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외모 外貌


 외모가 번듯한 기와집들 → 겉보기에 번듯한 기와집

 외모가 깔끔하고 단정하다 → 옷이 깔끔하고 말쑥하다

 외모와는 달리 → 겉보기와는 달리 / 차림과는 달리

 창백한 외모가 말해 주듯 → 파리한 얼굴이 말해 주듯


  ‘외모(外貌)’는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양”을 가리킨다고 해요. ‘가죽·거죽·갗’이나 ‘겉·겉가죽·겉살’이나 ‘겉낯·겉얼굴·겉모습’으로 손봅니다. ‘겉빛·겉자락·겉차림·겉결’이나 ‘얼굴·얼굴짝·얼룩·얼핏’으로 손볼 만해요. ‘옷·옷가지·옷자락·옷빛·옷결·옷차림’이나 ‘옷나래·옷날개·옷멋·옷맵시·옷꽃·옷섶’으로 손질하지요. ‘꼴·꼴바탕·꼬라지·꼬락서니’나 ‘나타나다·드러나다·보이다·보임새·보여주다’로 손질하고, ‘너울·멋차림·빛·짝·티’로 손질합니다. ‘입다·입히다·입성’이나 ‘차림·차림결·차림길·차림꽃·차림멋·차림빛·차림새’로 손질해도 어울려요. ‘몸·몸뚱이·몸뚱어리·몸덩이·몸덩어리·몸매’나 ‘바깥·밖·바깥모습·밖모습’으로 손질하고요. ‘볼꼴·볼썽·볼품·불거지다’나 ‘생기다·생겨나다·삼기다·생김새’나 ‘허우대·허울·허울좋다’로 손질해도 됩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외모(外侮)’를 “1. 외국으로부터 받는 모욕 2. = 외욕(外辱)”으로 풀이하면서 싣지만 털어내야지 싶습니다. ㅍㄹㄴ



외모와 옷에 대해서 수다를 늘어놓는 치어리더들을 만날 때는 더 그랬다

→ 몸매와 옷으로 수다를 늘어놓는 춤꽃을 만날 때는 더 그랬다

→ 겉차림과 옷 수다를 늘어놓는 도움님을 만날 때는 더 그랬다

《바람이 들려주는 노래》(토마스 야이어/신홍민 옮김, 양철북, 2009) 153쪽


겉으로 드러난 외모만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을 크게 여기기 때문에 잘못 생각할 수 있습니다

→ 겉모습만을 대수롭게 여기기 때문에 잘못 알 수 있습니다

《내 몸을 찾습니다》(몸문화연구소, 양철북, 2011) 82쪽


곤충들의 외모는 자연스럽고 순진함과 고상함을 겸하고 있다

→ 벌레는 겉모습이 수수하고 착하며 멋지기까지 하다

→ 벌레는 투박하고 맑으며 멋스럽기까지 하다

《조복성 곤충기》(조복성, 뜨인돌, 2011) 89쪽


아냐, 외모뿐 아니라 성품도 남신이라구

→ 아냐, 겉뿐 아니라 마음도 하느님이라구

→ 아냐, 몸뿐 아니라 품새도 하느님이라구

→ 아냐, 얼굴뿐 아니라 빛도 하느님이라구

《은빛 숟가락 1》(오자와 마리/노미영 옮김, 삼양출판사, 2012) 20쪽


완벽주의 가정의 가장 유해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부모들이 아이들의 외모 관리와 수행 능력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의 감정 또한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 빈틈없는 집안은 어버이가 아이들 겉모습과 솜씨를 따질 뿐 아니라 아이들 마음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여기느라 말썽이고

→ 칼같은 집은 엄마아빠가 아이들 차림새와 재주를 따질 뿐 아니라 아이들 마음도 칼같아야 한다고 여기느라 얄궂고

《부모의 자존감》(댄 뉴하스/안진희 옮김, 양철북, 2013) 63쪽


심부름도 못 갈 만큼 외모를 신경 쓰던

→ 심부름도 못 갈 만큼 얼굴에 마음쓰던

→ 심부름도 못 갈 만큼 몸에 마음쓰던

→ 심부름도 못 갈 만큼 겉모습을 살피던

《아이를 읽는다는 것》(한미화, 어크로스, 2014) 9쪽


성적이나 외모 따위로 차별하지 않는 것이다

→ 셈값이나 몸매 따위로 따돌리지 않는 일이다

→ 눈금이나 겉모습으로 따돌리지 않는 일이다

→ 값이나 생김새 따위로 따돌리지 않는 일이다

《강수돌 교수의 더불어 교육혁명》(강수돌, 삼인, 2015) 26쪽


하지만 아름다운 외모를 갖고 태어나도

→ 그렇지만 아름다운 얼굴로 태어나도

→ 그러나 아름다운 몸으로 태어나도

→ 그런데 아름다운 모습으로 태어나도

《공덕을 꽃 피우다》(광우, 스토리닷, 2017) 182쪽


이제 신경 쓰이는 건 외모가 아니라 품행이다

→ 이제 겉모습이 아니라 매무새를 바라본다

→ 이제 얼굴이 아니라 품빛에 마음을 쓴다

《무심하게 산다》(가쿠타 미쓰요/김현화 옮김, 북라이프, 2017) 75쪽


우리는 서구적인 외모를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 우리는 하늬나라 얼굴을 아름답다고 여겨요

《나의 첫 젠더 수업》(김고연주, 창비, 2017) 48쪽


실력이 좋아도 외모부터 평가받습니다

→ 솜씨가 좋아도 겉모습부터 따집니다

→ 재주가 좋아도 생김새부터 살핍니다

→ 일을 잘 해도 얼굴부터 헤아립니다

→ 일을 잘 해도 몸매부터 봅니다

《인권연대의 청소년 인권 특강》(인권연대, 철수와영희, 2018) 240쪽


외모는 젊어도 나이는 나이니까

→ 얼굴은 젊어도 나이는 나이니까

→ 겉은 젊어도 나이는 나이니까

→ 옷은 젊어도 나이는 나이니까

《공전 노이즈의 공주 1》(토우메 케이/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9) 16쪽


아무래도 겉모습이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라는 도의적 가치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는

→ 아무래도 겉모습이다. 겉으로 사람을 보지 말라는 바른길과는 다르게 가는

→ 아무래도 겉모습이다. 몸뚱이로 사람을 재지 말라는 곧은길과는 달리 가는

→ 아무래도 겉모습이다. 차림새로 사람을 가누지지 말라는 참길과는 다른

《고독한 직업》(니시카와 미와/이지수 옮김, 마음산책, 2019) 41쪽


남의 외모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야비한 짓이야

→ 남을 겉모습으로 이러쿵저러쿵하다니 몹쓸짓이야

→ 남을 겉얼굴로 이러쿵저러쿵하다니 못된짓이야

《극채의 집 3》(빗케/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19) 80쪽


외모를 먼저 봤으면

→ 겉을 먼저 봤으면

→ 얼굴을 먼저 봤으면

《오늘도 삶을 읽어나갑니다》(이성갑, 스토어하우스, 2020) 170쪽


성실하게 생긴 외모를 갖고 있지만

→ 참하게 생긴 얼굴이지만

→ 반듯하게 생겼지만

《작은 나의 봄 2》(아츠미 타케루/오경화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4) 121쪽


꾸밈 노동과 외모지상주의로 인해 불필요하게 힘든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 꾸밈일과 얼굴꽃 때문에 쓸데없이 힘듭니다

→ 꾸밈일과 얼굴 내세우기 탓에 덧없이 힘듭니다

《내 몸과 지구를 지키는 화장품 사용 설명서》(배나린·배성호, 철수와영희, 2025) 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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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요전 -前


 요전보다 야위어 보인다 → 앞서보다 야위어 보인다

 요전에 왔던 사람인 것 같다 → 요앞에 온 사람 같다

 요전에 샀던 것으로 주세요 → 먼저 산 것으로 주세요


  ‘요전(-前)’은 “지나간 지 얼마 안 되는 과거의 어느 시점을 막연하게 이르는 말”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요앞·먼저’나 ‘아까·앞서’로 고쳐씁니다. ‘앞·앞꽃·앞씨·앞에서·앞에 있다’로 고쳐쓰고요. ‘요새·요사이·요즈막·요즈음·요즘·요즘터’나 ‘이무렵·이맘때’로 고쳐써도 됩니다. ㅍㄹㄴ



난 요전에 담당 교수랑 상담했는데

→ 난 요 앞서 길잡이랑 얘기했는데

→ 난 요 앞서 길잡이랑 만났는데

《은빛 숟가락 11》(오자와 마리/노미영 옮김, 삼양출판사, 2016) 15쪽


요전에는 실례했습니다

→ 요앞에는 잘못했습니다

→ 앞서는 부끄럽습니다

《다자이 오사무 서한집》(다자이 오사무/정수윤 옮김, 읻다, 2020) 414쪽


요전번 답례로 밥을 사겠다고?

→ 먼저 고마워서 밥을 사겠다고?

→ 요앞을 갚으려 밥을 사겠다고?

《서투른 선배 2》(쿠도 마코토/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2) 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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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나라 1
카시미하루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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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1.1.

책으로 삶읽기 1070


《아이들의 나라 1》

 카시미하루

 이슬 옮김

 학산문화사

 2025.2.25.



《아이들의 나라 1》(카시미하루/이슬 옮김, 학산문화사, 2025)를 읽었으나, 줄거리를 종잡기 어렵다. 두걸음이나 석걸음을 지켜보아야 알 만하려나? ‘아이나라’라 하지만, 모든 아이는 자란다. 다들 나이를 머금으면서 몸이 크는데, 나이와 몸이 늘어나면 ‘나쁜이’라는 ‘어른’이 되면, 이다음은 어떡해야 하는가? 아이들이 어른을 모조리 ‘쳐죽인’다면, 앞으로 아무 아이도 안 태어날 테지. 그렇다면 이 ‘아이나라’에는 아이들이 어떻게 있는가? 아기가 없고, 아기를 돌보는 어버이가 없는 채 무엇을 배우는가? 아이들이 또래끼리만 어울리면서 삶과 살림과 사랑을 배우는 길이 없다면, 그저 싸우고 죽이고 넘어뜨리고 다투는 굴레일 텐데, ‘아이나라’는 그야말로 “마음껏 살 수 있는 듯하지만 높다랗게 담벼락을 세운 가두리”이기만 하다. “최첨단 최신식 아파트”에 아이들을 몰아놓으면 이 아이들은 저절로 잘 살다가 ‘잘 죽’으려나?


ㅍㄹㄴ


“일반 아이들은 집을 보고 있어야 하는데, 이런 위험한 곳에 오면 어떡해.” (25쪽)


“어른이 무섭다는 건 오늘 일로 통감했을 거야. 벌은 이미 충분해.” (28쪽)


“난 있지, 다른 사람의 새까만 감정이 보여.” (183쪽)


#こどものくに #カシミハル


+


누군가가 아니라 내가 하는 거야

→ 남이 아니라 내가 해

→ 남이 아닌 내가 할게

→ 남이 아닌 내가 해야지

19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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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cm의 풍경 3
히루노 츠키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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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1.1.

책으로 삶읽기 1060


《133cm의 풍경 3》

 히루노 츠키코

 이상은 옮김

 학산문화사

 2025.8.25.



《133cm의 풍경 3》(히루노 츠키코/이상은 옮김, 학산문화사, 2025)을 읽었다. 겉몸과 속마음을 뚜렷하게 갈라서 보여주려는 줄거리이다. 이 별 어느 곳이나 ‘수수하다’고 하겠으나 ‘똑같다’고 할 일이란 없다. ‘남들처럼’이라는 모습이 수수하지 않다. ‘남들처럼’이라 할 적에는 ‘밖(사회·국가)’에 나를 틀어맞춘다는 뜻이면서, ‘나다움’을 버리는 굴레이기에 ‘똑같다’고 할 테고, ‘쳇바퀴’로 가둔다. 한자말로 ‘보통·평범’은 ‘수수하다’하고 오히려 멀다. 우리가 으레 일컫는 ‘보통·평범’이라는 허울이란, “사회 규격대로 똑같이 맞춰서 나다움(개성)을 모두 지운 허수아비 나라”로 나아가려는 뜻이다. 잘 보면, 어린이집과 배움터부터 아이한테서 빛을 빼앗는다. 이다음에는 서울과 일터가 어른한테서 빛을 마저 빼앗는다. 어디에서는 어떤 옷을 차려입어야 한다고 밀어대고, 이쯤 되는 쇠를 몰아야 한다고 몰아세우고, 이런 밥에 저런 잿더미(아파트)를 거느려야 한다고 다그치는 판이다. 왜 얼굴에 뭘 발라야 할까? 왜 ‘패션쇼’를 할까? 곰곰이 짚을 노릇이다. 다 다른 아이들이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옷을 두른 채 앉아서 똑같은 말을 내내 들어서 “똑같은 시험문제”를 풀도록 내모는 나라는 한참 비뚤비뚤 엉터리인데, 이를 언제쯤 느껴서 싹 허물 수 있을까.


ㅍㄹㄴ


“숨기지 않아도 돼. 안리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소중히 여기고 있구나.” (21쪽)


“니하라 씨는 미나모토의 기획안을 칭찬하셨잖아요? 화사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기획안이 좋아서 채택하신 거 아닙니까?” (71쪽)


“외모를 수요에 맞춘다고 해도, 내면이 받쳐 주지 않으면 사람들은 결국 떠나갈 거야.” (131쪽)


“미나모토 씨는 외모를 중시하니까 상처받았을지도 몰라.” “그래도 외모보다 내면이 더 중요하잖아요. 틀린 말은 안 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것도 올바른 의견 중 하나라고 생각해. 하지만 각자 소중히 여기고 싶은 게 있으니까.” (134쪽)


#133cmの景色 #ひるのつき子


+


늦게 일어나는 건 여전하구나

→ 아직 늦게 일어나는구나

→ 여태 늦게 일어나는구나

5쪽


지금 나를 채점하는 거야?

→ 여기서 나를 따져?

→ 나를 매기니?

→ 나를 재니?

18쪽


나도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어∼

→ 나도 동생이 있기를 바라!

→ 나도 동생을 바라!

36쪽


뭐든지 주위에 맞출 필요는 없지만 가끔은 굽히는 게 편할 때도 있잖아

→ 뭐든지 둘레에 맞춰야 하진 않지만 가끔은 굽히면 나을 때도 있잖아

→ 뭐든지 남한테 맞출 일은 없지만 가끔은 굽힐 때도 있잖아

39쪽


나중에 본인한테 직접 들어

→ 나중에 그한테서 들어

→ 나중에 그사람한테서 들어

48쪽


그야 비주얼이 나쁘면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으니까요

→ 그야 얼굴이 나쁘면 아무도 보아주지 않으니까요

→ 그야 생김새가 나쁘면 아무도 같이 안 하니까요

→ 그야 꼴이 나쁘면 아무도 바라보지 않으니까요

56쪽


아까 지원사격 좋았어

→ 아까 잘 거들었어

→ 아까 제대로 도왔어

72쪽


일적으로도 겉모습을 중시하는구나

→ 일에서도 겉모습을 따지는구나

→ 일거리도 겉모습을 보는구나

12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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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비문학



  이제 ‘비소설’이라는 일본말씨가 사라지는가 싶었는데, ‘비문학’이라는 일본말씨는 버젓하더라. 마치 ‘소설·문학’만 ‘글’이고, ‘소설·문학’이 아니라면 “글이 아니라”는 뜻으로 함부로 붙이는 ‘비(非-)’이다. 이 일본말씨는 일본이 총칼로 나라를 일으켜서 먼저 일본부터 윽박질러서 ‘전쟁 불참자’인 일본사람을 ‘비국민’으로 몰아세우면서 싹텄다. 일본 우두머리와 벼슬아치는 ‘전쟁 불참자’는 ‘비국민’이라며 괴롭혔고, ‘전쟁 반대자’는 ‘반국민’이라며 짓밟았다.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우리말’을 가르쳐야 할 텐데 아직 ‘국어’라는 허울에 얽매인 대목을 고치려면 조금 더 걸릴지라도, ‘비소설’과 ‘비문학’ 같은 슬픈 일본말씨는 배움터와 책마을부터 털어낼 줄 알아야 할 텐데 싶다. 우리는 우리말이 있을 뿐 아니라 우리글이 있다. 우리글이 처음에는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으되 “누구나 누리는 글”은 아닌 채 얼추 500해가 흘렀다. 이러며 조선이란 나라가 무너졌고, 일본이 새삼스레 쳐들어오던 그무렵 홀로서기(독립운동)를 하던 작은 아저씨 주시경 님이 ‘한글’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지어서 널리 알렸다.


  그런데 우리글 이름인 ‘한글’을 ‘주시경’이라는 작은 아저씨가 지은 줄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마치 1400년대 무렵부터 ‘한글’이 있은 줄 잘못 아는 사람이 넘친다. 글바치를 비롯해서, 길잡이도, 나라일꾼도, 수수한 엄마아빠 모두 마찬가지이다. 모든 이름에는 다 다른 삶과 뜻과 살림과 숨결이 흐른다. 이 얼거리를 “안 살피”고 “안 생각”한다면 언제나 쳇바퀴에 스스로 가두는 늪이다.


  우리한테 ‘한글’이 있는 줄 안다면, 우리말을 ‘한말’로 가리켜야 마땅하지 않을까? ‘한류(K-)’라 일컫는 이름은 ‘韓-’이라는 한자가 아닌, ‘한-’이라는 “그냥 우리말”이어야 맞다. ‘한겨레·한가람·한나라·한빛·한길·한새·한소’하고 한동아리인 ‘한글·한말’일 적에 ‘한살림·한사랑·한지붕·한노래·한춤·한밥·한옷·한집·한꿈·한별·한꽃’으로 깨어날 만하다.


  ‘학교·입시’에 몸담는 어린이와 푸름이로서는 “이 나라 어른들이 쓰는 ‘비소설·비문학’ 같은 얄궂은 말씨”를 그냥 외워야 할 테지만, 아이곁에 있는 어른부터 제대로 목소리를 내어야지 싶다. ‘비(非-)’나 ‘반(反-)’이나 ‘불(不-)’을 붙이는 모든 말씨는 바로 힘꾼(권력자·독재자)이 사람들을 윽박지르고 괴롭히려고 만든 죽음말씨일 뿐 아니라, 사람들 스스로 다투고 싸우고 갈라치기를 하라면서 퍼뜨린 불씨이기도 하다. ‘비문학’ 같은 철없는 이름을 떨치면서 ‘비·반·불’이라는 철딱서니없는 일본죽음말씨도 털 노릇이다.


  글을 ‘글’이라 하지 않으면서 ‘입시 공부’를 시키는 자리에서 함부로 쓰는 일본말씨나 죽음말씨는 무척 많다. 그냥그냥 우리나라에 젖어들었거나 퍼졌다고 여기면 우리 스스로 죽음하루인 셈이다. 찌꺼기와 부스러기와 쓰레기를 품고서 살아야겠는가? 밥을 먹고 나서 몸에 똥오줌을 고스란히 모셔야겠는가? 쓸고닦으면서 치울 여러 가지는 말끔히 치울 때에 비로소 새롭고 정갈하게 이 길을 걸을 수 있다. 2025.11.1.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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