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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많은 곳에서 일합니다 - 생존이 곧 레퍼런스인 여자들의 남초 직군 분투기
박진희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6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7.6.
까칠읽기 81
《남자가 많은 곳에서 일합니다》
박진희
앤의서재
2024.6.15.
“생존이 곧 레퍼런스인 여자들의 남초 직군 분투기”라는 작은이름을 달고 나온 《남자가 많은 곳에서 일합니다》를 읽었다. 이미 줄거리를 못박은 책이다. 엮은이는 ‘사내밭’에서 일하는 가시내를 만나면서 “힘들게 싸우는 일순이”를 드러내고 싶었구나 싶은데, 막상 숱한 ‘일순이’는 스스로 하고픈 일을 찾아가는 길이었을 뿐, 이 길이 아니어도 똑같이 어디에서나 가시밭길을 거쳐야 한다고 여기는 마음이다.
사내라서 쉽게 일자리를 얻지 않는다. 사내라서 어느 일터에 쉽게 못 들어간다. ‘그곳(일터)’에서 일할 만한 슬기와 마음과 몸을 갈고닦아야 한다. 지난날에는 사내가 집안을 먹여살리는 몫을 도맡다시피 했기에 저절로 ‘사내밭’이었고, 이제는 굳이 사내가 집안을 먹여살릴 까닭이 없기에 ‘누구나’ 일할 수 있다.
사내는 아기를 못 낳고, 아기한테 젖을 못 물리지만, 둘을 뺀 다른 모든 아기돌봄은 할 수 있고, 할 만하며, 할 노릇이다. 사내로서 아기를 돌보고 키울 적에는 언제나 순이밭에 깃들어야 한다. 이때에 ‘아기엄마’는 ‘아기아빠’를 어떤 눈으로 볼까? 사내가 집일과 집살림을 맡으면서 삶이 무엇인지 배워야 한다고 차분히 들려주거나 길동무로 지내는 분도 많지만, 혀를 차거나 빈정대는 분도 많다.
여러모로 보면, 우리 터전에서 가장 골때리는 곳은 푸른지붕이나 벼슬터라고 할 만하다. 누가 나라지기를 맡는가? 누가 벼슬꾼(국회의원·시도지사·군수)을 맡는가? 우리 삶터 곳곳에서 으레 밑자리라 여길 일터를 도맡은 사람은 ‘작은돌이’이다. 작은돌이가 맡은 작은일터로 선뜻 찾아오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제는 조금조금 늘기는 하지만, 서울을 떠나서 시골에서 논밭지기로 일하려는 순이는 대단히 드물다. 조금조금 늘되, 시외버스·고속버스·대형화물을 모는 일터를 찾는 순이도 아주 드물다. 시골버스를 몰겠다는 꿈을 품는 시골순이는 몇이나 될까?
‘돈·이름·힘’을 거머쥐는 적잖은 자리에서 적잖은 꼰대돌이는 순이뿐 아니라 작은돌이도 손사래치면서 그들끼리 담벼락을 쌓았다. ‘돈·이름·힘’하고 머나먼 곳에서 일하려는 마음부터, 아니 ‘돈·이름·힘’이 아니라 ‘살림·사랑·숲’이라는 마음을 가꾸려는 길을 열려고 할 적에 온누리를 바꾼다고 느낀다.
“생존이 곧 레퍼런스”는 무슨 뜻일까? ‘레퍼런스’란 무엇인가? 이런 영어를 왜 써야 할까? 그저 낮고 작게 일하되, 언제나 스스로 북돋우고 살리고 사랑하는 자리에서, 들숲메바다를 품는 빛살을 헤아리려고 한다면, 이 책은 아주 달랐으리라 본다. 오히려 오늘날 ‘아기를 낳아 돌보는 집살림’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밝히는 만나보기를 하면서 이야기를 들을 때이지 않을까?
ㅍㄹㄴ
그때 깨달았어요. 할 수 있다면, 해야 할 일 앞에선 나이도 성별도 중요하지 않다는 걸요. 나이가 많다고 해서, 혹은 여자라고 해서 기회를 박탈하면 안 된다는 것을요. 그걸 배웠기에 일본에서 나이 많은 어르신들과 일했던 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26쪽)
지금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진출을 금지하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사회가 과거 전통적인 여성상을 바라고 강요하기보다 박수 쳐주고 응원하는 분위기고요. 국가 차원에서도 여성이 일할 수 있는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을까, 저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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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많은 곳에서 일합니다》(박진희, 앤의서재, 2024)
공모전에서 입상한 글과
→ 글잔치에 붙은 글과
→ 글마당에 뽑힌 글과
4쪽
남초 직군에서 일하는 여성 혹은 여초 직군에서 일하는 남성 어른들의 이야기를
→ 사내밭에서 일하는 가시내, 또는 가시내밭에서 일하는 사내 어른들 이야기를
5쪽
인터뷰이들 역시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음에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 사람들은 숱하게 부딪혔어도 조금씩 나아진다고 얘기해 주었다
→ 이분들은 숱하게 넘어졌어도 조금씩 나아진다고 들려주었다
9쪽
어떤 이들을 만날지 리스트를 짜며 나는 그녀를 1번으로 정했다
→ 어떤 이를 만날지 죽 짜며 이분을 첫째로 꼽았다
→ 누구를 만날지 타래를 짜며 이이를 꼭두로 삼았다
→ 만날 분을 모둠으로 짜며 이녁을 으뜸으로 두었다
15쪽
조경에 관해 제로베이스인 상태니, 일본의 잘 관리된 정원이나 나무를 보고 배우는 것이
→ 나무손질은 밑바닥이니, 일본에서 잘 손질한 뜰이나 나무를 보고 배우면
→ 뜰살림은 모르니, 일본에서 잘 돌본 꽃뜰이나 나무를 보고 배우면
18쪽
반년쯤 지났을 때 사장님이 하네스(나무 탈 때 사용하는 장비)를 사주셨어요
→ 여섯 달쯤 지났을 때 지기님이 멜빵(나무타기 연장)을 사주셨어요
→ 여섯 달쯤 지났을 때 일터지기님이 질바(나무타기 연장)를 사주셨어요
20쪽
종종 현장에서 제가 발주한 나무가 들어오는 걸 확인할 때가 있어요
→ 가끔 일터에서 제가 맡긴 나무가 들어올 적에 살펴봐요
→ 이따금 일터에서 제가 넣은 나무가 들어와서 들여다봐요
24쪽
그녀가 정의定義했던 정의正義로운 세상을 종종 생각했다
→ 이분이 들려주던 밝은누리를 곧잘 생각한다
→ 그분이 밝히던 들빛누리를 이따금 생각한다
78쪽
수민 씨의 임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화재진압이다
→ 수민 씨 일 가운데 불끄기가 마땅히 가장 크다
→ 수민 씨는 불잡는 일이 마땅히 가장 크다
89쪽
또한, 대동물 수의사들은 소나 말처럼 제 몸보다 더 크고 무거운 동물을 상대해야 하므로
→ 또한 큰짐승 돌봄이는 소나 말처럼 제 몸보다 더 크고 무거운 짐승을 마주해야 하므로
123쪽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갈등의 현장이 되기 마련이다
→ 싸움터마냥 골깊은 곳이 되게 마련이다
→ 불바다처럼 불꽃튀게 마련이다
164∼165쪽
연대에 꼭 확실한 명분이나 제대로 된 명패가 있어야 할까
→ 두레에 꼭 대단한 뜻이나 제대로 이름판을 붙여야 할까
→ 어깨동무에 꼭 무슨 길이나 제대로 이름을 붙여야 할까
20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