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낱권책, 또는 새 잡지로 《헌책방 아벨서점 단골 스무 해》를 만들기로 한다. 오늘부터 글을 모아 엮는다. 지난 하루 몸살이 났는지 여러 시간 끙끙 앓고 나면서, 이대로 쓰러져서는 안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내가 할 일을 가다듬는다.


 2011년 12월에 될 수 있나 모르겠지만, 2012년 1월까지 《헌책방 아벨서점 단골 스무 해》를 만들기로 한다. 그동안 찍은 필름을 찾아서 새로 긁어야겠다. 힘을 내자.
 

(책 편집 어느 만큼 되면 예약주문을 받아 볼까? ^^;;;;; 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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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꽃 글쓰기


 이웃집에는 동백꽃이 소담스레 피었다. 마을 앞 큰길 버스타는곳 둘레에도 동백꽃이 예쁘게 피었다. 우리 집이라고 볕이 잘 안 드는 데가 아닌데 좀처럼 동백꽃 봉우리가 열리지 않더니, 이제 슬슬 필 낌새이다. 하루나 이틀쯤 뒤면 흐드러지게 피어날 동백꽃 봉우리 하나를 본다. 다른 봉우리도 첫 봉우리에 이어 활짝 피어나겠구나 싶다.

 동백나무 곁 후박나무를 올려다본다. 제법 높이 자라 마당에 조그맣게 그늘을 드리우는 후박나무도 동백나무처럼 어여쁜 꽃을 피우려 애쓴다. 동백꽃 봉우리는 꼭 쥔 주먹처럼 단단하고 야무져 보인다면, 후박꽃 봉우리는 두 손을 반듯이 모은 듯 살짝 길쭉하면서 단단하고 야무져 보인다. 다가오는 십이월에는 동백꽃과 후박꽃이 빛나는 햇살그늘에 기저귀 빨래를 널 수 있겠구나 싶다.

 네 살 아이와 한 살 아이한테 동백꽃 봉우리를 보여준다. 아마, 두 아이한테는 봉우리부터 꽃이 피기까지를 보는 일이 처음이리라. 우리가 얻은 새 보금자리에서 살던 분이 심어 기르던 동백과 후박이 우리한테 선물을 베푼다. 나와 옆지기는 앞으로 언제 흙으로 돌아갈까 모른다만, 우리 두 사람은 우리 아이들한테 어떤 선물을 베풀 수 있을까. 우리 두 사람은 우리 아이들이 낳을 아이들한테 어떤 선물을 물려줄 수 있을까.

 나무 한 그루로 받는 작은 사랑을 생각하자. 나무 한 그루로 건네는 작은 빛줄기를 헤아리자. 나무 한 그루로 오늘 누리는 꿈을 어루만지자. (4344.11.3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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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상 - 사진시대총서 1
임응식 지음 / 해뜸 / 1999년 3월
평점 :
품절




 사진삶과 사진꿈 읽기
 [찾아 읽는 사진책 70] 임응식, 《사진사상》(해뜸,1986)



 사진책을 힘껏 펴내려 하던 ‘해뜸’ 출판사가 처음 내놓은 책은 임응식 님이 쓴 글을 엮은 《대표작으로 보는 세계 사진가들의 사진사상》(해뜸,1986)입니다. 사진쟁이 임응식 님은 머리말에서 “본래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오랫동안 대학에서 사진학 강의를 하면서 제일 답답하게 느낀 것이 외국 사진가들의 경력과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우리 나라 말로 소개던 것이 전혀 없다시피 한 점을 아쉽게 생각하고, 사진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쓰게 된 것이다.” 하고 밝힙니다. 2011년이라는 해에 생각한다면, 2011년이라 해서 나라밖 사진쟁이나 사진밭이나 사진책을 알뜰히 들려주는 마땅한 책이 제대로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럭저럭 살피거나 돌아보도록 돕는 책은 제법 있어요. 퓰리처상을 받은 작품을 그러모은 책이라든지, 매그넘 사진책이라든지, 드문드문 태어나곤 합니다. 나라밖에서 사진을 가르치며 쓰는 여러 가지 교재가 한국말로 옮겨지기도 하고요. 그러나 아직 한국사람 눈썰미로 바라보거나 살피면서 적바림하는 ‘사진으로 세계 흐름을 읽고 세계 문화를 돌아보는 이야기책’은 없어요. 임응식 님이 내놓은 ‘서양 사진쟁이 소개하는 책’은 “사진사상”이라는 이름을 붙이는데, 이 이름 말마따나 ‘사진 넋’이나 ‘사진 생각’이나 ‘사진 얼’을 밝히는 사진비평이나 사진이론을 좀처럼 찾아보지 못합니다.

 임응식 님은 《사진사상》에서 모두 쉰 사람에 이르는 서양 사진쟁이를 소개합니다. 얼마 앞서 전민조 님이 내놓은 《사진이 모든 것을 말해 주었다》(포토넷,2011)라는 책은 사진쟁이뿐 아니라 사진과 얽힌 688 사람이 사진을 바라보며 들려준 이야기를 담아요. 숫자만 헤아려도 놀랍지만, 숫자에 담은 알맹이를 돌아보면 훨씬 놀랍습니다. 아무래도 1986년과 2011년 사이에는 새로운 사진쟁이도 많이 태어났고, 자료를 모으기에도 한결 나았을 테며, 인터넷이 있기에 조금 더 널리 돌아볼 만했으리라 봅니다. 그나저나, 1986년이라는 해, 한국땅 사진밭을 살필 때에, 서양 사진쟁이 쉰 사람 삶과 넋과 사진을 간추려 들려주는 《사진사상》은 한국에서 무척 앞선 책이요 돋보이는 책이며 값진 책입니다. 이 같은 책이 있어 이 나라 사진문화를 북돋우는 밑힘이 더욱 단단해졌으리라 생각해요.

 다만, 《사진사상》은 ‘세계 사진쟁이’를 다루지 않습니다. 《사진사상》이 다루는 사진쟁이는 모두 ‘서양 사진쟁이’입니다. 일본 사진쟁이나 아시아 사진쟁이나 중남미 사진쟁이나 아프리카 사진쟁이는 다루지 않습니다. ‘서양에서 엮고 서양에서 내놓는 사진역사책’에 으레 이름이 적히는 서양 사진쟁이만 다룹니다.

 그래도 이만 한 책이 나온 일은 반가우며 고맙습니다. 그저 한 가지 토를 단다면, 1986년에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더라도 2011년에는 달라져야 하지 않겠느냐 싶고, ‘온누리를 대표하는 사진쟁이’를 살피거나 생각하거나 배우려 할 때에도 ‘서양 사진쟁이’만 살피거나 생각하거나 배우는 틀을 살포시 딛고 서야 한다고 느껴요.

 덧보태자면, ‘세계 사진 넋’이나 ‘세계 사진 흐름’을 읽는 한편, ‘한국 사진 넋’과 ‘한국 사진 흐름’을 나란히 읽을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전민조 님이 내놓은 《사진이 모든 것을 말해 주었다》는 무척 대단하다 싶은 책이기는 한데, 이 책도 일본 사진쟁이를 옳게 다루지는 못합니다. 퍽 많이 다루기는 했으나, 일본이 사진문화와 사진흐름에 이바지한 수많은 열매를 제대로 싣지는 못했어요. 무엇보다 ‘사진길을 걷는 한국 사진쟁이’ 열매는 한 가지조차 싣지 않았어요. 《사진이 모든 것을 말해 주었다》는 ‘세계 편’이고 ‘한국 편’을 따로 내놓을는지 모르지만, 따로 내놓으려 한다면 책이름부터 나중에 따로 나올 ‘한국 편’ 이야기가 묻어나도록 했겠지요. 곧, 예나 이제나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땅에서 한국넋을 북돋우는 한겨레 사진길을 예쁘게 돌아보지는 못합니다. 사진기라는 연장이 처음 서양에서 태어났다지만, 이 연장을 쓰는 사람은 바로 우리들이에요. 버스나 기차나 비행기를 서양에서 만들었대서 이 탈거리를 즐기는 사람은 서양 넋으로 살아가지 않아요. 연필을 누가 만들었든, 전깃불을 누가 만들었든, 셈틀을 누가 만들었든, 찬찬히 기릴 수 있는 노릇이지만 대단하거나 대수로이 여길 까닭은 없습니다. 이 연장을 쓰는 사람이 알뜰히 잘 써야 해요. 호미나 낫이나 쟁기를 맨 처음 누가 만들었는가를 따지며 기릴 수 있을 테지만, 바로 오늘 내가 밭자락에서 호미나 낫이나 쟁기를 옳게 쓰느냐가 훨씬 대단하고 대수롭습니다.

 나는 내 사진길을 처음 걷던 1998년부터 《사진사상》을 읽었습니다. 일찌감치 판이 끊어진 책이니 헌책방마실을 하며 《사진사상》을 만났습니다. 그동안 읽던 《사진사상》은 겉이 하얀 빛이었는데, 그러께에 겉이 푸르스름한 새로운 판을 헌책방에서 만났습니다. 알고 보니, 겉이 푸르스름한 판이 처음 나온 판이더군요. 그래서 헌책방에서 새롭게 장만해서 새로운 마음으로 찬찬히 되읽습니다. 철지났다든지 해묵었다든지 할 수 있는 《사진사상》이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한국 사진밭을 알뜰히 일구며 한삶을 바친 임응식 님 넋과 숨결과 땀방울’을 느낄 수 있거든요. 참말, 책끝에는 ‘임응식 해적이’와 ‘임응식이 사진과 얽혀 쓴 글 표’가 찬찬히 붙습니다.

 《사진사상》이라는 책은 “대표작으로 보는 세계 사진가들의 사진사상”이라고 합니다만, 책을 몇 차례 찬찬히 읽고 나서 느끼기로는, 아무래도 “임응식이 읽은 서양 사진쟁이들 삶과 꿈과 넋과 길”이로구나 싶어요. 여러모로 이름난 서양 사진쟁이들 삶과 꿈과 넋과 길을 돌아보는 임응식 님은 당신 사진삶과 사진꿈과 사진넋과 사진길이 얼마나 아름답거나 알차거나 사랑스러웠는가 돌이킵니다. 오랜 나날 사진과 함께 살아온 당신 삶과 꿈과 넋과 길은 얼마나 즐거웠는가 되뇝니다.

 한국에서 오래도록 사진길을 걸어간 어르신들이 당신 사진삶을 되돌아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사진”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느낍니다. “아무개가 좋아하는 사진”이라는 책이름을 붙여도 되겠지요. “아무개가 사랑하는 사진”이라든지 “아무개가 보고 배운 사진”이라든지 “아무개가 곁에 두는 사진”이라든지, 어느 이름이든 좋습니다. (4344.11.30.물.ㅎㄲㅅㄱ)


― 사진사상 (임응식 글,해뜸 펴냄,1986.5.25./판 끊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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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52) 존재 152 : 지속적인 경제는 존재할 수 없다


.. 자연과 함께하는 모든 농업 경영, 즉 지속적이고 생태적인 경영은 지역 경제에 기반을 둔 농업을 전제로 한다. 재생되는 농업이 없으면, 지속적인 경제는 존재할 수 없다 ..  《프란츠 알트/모명숙 옮김-지구의 미래》(민음인,2010) 76쪽

 “농업(農業) 경영(經營)” 같은 글월은 그대로 둘 수 있을 테지만, “농사짓기”나 “흙살림”이나 “흙 일구기”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즉(卽)’은 ‘곧’으로 다듬고, “지속적(持續的)이고 생태적(生態的)인 경영(經營)은”은 “자연을 살리는 꾸준한 농사짓기는”이나 “꾸준하면서 자연을 살리는 농사짓기는”으로 다듬으며, “지역(地域) 경제(經濟)에 기반(基盤)을 둔”은 “지역살림에 바탕을 둔”이나 “마을살림에 뿌리를 둔”으로 다듬습니다. “농업(農業)을 전제(前提)로 한다”는 “농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나 “농사짓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나 “흙살림이 있어야 한다”로 손질하고, ‘재생(再生)되는’은 ‘되살리는’이나 ‘흙을 북돋우는’이나 ‘흙을 아끼는’으로 손질합니다.

 그러나, 낱말이나 글월을 하나하나 쪼개어 손본다 한들, 글월을 통째로 들여다볼 때에는 어딘가 어수룩합니다. 이 보기글은 통째로 모두 다시 써야 해요. 하나하나 뜯어서 살펴서는 도무지 말이 안 됩니다. 한국땅에서 흙을 일구며 살아가는 사람들 눈높이를 돌아보면서 내 말마디를 가다듬어야 합니다. 어느 한 사람이 이 어수룩한 글월을 살가이 다듬어 주기를 바라지 말고, 누구나 이 글월이 옳고 바르며 착하고 참다울 수 있게끔 추스르는 눈썰미를 길러야 합니다.

 지속적인 경제는 존재할 수 없다
→ 꾸준한 경제는 있을 수 없다
→ 한결같은 경제는 자리할 수 없다
→ 튼튼한 경제는 버틸 수 없다
 …


 쉽게 살핀다면, “존재할 수 없다”는 “있을 수 없다”로 손보면 됩니다. 일본 한자말 ‘존재’가 쓰인 자리는 ‘있다’로 손보면 넉넉합니다. 어느 자리라 하든, ‘존재’는 한국말 ‘있다’가 담거나 나타내거나 드러내거나 보여주는 깊으며 너른 뜻과 느낌을 짓밟습니다.

 ‘있다’라는 말마디를 곰곰이 헤아리면서 다음 말마디를 살핍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라는 대목 앞에 “지속적인 경제”가 붙습니다. 곧, ‘존재’ 한 마디를 털어낸다 해서 글월을 알맞거나 매끄럽거나 살갑거나 사랑스레 다스리지 못하는 셈입니다. 이 대목을 함께 추슬러야 합니다.

 경제는 이어질 수 없다
 경제는 무너진다


 “꾸준한 경제”는 “있을 수 없다”는 말은, “경제가 이어지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경제가 꾸준히 있을 수 없다는 말은, 한 마디로 하자면 “경제가 무너진다”거나 “경제가 휘청거린다”거나 “경제가 흔들린다”고 할 수 있어요.

 여기까지 가다듬었으면 앞 글월을 붙여서 통째로 다시 읽습니다. 한두 군데만 잘라서 살필 때에는 뜻이나 느낌이 제대로 와닿기 힘들어요. 무슨 이야기를 어떤 넋으로 들려주려 하는가를 찬찬히 짚어 봅니다.

 되살리는 농사짓기가 아니면 경제는 무너진다
 흙을 살찌우지 않으면 경제는 휘청거린다
 흙을 살려야 경제가 살아난다
 흙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

 자연과 함께 하는 농사짓기란, 자연을 생각하면서 살리는 농사짓기입니다. 농사짓기란 ‘흙을 일구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흙을 아끼고 사랑하며 곡식을 거두어야’ 한다는 뜻이고, 흙을 들볶지 않는 길을 걸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간추리자면, “흙을 살찌워야 경제가 살아숨쉰다”가 되고, “흙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가 돼요.

 말하려는 밑넋을 곱씹으면서 넋을 담는 말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글로 담으려는 밑얼을 되뇌면서 얼을 싣는 글이 알찰 수 있게끔 사랑을 기울이면 기쁘겠습니다. (4344.11.3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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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1.11.22.
 : 부러움 사는 아이



- 네 살 아이를 수레에 태워 면내 마실을 할라치면, 면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쳐다본다. 우리를 쳐다보는 사람들 가운데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있으면, 아이는 “할머니 안녕하셔요.” “할아버지 안녕하셔요.” 하고 인사한다. 언니나 오빠가 있을 때에도 “언니 안녕.” “오빠 안녕” 하고 인사한다.

- 면내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무렵, 면에 하나 있는 빵집 옆을 스친다. 옆을 스치면서 바게트빵이 있나 살핀다. 셋 있다. 자전거를 돌려 빵집 앞에 선다. 쌀바게트 둘을 시킨다. 자전거수레는 길에 둔다. 이웃 가게 아주머니가 문을 빼곰 열고는 우리 자전거수레를 바라본다. 빵집 아주머니이며, 면내 다른 분들이며, 면사무소 일꾼이며, 수레에 타며 아버지와 마실을 다니는 아이한테 너는 참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아이는 늘 부러움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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