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47] 낱말책

 오늘날은 누구나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쓸 수 있습니다. 애써 셈틀을 안 켜더라도 손전화로 인터넷을 씁니다. 종이로 된 책이 없어도 낱말뜻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어요. 셈틀을 켜서 인터넷을 열지 않더라도 손전화로 영어 낱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손전화에는 영어 낱말 찾아보기는 있어도, 우리 낱말 찾아보기는 없기 일쑤입니다. 한국말을 배우거나 한국말을 살피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일까요. 한국사람이라면 한국말을 모를 까닭이 없으니, 굳이 우리 낱말을 찾아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인가요. 낱말이 가득 적힌 책이기에 낱말책입니다. 이야기를 담은 책이면 이야기책입니다. 그림으로 빚어 그림책이요, 동화를 실어 동화책이며, 사진으로 일구어 사진책입니다. 구태여 새로운 낱말을 빚으려고 ‘낱말책’ 같은 이름을 떠올리지 않습니다. 글자수를 줄여 ‘말책’이라 할 수 있을 테지만, 괜히 글자수를 줄이기보다는, “낱말 담은 책”이라는 느낌이 잘 살도록 ‘낱말책’이라 할 때에 한결 알맞으면서 좋다고 느껴요. 이리하여 우리는 한국 낱말책입니다. 일본사람은 일본 낱말책이에요. 중국사람은 중국 낱말책을 쓰겠지요. 책상맡에 종이로 된 낱말책을 여러 가지 올려놓고 뒤적여 봅니다. (4344.3.2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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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과 함께


 지난날 일제강점기에 이 나라 지식인들은 러시아사람이 했던 일을 따라 “민중 속으로”를 외치며 일하고자 했습니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외침은 되풀이됩니다. “민중한테 다가서야 한다”라느니 “현장 속으로 가야 한다”라느니.

 그러나, 나는 생각합니다. 지난날이나 오늘날이나 이런 외침말은 너무 부질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민중이라 하는 여느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지 않다가 어느 날부터 반짝 하면서 여느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껏 여느 사람들 살림살이에는 눈길조차 두지 않다가 머리로만 지식조각을 움직여 여느 사람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마음을 품는대서야 여느 사람들하고 어깨동무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여느 사람과 내가 딴 사람이어서는 안 됩니다. 나 스스로 여느 사람이어야 하고, 여느 사람이 나여야 합니다.

 “민중한테 내려가야 한다”느니 “민생을 읽어야 한다”느니 “민중과 함께해야 한다”느니 하는 말은 모두 부질없습니다. 왜 ‘내려와야’ 하고 왜 ‘읽어야’ 하며 왜 ‘함께해야’ 할까 궁금합니다. 내 삶이 바로 여느 사람 삶이라면 내려가든 올라가든 할 까닭이 없습니다. 내 삶이 곧 여느 사람 삶이라면 내 삶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곧 여느 사람 삶을 읽는 일입니다. 내 삶이 언제나 여느 사람 삶일 때에는 하루하루 내 삶을 일구는 나날이 곧바로 여느 사람과 함께하는 나날입니다.

 밖에서 찾아온 사람들은 다시 밖으로 돌아갈밖에 없습니다. 밖에서 찾아온 사람들로서는 ‘여기(여느 사람들 살림터)’가 저희 보금자리나 마을이나 삶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민중을 외치고 싶다면, 진보를 외치고 싶다면, 무슨무슨 사회운동이나 노동운동이나 환경운동이나 뭔가를 외치고 싶다면, 그냥 여느 동네에서 조용히 살아가면서 내 하루를 알뜰살뜰 착하며 착다이 일구면 됩니다. 가난하거나 후미진 동네 골목 담벼락에 벽그림을 그린대서 동네가 나아질 까닭이 없습니다. 동네사람들 이야기를 녹음기에 담거나 사진 몇 장 찍는다고 다큐멘터리라든지 지역사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한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지내며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면 넉넉히 이루어지는 우리 마을 예쁜 삶입니다. (4344.3.2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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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3.27. 

충청북도 음성군 읍내리. 

골목고양이 아닌 읍내고양이가 쓰레기터에서 먹이를 뒤진다. 나하고 여러 번 마주쳐서 그런지 가만히 바라보며 사진으로 찍혀 준다. 아니면, 내 가방에 든 삼치 비린내가 나서 그런지 모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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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에 쌓인 눈이 얼음이 되어 쿵쿵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이 얼음덩어리 맞으면 무척 아플 테지. 

- 201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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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과 글쓰기


 권력을 누리는 사람이 쓰는 글은 무섭습니다. 거짓이 아니라, 참말 날아가는 새를 떨어뜨리거나 사람 목숨 몇쯤 쉬 고꾸라뜨립니다. 그런데 권력을 누리는 사람 또한 그예 사람인 나머지 언젠가 찬찬히 늙다가 조용히(또는 시끄러이) 숨을 거둡니다. 숨을 거둔 뒤로는 두 번 다시 ‘날아가는 새 떨어뜨리기’나 ‘산 사람 죽이기’ 같은 글을 쓸 수 없어요. 참말 권력어린 글쓰기는 제 살을 갉아먹을 뿐입니다. (4344.3.2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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