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27.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

 진주 글·가희 사진, 핑거, 2024.9.12.



오늘 고흥읍에서 부산으로 가는 시외버스에 빈자리가 없다. 지난길처럼 오늘길에도 이웃일꾼(이주노동자)이 많이 탄다. 한동안 시외버스가 거의 텅 비다시피 달렸으나, 어느덧 이웃일꾼이 많이 타면서 빈자리가 확 줄어든다. 시골버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른바 시골사람이 확 줄며 시골버스 손님도 나란히 줄어드는데, 이에 맞추어 ‘버스회사 보조금’이 늘어나지. 곰곰이 보면 ‘그들’은 곱으로 돈을 챙기는 얼개이다. 사직동 마을책집 〈읽는 마음〉부터 들른다. 첫여름볕이 뜨끈하다. 골목길을 거닐다가 대추나무가 보여서 다가선다. 손톱보다 작게 대추꽃이 피었다. 늦잠꽃인 대추꽃은 느즈막이 조그맣게 맺기에 ‘대추나무 임자’가 아니면 거의 못 알아보면서 스친다. 저녁에 〈책과 아이들〉에서 ‘동심읽기’ 모임을 꾸리고서 등허리를 편다.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은 반가우면서 아쉬웠다. 시골아이가 시골놀이를 하는 줄거리를 펼 듯하다가 그만 ‘서울하고 똑같은 집’에서 툭탁거리는 얼거리로 끝맺는다. 왜 어영부영 맴돌다가 샛길로 빠졌을까? 시골이 살림터가 아닌 탓이 있고, 시골에서 지내더라도 시골숲과 풀꽃나무를 그리 곁에 못 둔 탓일 만하다. 철마다 새롭게 피고 지고 맺는 바람빛을 머금을 수 있기를 빌어 본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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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26.


《그림책이 있는 철학교실》

 카타리나 차이틀러 글/황택현·김수정 옮김, 시금치, 2014.3.7.첫/2020.1.15.고침



영남초등학교로 다섯걸음째 노래쓰기를 함께하려고 찾아간다. 하늘은 맑고 푸르다. 귀제비는 오늘도 배움터 기스락에 지은 둥지를 바지런히 드나든다. 귀제비가 하늘을 나는 모습은 꼭 “작은 매” 같다. 《그림책이 있는 철학교실》을 돌아본다. 책이름을 너무 뜻있게 붙이려고 했는데, 독일말 그대로 “너도 나처럼 널 볼 수 있어”처럼 수수하게 붙이는 길이 훨씬 나았으리라 본다. 나는 나를 보면서 너를 느끼고 알아본다. 너는 너 스스로 보기에 나를 느끼며 마주본다. 서로 ‘나보기’부터 해야 ‘너알기’로 잇고, 나란히 바라보고 마주하는 길을 함께 걸어가면서 ‘함께보기’하고 ‘하늘보기’하고 ‘하나보기’를 이룬다고 느낀다. 굳이 ‘철학교실’을 안 해도 된다. 모든 글과 그림에는 빛(철학)과 씨(철학)가 새롭게(철학) 흐른다. 일본 한자말 ‘철학’을 안 쓰더라도 ‘빛·씨·새’라는 세 낱말로 ‘생각’을 밝히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게 마련이다. 노래쓰기(시창작)도 매한가지이다. 따로 ‘시인’이 되려고 하면 언제나 망가진다. 우리는 ‘시인’이 아닌 ‘노래지기’요 ‘놀이지기’이다. 노래하며 놀이하는 마음이기에 살림하며 사랑하는 보금자리를 일군다. 이 삶을 사랑하는 살림이기에 누구나 노래빛이자 노래꽃으로 나아간다.


#KatharinaZeitler

#Siehst Du dei Weit auch so wie ich?

너도 나처럼 널 볼 수 있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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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18 : 백경 나의 백지 -ㅁ 수심 망망대해 나의 있음


그대가 찾는 백경이 나의 백지이기도 함을 수심을 알 수 없는 망망대해를 나의 종이도 품고 있음을

→ 그대가 찾는 흰고래가 흰종이에, 깊이를 알 수 없는 허허바다를 종이도 품는 줄

→ 그대가 찾는 하얀고래가 하얀종이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난바다를 종이도 품는데

《붉은빛이 여전합니까》(손택수, 창비, 2020) 48쪽


한자말 ‘백경·백지’를 일부러 맞물린 글월이로구나 싶은데, 이때에는 ‘흰고래·흰종이’처럼 우리말을 맞물리면 됩니다. ‘희다·하얗다’는 ‘하늘·허허’하고도 맞물리기에 ‘망망대해’ 같은 한자말씨를 손질하면서 더욱 남다르게 글결을 추스를 만합니다. 일본말씨 ‘나의’는 다 솎아내고, 옮김말씨 “-ㅁ을”을 다듬고, ‘수심’은 ‘깊이’로 고쳐씁니다. ㅍㄹㄴ


백경(白鯨) : [문학] 미국의 작가 멜빌이 지은 해양 소설. 흰 고래 모비 딕에게 한쪽 발을 잃은 후 복수의 화신이 되어 버린 노선장 에이하브의, 광기와도 같은 추격을 뼈대로 운명에 도전하는 인간을 상징적으로 그렸다. 1851년에 발표하였다 = 모비딕

백지(白紙) : 1. 닥나무 껍질로 만든 흰빛의 우리나라 종이. ‘흰 종이’로 순화 2. 아무것도 적지 않은 비어 있는 종이. ‘빈 종이’로 순화 3. = 백지상태 4. 어떤 대상이나 일에 대하여 이미 있었던 사실을 없는 것으로 하거나 무효화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수심(水深) : 강이나 바다, 호수 따위의 물의 깊이

망망대해(茫茫大海) : 한없이 크고 넓은 바다 ≒ 망망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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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19 : -ㅁ을 줬


그래도 옛날에 들었던 그 말이 다시 깨달음을 줬어

→ 그래도 옛날에 들은 그 말이 다시 깨우쳐 줬어

→ 그래도 옛날에 들은 그 말로 다시 깨달았어

《이 세상은 싸울 가치가 있다 2》(코다마 하츠미/김수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 175쪽


‘주다’를 옮김말씨마냥 자꾸 잘못 쓰는 분이 늘어납니다. “가르침을 주다”나 “깨달음을 주다”나 “고마움을 주다”는 모두 틀린말씨입니다. 우리말씨로는 ‘가르치다’나 ‘깨우치다·깨닫다’나 ‘고맙다’라 할 노릇입니다. “사랑을 주다”나 “눈길을 주다”도 틀린말씨예요. ‘사랑하다’나 ‘바라보다·쳐다보다·들여다보다’로 바로잡을 노릇입니다.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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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20 : 나의 적 가진 나의 적


나의 적이 가진 책은 곧 나의 적이다

→ 미운놈이 쥔 책은 나한테도 밉다

→ 싫은놈이 보는 책은 나도 싫다

→ 저놈이 읽는 책은 꼴보기싫다

→ 저 녀석이 쥔 책은 보기싫다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김상미, 문학동네, 2022) 100쪽


“나의 적”은 “私の敵”을 그대로 옮긴 일본말씨입니다. “적이 가진 책”은 옮김말씨입니다. 이때에는 “미운놈이 + 쥔 책”이나 “싫은놈이 + 보는(읽는) 책”으로 손볼 만합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나의 적”을 앞뒤에 잇달아 쓰면서 짝을 맞추는데, 이때에는 “저놈이 읽는 책은 보기싫다”처럼 앞쪽을 ‘저놈’으로 손질하면서 뒤쪽을 ‘보기싫다’로 손질해도 어울립니다.


적(敵) : 1. 서로 싸우거나 해치고자 하는 상대 2. 어떤 것에 해를 끼치는 요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경기나 시합 따위에서 서로 승부를 겨루는 상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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