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그리기


 옆지기랑 아이랑 하루 내내 함께 살아가는 나날인데, 막상 옆지기랑 아이랑 하루 내내 어떻게 함께 살아갈 때에 즐거울까 하는 대목을 잊기 일쑤이다. 새 보금자리로 옮기느라 바쁘고 힘들었으니까 이럴밖에 없다는 말은 그저 핑계이다. 여느 때에 옳게 살피며 바르게 생각했으면, 새 보금자리를 옮기는 동안 새로운 눈길과 마음길로 삶길을 열 테고, 새 보금자리에 또아리를 틀 때에는 또 이동안 새삼스러운 손길과 생각길로 사랑길을 열지 않겠는가.

 내가 너무 못한다고 느끼다가는 첫째 아이한테 공책 하나 갖다 달라고 부른다. 함께 그림을 그리자고 이야기한다. 아이는 아버지가 그림을 그리라고 말한다. 아이보고 너도 함께 그리라 말하면서, 엎드린 채 바라보는 모습을 그린다. 내 앞에는 뜨개질하는 옆지기가 좋은 그림이 되어 주니, 이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볼펜으로 슥슥 옮긴다. 뜨개질하는 사람은 실과 바늘에 온마음을 쏟는다. 그림으로 담기에 참 좋다.

 그림을 다 그리며 아이한테 보여준다. “누구니?” “어머니야?” “어머니한테 여쭤 봐.” 그림으로 담긴 사람은 어찌 느낄는지 모르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그저 바라보며 느낀 대로 담는다. 하루에 여러 차례, 아이랑 함께 그림 그리는 겨를을 마련하면서 나도 그림을 즐겨야겠다고 생각한다. (4344.11.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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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바라볼 곳
 [고흥살이 3] 마을 밥잔치



 새로 깃든 마을에 인사를 합니다. 밥잔치 조촐히 엽니다. 가까운 면에 있는 밥집으로 찾아가서 밥 한 끼니 함께 먹습니다. 밥집에서는 봉고차 한 대를 가지고 와서 마을 어르신을 태웁니다. 차 한 대로 모두 모실 수 없어 봉고차가 두 번 오갑니다.

 봉고차 오기 기다리는 동안 아이는 인형 업는 매무새로 마을 어르신들 사이에서 뛰어놉니다. 아이하고 살짝 떨어진 자리에서 아이가 노는 양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마을 빨래터요 샘터 시멘트울에 기대어 마을 너머 멧자락 내다보는 아이를 바라봅니다. 아이는 제 어버이 살아가는 터에서 제 눈 틔울 무언가를 바라볼밖에 없다고 문득 느낍니다. 아이 어버이가 도시에서 살아간다면 아이는 도시내기 눈으로 온누리를 바라보며 큽니다. 아이 어버이가 시골에서 살아간다면 아이는 시골내기 눈으로 온누리를 바라보며 커요.

 아이가 늘 자동차를 바라본다면 아이 마음에는 자동차가 크게 자리잡겠지요. 아이가 아파트나 높은건물 늘 바라본다면 아이 마음에는 아파트나 높은건물이 널찍하게 자리잡을 테고요.

 풀약 치는 흙일꾼인 어버이를 둔 아이라면 흙을 일굴 때에 풀약을 쳐야 하는 줄 마땅히 받아들이리라 느낍니다. 손으로 빨래하고 어머니 아버지가 나란히 밥을 차리는 어버이를 둔 아이라면, 어버이 삶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받아들일 테지요.

 내 눈길을 아이 눈길과 맞추어 생각합니다. 내 삶길을 아이 삶길과 맞대어 헤아립니다. 내 사랑길을 아이 사랑길에 포개어 꿈을 꿉니다. (4344.11.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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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2011-11-24 13:2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집들이를 하신거네요~~ 하하하

파란놀 2011-11-24 18:28   좋아요 0 | URL
네 그런 셈입니다 ^^

마녀고양이 2011-11-24 13:49   좋아요 0 | URL
동네 어른들께서 정말 좋아하셨겠어요...
된장님 댁 식구들이 활력소가 되는거 아닐까요? ^^

파란놀 2011-11-24 18:29   좋아요 0 | URL
다른 데에서 살던 사람들이
좋은 시골마을을 찾을 때에
이곳으로 한 분씩 옮겨 오며
살뜰한 곳으로 더 따사로이
일구는 손길을 늘리면 좋겠어요~
 


 아기업기


 마을 어르신들한테 밥을 한 끼 산다. 예전에는 마을잔치를 벌였다지만, 이제 마을 어르신들 나이가 제법 많아 마을잔치를 꾸리고 벌이고 하는 일이 벅차다며, 모두들 가까운 밥집으로 찾아가 밥 한 끼니 함께 먹는 일로 바꾸었다고 한다.

 옆지기가 갓난쟁이 둘째를 업는다. 네 살 아이가 인형을 업는다. 제 어머니가 동생을 업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는 아버지한테 “콩순이 업어 줘.” 하면서 선 채로 등을 구부정하게 내민다. 콩순이 인형을 업히고 자그마한 천으로 감싼다. 인형 포대기는 작은 아이들 놀잇감답게 참 작다. 이 작은 천조각은 네 살 아이 인형놀이 포대기 구실을 하는구나.

 네 살 아이가 한 살 동생을 업지는 못한다. 이제 겨우 십칠 킬로그램 될까 말까 한 네 살 아이가 십일 킬로그램 훌쩍 넘는 동생을 업지 못한다. 앉은 자리에서 뒤에서 안기는 가까스로 하지만, 동생 무게를 네 살 아이가 견디지 못한다.

 첫째가 여섯 살이나 일곱 살쯤 된다면 서너 살쯤 될 동생을 안거나 업을 수 있을까. 첫째가 여덟 살이나 아홉 살쯤 된다면 대여섯 살쯤 될 동생을 안거나 업을 수 있으려나. 어머니가 동생을 사랑하는 결이 첫째 아이한테 시나브로 이어진다. 아버지가 살붙이들 아끼는 매무새가 첫째 아이한테 살며시 물림한다. (4344.11.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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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무릎 책읽기


 나는 어릴 적에 어머니 무릎에 앉아 책을 읽은 적 있을까. 나는 어릴 적에 어머니 무릎에 얼마나 앉았을까. 어릴 적에 아버지 무릎에는 어느 만큼 앉을 수 있었을까. 할머니 무릎이나 할아버지 무릎에는 얼마나 앉았으려나.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는 어머니랑 아버지랑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이모랑 삼촌이랑 …… 참 많은 사람들 무릎에 앉는다. 무릎에 앉혀 책 읽히기를 자주 하지는 못하나, 때때로 어머니나 아버지가 아이들을 무릎에 앉혀 책을 넘기곤 한다.

 어버이 되어 아이를 무릎에 앉히면서 사랑스럽구나 싶은 줄거리를 담은 책 하나 펼치는 일은 기쁘다. 책에 서린 넋을 물려주는 일보다 훨씬 기쁘다. 책을 함께 읽는 맛을 새롭게 느낀다. 책으로 나누는 사랑이 어떠한가를 새삼스레 깨닫는다.

 곰곰이 돌이킨다. 나는 어머니 무릎 책읽기를 떠올리지 못한다. 너무 어려서 못 떠올린달 수 있지만, 내 어머니나 내 또래들 클 무렵 어머님들은 당신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며 책읽기를 할 만큼 느긋하지 못했으리라 느낀다. 모두들 집일로 바쁠 뿐 아니라, 집 바깥에서 뜨개질이나 애보기나 꿰매기나 신문·우유 나르기나 온갖 밥벌이 일감을 붙드느라 힘겨웠다.

 시골에서는 어떠했을까. 시골 어머님들은 당신 아이들을 무릎에 앉혀 옛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을까. 그러고 보면, 먼먼 옛날 어버이들은 책은 없었다지만 가슴으로 아로새기는 이야기 한 자루 있어, 이 이야기보따리를 밤마다 조곤조곤 풀었으리라 본다. 무릎에 앉히기도 하고, 자리에 눕혀 팔베개를 하기도 하면서, 아이들과 틈틈이 살가운 이야기누리 나들이를 했으리라 본다. (4344.11.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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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릎에 앉아 책을 읽는 손


 아이는 혼자 엎드려 책을 읽을 수 있다. 아이는 혼자 얌전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 아이는 아버지나 어머니 무릎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어머니 무릎은 으레 둘째 갓난쟁이 몫. 아이는 어느덧 여섯 달째 아버지 무릎을 홀로 차지한다. 잠자리에 들 때에 동생이 어머니 젖가슴에 파묻혀야 한다고 받아들여 주면서 아버지랑 함께 잔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는 훨씬 더 자주 많이 깊이 떼를 쓸 만하다. 아이는 아이답게 더 놀고 싶다. 아이는 아주 깊고 따사로우면서 너그러이 사랑받고 싶다. 아이를 무릎에 앉혀 함께 다른 책을 읽다가 아이 손가락을 내려다본다. 이 조그마한 손으로도 책장을 넘기고 심부름을 하며 접시랑 밥그릇을 나른다. 걸레질을 제법 하고 어린 동생을 보드라이 안거나 쓰다듬곤 한다. 머잖아 어머니 아버지 키를 훌쩍 뛰어넘고는 어머니 아버지 늙은 몸을 어루만지는 손이 되겠지. (4344.11.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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