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9.


《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

 루이스 세풀베다 글/엄지영 옮김, 열린책들, 2025.1.10.



큰아이가 사흘째 2000조각 맞추기를 한다. 훌륭하다. 나는 1조각조차 거들지 못 하는데, 아침에 끝이 보인다. 낮에 마침내 마치시는구나. 엊그제부터 꺾이는 여름더위를 돌아본다. “뭐? 벌써?”라 여기는 분이 많을 테지만, 긴낮(하지)이 여름꼭대기요, 잔볕(소서)하고 큰볕(대서) 사이에 여름이 조금씩 내려선다. 겨울에도 이 얼개는 같다. 어제그제는 밤에 29℃여도 땀이 안 흘렀고, 낮에 31℃여도 땀방울이 안 맺히더라. 낮밥을 차리고서 살짝 쉰 다음 뒤꼍과 고샅에 돋은 풀을 조금 벤다. 낫으로 풀을 베면 풀내음이 그윽하다. 저녁에 두바퀴로 논두렁을 가르며 하늘을 보자니, 이제 빨래는 17:30이면 걷어야겠네. 《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를 읽으며 아쉽고 아리송했다. 흰고래를 말하고 싶다면 흰고래한테 물어볼 노릇인데, ‘흰고래 아닌 사람살이’를 꿰어맞췄다고 느꼈다. 바다를 들려주고 싶다면 바다한테서 이야기를 들을 일인데, ‘바다 아닌 서울살이’를 짜맞췄다고 느꼈다. 바다도 바람도 고래도 헤엄이도 사람을 미워하거나 싫어해서 죽이려는 불길이 타오르지 않는다. 총칼을 끝없이 벼리는 얼뜬 우두머리하고 허수아비만 불길이 타오를 뿐이다. 얼뜬 사람을 나무라려면 누가 어떻게 얼뜨기인지 짚으면 된다. 애먼 흰고래를 괴롭히지 말자.


#LuisSepulveda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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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10.


《K-공대생 열다, 책방》

 김은철 글, 오리너구리, 2024.4.24.



아이들과 곁님도 여름이 꺾인 줄 뚜렷이 느낀다. 큰아이는 “이제는 햇볕을 그대로 쬐고 걸어도 안 더워요.” 하고 말한다. 집에 바람이(에어컨·선풍기)를 안 두면서 푸른바람을 맞아들이면 철갈이를 온몸으로 느끼고 온마음으로 읽는다. 예부터 누구나 ‘철사람(철을 읽고 아는 사람)’이었다. 들사람이든 숲사람이건 멧사람이건 바닷사람이건 저마다 철빛을 헤아리며 손수 살림을 짓고 사투리를 폈다. 이튿날부터 바깥일을 하러 가기 앞서 저잣마실을 간다. 큰아이가 따라간다. 등짐을 메고서 쉴 곳을 찾다가 기스락숲에 깃든다. 그야말로 거의 아무도 없고 안 오는 시골 읍내 작은숲에서 멧바람을 마시자니 뭇새와 뭇나비에다가 지네까지 우리한테 다가와서 소곤거린다. 《K-공대생 열다, 책방》을 읽는다. 조금씩 즐겁게 읽는다. 한달음에 다 읽기보다는 느긋이 헤아리고 싶다. 나는 인천 연수동이라는 잿마을(아파트단지)을 더 쳐다보기 싫어서 1994년부터 떠났다. 우리 아버지는 골목마을 작은집을 몹시 싫어하셨지만, 나로서는 모든 이웃과 동무가 골목마을에 살았다. 더 안 쳐다보려던 인천 연수동이지만, 〈열다책방〉이 이곳에 열었기에 올해 2025년에 서른한 해 만에 찾아가 보았다. 아무리 잿마을이어도 책집이 있으면 마을빛이 바뀌더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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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꽃 . 내가 좋아하는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지만

내가 늘 하거나 자주 먹는

여러 가지를 좋아하는가 하고

돌아보곤 한다


그런데

늘 하기에 좋아하는 일일까?

늘 먹기에 좋아하는 밥일까?


아직 모르기에

앞으로 하려는 일과 길을

하나씩 되돌아보고

오늘 날아가는 새를 지켜본다


2025.6.26.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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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꽃 . 여름꽃



첫여름으로 접어들 즈음이면

슬그머니 잎을 내고는

한여름으로 넘어설 무렵이면

조그마니 꽃을 피우는


낯가림을 하는 듯이

짙푸르게 우거진 나무 사이에서

옅푸르게 얌전한 대추나무를


부산 사직동 안골목

작은집 담벼락 곁에서

한참 들여다보았다


2025.6.27.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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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꽃 . 빌고 싶은



쇠날·흙날·해날을 부산에서 보내고서

달날·불날을 부천과 서울에서 보낸다

전남 고흥 시골집은 어떤 하루일까?

이제 후박나무 열매를 딸 철인데

시골집 아닌 밖에서 돌아다니는구나


아름다운 이웃과 만나서 주고받는 마음과

하루하루 새롭게 배운 이야기를 돌아본다

오늘밤에 우리집으로 돌아가면

한동안 고요히 잠들면서

푸른살림을 짓는 수다를 펴려고 한다


별은 못 보더라도

해와 비와 구름을 바라보며 빈다


2025.7.1.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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