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새 하루로 접어든다. 

 새 하루로 접어드니까, 서재 방문자 숫자는 1. 

 슬슬 자야 할 때이다. 

 아니, 자야 할 때를 넘겼다. 

 아주 오랜만에 1이라는 숫자를 본 일은 기쁨이라 하겠지. 

 새근새근 예쁘게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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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마음


 하루하루 살아가며 가장 따사로이 보듬을 마음이라면 사랑하는 마음일 텐데, 어쩌면 나는 어느 마음보다 이 사랑하는 마음을 가장 잊거나 잃은 채 지냈구나 싶어요. 사랑받는 삶이어도 사랑받는 줄 느끼지 못하고, 사랑받는 삶이면서 사랑하는 삶을 일구지 못했구나 싶어요.

 사랑하는 마음으로 내미는 손길일 때에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사랑하는 마음으로 쓰다듬는 손길일 때에 싫어할 풀이나 나무는 없어요. 사랑하는 마음으로 얼싸안는 손길일 때에 거리끼는 어린이는 없어요.

 사랑하는 마음이기에 글을 써요. 사랑하는 마음이라서 책을 읽어요. 사랑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러요. 사랑하는 마음을 실어 춤을 춰요. 사랑하는 마음 그대로 밥을 짓고 옷을 지으며 집을 지어요.

 나는 온통 너른 사랑으로 이루어졌어요. 내 피와 살부터 내 꿈과 넋 모두 사랑이 가득해요. 그렇지만 이제껏 이 사랑을 오롯이 깨닫거나 느끼려 하지 않았어요. 바보스럽지만 바보스러운지 느끼지 않고 바보스럽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았어요.

 사진기를 들어 옆지기랑 아이들을 들여다보면서 나부터 사랑이 아니고는 우리 살붙이를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줄 느껴요. 붓을 들어 옆지기랑 아이들과 부대끼는 나날 이야기를 글로 적바림하려 할 때마다 사랑이 아니고는 내 살림집 이야기를 들려줄 수 없구나 싶어요.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사랑하는 삶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목숨입니다.

 사랑하는 노래입니다. 사랑하는 책입니다. 사랑하는 밥입니다. 사랑하는 바느질입니다. 사랑하는 이불입니다. 사랑하는 머리결입니다.

 글월 하나 띄우면서 내 고운 사랑을 실을 수 있어야겠습니다. 쪽글 하나 적어서 내밀 때에 내 빛나는 사랑을 담을 수 있어야겠습니다. 글줄 하나 쓸 적마다 내 맑은 사랑을 녹일 수 있어야겠습니다. 좋은 사랑으로 살아가면서 좋은 사람으로 웃음꽃 피우고 싶습니다. (4344.11.2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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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름과 글쓰기


 인천에서 옆지기와 만나 함께 살아가면서 옆지기가 “시골에서 살자.” 하고 이야기했을 때에 “우리가 갈 만한 시골은 없으리라.” 하고만 대꾸했다. 막상 우리가 예쁘게 살아갈 시골을 찾아볼 엄두를 내지 않았다. 여러 해에 걸쳐 옆지기한테서 말을 듣고 내 발자국을 더듬어 본다. “우리가 갈 만한 시골이 없다”기보다 “우리가 살아갈 시골을 생각하지 않고 바라지 않으며 꿈꾸지 않으니 느끼거나 찾거나 알지 못했을” 뿐이라고 깨닫는다.

 지난여름 인천을 떠나 충청도 멧골자락으로 옮기면서 “시골에서는 기름을 쓸 수밖에 없어요. 기름으로 불을 때야 해요.” 하는 말밖에 못했다. 그렇지만, 참말 기름을 비싼값 치러 장만한 다음 방에 넣을 불로 때야 할까. 나무를 해서 방바닥에 불을 넣을 수는 없는가. 기름도 나무도 아닌 다른 땔감을 마련하거나 찾을 수는 없는가. 나 스스로 생각하고 바라며 꿈꾼다면 틀림없이 찾으리라. 나부터 더 좋아하면서 파고든다면 모를 수 없고 못 찾을 수 없으리라.

 나와 옆지기와 두 아이가 예쁘게 살아갈 보금자리가 되도록 일구자고 생각하고 바라며 꿈꾼다면, 나는 참말 이 집 살림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참 아직 멀고 모자라다. 그러니까, 어떻게 살아야 좋을까 하는 대목을 옳게 느끼거나 헤아리거나 살피지 못한다.

 밥찌꺼기 그러모아 쏟은 자리를 이레 만인가 겨우 땅을 파서 흙으로 덮는다. 왜 나는 처음부터 구덩이를 파서 묻을 생각을 하지 않았는가. 아니, 생각조차 없었고, 스스로 무언지 모를 일에 쫓기듯 애먼 데에 바쁘며 엉뚱하게 힘을 쏟았겠지. 오늘 하루 할 일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잠들어야 한다. 이듬날 하루 할 일을 가만히 꿈꾸면서 잠들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집식구랑 하루 동안 어떤 삶을 누릴까 하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나누어야 한다. 이제부터 천천히 걷자. 물골내기와 울쌓기를 돌아보자. 도서관 책들 곰팡이 먹지 않는 길을 헤아리자. 집에서 스스로 책꽂이를 짜든 누군가한테 맡겨서 짜든, 그저 책을 때려꽂는 책꽂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기쁘게 누릴 만한 책꽂이가 되도록 생각하자. 집에 들일 옷장은 어떤 크기 어떤 나무일 때에 오래오래 사랑할 만한가를 살피자. 부엌에 놓을 부엌상은 어떤 크기 어떤 길이 어떤 높이로 마련하면 좋을까를 가늠하자. 아이가 아침에 깨어나 저녁에 잠들 때까지 함께 무슨 놀이를 누리면서 지낼까를 곱씹자. 글쓰기로 살아가려 하는 나라면, 나는 어떤 글을 내 기쁨과 웃음을 담아 내 삶을 빛내는 길을 걸으려 하는가를 참말 똑똑히 다스리자. (4344.11.2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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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곳을 바라볼 줄 안다면, 내 삶을 아끼는 사랑을 어떻게 일굴 때에 아름다운가를 헤아리겠지요. 조금 더 작으면서 밝게 바라보며 사진으로 담으면 훨씬 좋았겠구나 싶지만, 가덕도 숭어잡이 하나만 붙잡은 사진책으로도 고맙습니다. 빛깔 있는 사진책이라면 참으로 고왔겠구나 싶어요.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가덕도 숭어잡이- 이강산 사진집
이강산 지음 / 눈빛 / 2011년 11월
40,000원 → 38,000원(5%할인) / 마일리지 1,14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2월 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1년 11월 2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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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오는 날 아이와 걷는 길
 [고흥살이 2] 자동차 거의 안 다니는 길에서 놀기



 빗방울이 들지 않으면 자전거를 끌고 면에 다녀오려 했습니다. 빗방울이 뚝뚝 듣다가는 후두둑 쏟아지기까지 합니다. 하는 수 없이 자전거는 놓습니다. 군내버스를 타고 면으로 갈까 싶으나 버스 때가 맞지 않습니다. 집에서 면까지는 2.1킬로미터. 네 살 첫째 아이가 제법 잘 걸으니까 우산을 쓰고 걸어갈까 하고 생각합니다.

 비는 내리다 멎다 합니다. 아이는 혼자서 우산을 펴겠다고 합니다. 아직 혼자 우산을 끄지 못하지만, 단추를 꾸욱 눌러 혼자 우산을 펼 수 있습니다. 아이한테 우산은 제법 크고 무겁다 할 만하지만, 아이는 이 우산을 씩씩하게 들고 기운차게 걷습니다.

 아이 작은 손가방을 아버지 우산 고리에 겁니다. 아이는 저도 이렇게 하겠다며 제 손가방을 달랍니다. “너한테는 무거울 텐데?” 아이는 십 미터쯤 제 우산 고리에 작은 손가방을 걸친 채 걷다가 “아버지, 이거.” 하면서 제 우산을 들며 손가방 도로 가져가라 합니다.

 비가 멎을 때에는 아버지한테 우산을 들어 달라 합니다. 제 손가방을 달랍니다. 이렇게 이십 미터쯤 가다가 “아버지, 이거.” 하고 다시 부르더니 제 손가방을 들어 달랍니다. “나, 뛸래.” 



 짐 하나 들지 않고 홀가분하게 달리는 아이는 아버지보다 앞서 갑니다. 혼자 두 팔 휘휘 저으며 앞서 달리다가는 뒤를 돌아보며 살짝 멈추었다가는 다시 달립니다. 길가에 선 큼지막한 글씨판을 보고는 “저게 뭐야?” 하고 묻습니다. 길가에 선 ‘30’이라는 숫자를 보고는 “저 동그라미 뭐야?” 하고 묻습니다. “응, 서른이야.” “서른?” “서른.”

 빈 논에 앉아 이삭을 줍던 참새떼가 파르르 날아갑니다. 까치떼도 멧비둘기떼도 화다닥 날아갑니다. 그저 옆에서 걸어갈 뿐이지만, 이 새들은 저렇게 멀리까지 내뺍니다. 



 자동차가 거의 안 다니는 호젓한 길입니다. 문득 앞에 뭔가 드러누운 모습이 보입니다. 이 길바닥 한복판에 차에 치여 죽은 짐승 한 마리입니다. 내장이 터져 비져나오고, 이빨이 톡 튀어나옵니다. 자동차가 조금 더 천천히 달린다면 이 짐승을 치지 않을 텐데요. 밤이라 하더라도 싱싱 내달리지 않는다면 멧짐승이나 들짐승이 슬프게 죽지 않을 텐데요.

 옆으로 논이 길게 펼쳐진 길을 걷습니다. 논자락 길이지만 시멘트로 닦인 널따란 길입니다. 경운기나 짐차가 다니자면 이렇게 널따랗게 시멘트로 발라야 하겠지요.

 마을 사이를 지나갑니다. 아이는 쉴 사이 없이 여기에 쪼그려앉고 저기에 쪼그려앉습니다. 다 벤 논에 자라는 풀을 쓰다듬으면서 “풀아, 잘 있어.” 하고 인사합니다. 늦가을에 피는 들꽃을 내려다보며 “꽃아, 잘 있어.” 하고 인사합니다. 몇 걸음 못 떼면서 여기 바라보고 저리 들여다보느라 바쁩니다. 이것을 만지고 저것을 건드리느라 부산합니다. 



 호덕마을을 빠져나올 무렵, 시멘트를 깔지 않은 흙 논둑길을 봅니다. 아이랑 이 길로 접어듭니다. 아이는 또 쪼그려앉습니다. “이거, 반지 하는 풀이야.” 토끼풀 하나 톡 뽑으며 아버지한테 보여줍니다.

 호덕마을에서 나와 다시 찻길을 걷습니다. 아이는 찻길 한복판 노랗게 그은 금을 밟으며 달립니다. 앞에서도 뒤에서도 아무 자동차가 안 보입니다. 십 분 남짓 아무런 자동차 없는 길을 걷자니 앞에서 군내버스 하나 다가옵니다. 아이를 불러 길가에 섭니다. 버스를 바라보며 손을 흔듭니다. 빗줄기가 조금 굵어집니다. 아이는 풀섶에서 강아지풀 하나 뜯습니다. 옆에 억새가 있기에 억새도 뜯어 보라 이야기합니다. 아이는 뜯은 강아지풀은 아버지한테 건네고, 제 작은 두 손으로 억새풀 하나 뜯습니다. 조금 더 걸어가다가는 시든 꽃송이를 보고는 이 꽃송이를 셋 꺾습니다. 강아지풀이랑 억새풀은 한손에 쥐고, 시든 꽃송이 줄기 셋은 다른 손으로 쥡니다. 아버지는 우산을 펴서 아이한테 받칩니다. 빗줄기가 더 굵어집니다. 파리 한 마리 아이 우산 밑으로 들어옵니다. 



 이제 면에 들어서는 큰길입니다. 호덕마을과 동백마을을 지나 봉동마을로 나가는 찻길에는 드나드는 자동차 거의 없지만, 도화면으로 오가는 큰길에는 자동차가 제법 있습니다. 자동차가 여럿 오가니 아이가 외치는 소리가 잘 안 들립니다. 빗방울은 거셉니다. 아이는 얼른 걸을 생각을 하지 않고 종알종알 이야기를 합니다. 걸음을 재촉합니다. 큰길에서 벗어나 마을길로 접어듭니다. 이제 차소리에서 풀려납니다. 자동차 드나드는 길이란 걸을 만한 길이 못 됩니다.

 우체국에 들릅니다. 아이 신과 양말이 몽땅 젖었습니다. 양말을 벗깁니다. 신은 그대로 신깁니다. 아이를 품에 안고 걷습니다. 가게에 들러 파리끈끈이를 사고, 빵집에 들릅니다. 면사무소에 들러 서류 하나 받습니다. 빗줄기는 더 거세집니다. 아이를 안고 택시 타는 곳으로 갑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택시를 탑니다. 아이는 졸음이 가득한 눈이지만 끝까지 졸음을 참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살짝이나마 잠들지 않습니다. 실컷 놀고 실컷 자며 실컷 다시 놀다가 밥을 실컷 먹으면 좋을 텐데. (4344.11.1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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