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동생 난 책읽기가 좋아
이토우 히로시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마음밥과 마음그릇이 되는 책
 [어린이책 읽는 삶 8] 이토우 히로시, 《원숭이 동생》(비룡소,2003)



- 책이름 : 원숭이 동생
- 글·그림 : 이토우 히로시
- 옮긴이 : 김난주
- 펴낸곳 : 비룡소 (2003.9.4.)
- 책값 : 7500원


 이야기책 《원숭이 동생》(비룡소,2003) 간기를 보면, “캐릭터를 잘 살린 ‘원숭이’ 시리즈는 귀엽고 재치 있는 이야기로 재미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같은 말이 적힙니다. 나는 《원숭이 동생》이라는 책을 즐겁게 읽고 싶었으나, 이 글줄 때문에 그만 돌부리에 걸려 픽 넘어집니다. 어린이책에 적바림한 글줄도 글줄이지만, 이 글줄로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가를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아이들 읽는 책에 적바림한 ‘캐릭터 잘 살린 시리즈’는 무슨 말이며 ‘철학적 메시지’는 무슨 말이 될까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 읽는 책인데 그림을 ‘사랑스러우면서 잘’ 그려야 합니다. 아니, 어른들 읽는 책일 때에도 그림을 ‘사랑스러우면서 잘’ 그려야 해요. 그림을 사랑스레 잘 그렸다는 이야기를 붙이는 일은 아주 덧없으면서 스스로를 깎아내립니다. 다음으로, 어떠한 이야기가 되더라도 ‘깊은 삶에서 비롯하는 깊은 넋’이 담깁니다. 생각이 담기지 않는 책은 없습니다. 어른책만 생각이 담기고 어린이책에는 생각이 안 담길 턱이 없습니다. 모든 책에는 다 달리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 삶에서 샘솟는 넋이 고이 깃들어요. 이 생각들이 아름답다 여길 만한지, 그저 그렇다 느낄 만한지, 따스하다 여길 만한지, 차갑다 느낄 만한지는, 읽는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 내가 사는 섬은 아주 아주 조그맣지만 숲이 있어요 ..  (6∼7쪽)


 내가 읽을 내 책을 골라서 즐겁게 펼칠 때이든, 우리 집 아이가 읽을 책을 살펴서 내가 먼저 읽고 아이한테 나중에 읽힐 때이든, 언제나 곰곰이 헤아립니다. 나 스스로 좋은 마음그릇이 되어서 펼치면, 누구보다 나한테 좋은 마음밥이 되는 책입니다.

 거룩한 말씀을 그러모은 책을 읽어야만 내 말이 거룩해지지 않습니다. 훌륭하다는 소리를 듣는 책을 읽어야만 내 삶이 훌륭해지지 않습니다.

 나부터 내 삶을 거룩하게 돌보아야 비로소 거룩한 넋을 깨달아 거룩한 빛을 가슴으로 받아들입니다. 나 스스로 내 사랑을 훌륭히 돌볼 때에 바야흐로 훌륭한 얼을 느끼면서 훌륭한 꿈을 마음으로 아로새깁니다.

 나는 《원숭이 동생》이라는 책을, 다문 한 줄을 읽고서 장만합니다. “내가 사는 섬은 아주 아주 조그맣지만 숲이 있어요.”라 적바림한 한 줄을 읽고서, 이 한 줄이 따사롭다고 여겨 장만합니다.

 흔한 말이고, 가벼운 말입니다. 시골집에서 살아가며 아이한테 으레 하는 말이고, 시골집에서 살아가는 아이는 노상 느끼는 말입니다. 우리 식구 살아가는 시골에는 그리 크지 않지만 멧자락이 있고 나무가 있으며 숲이 있습니다. 넓지 않으나 밭뙈기가 있고, 갖은 풀벌레가 우리 집 둘레에 깃들며, 수많은 멧새가 끊임없이 우짖어요.


.. 나는 엄마의 배를 가만히 쳐다보았어요. 엄마가 나를 보고 말했어요. “너도 이 안에 있었단다.” ..  (52∼53쪽)


 마음을 담는 그릇을 떠올립니다. 내 마음을 나부터 어떤 그릇에 담는가 되새깁니다. 내 마음그릇에는 무엇이 담겼는지 곱씹습니다. 내 마음그릇은 내 고운 목숨을 살찌울 마음밥을 알뜰히 담을 만한지 가눕니다.

 나는 이런저런 손재주나 잔솜씨가 빼어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어릴 적부터 나는 썩 손재주가 없고 잔솜씨도 부리지 못했습니다. 아니, 손재주뿐 아니라 발재주도 없는데다가, 잔솜씨는커녕 큰솜씨도 없습니다. 참 용하게 목숨을 이었으며, 먹고사는데다가, 이럭저럭 짝꿍을 만나 이렁저렁 아이 둘을 낳아 함께 지냅니다.

 나한테 손재주가 있었으면 오늘처럼 이렇게 살아갔을까 궁금합니다. 내게 잔솜씨가 있다면 풀벌레와 멧새랑 살아가는 시골자락에서 이처럼 지냈을는지 궁금합니다.

 아마, 손재주로 이것저것 꾸미거나 붙이면서 이름값 드날리려고 억지를 부리지 않았을까요. 아무래도, 잔솜씨로 요것조것 만들거나 뽐내면서 돈벌이 꾀하려고 어거지를 피우지 않았을까요.

 나는 내 어머니가 열 달을 곱게 품어 주셔서 태어난 목숨입니다. 나는 내 아버지가 열아홉 해를 예쁘게 입히고 먹여 주었기에 살아난 목숨입니다. 나는 내 형이 틈틈이 도와주면서 살림을 꾸립니다. 나는 내 옆지기가 늘 바로잡아 주기에 삶을 사랑합니다. 나는 내 두 아이가 날마다 안아 달라 놀아 달라 먹여 달라 외치기에 웃음과 눈물이 마르지 않습니다.


.. 내가 잊어버린 어렸을 때의 일을 엄마는 전부 기억하고 있었어요. 엄마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린 내가 아장아장 돌아다니며 노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  (70∼71쪽)


 어린이부터 읽는 어린이책은 어린이부터 쉬 알아듣거나 헤아릴 만한 삶·넋·말로 이루어집니다. 곧, 어린이책은 어린이책이면서 어린이책이 아닙니다. 어린이책은 어린이부터 읽는 책이기에 어린이책이 될 수 있지만, 어린이부터 읽을 수 있으니 어린이책이 되지 않습니다.

 어린이부터 먹을 수 있는 밥은 어린이부터 먹지만, 어른도 함께 먹습니다. 맵거나 짜게 지은 밥거리는 어른만 먹을 수 있습니다. 어린이가 먹도록 지으려는 밥거리라면 매워서는 안 되고 짜서도 안 됩니다. 간을 알맞게 해야 합니다. 곧, 간을 알맞게 하는 밥거리는 어린이부터 누구나 즐길 만한 법거리입니다. 그러니까, 삶·넋·말을 알맞게 다스리는 책은 어린이부터 누구나 읽을 만한 책입니다.

 이 나라 어른들이 ‘어린이처럼 천천히’ 《원숭이 동생》이라는 책을 읽고, 다시 넘기며, 가만히 아로새길 수 있으면 고맙겠습니다.

 덧붙여, 어린이책이면 어린이책에 걸맞게 번역에 더 마음을 기울이면 좋겠어요. “남쪽 나라의 섬에 살고 있지요(5쪽).” 같은 글은 “남쪽 나라 섬에서 살아요.”로 바로잡고, “뱀 동생이 태어나면 정말 굉장할 것 같아요(20쪽).” 같은 글은 “뱀 동생이 태어나면 참 대단하겠지요.”로 손질해 봅니다. (4344.9.17.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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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9-18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표지그림이 넘 귀엽네요^^
 

[헌책방 사진 이야기] 12. 대구 대륙서점. 2010.3.17.


 헌책방에는 헌책이 있습니다. 새책방에는 새책이 있습니다. 도서관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헌책방이니 마땅히 헌책을 갖춥니다. 헌책이라는 이름은 사람들이 ‘새로 나온 책’을 ‘새로 장만하여 읽은’ 다음 내놓을 때에 붙습니다. 누군가 ‘새책’을 정갈하게 건사하며 읽고서 내놓았다면, 이 헌책은 ‘정갈한 헌책’이 됩니다. 누군가 새책을 아무렇게나 읽어 함부로 내놓았다면, 이 헌책은 ‘지저분한 헌책’이 됩니다. 헌책방은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를 값싸게 사는 데가 아닙니다. 때때로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를 갖추면서 이 책들을 값싸게 팔기도 하겠지요. 그렇지만, 헌책방은 ‘가슴으로 아로새길 만하다고 여기는 묻힌 책’을 갈무리하는 몫을 맡습니다. 가슴으로 아로새겨서 오래오래 되새길 만하다고 여기는 책을 갈무리하고, 이 책을 고맙게 만나는 데가 헌책방입니다. 세월이라는 더께가 앉은 책이니 먼지가 제법 먹고 종이가 퍽 바스라지기도 할 테지요. 늙은 사람 주름살은 나이값이요 나이그릇이듯, 헌책 누런 종이나 먼지는 삶값이요 마음그릇입니다. 늙은 사람을 마주할 때에 주름살을 읽지 않고, 이녁이 살아낸 기나긴 나날에 걸친 슬기를 읽습니다. 헌책을 마주할 때에 겉껍데기나 먼지를 읽지 않고, 누렇게 바랜 종이에 깃든 아름다운 넋과 꿈을 읽습니다. (4344.9.17.흙.ㅎㄲㅅㄱ)


- 2010.3.17. 대구 대륙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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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9-17 16:11   좋아요 0 | URL
계속 벼르다가 일산 끄트머리에 있는 헌책방을
추석 때 드디어 들렀답니다. 먼지내 풀풀 나는 곳에서 두시간을 버티며
이책저책 다 디비고 보고 향내 맡는 그 기분이 얼마나 좋던지요, 결국
두 손 가득 책을 들고 나왔다지요........ ㅎㅎ

홍대 살 때, 거기도 굉장히 오랜 헌책방이 있었는데 없어진 소식에 맘 아팠어요.

파란놀 2011-09-17 16:53   좋아요 0 | URL
매장으로 가는 발길이 줄고,
매장으로 가더라도 '다 다른(다양한) 책'보다는
그때그때 실용으로 삼을 책에 더 눈길이 가는 세상 흐름이니까,
새책방도 동네책방은 힘들고 대형서점만 살아남을 수 있듯,
헌책방은 아주 힘들어요.

내 동네 어디 한켠에 헌책방이 있을 때에
고마이 아끼면서 즐겨 찾아가야 해요.

그래도 홍대 신촌 둘레에는 좋은 헌책방이 많아요.
새로 생기는 곳도 있고요~ ^^

카스피 2011-09-18 22:50   좋아요 0 | URL
대륙서점이라 예전에 대구에 갔을때 헌책방 몇군데를 돌은 기억이 나는군요.이거 혹 대구 시청 뒷골목에 있던 헌책방인가요??

파란놀 2011-09-19 03:13   좋아요 0 | URL
대구시청 뒷골목이라 할는지 알 수 없으나,
대구역과 동대구역 사이
큰길가에 있습니다.

카스피 2011-09-19 08:37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럼 맞는것 같기도 하네요^^ 또 언제 가볼지 모르겠군요.
 


 도시사람 책읽기


 서울이나 서울처럼 크고작은 도시는 하나도 즐겁지 않다. 그러나, 나무가 있고 이 나무 곁을 걷거나 이 나무 둘레를 거닐 수 있으면 느긋하고 너그러우면서 좋다. 책을 읽으려면 서울에서는 읽지 말아야 한다. 아니, 서울에서는 책을 읽을 수 없다. 다만, 서울이라 하더라도 나무 한 그루를 찾아, 바람결에 따라 바실바실 소리를 내며 춤을 추는 잎사귀 노래를 듣는 푸른 그늘에서 ‘나무를 베어 만든 종이로 일군 책’을 천천히 펼친다면 책읽기가 이루어진다. 버스나 전철을 타고 움직이는 서울사람이나 도시사람이 책을 읽으라고 바랄 수 없다. 버스나 전철을 타고 음직이는 사람들한테는 이러한 곳에서 착한 마음을 잃지 않으면서 이웃을 사랑할 줄 알기를 바랄 뿐이다. 착한 마음을 잃은 채 이웃을 사랑하지 못하는 슬픈 사람들을 부대끼고 싶지 않으니, 서울마실을 할 때에 버스나 전철에서 책을 펼치며 힘겨운 아픔을 떨친다. 소리가 살고 냄새가 그윽하며 빛살이 고운 곳에서만 책을 읽을 수 있다. 도시가 자꾸 커지거나 새로 늘기 때문에, 이 나라 사람들은 나날이 책을 덜 읽거나 안 읽을밖에 없다. 도시에서는 책을 읽을 일터나 보금자리나 쉼터가 깡그리 사라진다. (4344.9.16.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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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과 함께 놀기


 동생하고 함께 노는 첫째 아이를 바라본다. 첫째 아이는 동생하고 즐거이 노는 삶을 잘 안다. 아버지도 집안일과 집밖일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면 첫째 아이가 하듯이, 또 어머니가 하듯이, 얼마든지 갓난쟁이 아이하고 함께 놀 테지. 첫째 아이가 어린 동생하고 함께 놀며 한때를 보내 주기 때문에, 어머니나 아버지는 이런저런 집안일을 볼 수 있다. 밥상을 차린다든지 설거지를 한다든지 비질을 한다든지 빨래를 한다든지 빨래를 널거나 갠다든지, 무언가 다른 일을 할 겨를을 마련해 준다. 작은 아이가 더 작은 아이하고 참 잘 논다. (4344.9.16.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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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9-16 12:27   좋아요 0 | URL
웃는 모습 정말 이쁘네요, 봐두봐두 이뻐요.
둘이 나란히 있는 모습이 정겹네요.
엎어놓아서 고개를 못 드는걸까요? 아직 목힘이 생기는 중인가 봅니다. 아유...........

파란놀 2011-09-16 15:23   좋아요 0 | URL
엎드리기를 좋아해서 하루에 몇 차례씩 이렇게 해 줘요.
목도 못 가누는 녀석이
엎드리기를 워낙 좋아해서요 ^^;;;

첫째는 옆에서 아기를 따라하며 놀아주고요~
 



 손으로 편지를 쓰면


 손으로 편지를 쓰면 팔과 팔뚝이 저리다. 찌잉 하고 저릿저릿 울리면서 즐거이 너그러워지는 팔저림이다. 나는 손으로 글을 쓰든 처음부터 자판으로 글을 쓰든, 늘 텍스트파일로 글을 여민다. 누리집에 올려서 셈틀 화면으로 들여다본다 하더라도 이 글조각에 내 마음조각이 깃들리라 믿는다. (4344.9.1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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