 싶습니다. 오늘부터 우리 스스로 헤아릴 터전이라면 ‘들숲누리’이지 싶어요.


  영어 ‘green party’를 우리말로 어떻게 옮길 적에 아이어른이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면서 새길로 뻗는 하루를 즐겁게 지을까요? 이웃나라 일본은 ‘green party’를 일본한자말인 ‘綠色黨’으로 옮겼고, 우리나라 일꾼과 살림꾼은 우리말로 푸른사랑을 여미면서 꽃빛과 풀빛을 품어서 풀어내는 보금자리를 열 만합니다. 스스로 길을 찾으려 하기에 길잡이입니다. 남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거나 나라가 길들이는 대로 뒤따르기에 종살이나 놉살이입니다.


《물레걸음 no.1》(장우석 엮음, 물레책방, 2022.12.25.)

《박근혜는 무엇의 이름인가》(이택광, 시대의창, 2014.7.20.)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장 피에르 카르티에·라셀 카르티에/길잡이 늑대 옮김, 조화로운삶, 2007.1.2.)

#PierreRabhi #LeChantdelaTerre (2002년)

#JeanPierreCartier (1938∼2021) #RachelCartier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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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7.12. 구름하늘



  부산에서 대구로 가는 기차표는 끊기 쉽지 않다. 문득 노포동 버스길을 살피니 꽤 많고 일반버스는 널널하다. 하늘바라기를 하며 움직이고 싶기에 일반시외버스를 탄다. 노포나루 한켠에 부산길그림이 있기에 일본판을 구경해 본다. 일본판 부산길그림에는 홀로섬(독도)까지 담는다.


  구름하늘이 여름스럽고 시원하다. 비를 안 뿌리더라도 구름날은 싱그럽고 푸나무가 살랑살랑 춤사위이다. 바람에 잎이 뒤집히는 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우리나라 어디나 멧골이 깊되 경상도 멧골은 한결 깊게 출렁인다. 전라도는 너른들을 바라보는 터전이라면, 경상도는 너른메를 바라보는 삶터이지 싶다.


  두 고장을 살림자리라는 대목으로 마주하면 서로 잇는 즐거운 새길을 푸르게 노래할 만하다고 본다. 들숲메한테 폭 안기는 곳에 보금자리를 두기에, 사람이 사람답지 않을까? 둘숲메를 잊거나 등지는 곳에서 일자리를 찾거나 돈벌이를 바라기에, 사람이 사람다운 빛을 팽개치지 않는가?


  책을 읽다가 자꾸 멧숲을 내다본다. 숲 사잇길을 달리는 시외버스에서는 책을 읽기가 어렵구나. 구름이 너울거리는 날에는 그야말로 책에서 눈을 떼야 하는구나. 곁님과 두 아이하고 살림하는 동안에도 세 사람을 마주하고 바라보느라 책을 으레 손에서 내려놓았다. 스스로 피어나고 눈뜨는 사랑을 느낄 적에는 “사랑빛이 바로 책길”인 줄 배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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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체제변화



 체제변화는 가능할까 → 허물을 벗을 수 있을까 / 새로설 수 있을까

 현시점에서의 체제변화는 불가능하다 → 아직 거듭날 수는 없어 보인다


체제변화 : x

체제(體制) : 1. 생기거나 이루어진 틀. 또는 그런 됨됨이 = 체재 2. 사회를 하나의 유기체로 볼 때에, 그 조직이나 양식, 또는 그 상태를 이르는 말 3. 일정한 정치 원리에 바탕을 둔 국가 질서의 전체적 경향 4. [생명] 생물체 구조의 기본 형식. 몸체 각 부분의 분화 상태 및 상호 관계를 이른다 5. [사회 일반] 각 부분이 목적에 맞도록 유기적으로 통일된 전체

변화(變化) : 사물의 성질, 모양, 상태 따위가 바뀌어 달라짐



  예전하고 같지 않을 때가 있어요. 틀을 바꾸거나 새옷을 입는 때가 있습니다. 일본말씨로는 ‘체제변화’일 텐데, 우리말씨로는 ‘거듭나다·바꾸다·뼈를 깎다’나 ‘갈아엎다·물갈이·뜯어고치다’로 손봅니다. ‘허물벗기·허물씻기·껍질벗기’나 ‘뉘우치다·나탓·나를 탓하다’로 손볼 만하고, “다시 태어나다·다시 일어나다·새로 태어나다”나 ‘새걸음·새모습·새로가다·새로걷다’로 손보아도 어울려요. ‘새로서다·새로짓다·새로찾다’나 ‘손씻기·알깨기·잘못씻기·잘못털기’로 손봅니다. “착한길 가다·착한사람 되다·때벗이·때를 벗다”나 “한걸음 나아가다·한걸음 내딛다·한걸음 더”로 손보아도 되고요. ㅍㄹㄴ



체제 변화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 틀은 어떻게 거듭날까

→ 얼거리는 어떻게 바뀔까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로빈 월 키머러/노승영 옮김, 다산초당, 2025)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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