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지방 地方


 열대 지방 → 더운땅 / 더운고을 / 더운터

 낯선 지방으로 여행하다 → 낯선 곳으로 마실하다 / 낯선 마을로 나들이하다 / 낯선 고을로 다녀오다

 지방 도시 → 작은고을 / 작은고장

 지방에서 올라오다 → 다른 곳에서 오다 / 시골에서 오다 / 다른 고장에서 오다


  ‘지방(地方)’은 “1. 어느 방면의 땅 2. 서울 이외의 지역 ≒ 주현(州縣) 3. 중앙의 지도를 받는 아래 단위의 기구나 조직을 중앙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마을·고을·고장’으로 알맞게 손볼 만하고, 서울이 아닌 곳을 가리킬 적에는 ‘다르다·또다르다·여느’로 손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시골·실’이나 ‘곳·데·자리·쪽·즈음·쯤’으로 손봅니다. ‘땅·녘·골·께·밭’이나 ‘꼬마·꼬마나라·꼬마누리’나 ‘터·터전·판’으로 손보아도 돼요. ‘멀다·먼발치·멀리·먼곳·먼길’이나 ‘바깥·밖·바깥쪽·바깥자리·바깥길’로 손보아도 어울려요. ‘작은골·작은고을·작은고장’이나 ‘작은마을·작은말·작은곳·작은터’로 손볼 수 있습니다. 낱말책 보기글 가운데 “지방에서 올라오다”가 있는데, 이는 서울을 섬기는 따돌림말입니다. “시골에서 오다”나 “다른 고장에서 오다”로 바로잡습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지방’을 다섯 가지 더 싣는데, 모두 털어내어도 됩니다. ‘지방(脂肪)’은 ‘굳기름·기름’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ㅍㄹㄴ



지방(支放) : [역사] 관아(官衙)에 속하여 있는 일꾼에게 급료를 내어 주던 일

지방(地枋) : [건설] = 하인방

지방(知方) : [북한어] 예법을 앎

지방(紙榜) : [민속] 종잇조각에 지방문을 써서 만든 신주(神主)

지방(脂肪) : [생물] 지방산과 글리세롤이 결합한 유기 화합물 ≒ 굳기름·지고(脂膏)



이 지방은 냉해를 자주 입어서 가족과 마을사람 들이 하나로 단결하지 않고는

→ 이 마을은 얼음벼락이 잦아 집안과 마을사람 들이 하나로 뭉치지 않고는

→ 이 고을은 찬벼락이 잦아서 집안과 마을사람 들이 하나가 되지 않고는

《백귀야행 2》(이마 이치코/강경원 옮김, 시공사, 1999) 63쪽


뉴멕시코 주 데밍의 사막지방에서 넉 달을 지내면서

→ 뉴멕시코 주 데밍 모래벌에서 넉 달을 지내면서

→ 뉴멕시코 주 데밍 모래고을에서 넉 달을 지내면서

→ 뉴멕시코 주 데밍 모래벌판에서 넉 달을 지내면서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하워드 진/유강은 옮김, 이후, 2002) 122쪽


요즘은 다른 지방의 어머니들도 많이 따라서 흉내내게 되었다

→ 요즘은 다른 고장 어머니도 많이 따라서 쓴다

→ 요즘은 다른 마을 어머니도 많이 흉내내어 쓴다

《어린이책 이야기》(이오덕, 소년한길, 2002) 246쪽


경상도 지방에 두루 퍼져 있는 남정네들의 풍물놀이에서 부르는 것이다

→ 경상도에 두루 퍼진 사내들 네가락놀이에서 부른다

→ 경상도 쪽에 두루 퍼진 사내들 놀이두레에서 부른다

《배달말꽃 갈래와 속살》(김수업, 지식산업사, 2002) 289쪽


북쪽 지방에서는 밤이든 낮이든 아무 때나

→ 높쪽에서는 밤이든 낮이든 아무 때나

→ 높녘 마을에서는 밤이든 낮이든 아무 때나

→ 높쪽 고장에서는 밤이든 낮이든 아무 때나

→ 높녘 나라에서는 밤이든 낮이든 아무 때나

《캐시 호숫가 숲속의 생활》(존 J.롤랜즈/홍한별 옮김, 갈라파고스, 2006) 45쪽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함께 즐길 수 있었던 진주 지방 백성의 축제였던 것 같다

→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던 진주 고을 큰잔치였다

→ 누구라도 함께 즐길 수 있던 진주 고을 한마당이었다

《그녀들에 대한 오래된 농담 혹은 거짓말》(김현아, 호미, 2009) 120쪽


그러한 와중에서도 일본의 식량 창고, 훗카이도 지방에는

→ 그런데도 일본에서 밥칸, 훗카이도 쪽에는

→ 그런 마당에도 일본에서 밥칸, 훗카이도에는

→ 그렇지만 일본 밥칸, 훗카이도에는

《백성귀족 1》(아라카와 히로무/김동욱 옮김, 세미콜론, 2011) 3쪽


얼마 전 지방에 다녀왔다

→ 얼마 앞서 멀리 다녀왔다

→ 시골에 다녀왔다

→ 어느 곳에 다녀왔다

→ 작은고을에 다녀왔다

《비행운》(김애란, 문학과지성사, 2012) 208쪽


나 같은 지방 출신 고학생 사이에는 넘지 못할 벽이 있었다

→ 나 같은 시골내기 가난이 사이에는 넘지 못할 담이 있다

→ 나 같은 작은고을 쪼들린 살림에는 넘지 못할 금이 있다

《내 이름은 욤비》(욤비 토나·박진숙, 이후, 2013) 40쪽


지방 대도시에서는 도서관 붐이라고 할 만큼 괄목할 만한 성장이 이어졌지만 지방 소도시, 특히 주민이 많지 않은 시골 마을에는 여전히 책문화라고 할 만한 것도, 책 문화공간도 부족했다

→ 다른 큰고장은 책숲바람이라고 할 만큼 눈부시게 커졌지만 바깥쪽, 더욱이 사람이 많지 않은 시골 마을에는 아직 책살림도 책터도 모자랐다

→ 고장 큰곳은 책숲바람이라고 할 만큼 부쩍 자랐지만 작은곳, 더구나 사람이 많지 않은 시골 마을에는 아직 책살림도 책마당도 적었다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백창화·김병록, 남해의봄날, 2015) 25쪽


왜 이런 좁은 지방에 남겠다는 거야?

→ 왜 이런 좁은 곳에 남겠다고?

→ 왜 이런 좁은 시골에 남으려고?

《너에게 친구가 생길 때까지 1》(호타니 신/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5) 175쪽


미국 남부 지방 억양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 미국 남쪽 말씨로 말을 이어 나갔다

→ 미국 남녘 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존경합니다, 선생님》(페트리샤 폴라코/유수아 옮김, 아이세움, 2015) 1쪽


근동 지방의 동물 뼈 증거는

→ 하늬끝에서 나온 짐승 뼈는

→ 하늬녘끝 짐승 뼈 자국은

《말, 바퀴, 언어》(데이비드 W. 앤서니/공원국 옮김, 에코리브르, 2015) 96쪽


해안 지방에 사는 모든 개들에게 고난의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 바닷가에 사는 모든 개한테 가시밭길이 닥치려 한다

→ 바닷마을에 사는 모든 개는 곧 가싯길을 맞을 듯하다

→ 바닷마을 모든 개는 이윽고 바람서리를 맞을 듯하다

《야성의 부름》(잭 런던/햇살과나무꾼 옮김, 시공주니어, 2015) 9쪽


그 지방의 사람들은

→ 그곳 사람들은

→ 그 마을에서는

→ 마을사람은

《흰》(한강, 난다, 2016) 47쪽


전국동시선거를 실시하기 때문에 사실상 중앙의 정치의제가 지방선거를 좌우한다

→ 온나라가 한날에 선거를 하기 때문에 서울 이야기가 마을선거를 흔든다

→ 온나라가 똑같이 선거를 하기 때문에 서울 이야기가 고을판을 뒤흔든다

《시민에게 권력을》(하승우, 한티재, 2017) 75쪽


나이도 많고 지방에 있는 초로의 한 아줌마의 처지였다

→ 나이도 많고 시골에 있는 늙수그레한 아줌마였다

→ 나이도 많고 서울하고 먼 곳에 사는 늙은 아줌마였다

《감자꽃》(김지연, 열화당, 2017) 127쪽


수도권으로 가지 않고 지방에 남아 있겠다고

→ 서울곁으로 가지 않고 작은고장에 남겠다고

→ 서울밭으로 가지 않고 마을에 있겠다고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홍승은, 동녘, 2017) 10쪽


언어를 지방화하기

→ 시골말을 쓰기

→ 마을말을 쓰기

→ 고을말을 쓰기

→ 고장말로 얘기하기

→ 사투리로 하기

《숲은 생각한다》(에두아르도 콘/차은정 옮김, 사월의책, 2018) 73쪽


지방 사투리 쓰는 것을 비웃는 행위와

→ 사투리 쓰기를 비웃는 짓과

→ 고장말을 쓴다고 비웃는 짓과

→ 시골말을 비웃는 짓과

《방언의 발견》(정승철, 창비, 2018) 27쪽


다른 지방에서 살자는 제안에 흔쾌히 응해 주었죠

→ 다른 곳에서 살자는 뜻을 기꺼이 받아 주었죠

→ 다른 마을에서 살자는 뜻을 즐거이 따라 주었죠

→ 다른 시골에서 살자는 뜻을 넉넉히 맞아 주었죠

→ 다른 터에서 살자는 뜻을 좋이 헤아려 주었죠

《여자, 귀촌을 했습니다》(이사 토모미/류순미 옮김, 열매하나, 2018) 51쪽


지방 관리들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 시골 나리는 잘됐다고 여겼다

→ 시골 벼슬꾼은 좋다고 보았다

→ 시골 벼슬아치는 훌륭하다고 했다

《전염병 전쟁》(이임하, 철수와영희, 2020) 246쪽


지방 중소도시에서 살아온 볼 통통한 이십 대 여성에게

→ 작은고을에서 살아온 볼 통통한 스무 줄 순이한테

→ 작은고장에서 살아온 볼 통통한 스물 몇 살 순이한테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우엉·부추·돌김, 900KM, 2020) 14쪽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방 중소도시를 ‘촌’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 더욱 큰 일은 작은곳을 ‘시골’로 여긴다

→ 더욱 깊은 일은 작은터를 ‘시골’로 본다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김탁환, 해냄, 2020) 70쪽


알자스 지방의 와이너리에서 가져온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 알자스 어느 포도술칸에서 가져온 포도술을 마신다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신이현, 더숲, 2022) 25쪽


지방에서 온 우리는 서로의 사투리로 장난을 치며 친해졌다. 사투리는 지방 고유의 색을 나타내면서 서로 다른 지역에 대한 이해를 담기도 한다

→ 시골에서 온 우리는 서로 사투리로 장난을 치며 사귀었다. 사투리는 시골빛을 나타내면서 서로 다른 마을을 헤아리는 징검다리이다

《나의 외국어, 당신의 모국어》(이보현, 소나무, 2022) 64쪽


보름의 휴가를 내어 독일 남부 지방에서 지내고 있다

→ 보름 쉬며 독일 마녘에서 지낸다

《나의 외국어, 당신의 모국어》(이보현, 소나무, 2022) 170쪽


지방으로, 시골로 내려오면

→ 작은골로, 시골로 가면

→ 작은터로, 시골로 가면

《우리나라 시골에는 누가 살까》(이꽃맘, 삶창, 2022) 24쪽


그쪽도 지방에서 올라왔군요

→ 그쪽도 시골에서 왔군요

《센티멘털 무반응》(신조 케이고/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4) 155쪽


지방 도시의 문화행사에 강연을 하러 갔다

→ 어느 곳 한마당에 이야기를 하러 갔다

→ 어느 고을 한잔치에 말꽃을 펴러 갔다

《어떤 어른》(김소영, 사계절, 2024) 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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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30. 하루아침에



  부산사상에서 07:00 시외버스를 타려고 05:59 부산전철을 탄다. 큰고장에서는 일찍 움직여서 첫 시외버스를 어렵잖이 탈 수 있다. 시골사람은 으레 02∼03시에 하루를 열지만, 이맘때에 다니는 시골버스란 없다. 일찍 여는 벼슬집(관공서)도 없다. 머잖아 나흘일(주4일노동)이 자리잡을듯한데, 시골사람은 어찌해야 한다는 뜻일까? 더욱이 집에서 살림하는 사람은 어쩌란 뜻일까? ‘집안일’은 “한 해 내내 + 하루 내내”이다.


  풀은 달날에도 흙날에도 자라고 쉼날에도 한가위에도 자란다. 아이들은 불날에도 해날에도 자라고 한글날에도 자란다. 일을 알맞게 가르거나 나누면서 하는 길이란 무엇일는지 살필 때라야, 아이도 어른도 튼튼히 제자리에 서게 마련이다.


  어제 ㅁ 이야기를 폈다. ㅅ과 ㅇ도 대단하지만 ㅁ도 물줄기처럼 줄줄 흐른다. 하루아침에 다 여미지 않는다. 천천히 하나씩 여미면서 매듭을 지어간다. 곧 싹틀 풀포기처럼, 이윽고 움틀 망울처럼, 새벽마다 맺는 이슬처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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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30. 손으로 쓰고 말하는



  부산에서 서울을 거쳐서 부천으로 왔다. 등짐이 아직 가볍기도 하지만, 그냥 못 본 척하면서 지나칠 수 없는 책이 수북하다. 그러나 더 보다가는 무거워서 못 걸을 수 있기에, 오늘밤에 읽을 만큼만 고르고서, 이다음달에 마실해서 사읽자고 생각한다.


  요 이레 사이에 쓴 손글하고 두어 달 앞서 쓴 손글을 문득 올려놓고서 들여다본다. 즐겁다. 나는 손수 짓는 사람이로구나. 다리로 걷고 손으로 쓰고 마음으로 읽고 눈으로 느끼고 귀로 받아들이고 살갗으로 배우고, 마침내 사랑으로 품고 풀 길을 곱씹는다.


  우리는 누구나 먼먼 아스라이 머나먼 옛날 옛적부터 손수짓기에 손수빚기에 손수살림으로 아이들한테 물려주고서 노래했다. 손발을 쓰고 나누기에 사람으로서 산다. 손발을 잊고서 잃기에 사람빛을 나란히 잊고서 잃는다. 서로 온마음과 온몸으로 만나면 넉넉하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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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30. 잔소리 큰소리



  잔소리란 무엇일까 하고 오래오래 곱씹어 보았다. 나는 쉰 해라는 나날을 “잔소리 듣는 자리”에 서는데, 잔소리가 듣기 싫다고 느낀 적이 아예 없다. 이와 달리 큰소리를 들으면 흔들리고 아찔하고 어지럽더라.


  이레쯤 앞서부터 두 소리를 새삼스레 돌아본다. 잔소리란 작은소리이다. 자잘하게 짚고서 작은곳부터 가다듬자고 들려주기에 잔소리이다. 자분자분 말하고, 자그맣게 알려주면서 조금씩 바꾸거나 가꾸어 가자고, 함께 이 길을 가자고 낮게 속삭이며, 늘 곁에서 사근사근 다가서려는 소리이기에 잔소리이더라.


  이와 달리, 큰소리란 호되게 꾸짖으면서 와락 허물려는 소리이다. 이제 이대로는 너랑 같이 안 하거나 못 하니까 확 뜯어고치라고, 안 뜯어고치면 “난 너를 떠날래!” 하고 마지막으로 울부짖는 피맺힌 소리이다.


  숱한 사내는 잔소리를 껄끄러워하거나 싫어하거나 귀찮아한다. 이러다가 왈칵 큰소리만 치려고 한다. 늘 하나씩 씨앗을 심고서 돌보듯 작게 조용히 넌지시 가볍게 늘 사랑으로 나아가려는 길을 등지기에 “잔소리가 싫게 마련”이로구나 싶다.


  우리는 하루아침에 와락 바꿀 수 있고, 날마다 하나씩 돌보며 사랑할 수 있다. 잔소리를 들려주는 사랑이란, 아주 작은 데까지 지켜보며 “너하고 늘 한마음이란다.” 하고 빙그레 웃는 마음이라고 본다. 으레 큰소리를 내며 꾸짖거나 악에 받칠 적에는 이제 미움과 불길이 걷잡을 수 없는 나머지 “나 죽게 생겼어! 언제까지 잔소리를 안 들으며 아무렇게나 구니? 내가 죽는 꼴을 그렇게 보고 싶어?” 하고 외치는 피눈물이라고 본다.


  잔소리를 듣는 사람은 고마운 줄 알 노릇이다. 오롯이 사랑이기에 잔소리를 한다. 사랑이 사라지고 말아서 불길이 타오르니 큰소리가 판친다. 큰소리만 치는 숱한 사내는 스스로 사랑을 잊고 등진 바보이다. 가시내가 마침내 큰소리를 터뜨릴 때까지 잔소리를 두 귀로 다 흘린 사내는 그저 머저리에 멍텅구리에 얼간이라고 하겠다.


  잔소리란 “작은씨앗소리”이다. 잔소리란 “작은숲소리”이다. 잔소리란 “사랑소리”이다. 잔소리를 안 들으려는 버릇을 바로잡아야 비로소 온누리와 보금자리가 아늑하고 아름답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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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13.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

 로빈 월 키머러 글·존 버고인 그림/노승영 옮김, 다산초당, 2025.5.27.



아침길을 나설 적에 세 사람 배웅을 받는다. 간밤부터 비가 온다. 시원하게 씻고 달랜다. 부산 사상나루에 닿아서 보수동 〈대영서점〉을 찾아간다. 책짐을 이고 지고 안으면서 〈책과 아이들〉로 온다. 책짐을 내려놓고서 땀을 헹구고 빨래를 한다. 저녁에 “내가 짓는 내 사전” 두걸음을 편다. 오늘은 ‘놈·읽다·우리’ 세 낱말을 다룬다.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를 읽는 내내 글결과 옮김말씨가 걸거친다. 글쓴이는 들숲메바다에 온몸을 뛰어들지 않았구나 싶고, 옮긴이는 들숲메바다를 품는 터전이 아닌 서울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이로구나 싶다. “숲이 셈하지 않는다”니, 터무니없다. 숲은 늘 셈(헤아리다·생각)을 한다. 생각하지 않는 들숲메라는 씨앗이 싹틀 수 없고 자랄 수 없으며 푸른바람을 일으킬 수 없다. 더구나 이 책은 워낙 《The Serviceberry》 아닌가? ‘들딸’이나 ‘멧딸’ 이야기이다. 또는 ‘들벚(들버찌)’이나 ‘멧벚’ 이야기이다. 사람도 들숲메도 돌바람흙도 언제나 하나부터 온까지 셈(생각)을 그린다. 그리기 때문에 몸(몬·모두)을 이루고, 서로 만나서 새롭게 어울린다. 들숲메에서 들딸과 숲딸과 멧딸이 언제 익는가? 들딸꽃은 언제 피는가? 한겨울에도 딸기넝쿨은 안 시든다. 겨울에 눈을 소복하게 맞으면서 찬겨울빛을 품기에 새봄에 하얗게 꽃물결을 이루고서 늦봄에 달콤히 열매를 베푸는 숲빛을 헤아리려면 “숲은 들 헤아리”는 줄 알아보아야 한다.


#The Serviceberry #RobinWallKimmerer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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