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18 : 백경 나의 백지 -ㅁ 수심 망망대해 나의 있음


그대가 찾는 백경이 나의 백지이기도 함을 수심을 알 수 없는 망망대해를 나의 종이도 품고 있음을

→ 그대가 찾는 흰고래가 흰종이에, 깊이를 알 수 없는 허허바다를 종이도 품는 줄

→ 그대가 찾는 하얀고래가 하얀종이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난바다를 종이도 품는데

《붉은빛이 여전합니까》(손택수, 창비, 2020) 48쪽


한자말 ‘백경·백지’를 일부러 맞물린 글월이로구나 싶은데, 이때에는 ‘흰고래·흰종이’처럼 우리말을 맞물리면 됩니다. ‘희다·하얗다’는 ‘하늘·허허’하고도 맞물리기에 ‘망망대해’ 같은 한자말씨를 손질하면서 더욱 남다르게 글결을 추스를 만합니다. 일본말씨 ‘나의’는 다 솎아내고, 옮김말씨 “-ㅁ을”을 다듬고, ‘수심’은 ‘깊이’로 고쳐씁니다. ㅍㄹㄴ


백경(白鯨) : [문학] 미국의 작가 멜빌이 지은 해양 소설. 흰 고래 모비 딕에게 한쪽 발을 잃은 후 복수의 화신이 되어 버린 노선장 에이하브의, 광기와도 같은 추격을 뼈대로 운명에 도전하는 인간을 상징적으로 그렸다. 1851년에 발표하였다 = 모비딕

백지(白紙) : 1. 닥나무 껍질로 만든 흰빛의 우리나라 종이. ‘흰 종이’로 순화 2. 아무것도 적지 않은 비어 있는 종이. ‘빈 종이’로 순화 3. = 백지상태 4. 어떤 대상이나 일에 대하여 이미 있었던 사실을 없는 것으로 하거나 무효화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수심(水深) : 강이나 바다, 호수 따위의 물의 깊이

망망대해(茫茫大海) : 한없이 크고 넓은 바다 ≒ 망망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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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19 : -ㅁ을 줬


그래도 옛날에 들었던 그 말이 다시 깨달음을 줬어

→ 그래도 옛날에 들은 그 말이 다시 깨우쳐 줬어

→ 그래도 옛날에 들은 그 말로 다시 깨달았어

《이 세상은 싸울 가치가 있다 2》(코다마 하츠미/김수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 175쪽


‘주다’를 옮김말씨마냥 자꾸 잘못 쓰는 분이 늘어납니다. “가르침을 주다”나 “깨달음을 주다”나 “고마움을 주다”는 모두 틀린말씨입니다. 우리말씨로는 ‘가르치다’나 ‘깨우치다·깨닫다’나 ‘고맙다’라 할 노릇입니다. “사랑을 주다”나 “눈길을 주다”도 틀린말씨예요. ‘사랑하다’나 ‘바라보다·쳐다보다·들여다보다’로 바로잡을 노릇입니다.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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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20 : 나의 적 가진 나의 적


나의 적이 가진 책은 곧 나의 적이다

→ 미운놈이 쥔 책은 나한테도 밉다

→ 싫은놈이 보는 책은 나도 싫다

→ 저놈이 읽는 책은 꼴보기싫다

→ 저 녀석이 쥔 책은 보기싫다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김상미, 문학동네, 2022) 100쪽


“나의 적”은 “私の敵”을 그대로 옮긴 일본말씨입니다. “적이 가진 책”은 옮김말씨입니다. 이때에는 “미운놈이 + 쥔 책”이나 “싫은놈이 + 보는(읽는) 책”으로 손볼 만합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나의 적”을 앞뒤에 잇달아 쓰면서 짝을 맞추는데, 이때에는 “저놈이 읽는 책은 보기싫다”처럼 앞쪽을 ‘저놈’으로 손질하면서 뒤쪽을 ‘보기싫다’로 손질해도 어울립니다.


적(敵) : 1. 서로 싸우거나 해치고자 하는 상대 2. 어떤 것에 해를 끼치는 요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경기나 시합 따위에서 서로 승부를 겨루는 상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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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25 : 성실하게 생긴 외모 갖고 있


성실하게 생긴 외모를 갖고 있지만

→ 참하게 생긴 얼굴이지만

→ 반듯하게 생겼지만

《작은 나의 봄 2》(아츠미 타케루/오경화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4) 121쪽


“-하게 생긴”이라 하면 얼굴이나 겉모습이 어떠하다고 밝힌 셈입니다. ‘생기다’를 한자말로 옮기면 ‘외모’일 테니 “-하게 생긴 외모”라 하면 겹말입니다. “외모를 갖고 있지만”은 군더더기 옮김말씨예요. 통째로 털어냅니다. ㅍㄹㄴ


성실(誠實) : 정성스럽고 참됨 ≒ 성각·성신

외모(外貌) :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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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6.28. 자고 쉬고 씻고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엿쨋달에 들어서 거의 하루조차 쉴 날이 없이 보냈습니다. 달종이를 더듬으니 스물여드레를 보내며 이틀쯤 집에서 등허리를 폈을 뿐인데, 바로 이튿날 바깥일을 하러 부지런히 돌아다녔습니다. 어제 부산으로 건너와서 깃새지기(상주작가)로 하루를 보내고서 오늘(6.28.)은 아예 밖으로 한 발짝조차 꼼짝을 않으면서 자고 쉬고 씻다가 틈틈이 글을 여밉니다. 차츰차츰 몸이 살아나니 여태 미룬 글자락을 쥘 만합니다. 오늘밤을 보내고 나면 조금 더 느긋할 테지요.


  다가오는 달날(6.30.)에는 부산 사상나루에서 서울로 시외버스를 달리려고 미리 끊습니다. 칙폭길은 거의 6만 원이나, 사상나루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는 3만 원입니다. 올해부터 버스삯을 확 에누리하더군요. 버스길을 달리면서 새삼스레 자고 읽고 쓰는 몸살림길을 누리려고 합니다.


  부산에서 깃새지기를 하는 동안, 부산서 포항이며 울산이며 창원이며 마산이며 김해이며 대구이며 구미이며 슬금슬금 책집마실을 다니자고 생각했지만, 정작 이렇게 움직일 짬을 내기가 빠듯합니다. 여러 고장으로 다닐 책집마실이라면 아예 나중에 따로 느긋이 날을 잡을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물을 마시고, 씻고, 글을 쓰고, 다시 물을 마시고, 씻고, 글을 쓰고, 이러다가 마룻바닥에 등허리를 펴고 누워서 책을 읽습니다. 책 한 자락을 다 읽으면 다음 책을 읽고, 또 다음 책을 읽고, 새로 다음 책을 읽습니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려는 첫여름 저녁입니다. 푹 쉬었으니 골목을 조금 거닐면서 골목마을 작은새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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