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8.


《편지 쓰는 법》

 문주희 글, 유유, 2022.10.4.



나라일을 맡겠다는 벼슬꾼(장관·국무총리) 가운데 흉허물이 없는 놈이 안 보인다. 저쪽 벼슬꾼한테 이런 흉허물이 있을 적에 득달같이 손가락질하던 분들이 하나같이 얌전하다. ‘이쪽 놈’ 흉허물은 귀엽다는 뜻일까? 이렇게 이쪽저쪽으로 갈라치기를 하면서 흉허물을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기에 나라가 휘청거린다. 흉허물은 어느 쪽이든 어떤 크기이든 똑같이 흉허물이다. 지난날에는 이승만·박정희를 꽃(아이돌)으로 추켜세웠고, 오늘날에는 이쪽저쪽 모두 벼슬꾼을 꽃으로 섬긴다. 왜 ‘나(우리 스스로)’를 안 보고 ‘남’을 쳐다보는가? 누구나 저마다 꽃이요, 모든 사람이 이녁 보금자리에서 꽃씨이다. 《편지 쓰는 법》을 곰곰이 읽었다. 문득 돌아보니 지난날에도 ‘글월쓰기’를 이끄는 책이 꽤 나온 적 있는데 하나같이 일본책을 고스란히 베꼈다. 이른바 “편지투백과”라는 일본말을 그대로 쓴 꾸러미인데, “글쓰기 길잡이책”도 쏟아지니까 “글월쓰기 길잡이책”도 있을 만하겠지만, 어쩐지 우리 스스로 그냥 창피하다. 글이건 글월이건 “잘 쓰는 길”이란 아예 없다. 그저 저마다 마음을 담으면 된다. 이런 틀이나 저런 얼개를 짜야 하지 않다. 이쁜 글종이를 골라야 하지도 않는다. 부디‘틈을 틔우는 글’을 다루는 책이 태어나기를 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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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9.


《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

 루이스 세풀베다 글/엄지영 옮김, 열린책들, 2025.1.10.



큰아이가 사흘째 2000조각 맞추기를 한다. 훌륭하다. 나는 1조각조차 거들지 못 하는데, 아침에 끝이 보인다. 낮에 마침내 마치시는구나. 엊그제부터 꺾이는 여름더위를 돌아본다. “뭐? 벌써?”라 여기는 분이 많을 테지만, 긴낮(하지)이 여름꼭대기요, 잔볕(소서)하고 큰볕(대서) 사이에 여름이 조금씩 내려선다. 겨울에도 이 얼개는 같다. 어제그제는 밤에 29℃여도 땀이 안 흘렀고, 낮에 31℃여도 땀방울이 안 맺히더라. 낮밥을 차리고서 살짝 쉰 다음 뒤꼍과 고샅에 돋은 풀을 조금 벤다. 낫으로 풀을 베면 풀내음이 그윽하다. 저녁에 두바퀴로 논두렁을 가르며 하늘을 보자니, 이제 빨래는 17:30이면 걷어야겠네. 《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를 읽으며 아쉽고 아리송했다. 흰고래를 말하고 싶다면 흰고래한테 물어볼 노릇인데, ‘흰고래 아닌 사람살이’를 꿰어맞췄다고 느꼈다. 바다를 들려주고 싶다면 바다한테서 이야기를 들을 일인데, ‘바다 아닌 서울살이’를 짜맞췄다고 느꼈다. 바다도 바람도 고래도 헤엄이도 사람을 미워하거나 싫어해서 죽이려는 불길이 타오르지 않는다. 총칼을 끝없이 벼리는 얼뜬 우두머리하고 허수아비만 불길이 타오를 뿐이다. 얼뜬 사람을 나무라려면 누가 어떻게 얼뜨기인지 짚으면 된다. 애먼 흰고래를 괴롭히지 말자.


#LuisSepulveda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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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10.


《K-공대생 열다, 책방》

 김은철 글, 오리너구리, 2024.4.24.



아이들과 곁님도 여름이 꺾인 줄 뚜렷이 느낀다. 큰아이는 “이제는 햇볕을 그대로 쬐고 걸어도 안 더워요.” 하고 말한다. 집에 바람이(에어컨·선풍기)를 안 두면서 푸른바람을 맞아들이면 철갈이를 온몸으로 느끼고 온마음으로 읽는다. 예부터 누구나 ‘철사람(철을 읽고 아는 사람)’이었다. 들사람이든 숲사람이건 멧사람이건 바닷사람이건 저마다 철빛을 헤아리며 손수 살림을 짓고 사투리를 폈다. 이튿날부터 바깥일을 하러 가기 앞서 저잣마실을 간다. 큰아이가 따라간다. 등짐을 메고서 쉴 곳을 찾다가 기스락숲에 깃든다. 그야말로 거의 아무도 없고 안 오는 시골 읍내 작은숲에서 멧바람을 마시자니 뭇새와 뭇나비에다가 지네까지 우리한테 다가와서 소곤거린다. 《K-공대생 열다, 책방》을 읽는다. 조금씩 즐겁게 읽는다. 한달음에 다 읽기보다는 느긋이 헤아리고 싶다. 나는 인천 연수동이라는 잿마을(아파트단지)을 더 쳐다보기 싫어서 1994년부터 떠났다. 우리 아버지는 골목마을 작은집을 몹시 싫어하셨지만, 나로서는 모든 이웃과 동무가 골목마을에 살았다. 더 안 쳐다보려던 인천 연수동이지만, 〈열다책방〉이 이곳에 열었기에 올해 2025년에 서른한 해 만에 찾아가 보았다. 아무리 잿마을이어도 책집이 있으면 마을빛이 바뀌더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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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꽃 . 내가 좋아하는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지만

내가 늘 하거나 자주 먹는

여러 가지를 좋아하는가 하고

돌아보곤 한다


그런데

늘 하기에 좋아하는 일일까?

늘 먹기에 좋아하는 밥일까?


아직 모르기에

앞으로 하려는 일과 길을

하나씩 되돌아보고

오늘 날아가는 새를 지켜본다


2025.6.26.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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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꽃 . 여름꽃



첫여름으로 접어들 즈음이면

슬그머니 잎을 내고는

한여름으로 넘어설 무렵이면

조그마니 꽃을 피우는


낯가림을 하는 듯이

짙푸르게 우거진 나무 사이에서

옅푸르게 얌전한 대추나무를


부산 사직동 안골목

작은집 담벼락 곁에서

한참 들여다보았다


2025.6.27.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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