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14.


《글쓰기에 대하여》

 마거릿 애트우드 글/박설영 옮김, 프시케의숲, 2021.3.1.



비가 시원스레 적시는 아침에 부산 기장군 일광읍 ‘이지더원 2차 포레온 작은도서관’으로 찾아간다. 잿마을(아파트단지)에 갈 일이 아예 없다시피 하기에, 잿마을 작은책숲에서 이야기꽃을 펴는 하루는 여러모로 배울거리가 그득하다. “여기는 그렇게 큰 단지가 아니”라는 말을 듣는다. 잿마을에 커다란 몸가꿈터(피트니스센터)가 있던데 다른 잿마을은 훨씬 크다고 한다. “요새는 단지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일이 없어요” 같은 말을 듣고서 한참 곱씹는다. 비가 그치는 저녁에는 연산동 〈파크카의 밤〉에 깃들어 ‘이응모임 열다섯걸음’을 마무리한다. 글로, 책으로, 말씀으로, 마음으로, 노래로, 함께 걸어온 길이란, 함께 배우며 가르친 숲길이었다. 《글쓰기에 대하여》를 읽었다. “글쓰기에 대하여”란 말은 ‘중1영어 직역’인데, 이 대목을 잊은 분이 너무 많다. 우리말로는 “글쓰기란”이나 “글쓰기는”이다. “글을 쓰는”이나 “글이란”이라고도 할 만하다. 으레 ‘의·적·화·성’만 덜어도 글이 살아난다고 여기는데, ‘것·-고 있·-지다·-되다’에 ‘-에 대한·존재·그녀·하지만·나의’를 더 덜어야 비로소 “글이 보인다”고 할 만하다. 글이란, 마음을 그림으로 담아낸 숨빛인 줄 알아채면, 누구나 글님일 수 있다.


#MargaretAtwood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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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오늘 날씨



왼팔뚝이 이따금 찌릿찌릿하다

열 살 무렵일 텐데

올라가지 말라면서 가시그물을 친

긴 울타리에 올라가서 걷다가

그만 미끄러져 손등부터 어깨까지

길고 굵게 파이며 찢어졌다


꿰맬 수 없고 흉터가 진다고 했다

아프기도 했지만

꾸지람이 더 무서웠는데

어머니는 울기만 하셨다


여름 어귀에 이르면

어린날이 문득 떠오르고

해가 가득한 날 더욱 해를 먹인다


ㅍㄹㄴ


2025.5.30.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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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꿈으로 그리는



오늘 만나는 너하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이 하루를 누린다


빗물아 반가워

멧새야 고마워

풀벌레야 멋져


나무는 하늘을 보면서 뻗고

나는 천천히 거닐면서 놀고

너는 하나씩 들려주며 웃고


더운 첫여름이 빗물에 식는다


ㅍㄹㄴ


2025.6.24.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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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경로 敬老


 경로 우대권 → 어른올림 / 어른길

 경로 정신이 사라지고 있다 → 어른을 안 섬긴다 / 할매할배를 안 모신다


  ‘경로(敬老)’는 “노인을 공경함”을 뜻한다지요. ‘깍듯하다·높이다’나 ‘모시다·받들다·섬기다’로 손봅니다. ‘어른길·어른빛’이나 ‘어른먼저·어른따르기’나 ‘어른사랑·어른섬기기·어른올림’으로 손볼 만하지요. ‘할매사랑·할배사랑·할매먼저·할배먼저·할매올림·할배올림’처럼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완전 경로잔치로구만

→ 아주 할배잔치로구만

→ 참말 어른잔치로구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미야모토 후쿠스케/최형선 옮김, 미우, 2011) 29쪽


경로우대가 돼서 뱃삯이 싸고 열 번을 타면 한 번이 무료기 때문에

→ 어른빛이라서 뱃삯이 싸고 열 판을 타면 한 판은 그냥 타기에

《안으며 업힌》(이정임·박솔뫼·김비·박서련·한정현, 곳간, 2022) 55쪽


경로석에 앉아 마음껏 연애소설 읽는 할머니로

→ 어른자리에 앉아 마음껏 사랑글 읽는 할머니로

→ 늙님칸에 앉아 마음껏 사랑얘기 읽는 할머니로

《가장 사적인 평범》(부희령, 교유서가, 202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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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교민 僑民


 교민 사회 → 한겨레마을

 우리 교민이 없는 → 우리 이웃이 없는 / 우리 겨레가 없는


  ‘교민(僑民)’은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동포. 아예 정착하여 살고 있는 교포나 일시적으로 머무르는 유학생, 주재원 등을 모두 이를 수 있다”처럼 풀이를 하는데, ‘겨레·씨겨레’나 ‘한겨레·한배·한사람’으로 손볼 만합니다. ‘동무·동무님·동무하다’나 ‘사람’처럼 손볼 만하고, ‘이웃·이웃사람·이웃꽃’이나 ‘이웃마을·이웃고을·이웃고장’으로 손보면 돼요. ‘옆마을·옆고을·옆고장’이나 ‘옆사람·옆님’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교민(巧敏)’을 “교묘하고 민첩함”으로 풀면서 싣지만 털어냅니다. ㅍㄹㄴ



류블랴나에서 십오 년을 살았다는 교민의 말이 떠올랐다

→ 류블랴나에서 열닷 해를 살았다는 이웃 말이 떠오른다

→ 류블랴나에서 열다섯 해를 산 한겨레 말이 떠오른다

《가장 사적인 평범》(부희령, 교유서가, 2024) 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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