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사이바라 리에코 지음, 김문광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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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된 일 마치고 드러누워 읽는 책 하나
 [만화책 즐겨읽기 46] 사이바라 리에코, 《우리 집》


 더운 여름날, 창문을 활짝 엽니다. 아직 한 달이 안 된 둘째는 후덥지근한 날씨에 애를 먹습니다. 그런데 멧골자락 밭뙈기에서 골을 내어 고구마를 심는 이웃이 새벽과 아침과 낮으로 기계를 쓰느라, 기계 소리하고 기계에서 나는 매연이 집안으로 스며듭니다. 아이가 겨우 잠이 들 만하면 소리에 깨고 매캐한 냄새에 숨이 막힙니다. 창문을 닫으면 창문을 닫는 대로 답답합니다. 이웃에 갓난쟁이가 있는 줄 헤아리지 못하기도 하지만, 이웃에 갓난쟁이가 있는 줄 알아도 밭일을 미룰 수 없으니, 시끄러운 소리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합니다.

 오늘날은 시골이라 하더라도 기계 없이는 흙을 못 일군다 할 테지요. 흙하고 오래오래 살아온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빼고는, 시골사람 가운데 자동차를 몰지 않는 사람이란 없습니다. 논을 일구든 밭을 일구든 기계 없이 일구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괭이로 땅을 파고 호미로 풀을 베지 않습니다. 손으로 모를 심지 않고 손으로 벼를 베지 않습니다. 효율과 돈과 품과 겨를 모두를 따질 때에 기계만큼 좋은 일벗이란 없다 할 만합니다. 이제는 자연과 삶과 사람과 사랑과 흙과 물을 살피며 흙일꾼으로 지내려고 하는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 “저 너머 마을에서 한 달 일하면 매일 아침 된장국에 계란을 넣을 수 있댔어. 계란 따위 안 넣으면 어때. 그냥 다 같이 사는 게 제일 좋은 건데, 그치?” “맞아, 나도 찬성이야. 된장국엔 조개만 있어도 냄새 좋은걸. 아침에 둑에 나가서 조개랑 돌김, 박박 긁어 오면 돼. 그게 젤 맛있어.” 배가 오자, 누나랑 나는 손을 흔들었다. 배에서는 귤꽃처럼 작은 손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아마 모두들 자기들이 가장 보고 싶은 사람으로 착각했을 거라 생각한다. (2∼4쪽)


 첫째 아이를 낳고 두 해 즈음 살던 인천 골목동네를 떠올립니다. 골목 안쪽 작은 집이라 자동차가 적게 다니기는 했으나, 적게 다닐 뿐 안 다니지 않습니다. 자동차를 모는 이는 새벽이나 낮이나 밤을 가리지 않습니다. 골목을 달리든 큰길을 달리든 운전대를 쥔 사람이 얼마나 바쁜가만을 따집니다. 골목집 한켠에 갓난쟁이가 겨우 새근새근 잠들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을 뿐더러,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시골로 살림을 옮기면서 갓난쟁이가 낮잠과 밤잠을 걱정없이 잘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시골로 살림을 옮기고 나서도 마을하고 아주 멀리 떨어지고 이웃집이 없는 외딴 곳에서 살지 않는다면, 시끄러운 기계 소리를 떨칠 수 없습니다. 우리 살림집에 빨래기계를 안 들이고 텔레비전을 안 들이면 뭐 하겠습니까. 이웃집이 자동차를 씽씽 몰거나 라디오를 큰소리로 틀면 도루묵입니다. 우리가 텃밭에 풀약을 안 치더라도 이웃이 너른 밭에 풀약을 치면 도루묵이 되듯, 이웃이 지내는 삶은 우리가 지내는 삶에 고스란히 묻어듭니다. 거꾸로, 우리가 지내는 삶이 이웃이 지내는 삶으로도 묻어들겠지요.

 저마다 무엇을 생각하거나 사랑하거나 아끼면서 살아가느냐를 돌아보아야 한다고 새삼 깨닫습니다. 나부터 조용하면서 착한 삶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며, 내 이웃 또한 조용하면서 착한 삶을 사랑하는 터를 살펴야 한다고 다시금 일깨웁니다. 도시라 해서 늘 나쁘지만 않으나, 시골이라 해서 노상 좋지만 않습니다. 도시에서도 사람다운 내음과 멋과 꿈과 이야기를 돌볼 수 있고, 시골이지만 여느 도시와 다를 구석 없이 물질문명으로 둘러싸여 살가운 꿈하고는 동떨어질 수 있습니다.


- 누나는 내 귀를 파면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오늘, 낮에 사람이 죽었어. 죽은 사람은 이제 할 수 없지만, 일을 저지른 애는 무척 착한 애거든. 단지 어렸을 때 조금 안 좋았어.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그 애 욕을 많이 했지. 그랬더니 그 애가 진짜로 나빠진 거야. 착한 아이였는데. 누나는 동네 사람들이 그 애를 나쁜 애로 만든 거라고 생각해. 그 증거로, 그 애 도망치기 전에 자기 엄마를 찾아왔었대. 그리곤, ‘힘들게 낳아 줬는데 미안해, 엄마.’ 그랬대.” (20∼21쪽)
- “이래도 저래도 다 같은 사람인걸. 가끔은 이런 일도 있는 거야.” (43쪽)



 만화책 《우리 집》(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2011)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이러하든 저러하든 ‘우리 집’이 가장 좋은 보금자리라고 이야기하면서 사람이 착하고 예쁘게 살아가는 길이란 무엇인가를 톡톡 건드리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가장 좋은 보금자리인 ‘우리 집’이지만, ‘집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집에 깃든 사람을 사랑하는 넋’을 들여다보지 못한다면, 정작 ‘우리 집’에 머물어도 어떠한 살림터인가를 느낄 수 없다고 덧붙입니다.

 만화를 그린 분은 어떤 삶을 일구었기에 이러한 만화책을 그릴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숱한 물결을 헤쳤기에 이 같은 만화책을 그릴 수 있을까요. 아무런 물결을 헤치지 않았지만, 오래도록 한결같이 이은 고운 사랑을 따스히 보살피기 때문에 이렇게 만화책을 그릴 수 있을까요.


- “사오리.” “왜?” “남보다 조금 빨리 어른이 되었지만, 그건 또 그거대로 좋은 점도 있어.” (105쪽)
- “알았어. 그럼 이 누나가 용서해 준다. 네가 어디서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신 안 한다니, 이 세상 사람 모두가 안 된다고 해도 누나는 용서해 줄게.” (111쪽)



 더 나은 일자리란 없습니다. 더 좋은 사람이란 없습니다. 더 훌륭한 책이란 없습니다. 더 빼어난 몸매란 없습니다. 더 높은 이름값이란 없습니다. 더 멋진 얼굴이란 없습니다. 더 많은 돈이란 없습니다. 더 착한 마음씨란 없습니다.

 다 같이 사람이고 사랑이며 삶이에요. 다 함께 꿈이고 꽃이며 열매예요.

 하루하루 고맙게 맞이하는 삶입니다. 누구나 울거나 웃으면서 보내는 나날입니다. 밥을 먹었으니 똥을 눕니다. 고단하게 일했으니 달콤하게 잠자리에 듭니다. 아이를 번쩍 안으면 까르르 웃음꽃을 피웁니다. 기저귀를 빨아 널면 햇볕과 바람에 보송보송 마릅니다. 냇물은 흐르고 구름은 지나갑니다. 따스한 햇살과 어여쁜 달빛이 온누리를 비춥니다.

 우리 집은 우리 사랑이면서 우리 이야기입니다. 우리 집은 내 집이면서 네 집입니다. 우리 집은 쉼터이면서 일터입니다. 곡식과 푸성귀와 열매에다가 술 한 병과 책 한 권이 덤으로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즐겁겠지요.


- 누나랑 생선을 먹으면서 난 매일 생선 몇 마리랑 책을 읽을 이불 하나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평생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누나한테 말하니 ‘그거 좋구나, 아주 좋아.’ 하고 웃어 주었다. (191쪽)
- “너, 이런 것에 왜 그렇게 집착해? 이게 그렇게 죽고 죽이고 할 만한 거니? 왜 안 해도 될 고생을 해? 싫으면 도망치면 될 것을.” (221쪽)


 네 살 아이를 왼팔뚝에 누여 재우면서 책 하나를 펼쳐 읽다가 스르르 잠듭니다. 아버지가 먼저 잠들고 아이는 나중에 잠듭니다. 아버지가 먼저 깨고 아이는 한 시간 남짓 더 잡니다. 아버지는 조용히 일어나서 아까 읽다가 잠들어 못 읽은 책을 조금 더 펼치다가 덮습니다. 기지개를 켜고 둘째 오줌기저귀는 또 얼마나 새로 나왔는가 가늠합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마흔 장을 알뜰히 채우겠군 하고 생각합니다. 둘째 오줌기저귀가 줄려면 앞으로 또 몇 날을 눈코 뜰 새 없이 빨래살이로 보내야 할까 하고 헤아립니다. 참 바쁘고 몹시 벅찹니다. 그래도 이렇게 바쁘고 저렇게 벅차면서도 손에 책 하나 쥘 수 있으니 고맙습니다. 바쁘기에 바쁜 만큼 책을 손에 쥐고, 벅차기에 벅찬 만큼 책을 손에 듭니다. 어버이라는 자리에 앞서 한 사람으로서 내 삶을 사랑하고 싶고, 어버이로서 아이와 함께 이 보금자리에서 사랑스레 살아가고 싶습니다. (4344.6.15.물.ㅎㄲㅅㄱ)


― 우리 집 (사이바라 리에코 그림·글,김문광 옮김,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펴냄,2011.1.20./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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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afe.naver.com/mphotonet/5926 

수채그림을 그리는 박정희 할머님 육아일기가 다시 나온다. 

할머니가 아직 몸과 마음을 맑고 밝게 돌보면서 살아가실 때에 

이 책이 다시 나오니 참으로 반갑다. 

새로 나오는 판은 예전에 나온 판이 편집을 너무 어수룩하게 해서 

책맛을 잃게 했던 아쉬운 대목을 잘 추스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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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숲의 아카리 7
이소야 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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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 석 장 느낌글 012] 서점 숲의 아카리 7


 《서점 숲의 아카리》 7권은 서점에서 일하는 여러 사람이 살며시 얼키고 설키는 풋사랑을 보여줍니다. 이동안 서점 일꾼으로 한삶을 보내는 사람 매무새는 어떠해야 좋을까 하는 생각을 들려줍니다. “테마는 하나지만 ‘그것을 읽고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그 사람에게 달렸다’는 느낌으로 가면 되잖아(33쪽).” 같은 말마디처럼, 서점 일꾼은 서점으로 찾아오는 손님한테 이 책을 읽으라거나 저 책을 사라거나 하고 말하거나 등을 밀 수 없습니다. 책손 스스로 어느 책을 읽거나 사려 하는지를 골라야 합니다. 더 생각한다면, 책을 읽는 사람 스스로 책마다 무슨 줄거리가 담겼고 어떤 넋이 깃들었는가를 헤아려야 합니다. 비평하는 사람이 얘기했으니 이대로 따를 수 없습니다. 교사나 어버이가 말했으니까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습니다. 책읽기는 책을 읽은 사람대로 받아들이는 삶입니다. 밥먹기는 밥을 먹은 사람대로 몸으로 삭이는 삶이에요. 스스로 살고 스스로 읽으며 스스로 먹습니다. 스스로 사랑하고 스스로 좋아하며 스스로 아낍니다. 짝사랑이든 풋사랑이든 참사랑이든 외사랑이든 실타래사랑이든 괜찮습니다. 내 삶이 사랑이면 흐뭇합니다. (4344.6.15.물.ㅎㄲㅅㄱ)


― 이소야 유키 그림,학산문화사 펴냄,20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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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가용과 책읽기


 자가용을 모는 사람은 책을 읽지 못한다. 버스를 모는 이 가운데 무척 드물게 운전대 옆에 책 하나 놓고 틈틈이 읽는 사람이 있다지만, 자가용 모는 사람 가운데 운전대 옆에 책 하나 놓으며 틈틈이 읽는다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짐차를 몰거나 택시를 모는 사람은 어떠할까. 온누리 온갖 자동차를 모는 사람들은 자동차를 모는 겨를하고 책을 읽는 겨를이 어떻게 될까.

 자동차를 모는 사람은 누구나 앞을 보며 달린다. 옆을 보거나 뒤를 볼 수 없다. 다른 자동차하고 받거나 스치지 않자면 옆거울이나 뒷거울을 본다. 그렇지만 옆이나 뒤를 보지는 않는다. 앞을 바라본다 하더라도 앞산이나 앞들이나 앞하늘을 바라볼 수 없다. 오직 앞길과 앞차만 바라볼 수 있다.

 집에서 식구들을 태우는 자가용일 때에는 아무것도 바라볼 수 없다. 모든 삶터는 휙휙 스친다. 달리기를 멈추고 오래도록 한 곳에서 느끼거나 누리거나 생각하지 못한다. 제아무리 아름다운 숲 사이 찻길을 달린다 하더라도 스치면서 살짝 맛보는 숲길이 될 뿐, 오래도록 멈추어서 숲과 바람과 하늘과 멧새와 풀벌레가 어찌 어우러지는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

 모든 자동차는 소리가 시끄럽다. 모든 자동차는 라디오를 틀든 노래를 듣든 소리를 키워야 들린다. 모든 자동차는 바깥에서 어떠한 소리가 나는지 들을 수 없고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귀뚜라미가 울든 꾀꼬리가 울든 아이들이 조잘조잘 놀이노래를 부르든 자동차는 이 모든 소리를 듣지 않는다. 이뿐 아니라 둘레 모든 소리를 잠재우고야 만다.

 모든 자동차는 아주 바쁘다. 가까운 길이든 머나먼 길이든 더 빨리 달리도록 하는 자동차일 뿐이다. 가까운 길을 가깝게 즐기거나 머나먼 길을 머나멀게 누리도록 하는 자동차는 없다.

 오토바이를 타면 바람을 짜릿하게 맛본다지. 그래, 바람을 짜릿하게 맛보기는 한다. 그렇지만 오토바이는 자동차보다 소리가 크게 난다. 둘레 소리를 죄 잠재울 뿐 아니라, 바람을 짜릿하게 맞는 동안 둘레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산들바람에 숲나무마다 나뭇잎이 반짝반짝 나부끼며 예쁜 소리를 내든, 어미새가 먹이를 찾아 새끼새한테 먹이며 고운 소리를 내든, 오토바이는 자동차보다 더 소리를 죽이고 더 삶을 죽인다.

 자동차를 몰면 운전대 옆에 책을 얹는다든지 놓으면서 건널목 신호에 걸릴 때에 들출 수 있는지 모르나, 오토바이를 몰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오로지 오토바이를 몰기만 할 뿐이다.

 나는 나부터 자가용이 되든 오토바이가 되든 몰거나 가지고 싶지 않다. 책읽기를 등질 뿐 아니라 책읽기를 짓밟는 자가용이나 오토바이는 밉다. 내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 나중에 자가용이나 오토바이를 몰겠다 할 수 있겠지. 다 큰 아이들한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지 말라 하고 이야기할 수 없다. 다 큰 아이들은 저희 하고픈 대로 해야 한다. 다만, 아이들한테 한 가지를 느끼도록 한 다음 저희 하고픈 대로 하라고 해야 어버이가 아닌가 생각한다. 소리와 냄새와 바람과 숲과 새와 흙과 햇살과 나무와 하늘과 별과 달과 냇물과 골목을 조용히 맞아들이고 나서 저희 하고픈 대로 하도록 하고 싶다. 이원수·이오덕·권정생·임길택·송건호·리영희·김남주·신동엽·김수영·고정희·윤정모·박경리 같은 사람들 글을 좋아하거나 아끼는 아이로 자란다면, 아이들은 맑으면서 밝은 길을 두 다리로 씩씩하게 걸어갈 테지. (4344.6.1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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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숲이 아니어도


 깊은 숲이 아니어도 나무 백 그루쯤 우거지면 새들이 아늑하게 둥지를 틀 수 있고, 푸른바람이 산들산들 시원합니다. 나무는 어느 나무라 하든 좋습니다. 굴참나무이든 떡갈나무이든 멧벚나무이든 물푸레나무이든 살구나무이든 오얏나무이든 뽕나무이든 다 좋습니다. 온갖 나무가 백 그루쯤 뒤섞여 우거져도 좋습니다.

 사람이 빚은 책이 될 때에는, 좋은 책이 아니어도 백 권쯤 모이면 사람들이 즐겁게 펼칠 수 있거나 고맙게 쥘 수 있거나 아름다이 누릴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람이 빚은 책은 이 책이든 저 책이든 가리지 않으면서 백 권쯤 갖춘다면, 또 천 권이나 만 권쯤 갖춘다면, 십만 권이나 백만 권쯤 갖춘다면 어떠할는지 궁금합니다.

 이 책 저 책이 있는 까닭은 이 책을 보고픈 사람과 저 책을 읽고픈 사람이 있기 때문일 테지요. 다 다른 사람들이 얼크러진 삶터이니 다 다른 사람들한테 도움이 될 온갖 책이 있을 만합니다. 그렇지만, 참으로 다 다른 사람들한테 다 달리 아름다울 책이 이렇거나 저렇게 있는 셈인지, 제법 팔리며 돈이 될 만한 책이 이렇거나 저렇게 있는 셈인지 아리송합니다.

 좋다고 할 만한 책이라면, 참으로 좋다고 할 만해서 아이들한테 물려줄 만한 책이라면, 천 권 만 권 십만 권 백만 권이 될 수도 있을 테지만, 꼭 백 권쯤만 알뜰히 추려, 책꽂이 하나 좋은 나무를 골라서 짠 다음, 얌전히 꽂고는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길 때가 더없이 어여쁘리라 생각합니다. (4344.6.1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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