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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의 꽃 - 내 마음을 환히 밝히는 명화 속 꽃 이야기
앵거스 하일랜드.켄드라 윌슨 지음, 안진이 옮김 / 푸른숲 / 2025년 3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7.9.
까칠읽기 85
《화가들의 꽃》
앵거스 하일랜드·켄드라 윌슨 엮음
안진이 옮김
푸른숲
2025.3.11.
《화가들의 꽃》이라고 해서 장만해서 읽는데, ‘일본 붓잡이가 담은 꽃’이라고 이름을 붙여야 어울릴 텐데 싶다. 일본 붓잡이를 잔뜩 보여줄 뿐 아니라, 일본 붓잡이한테서 배우거나, 일본 붓잡이가 선보인 붓빛을 따라한 꽃그림을 줄줄이 보여주는 얼거리이니까.
“붓바치 꽃”을 말하거나 다루려 한다면, 인도와 중국과 베트남과 티벳 같은 나라에서 담아낸 꽃그림도 들여다볼 일이지 않을까? 콩고와 수단과 모잠비크와 나미비아 같은 나라에서 바라보는 꽃그림도 헤아릴 일이지 않을까?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와 브라질은 어떤 꽃그림을 선보였을까?
《화가들의 꽃》에 나오는 꽃그림을 보자니,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하고 ‘존 제임스 오듀본’을 흉내내었구나 싶은 꽃그림도 수두룩하다. 그렇지만 정작 이 두 사람 이야기는 한 마디도 없다. 들숲을 사랑하면서 들숲에 온삶을 담그면서 붓끝을 편 ‘어니스트 톰슨 시튼’과 ‘장 앙리 파브르’ 같은 사람이 남긴 꽃그림을 들여다본다면, “꽃그림이 덧없게 보인다(7쪽)”는 말이 아예 안 나왔으리라고 본다.
나는 우리나라 ‘박정희 그림할머니’가 남긴 꽃그림을 보여주고 싶다. 다섯 아이를 돌보았을 뿐 아니라, 작은자리에서 언제나 자그맣게 살림살이를 여미다가 예순을 훌쩍 넘기곳 꽃그림으로 피어난 작은할머니가 선보인 붓빛이란 얼마나 놀라운가? 바바라 쿠니 님은 《엠마》라는 작은 그림책으로 독일 어느 그림할머니 이야기를 펼친 적이 있다. 요하나 슈피리 님이 남긴 《하이디》를 보면, 하이디가 어떤 꽃을 사랑했는지 똑똑히 알 만하다. 위다 님이 남긴 《플란다스의 개》에도 꽃이 나오지. 셀마 라게를뢰프 님이 남긴 《닐스의 신기한 모험》에 나오는 꽃을 헤아려 본다. 일론 비클란드 님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님 글에 얹은 그림이 빛나는 《난 자전거를 탈 수 있어》는 꽃바람이 물씬물씬 흐르면서 눈부시다.
‘화가·예술가’란 어디에 사는 누구인가? 그림이란 무엇인가? 꽃그림이란 무엇인가? 부디 ‘붓’이 어떻게 처음 태어났고, ‘종이’는 어디에서 얻으며, ‘물감’은 어디에서 오는지, 차분히 돌아보기를 빈다. 꽃그림 이야기를 이토록 허술하고 후줄근하게 담아도 될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53쪽 그림을 보면, 두바퀴(자전거)를 엉터리로 그렸다. 잘 보라. 발판이 저런 모습이면 두바퀴가 구르겠는가? 터무니없다. 두바퀴를 탄 적이 없는 사람은 발판을 하나같이 엉터리로 그리는데, 두바퀴를 타는 사람조차 발판을 엉망으로 그리기 일쑤이더라. 한 발로 짚는 발판이 위로 가면, 다른 발로 짚는 발판은 밑으로 가는데, 둘은 나란해야 한다. 또한, 발판은 톱니보다 길쭉하게 나온다. 두바퀴를 엉성하게 그리는 붓꾼은 으레 다른 곳도 제대로 안 그리거나 얼렁뚱땅 넘어가더라.
ㅍㄹㄴ
꽃 그림은 언뜻 보면 꽃의 생명력만큼이나 덧없게 보이기도 합니다. (7쪽)
1930년대 초 일본으로 돌아간 후지타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국수주의적 선전물을 제작했습니다. 그러자 그의 명성도 예전 같지 않게 되었죠. 나중에는 프랑스로 돌아가서 시골에 정착했고, 어느 예배당을 설계한 후 가톨릭으로 개종했습니다. (16쪽)
인상파 시대 이후 서양의 화가들이 일본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하다면 메이지 시대의 목판화를 살펴보세요. (103쪽)
#theBookoftheFlower #FlowersinArt #AngusHyland #KendraWil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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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의 꽃》(앵거스 하일랜드·켄드라 윌슨/안진이 옮김, 푸른숲, 2025)
언뜻 보면 꽃의 생명력만큼이나 덧없게 보이기도 합니다
→ 언뜻 보면 꽃숨만큼이나 짧아 보이기도 합니다
7쪽
작은 초상화에 어울리는 친근한 느낌을 풍깁니다
→ 작은 얼굴꽃에 어울리듯 살갑습니다
→ 작은 얼굴그림에 어울리듯 포근합니다
7쪽
뉴욕에 소개했어도 인기 만점이었을 겁니다
→ 뉴욕에 내놓았어도 눈을 끌었습니다
→ 뉴욕에 내었어도 사로잡을 만합니다
7쪽
그의 말을 빌리면 “안락의자처럼” 편안한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죠
→ 그는 “아늑걸상처럼” 아늑히 그림을 그려도 즐겁다고 생각했죠
→ 그는 “폭신걸상처럼” 포근히 그림을 그려도 된다고 생각했죠
1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