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21.


《목화씨》

 조혜란 글·그림, 글로연, 2024.11.9.



가볍게 적시는 빗소리로 하루를 연다. 새벽글을 쓰는 틈틈이 책을 읽는다. 어느덧 날이 밝는다. 〈책과 아이들〉 지기님하고 삶·사람·부산 이야기를 더 잇는다. 책짐을 지고 안으면서 광안바다 곁 〈책방온실〉로 간다. 새로 나온 《결혼식은 준비하지만, 결혼은 준비하지 않았다》를 기리는 조촐한 잔치가 있어서 펴냄터 지기님이 부산마실을 하신단다. 얼굴을 뵈려고 들르고서 사상나루로 건너간다. 15:35 고흥버스는 빈자리가 없다. 다만 고흥 가는 손님은 나 혼자네. 광양·순천으로 가는 젊은이가 빼곡했다. 고흥읍에서 20:00 시골버스를 타고서 집에 닿는다. 씻고 저녁을 먹을 무렵 빗줄기가 굵다. 빗방울은 “네가 집에 올 때까지 기다렸어. 나 어때? 나 어때?” 하고 외친다. “멋지구나. 고마워!” 하고 대꾸한다. 《목화씨》를 읽었다. ‘솜’을 들려주는 그림책이 반갑다. 다만, ‘목화(木花)’라는 한자말에 이미 ‘-꽃’이라는 낱말이 깃든다. 이제는 ‘솜·솜꽃·솜씨’ 같은 우리말을 쓸 수 있기를 빈다. 우리가 우리말을 안 쓰면 누가 쓰겠는가. 어른부터 우리말을 써야 아이들이 물려받는다. 해바람비를 머금은 풀꽃한테서 솜을 얻고 실을 누린다. 흙에 뿌리를 내린 풀과 나무가 사람을 돕고 살리며 북돋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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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46 : -의 -의 열기 -들


저녁의 서늘한 숨결이 언덕 숲에서 흘러나와 낮의 열기를 흩뜨리고 새들이 모여든다

→ 서늘한 저녁 숨결이 언덕숲에서 흘러나와 낮볕을 흩뜨리고 새가 모여든다

→ 언덕숲에서 부는 저녁바람이 서늘하여 낮볕을 흩뜨리고 새가 모여든다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로빈 월 키머러/노승영 옮김, 다산초당, 2025) 11쪽


저녁이면 서글하게 바람이 불면서 낮에 후끈후끈 달군 볕을 식힙니다. 이제 조금 서늘할 즈음 새가 모여들어 노래하고요. 이 보기글은 ‘-의’를 섣불리 넣는 바람에 엉성합니다. 또한 얼개를 잘못 짰어요. “언덕숲에서 부는 저녁바람이 서늘하여”로 첫머리를 잡을 만하고, “낮볕을 흩뜨리고”로 받을 만합니다. ㅍㄹㄴ


열기(熱氣) : 1. 뜨거운 기운 2. 몸에 열이 있는 기운 3. 뜨겁게 가열된 기체 4. 흥분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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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45 : 맹목적 이타적 보응적報應的 reciprocal


거의 맹목적으로 이타적인 사람, 그리고 보응적報應的, reciprocal인 사람

→ 거의 눈멀듯 베푸는 사람, 그리고 주고받는 사람

→ 거의 무턱대고 주는 사람, 그리고 받으면 주는 사람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최재천, 김영사, 2021) 78쪽


내 몸처럼 네 몸을 아끼는 사람이 있고, 스스로 누리듯 이웃하고 누리는 사람이 있어요. 때로는 그저 베풀기만 하는 사람이 있고, 무턱대고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치 눈먼 매무새입니다. 이와 달리 누가 주어야 비로소 베푸는 사람이 있어요. 받을 때에만 주는 셈입니다. 이 보기글을 쓴 분은 “보응적報應的, reciprocal”처럼 일본한자말에 영어를 곁들이지만, 이렇게 쓴들 무슨 소리인지 더 알기 어렵습니다. 그저 우리말로 ‘주고받다’라 하면 됩니다. ㅍㄹㄴ


맹목적(盲目的) : 주관이나 원칙이 없이 덮어놓고 행동하는

이타적(利他的) : 자기의 이익보다는 다른 이의 이익을 더 꾀하는. 또는 그런 것

보응적 : x

보응(報應) : 착한 일과 악한 일이 그 원인과 결과에 따라 대갚음을 받음

reciprocal : 상호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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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44 : 그 최초의 누군가 연유


그 최초의 누군가는 무슨 연유로

→ 첫사람은 무엇 때문에

→ 처음에 누가 왜

→ 첫사람은 어찌하여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최재천, 김영사, 2021) 42쪽


‘누군가’는 틀린말씨인데, “그 최초의 누군가는”이라 하면 일본옮김말씨입니다. 우리말씨로는 ‘첫사람’이라 하면 되어요. 또는 “처음에 누가”라 할 만합니다. 처음에 누가 왜 어느 일을 했는지 돌아봅니다. 첫사람은 어찌하여 어느 길을 갔는지 곱씹습니다. ㅍㄹㄴ


최초(最初) : 맨 처음 ≒ 초번

연유(緣由) : = 사유(事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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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43 : 좋은 만남 많이 가졌


좋은 만남을 아주 많이 가졌습니다

→ 즐겁게 온갖 사람을 만났습니다

→ 숱한 사람을 기쁘게 만났습니다

→ 숱한 사람을 만나며 기뻤습니다

《외톨이의 지구 침략 5》(오가와 마이코/김시내 옮김, 학산문화사, 2016) 83쪽


“좋은 만남”이나 “만남을 많이 가졌습니다”는 모두 잘못 쓰는 옮김말씨입니다. 우리말로는 “즐겁게 만나다”나 “기쁘게 만나다”나 “반갑게 만나다”라 합니다. “만나서 즐겁다”나 “만나서 기쁘다”나 “만나서 반갑다”라 하고요.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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