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적' 없애야 말 된다

  국민적


 국민적 염원이다 → 사람들이 바란다 / 온나라가 바란다 / 모두 바란다

 국민적인 환영을 받았다 → 크게 반겼다 / 널리 반겼다 / 다같이 반겼다

 범국민적인 운동 → 사람들을 아우르는 물결 / 널리 일어나는 물결

 국민적인 배우 → 사랑받는 꽃님


  ‘국민적(國民的)’은 “국민 모두와 관련되는”을 뜻한다 하고, ‘국민(國民)’은 “국가를 구성하는 사람”을 뜻한다 합니다. 한국말사전은 이처럼 풀이하지만, ‘국민’이라는 한자말은 일제강점기부터 널리 퍼진 낱말이요, “천황을 섬기는 나라를 이루는 사람”을 가리키던 낱말입니다. 그래서 ‘국민학교’라는 이름을 ‘초등학교’로 바꾸었습니다. 그렇지만 정치를 하는 이는 ‘국민’이라는 일본 한자말을 버리지 않습니다. 으레 “국민 여러분”처럼 씁니다. ‘-的’을 붙여서 ‘국민적’으로 쓰기도 하지요. 말밑이나 말뿌리를 헤아린다면 ‘국민’이나 ‘국민적’은 모두 이 땅에서 몰아내야 아름답고 올바릅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은 “사람들 눈길이 쏠리는 일”로 손보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사람들 마음을 얻기 어렵다”로 손봅니다. “국민적 수치이다”는 “온나라에 창피하다”나 “온나라가 창피하다”로 손볼 만하고, “국민적 화합을 바라다”는 “사람들이 하나되기를 바라다”나 “서로 사이좋게 어울리기를 바라다”로 손볼 만합니다. “국민적인 저항감이 높다”는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나 “사람들이 크게 저항한다”로 손볼 수 있고, “국민적인 가수가 되다”는 “널리 사랑받는 가수가 되다”나 “사람들한테 사랑받는 가수가 되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차근차근 살펴보면, ‘사람·사람들’이나 ‘온곳·온나라·온누리·온터·온땅’으로 손보거나 ‘널리·두루·서로·크게’나 ‘다같이·다함께·뭇·뭇사람’으로 손볼 만합니다. ‘같이·함께·골골샅샅’으로 손보고, ‘모두·다·다들·누구나·너나없이·많이’나 ‘사랑·사랑받다·나란하다·너나하나·너나없다·너나우리’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누구나·아무나·순이돌이·돌이순이’나 ‘들꽃·들님·들지기·들사람·들꽃사람’으로 손보고, ‘씨앗·길꽃·꽃·꽃풀’이나 ‘풀·풀꽃·풀꽃나무·풀사람’으로 손봅니다. ‘살림길·삶길·삶꽃·생각길’이나 ‘초·촛불·넋·얼·그릇’이나 ‘환하다·활짝·훤하다’로 손볼 만해요. ‘수수하다·수수꽃·수수빛’이나 ‘숲님·숲사람·숲작은이’로 손보고, ‘시골꽃·시골풀·앉은꽃·앉은풀’로 손보아도 돼요. ‘작은꽃·작은풀·작은숲빛·잔꽃·잔풀’이나 ‘열다·온빛·우리·울·이웃’으로도 손봅니다. ‘집집·집집이·통틀다·투박하다·트다’나 ‘여기저기·이곳저곳’으로도 손보고요. ‘한덩이·한동아리·한울·한울타리’나 ‘한뜻·한목소리·한빛·한타래’로 손보아도 되지요. ㅍㄹㄴ



또 쓰레기 매립장이 생긴다니, 국민적 관심이 절실하다

→ 또 쓰레기 메움터가 생긴다니, 사람들이 지켜봐야 한다

→ 또 쓰레기 무덤이 생긴다니, 널리 알아봐야 한다

《시간창고로 가는 길》(신현림, 마음산책, 2001) 107쪽


국민적 화제가 되었지만

→ 사람들이 이야기하지만

→ 온나라에 떠들썩했지만

→ 많이들 이야기했지만

《버려진 조선의 처녀들 : 훈 할머니》(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아름다운사람들, 2004) 3쪽


안창남은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을 받았으니

→ 안창남을 나라 으뜸별로 우러렀으니

→ 안창남을 온겨레 샛별로 받들었으니

→ 안창남을 널리 치켜세웠으니

→ 안창남은 크게 사랑받았으니

《잃어버린 풍경 1》(이지누, 호미, 2005) 27쪽


라멘 가게가 국민적 관심사라기보다, 사람들이 그 자체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 라멘 가게가 사람들 눈길을 끈다기보다, 사람들이 라멘에 눈길을 두면서

→ 라멘 가게가 널리 눈길을 끈다기보다, 사람들이 라멘에 눈길을 두면서

《음식 좌파 음식 우파》(하야미즈 켄로/이수형 옮김, 오월의봄, 2015) 9쪽


국민적인 인기 캐릭터가

→ 널리 사랑받는 사람이

→ 매우 사랑받는 사람이

→ 한몸에 사랑받는 이가

→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오카자키에게 바친다 2》(야마모토 사호/정은서 옮김, 미우, 2016) 67쪽


재벌들이 왕왕 국민적 지탄의 표적이 되는 것은

→ 돈꾼이 더러 사람들 손가락질을 받는 까닭은

→ 돈바치이 곧잘 뭇손가락질을 받는 까닭은

→ 돈님이 흔히 여기저기서 손가락질받는 까닭은

《촛불철학》(황광우, 풀빛, 2017) 48쪽


에너지 전환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었고

→ 땔감을 바꾸자고 사람들을 끌어낼 수 있었고

→ 빛을 바꾸자는 한뜻을 널리 끌어낼 수 있었고

→ 밑힘 바꾸기에 사람들이 한뜻이 될 수 있었고

→ 기름 바꾸기에 사람들이 마음을 모을 수 있었고

《내일 새로운 세상이 온다》(시릴 디옹/권지현 옮김, 한울림, 2017) 119쪽


국민적인 스타도 될 수 있다고

→ 모두가 사랑할 수 있다고

→ 누구나 좋아할 수 있다고

→ 누구한테나 별이 될 수 있다고

→ 모두한테 꽃님이 될 수 있다고

→ 널리 사랑받을 수 있다고

《서커스의 딸 올가 2》(야마모토 룬룬/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19) 197쪽


전후에 태어난 국민적 국어사전이다

→ 나중에 태어나 사랑받는 낱말책이다

→ 그 뒤에 태어나 널리 읽힌 말꽃이다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사사키 겐이치/송태욱 옮김, 뮤진트리, 20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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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7.6.

숨은책 1045


《胃腸病의 新療法》

 김사달 글

 한일출판사

 1962.2.10.



  어릴적에 둘레에서 ‘의사 김사달(金思達)’ 책을 많이 보시더니 어느 무렵부터 이분 책을 안 읽으시던데, 글쓴이가 그만 이른나이에 숨을 거둔 탓이지 싶어요. 혼배움으로 돌봄길(의학)을 깨우치고서 뭇사람 몸을 고쳐 주었어도, 막상 너무 바쁘게 일하느라 이녁 몸은 못 돌보거나 못 고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분이 편 돌봄손길이 틀렸다고 할 수 없어요. 쉬잖고 일하면 누구나 몸이 무너지게 마련일 뿐입니다. 1962년에 나온 《胃腸病의 新療法》인데, 안쪽에 “삼가 드리나이다. 朝鮮日報 調査部”라는 글씨가 남습니다. ‘근정(謹呈)’ 같은 한자말을 안 쓴 대목이 돋보이되, 막상 ‘조선일보 조사부’는 한자로 적는군요. 줄거리를 보면 거의 일본책을 옮긴 듯싶은데, 이 얼거리는 오늘날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박경리 님은 일본을 그토록 미워하셨지만 막상 일본말씨하고 일본한자말은 서슴없이 널리 썼어요. 마음과 목소리와 말과 삶이 하나로 잇닿지 못 하던 지난날입니다. 이 책을 헌책집에서 장만하던 날 남긴 글을 문득 돌아본다.


1999.12.5.해. 창영동 아벨서점. 함께살기 최종규. 거짓말도 때론 동무에게 이로운 일로 자리할 수 있을까? 거짓말을 좋은 뜻(?)으로 하는 일? 그 좋다는 뜻이 무어던가? 나중에 그이가 바라던 대로 ‘좋게’ 끝맺을 수 있지만 쓴 아픔으로 남을 수도 있음은 생각하지 못하겠지.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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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7.6.

숨은책 1068


《전설의 시대》

 토머스 발핀취 글

 이하윤·홍봉룡 옮김

 문교부

 1959.3.20.



  1946년에 연희전문을 마치고서 1952년부터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일하다가 1997년 10월 10일에 몸을 내려놓은 조우현 님 책은 1998년 2월 28일에 ‘조우현 교수 기증도서’라는 이름을 달고서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에 깃든 듯합니다. 그러나 썩 오래 깃들 지는 못한 듯싶습니다. ‘消. 延大’라는 붉은글씨를 받고서 버림받습니다. 조우현 님은 “Oct.17.'59. Seoul”처럼 기스락에 자국을 남겼으니, 얼추 마흔 해를 건사하던 책입니다. 우리나라는 ‘불핀치’를 처음으로 언제 옮겼을까요? ‘발핀취’라고 적은 1959년판이라면 아무래도 일본책을 옮긴 듯싶어요. 그래도 ‘문교부’에서 나라돈을 들여서 이웃책을 애써 펴냈습니다. 성글거나 서툴거나 어설프더라도 배움빛을 밝히려는 뜻이 모이던 지난날입니다. 우리는 우리 옛이야기를 제대로 못 건사하기 일쑤요, 우리가 살아온 자취도 그냥저냥 쉽게 내버리기 일쑤입니다. 요사이는 새책이 끝없이 나오는데 1959년 해묵은 책 하나쯤이야 버려도 되지 않느냐고 여기기 쉽고, 참말로 숱한 책은 종이쓰레기가 되어 사라집니다. 모든 책을 건사할 수 없다지만, 거꾸로 나라 곳곳에 “모든 책을 건사하는 책터”를 하나씩 둘 노릇이지 않을까요? “모든 책을 고이 두는 책살림터”를 마련하지 못 하는 나라라면, 아무래도 몹시 후줄근할 뿐입니다.


#TheAgeofFable (1855년) #ThomasBulfinch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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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7.1. 집으로 가는 책



  어린날을 돌아보면, 할매할배는 으레 ‘가이’라고 말했다. 시골에서도 ‘가이’라고 흔히 말했다. ‘개’라고 소리를 내면 “참 서울사람이네.” 하고 여겼다. ‘새끼개’나 ‘새끼토끼’처럼 말했다. 아직 ‘새끼줄’을 흔히 꼬던 즈음 이야기이다. 옛말꼴이라지만 ‘삿기’처럼 부드러이 말하는 어른이 많았다.


  이제 부드러이 ‘가이’나 ‘삿기’라 말하는 사람은 자취를 감춘다. 아이나 젊은이가 거칠거나 쇳소리로 말을 하기 앞서 “어른이라 일컬을 자리”에 서야 할 사람들부터 밀소리를 잊고 말빛을 잃고 말씨를 내버렸다고 느낀다. 돈있고 힘있고 이름있어야 어른이지 않다. 말을 말답게 할 줄 알면서, 이이랑 젊은이 곁에서 어질고 밝은 눈으로 온누리를 살피고, 이쪽이나 저쪽이 아니라 온곳을 살피기에 어른으로 여겼다.


  말을 함부로 읊거나, 누구를 섣불리 깎거나, 한켠에 치우치는(팬덤+팬클럽) 몸짓은 어른하고 한참 멀다고 여긴 지난날이다. 곰곰이 보면 예부터 마을과 집을 사랑으로 돌보며 살림하던 어른은 하나같이 ‘가운꽃(아나키스트)’이었구나 싶다. 이도 저도 아닌 가운데이지 않다. 이도 저도 품고 풀어내기에 가운데요, ‘가운꽃’이자 ‘가운별’이고 ‘가운님’이다.


  오늘 우리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듯하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던 말뜻을 팽개치는 오늘날이다. 거꾸로 “싸움은 붙이고 흥정은 말리는” 굴레에 갇힌다. ‘흥정’이란, “흐르는 말”이다. 무엇을 사고팔 적에 “서로 뜻을 밝히고 값을 나누고 말을 주고받으면서 금을 살피고 맞추는 길”을 ‘흥정’이라 했다. 그래서 “흥정은 붙이라”고 일컫던 옛말은, 싸우거나 다투거나 겨루려는 둘 사이에 서서 “주먹다짐이나 미운말이 아닌, 서로 어떤 마음인지 더 낱낱이 드러내고 알리면서, 서로 마음부터 맞추어 보자”고 길을 트는 일이다. 가운꽃인 어른은 언제나 싸움을 말리면서 “둘 사이에 이야기를 놓는 몫”을 하는 사람이다.


  어른은 왼길도 오른길도 아닌 ‘온길’이다. “두 손뼉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하던 삶말마저 내동댕이치는 그대가 아닌가? 남을 탓하지 말자. 바로 ‘나’하고 ‘너’를 탓하자. 나는, 너는, 우리는 얼마나 싸움을 말리면서 흥정을 붙이는 오늘을 살아가는가? 손가락질과 밉말을 쏟아내는 ‘나너우리’이지 않은가? 흥정을 붙일 마음을 아예 밀쳐내고서 그저 저놈들을 나무라고 타박하기만 하지 않나?


  토미 드파울라 님이 남긴 《오른발 왼발》이라는 그림책이 있다. 아기도 할배도 오른발과 왼발을 나란히 떼면서 걸음을 익히고 사랑을 물려받는다. 어른도 아이도 왼발과 오른발을 갈마들면서 뛰고 걷고 달릴 수 있다. 우리는 두 손발과 두 눈귀와 두 마음을 하나로 모두는 온길을 나아가면서 사랑을 할 사람이다.


  가운꽃인 어른이기에 사랑이다. 왼켠과 오른켠으로 벌리면서 미워하기에 ‘불(분노)’이 일면서 싸움박질(전쟁)로 치닫는다. 나는 닷새에 걸쳐 부산과 부천과 서울을 오가면서 ‘개’하고 ‘새끼’라는 낱말을 비롯해서 ‘온우리말’을 짚어 보았다. ‘순우리말’이 아닌 ‘온우리말’을 생각해 본다.


  한 마디로 “서울말(표준어)을 버려야 사람이 된다”고까지 할 만하다. 우리는 “아직 사람이 아닌 사람옷을 입은 모습”에 머무른 채 쳇바퀴인 우리나라요 터전이며 마을이다. “서울과 서울말과 서울살이를 몽땅 버려야 펑화요 평등이요 민주요 진보요 나라답다”고 할 만하다. 집만 시골이기에 숲말을 쓰지 않는다. 아이를 여럿 낳아서 돌봤어도 살림말을 쓰지 않는다. 서울에 살거나 아이를 안 낳았어도 스스로 가운꽃을 바라보고 바라고 받아들일 줄 알면, 어느새 스스로 어른이 되어 숲노래를 부른다. 우리가 어느 곳을 보금자리로 삼든, 스스럼없이 가운꽃이라는 어른길을 걸어가려는 마음과 매무새일 적에 ‘숲말·살림말·사랑말·사랑말’을 펼 수 있다. 우리 손과 입에서는 ‘꽃말·들말·멧말·바람말·씨앗말’이 태어나고 샘솟아야 한다.


  ‘함께살기(같이살기)’를 등지거나 ‘숲노래(삶노래)’를 잊기에 깜깜하게 갇히고 가둔다. ‘함께노래(같이노래)’를 멀리하거나 ‘숲살림(사람살림)’을 사귀지 않으니 캄캄하게 고이고 묶인다. ‘함께걸음(같이걸음)’을 싫어하고 ‘숲사람(꽃어른)’을 내치기에 까마득히 벼랑으로 굴러떨어진다.


  나는 오늘 우리집으로 간다. 우리별이라는 터전에서 우리말을 하는 우리집으로 간다. 나는 오늘 사랑씨를 그리며 우리집으로 간다. 우리나라이기보다는 우리숲으로, 우리들과 우리메로, 우리씨앗과 우리해를 바라보면서 우리집으로 같다. 나는 오늘 여름볕과 여름구름을 한가득 안고서 사랑노래로 우리집으로 간다. 너하고 나하고 하늘빛으로 마주하기에 우리집이다. 나랑 네가 바람소리를 맞이하기에 우리집이다. 너도 나도 함께 저마다 ‘우리집’으로 걸어가기에 푸른별이 빛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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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의 지구 침략 6
오가와 마이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7.5.

이 별과 저 별


《외톨이의 지구 침략 6》

 오가와 마이코

 김시내 옮김

 학산문화사

 2016.8.25.



  쳐들어간다거나 쳐들어온다고 여기지만, 막상 치거나 자르거나 벨 수 없습니다. 얼핏 보면 목이 날아가고 팔이 잘리는 듯하지만, 겉모습일 뿐입니다. 모든 풀과 나무는 아무리 잘리고 베여도 다시 줄기를 올리고 가지를 냅니다. 벌레가 아무리 잎을 갉아도 새로 잎이 돋습니다.


  벌레가 먹어도 잎은 잎이요 풀은 풀입니다. 도끼로 베여도 나무는 나무입니다. 불타더라도 나무는 늘 나무예요. 들숨날숨을 잇는 몸을 입어도 사람이고, 들숨날숨을 멈추더라도 사람입니다.


  《외톨이의 지구 침략 6》을 곱씹습니다. 이 별로 찾아온 저 별 누구는 이 별을 빼앗으려는 마음입니다. 드디어 이 별을 빼앗을 수 있구나 하고 느끼던 날 아무래도 이 별을 빼앗지 못 합니다. 이 별로 쳐들어와야 할 ‘우리별 사람들’이 아무도 안 오거든요. 이미 우리별은 저 먼 별누리에서 사라졌다고 합니다.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는다고 여깁니다. 틀리지는 않은 얼개이지만, 맞지 않기도 한 얼개입니다. 무엇이 태어나고 무엇으로 살아가고 무엇이 죽을까요? 이 실마리를 알아보려고 하지 않는다면 삶도 죽음도 헛바람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넋과 얼이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몸을 헌옷처럼 내려놓고서 새옷처럼 갈아입습니다. 여러모로 보면 푸른별에 갇힌 굴레요, 곰곰이 보면 파란별에서 사랑을 빛내는 잔치입니다.


  이 별은 이곳에서 반짝입니다. 저 별은 저곳에서 눈부십니다. 낮에는 어느 별에서나 환하게 해를 품고서 활짝활짝 활갯짓을 폅니다. 밤에는 어느 별에서나 밝게 이웃별을 받아들이면서 방긋방긋 웃음꽃을 맞아들이는 꿈길로 나아갑니다.


  모든 주먹질과 죽임질이 덧없는 줄 알아볼 때라야 사람입니다. 주먹을 움켜쥐면서 윽박지르고 터뜨리는 동안에는 어느 누구도 사람이 아니요, 별사람도 아닌, 그저 죽음깨비입니다.


ㅍㄹㄴ


“어제랑 분위기가 전혀 다른 게 기분 나쁘다 싶어서.” “하항! 정에 얽매여서 금방 눈물을 보이는 사람한테는 듣고 싶지 않거든?” (30쪽)


“난 아직 오르베리오의 계약에 묶여 있어. 내 상태 같은 건 상관없이 그렇게 명령할 수 있을 텐…….” “무슨 소리야? 넌 내 친구잖아. 이렇게 무서워하는 친구한테 억지로 전투를 강요할 수 있겠냐고!” (117쪽)


‘무서워. 무섭다. 그치만, 리코도 언제나 이런 기분이었겠지.’ (131쪽)


“너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있었어? 그 사람들은 어디 있지? 가르쳐 줘! 다들 어디 있어? 난 언제까지 이 별에서 기다리면 되는 거야?” (141쪽)


“아무리 바보 취급을 당한다 해도 난 친구가 죽도록 내버려두는 짓은 못 해.” (164쪽)


#ひとりぼっちの地球侵略 #小川麻衣子


+


《외톨이의 지구 침략 6》(오가와 마이코/김시내 옮김, 학산문화사, 2016)


밤하늘이 보인다. 저 반짝임 속에 고향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 밤하늘이 보인다. 저 별빛 사이에 우리별은 이미 있지 않다

→ 밤하늘이 보인다. 저렇게 반짝이지만 우리별은 이미 없다

18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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