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볶음밥


 어제에 이어 오늘 저녁에도 새우볶음밥을 한다. 아마, 첫째 아이가 생각하기로는 새우볶음밥이리라. 그러나, 아버지가 밥을 차리기로는 먼저 감자를 두 알이나 세 알을 아주 가늘고 작게 채 썰어 넣고, 당근과 무와 호박과 양파와 버섯 또한 아주 가늘고 작게 채 썰어 넣어 함께 물로 볶은 다음에 새우살을 녹여 함께 버무리는 볶음밥일 뿐이다. 마지막에 시금치나 근대나 열무를 채 썰어서 섞는다. 아버지 혼자 먹거나 어머니랑 둘이 먹을 때에는 새우살을 구태여 넣지 않는다.

 하루를 마무리짓는 저녁에 밥을 하면서 볶음밥을 한다. 웬만하면 새밥을 한다. 그러나 몸이 힘들고 빠듯할 때에 볶음밥을 떠올린다. 그렇지만, 참 고단한 볶음밥이다. 밥을 하기 힘들어 볶음밥을 하자고 생각하지만, 막상 볶음밥을 하자면 손이 얼마나 많이 가는지 모른다. 차라리 여느 밥을 새로 하고서 반찬을 두 가지 마련하기가 훨씬 쉽다. 한꺼번에 다 집어넣는다는 볶음밥이라고 할 터이나, 이 볶음밥을 하자면서 품과 손을 얼마나 많이 빨리 빠듯하게 써야 하는지 모른다.

 볶음밥을 하자면 손이 훨씬 많이 간다. 따지고 보면 여느 밥을 해도 손이 많이 간다. 아니, 밥을 차릴 때에는 어떠한 밥이든 손이 많이 간다. 오늘 저녁, 첫째 아이는 대단히 기운이 처졌을 뿐 아니라 먹구름이 감도는 아버지 곁에서 눈치를 살피며 아버지가 저녁을 해서 차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본다. 그저 개운하거나 기쁘거나 신날 때라면 오늘처럼 아버지가 저녁을 차리는 모든 모습을 곁에서 물끄러미 지켜볼 일이 없었겠지. 내가 생각해도 저녁을 해서 차리기까지 부엌과 방을 얼마나 자주 오가며 얼마나 자주 칼과 도마를 다시 씻고 다시 쓰는지 모른다. 그릇을 얼마나 자주 씻고 닦아 반찬이나 밥을 담아 옮겨야 하는지, 겨우 밥상을 차렸다 하더라도 어지러진 부엌을 치우느라 또 손이 얼마나 많이 가는지, 오늘은 참말 모처럼 아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가만히 지켜본다.

 아이가 고작 네 살밖에 안 되는데, 제 어버이 눈치를 보는 일이란 몹시 안 달갑다. 하나도 기쁘지 않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되는 줄 안다. 아이를 헤아리며 내가 이 아이만 한 나이였을 때에 내 어머니는 어떠했을까 하고 곱씹는다. 내 어머니도 참말 힘들었겠지. 내 어머니도 몹시 고단했겠지.

 조금도 좋을 일이 없지만, 이렇게 지나고 보니, 나는 나대로 나 어릴 적에 어머니가 어떻게 일하는지를 낱낱이 들여다보았다고 깨닫는다. 나는 나대로 나 어릴 적에 어머니가 어떻게 일하는지를 낱낱이 들여다보았기에, 이렇게 두 아이와 함께 살아가면서 부엌일을 하자고 쉴새없이 손을 움직일 수 있겠지.

 다른 날, 아이는 제가 얼마나 아버지한테 걸리적거리는지를 깨닫지 않는다. 그릇을 나르랴 수저를 나르랴 냄비를 나르랴 뭐를 하랴 하면서 방과 부엌을 뻔질나게 오가는 까닭을 헤아리지 않으며 그저 앞에서 길막기만 하면서 논다. 오늘은 제가 잘못한 일이 많다 보니, 아버지 눈치를 보며 제가 얼마나 길막기를 하며 걸리적거리는가를 조금이나마 느낄까.

 함부로 바라서는 안 된다. 섣불리 꿈꾸어서는 안 된다. 아버지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새우볶음밥을 했을 뿐이다. 밥을 옳게 안 먹으면서 투정을 부리는 아이 입맛을 살리고 싶어서 아이가 잘 먹는 새우를 넣은 볶음밥을 했을 뿐이다. 아이가 아버지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면 안 된다. 아이가 아버지가 하는 일을 모두 깨닫기를 꿈꾸어서는 안 된다. 아이는 그저 아이대로 사랑스러우면서 고맙다.

 손목이 끊어질 듯하대서 아이를 바라볼 때에 이맛살을 찌푸리지 말자. 허리가 두 동강 날 듯하대서 아이한테 말할 때에 쇳소리가 섞이지 않게 하자. 집일을 하면서 몇 시간 내리 쪼그려앉을 겨를조차 없다 할지라도 앓는소리 함부로 새지 않도록 하자.

 아이는 그저 아이이지 않은가. 아이가 미운털일 수 없지 않은가. 아, 팔뚝이 저려서 눈물이 난다. 이렇게 저린 팔뚝으로 첫째 아이 오줌기저귀 빨래할 일이 없는 일 하나로도 얼마나 고마운가. 서른넉 달 만에 오줌을 아주 잘 가리는 첫째 아이가 얼마나 거룩한가. 우리 어머니는 형이 밤오줌을 다 가려 형 오줌기저귀 빨래는 안 해도 되고 갓난쟁이였을 내 오줌기저귀만 빨래하면 되었을 때에 얼마나 형을 고맙게 여기며 기쁘게 맞아들였을까. 아이들하고 살아온 지 네 해가 된다지만, 나한테는 아버지 소리가 그예 부끄럽기만 하다. (4344.7.2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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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약


 옆지기가 한 주쯤 아무 일을 하지 말고 어디 나들이를 가서 푹 쉬라고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는 너무 힘든 나머지 이런 말을 들으면서도 무어라 대꾸를 하지 못한다. 저녁을 먹으며 조금씩 기운을 차리면서도 아무런 대꾸를 못한다. 그야말로 그냥 쓰러져야 하는데, 살붙이 셋이 고단히 잠든 깊은 저녁, 옆지기 말을 되새기면서 조금 더 잠을 미루어 보기로 한다. 오늘은 저녁밥을 차리기 앞서 왼손목이 다시 아프며 아무것도 집을 수 없었으나, 아프더라도 집일을 안 하면 누가 하겠느냐 생각하면서 둘째 기저귀를 빨고 밥을 차리며 설거지를 했다. 손목이 참말 대단히 아팠지만, 그래 아파서 어쩌겠니 생각하며 비눗물과 함께 흘려보냈다.

 저녁을 다 먹고 나서 둘째가 잠투정을 할 때에 한 번 안기도 한다. 그렇지만 손목이 몹이 아프니까 옳게 안지 못한다. 옆지기가 아기를 이리 안으면 어쩌냐고 말하지만, 왼손목이 너무 아프니까 옳게 안을 수 없다. 조금 앞서 첫째가 쉬가 마렵다며 끙끙대며 깨어나기에 얼른 바지를 내려 오줌그릇에 앉힌다. 오줌을 다 눈 다음 오늘은 처음으로 첫째를 품에 안아서 한동안 토닥이고 나서 자리에 눕힌다. 왼손목이 또다시 맛이 갔기에 아이를 안으면 몹시 엉성한 매무새가 될 뿐 아니라 아프다. 전기가 벼락처럼 온다. 그렇지만 옆지기한테 하루 내내 아이를 돌보라 할 수 없을 뿐더러, 옆지기가 아이들을 씻기도록 할 수 없다.

 저녁을 하면서 생각했다. 이렇게 힘들고 괴롭다 하더라도 밥을 하는 자리에서도 이러한 마음이라면 이러한 마음이 스며드는 밥을 먹으면 살붙이들 마음이 좋을 수 없다고.

 감자와 무와 당근과 호박과 버섯과 양파와 시금치를 채 썰면서 몇 번이나 손을 자를 뻔했다. 아차 하고 겨우 손가락이나 손톱을 안 베었으나, 밥을 하는 사람으로서 도마질 소리가 그닥 듣기 좋지 않았다. 그러나, 옆지기가 들려준 말을 자꾸자꾸 다시 생각하고 거듭 돌이켰다. 나보고 쉬라고? 나한테 이레나 말미를 주겠다고?

 말로라도 들려주면 좋을 노릇이리라. 아니, 말로라도 들려주기에 고마운 노릇이다. 나하고 옆지기가 서로 달라, 내가 옆지기처럼 몸과 마음이 많이 아파 아무 집일을 못하는 형편이라면, 나부터 내 옆지기한테, 여보 모쪼록 좀 쉬어요 어디 좀 바람 좀 쐬고 와요, 하고 이야기했으리라 생각한다. 내 옆지기 몸과 마음을 돌이킬 때에 아무런 집일이든 아이돌보기이든 하기 힘들 테지만, 이렇게 말할밖에 없겠다고 느낀다.

 옆지기가 걱정스레 마음을 쓸 만큼 나 스스로 내 하루를 옳게 건사하지 못했다. 내가 남자라서 그럴까. 남자는 집일을 도맡을 때에 참답거나 착하기 어려울까. 앤서니 브라운 님 그림책 《우리 엄마》를 읽으면, ‘우리 엄마’는 ‘사장님이 될 수 있었지’만 사장님이 안 되고 ‘우리 엄마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나는 어떠한가. 나는 내 두 아이한테 ‘우리 아빠’가 되는 사람인가, 잔소리꾼이나 꾸지람쟁이가 되는 사람인가.

 첫째만 있었을 때에, 또 첫째와 둘째를 집에 두고 읍내에 혼자서 장마당 마실을 다녀올 때에, 두 아이는 퍽 제 어머니 말을 잘 듣는다고 느낀다. 여느 때와 달리 한 사람이 둘을 맡아 돌보는 줄을 어떻게든 느끼지 않느냐 생각한다. 또한, 어머니가 집을 비우고 아버지 혼자 두 아이를 돌볼 때에도 두 아이는 아버지 말을 참 잘 듣는다.

 착한 첫째가 제 어버이 힘든 짐을 잘 나누어 맡는다고 느낀다. 귀여운 둘째도 어머니이든 아버지이든, 어떻게 저를 예뻐 하는지를 잘 받아들이는구나 싶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레이든 고작 하루이든 혼자 말미를 얻어 집일을 잊고는 푹 쉬고프지 않다. 옆지기한테 집일을 도맡기면서 쉴 생각이 없다. 옆지기가 들려준 이야기를 그저 보약으로 삼는다. 옆지기가 들려준 말을 곰삭이는 동안, 아프고 저려 움직일 수조차 없던 왼손목이 용케 움직이고 힘이 들어간다. 빨래도 설거지도 짐 들기도 못할 줄 알았더니, 보약을 먹고 나서 다시금 움직일 수 있다.

 보약은 딱 한 번만 듣는다. 보약은 꼭 한 번으로 끝이다. 이제 하루를 잘 자고 새 하루를 맞이하고부터는 첫째 아이를 꾸짖지 말자고 다짐한다. 잠든 아이 등을 쓸어내리면서 이듬날부터는 너를 나무라지 않겠다고 말한다. 보약을 먹은 아버지는 이 보약 기운이 얼마나 갈는 지 모를 노릇이지만, 참말 우리 두 아이한테 바라고 빌며 꿈꾸듯, 나부터 스스로 착하고 참다우며 곱게 이 집에서 살아가자고 생각한다.

 이제 마지막으로 생각한다. 내가 아픈 사람으로 지낸다 할 때에, 나는 내 고운 옆지기한테 보약을 줄 만한 그릇이 되는 어버이였을까. (4344.7.2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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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부터 우리 말글 이야기를 글로 담았습니다.
2011년을 맞이한 올해, 드디어 그동안 글로 담은 이야기 가운데
'사전'으로 엮을 한 가지를 추슬렀습니다.
 
책으로 내놓아 줄 출판사를 알아보아야 하고,
이 책을 찍는 데 들 종이값과 인쇄값을 도움받아야 하기에,
먼저 보기책을 만들어야 해요.
 
글을 추슬러 보기책으로 만들고 보니 모두 1414쪽입니다.
이번에 새로 만든 <우리 말과 헌책방 11호>는 134쪽인데
열 권을 더하고 54쪽을 붙여야 비로소 이 보기책 두께가 나와요.
다만, <우리 말과 헌책방 11호>는 80g 종이를 했으나
<토씨 -의 바로쓰기 사전> 보기책은 70g 종이를 써서
두께를 낮추고 인쇄비를 떨어뜨려야 하리라 생각해요 ㅠ.ㅜ
 
..
 
<토씨 -의 바로쓰기 사전> 보기책에는 모두 800 꼭지가 담깁니다.
그동안 쓴 '-의' 바로잡는 글 2000 꼭지 가운데 800 꼭지를 갈무리했습니다.
아쉬우나마(왜냐하면 2000 꼭지를 모두 살리지 못했으니),
이 800 꼭지 글을 담은 <토씨 -의 바로쓰기 사전> 보기책을 읽으면,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에 '-의'가 깃들지 않으면서
알맞고 보드라우며 어여쁜 내 말씨를 가다듬는 도움길을
살짝 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 열 몇 해에 걸쳐 우리 말글 이야기를 쓰고
이 <토씨 -의 바로쓰기 사전> 글을 엮으면서 수없이 다시 읽는 동안
'-의' 없이 말을 하고 글을 쓰는 길을 찾았습니다.
 
..
 
<토씨 -의 바로쓰기 사전> 보기책을 한 권 만드는 기본 종이값과 인쇄값 들은
2만 5천 원 남짓입니다. 이 사전을 받아보실 분한테 택배삯이 4000~5000원 들 테고,
종이값에 조금 보탬이 될 돈을 모으자면 1만 원을 붙여서,
한 권에 4만 원으로 할 생각입니다.
 
이 사전을 사 주실 분이 없으면... 너무 슬프지만,
어찌 되든 40권은 찍을 생각입니다 @.@
출판사와 한글단체와 기관에 보내고 제가 편집할 책으로 삼고 하느라
20권을 쓰고, 20권이 남아요.

꼭 20 사람이 이 사전을 사 주시면 고맙겠고,
20 사람이 넘게 주문해 주신다면 50권이나 60권도 찍을 수 있겠지요 ^^;;;
 
..
 
이번 주말까지 편집을 모두 마쳐서 소량인쇄를 맡깁니다.
주문하고 싶으신 분은 7월 23일까지 말씀해 주셔요.
책값은 "하나은행 450-910096-65807 최종규"로 넣으시고
주소와 전화번호를 비밀댓글로 알려주시면 돼요.
 
아무쪼록, 이 <토씨 -의 바로쓰기 사전>이
다가오는 2012년에는 좋은 출판사를 만나 햇빛을 볼 수 있기를 꿈꿉니다.

도와주시거나 도와주시지 못하거나,
모든 분들한테 고맙다고 인사말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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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의'를 안 쓰려면
    from 조선인, 마로, 해람의 서재 2011-07-21 21:27 
    아직 책으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값진 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관심 있는 분들 보세요.'의'를 안 써야 한다고 하나 안 쓰는 방법을 모르는 아줌마 올림
 
 
마녀고양이 2011-07-20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된장님, 저 무척 궁금합니다.
한권 주문합니다. 오늘 밤 12시 이내로 입금하겠습니다.

주소는 쪽지보다는 그냥 여기에 쓸게요. (한번도 알라딘 쪽지 보내본 적이 없어서요..^^)

2011-07-20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1-07-20 21:19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ㅠ.ㅜ
새벽부터 저녁까지 아이랑 복닥이고 집일을 하느라 해롱거려서
주소 옮겨적을 기운이 없어 새벽에 일어나 다시 들어와서
적으려고 하니까, 그때까지 그대로 두시면 좋겠어요 ^^;;;;

고맙습니다.
이번 주말까지 다시 잘 살펴서 다음주 월요일에 소량인쇄
기쁘게 주문 넣으려고 해요~

가좌마을에 사시는군요 @.@
저한테는 장모님 장인어른 처제...
옆지기한테는 부모님과 동생이
가좌마을 한켠에 살아요 ^^;;;

2011-07-21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1-07-21 19:14   좋아요 0 | URL
오오... 고맙습니다 @.@

서재에서 알림글을 띄우는 방법은 없더라구요 ^^;;;;;

그냥 아무 글을 더 안 올리는 일이 방법이랄까요...

귀한 정보로 여겨 주셔서 고마워요 ~~ ^^

조선인 2011-07-2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문합니다.
입금 한 뒤 주소 알려드릴게요.

파란놀 2011-07-22 03:13   좋아요 0 | URL
오홋! 고맙습니다! 아무쪼록 도움이 되는 즐거운 길잡이책으로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어요~~~ ^__^

분꽃 2011-07-24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주문해도 되지요? 안돼도 되게 해 주셔요...꾸벅!!
책값 보냅니다~~

파란놀 2011-07-24 15:32   좋아요 0 | URL
네, 이제 다음주에 찍는데, 40권 만들 때에 몇 권이 남아서 분꽃 님 몫까지 되겠어요. 고맙습니다~~ ^^

한방블르스 2011-07-25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주문해도 될까요?
이제서야 보았습니다.

파란놀 2011-07-25 12:28   좋아요 0 | URL
아, 오늘 한 시간쯤 뒤에 최종인쇄 부수를 이야기하기로 했는데, 지금 주문하셔도 됩니다 ^^;;; 얼른 결정해 주셔요~ ^___^

한방블르스 2011-07-25 14:46   좋아요 0 | URL
늦지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입금하겠습니다.

2011-07-25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1-07-26 02:53   좋아요 0 | URL
오오~ 고맙습니다 ^^
아마 이번 금요일쯤 책이 나와서 다음주에 받으실 수 있을 텐데,
즐겁고 반갑게 맞아들여 주셔요.

한방블르스 2011-07-26 03:57   좋아요 0 | URL
책의 내용은 정확히 모르겠으나 <사랑하는 글쓰기>를 잘 읽고 있어 도움이 될 책이라 생각합니다. 전혀 의식하지 못하던 것에 대하여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책을 읽은 이후로 생각하면서 글을 쓰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파란놀 2011-07-26 09:47   좋아요 0 | URL
네, 앞으로도 말이며 삶이며 넋이며
곰곰이 돌아보면서
아름다이 걸어갈 길을
슬기롭게 생각해 주셔요~~ ^^

한방블르스 2011-08-03 17:28   좋아요 0 | URL
책 잘 받았습니다.
함께 보내주신 <자전거 함께 살기>도 감사합니다.

파란놀 2011-08-04 04:08   좋아요 0 | URL
네, 모두 즐거이 읽어 주셔요~~` ^^

박미애 2011-08-09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책 주문 가능하나요? 가능하다면 주문하고 싶어요.

파란놀 2011-08-09 13:23   좋아요 0 | URL
죄송스럽게도, 보내 드릴 책이 없습니다.

스무 사람이 모여서 공동구매를 한다면 다시 찍을 수 있지만,
어떻게 할 수 없네요.

고맙습니다~


박미애 2011-08-09 23:41   좋아요 0 | URL
네 아쉽네요. 선생님이 쓰신 아직 안 읽은 책들을 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이불을 빨래하는 등허리


 장마철이 끝나고 해가 난대서 이불을 석 채 빨았더니 등허리를 펴기 어렵다. 하루에 한 채씩 빨아야 했을까. 눈부시게 따사로운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이 햇볕을 고이 맞아들이고 싶었는데, 석 채째 빨았을 때에 도랑가에서 이불을 들어올리기 몹시 힘들었다. 끄응 하고 겨우 들어올려 물을 짠 다음 빨랫줄에 넌다. 투두둑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빙 돌아가며 물기를 더 짠다. 먼저 빨아서 넌 이불은 뒤집는다. 한 시간에 한 번쯤 다른 이불도 뒤집는다. 저녁 일곱 시까지 널어서 말린다. 장마가 끝나고 맞이한 첫 날이라 그런지 이불이 아주 보송보송 마르지는 않는다. 하루 더 해바라기를 시키면 구석구석 보송보송 잘 마르겠지. 첫째 아이 이불까지 빨았으니, 제대로 따지면 하루에 이불 넉 채를 빤 셈이다. (4344.7.19.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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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7-19 10:22   좋아요 0 | URL
물 한모금 먹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처럼,
이불 한채 빨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하셨어야죠~^^

빨아 넌 이불을 향하여도,
아이의 등허리를 향하여도,
햇살은 고루 넉넉한 것이 욕심부리지 않아도 되니...같이 여유로워지네요~

파란놀 2011-07-19 14:14   좋아요 0 | URL
오늘은 읍내 우체국에 갔다 와야 하기에...
내일 더 빨려고요... @.@
 
In Focus: August Sander: Photographs from the J. Paul Getty Museum (Paperback) - Photographs from the J. Paul Getty Museum
August Sander / J Paul Getty Museum Pubns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람사진이 아름다운 까닭
 [잘 읽히기 기다리는 사진책 31] 아우구스트 잔더(August Sander), 《in focus AUGUST SANDER》(The J.Paul Getty Museum,2000)



 타셴(Taschen)에서 1999년에 내놓은 《August Sander》를 2006년 7월에 처음 만났습니다. 서울 연남동 골목 안쪽에 자리한 책쉼터에 예쁘게 꽂힌 이 책을 이곳을 찾아갈 때마다 들추곤 했습니다. 빌려서는 읽을 수 없고, 이곳에 찾아올 때에만 읽을 수 있습니다. 이제 이곳은 문을 닫았으니 더 찾아 읽을 수 없습니다만, 도서관이나 책쉼터가 왜 있어야 하는가를 새삼 깨닫도록 해 주었습니다.

 2010년 11월, 서울 홍익대 앞에 자리한 책방 〈온고당〉에서 또다른 《August Sander》를 만납니다. 이번에는 포토 포쉐(PHOTO POCHE)에서 1995년에 낸 판입니다. 이곳에서는 구경만 할 수 있기도 하지만 살 수도 있습니다. 기꺼이 장만합니다. 석 달이 지난 2011년 2월, 설마 싶어 누리책방을 뒤적여 봅니다. 사진쟁이 아우구스트 잔더 님 사진책 몇 가지를 집에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마땅한 소리이지만, 돈만 있으면 5만 원짜리이든 8만 원짜리이든 마음껏 살 수 있습니다. 내 살림돈은 그리 넉넉하지 않기에 2만 원짜리 작은 사진책을 하나 사기로 합니다. 보름쯤 기다린 끝에 책을 받아듭니다. 2000년에 나온 《in focus AUGUST SANDER》(The J.Paul Getty Museum,2000)를 손에 쥐면서 생각합니다. 예나 이제나 앞으로나 아우구스트 잔더 님 사진책이 한글판으로 나오기를 바랄 수 없고, 바라기 힘들며, 바란다는 일은 부질없으니, 책을 살 돈을 조금씩 그러모아 이렇게 하나씩 나라밖 책을 사야겠구나.

 내 누리책방 ‘보관함’에는 어느덧 백서른 권이 넘는 나라밖 사진책이 담깁니다. 권마다 줄잡아 사오만 원쯤 되니, 백서른 권만 하더라도 책값으로 오백만 원이 넘습니다. 언제쯤 이 사진책을 다 장만할 수 있겠는가 꿈을 꿉니다. 어쩌면 앞으로 열 해나 스무 해나 서른 해가 지난 뒤까지 보관함에서 잠을 자다가 그만 판이 끊어져 더는 살 수 없는 책이 있겠지요. 책으로는 만지거나 들추지 못한 채 그저 책이름만 읊으며 그칠 사진책이 퍽 많겠지요. 나는 내 깜냥껏 푼푼이 그러모은 돈으로 겨우겨우 사들인 사진책을 갈무리해서 자그마한 ‘개인 도서관’을 하나 열었지만, 내 적은 살림돈으로는 장만하기 어려운 수많은 사진책이 가득 꽂힌 너른 사진책 도서관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마련한다면, 이리하여 이 나라에 ‘국립 사진책 도서관’이 한 군데쯤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새로운 꿈을 꿉니다.

 그러나, 여권 없고 비행기표 살 틈이 없는 몸으로서는 덧없다 싶은 꿈은 꾸지 말아야지요. 나라밖 사진책을 귓돈 살짝 얹어 집에서 받아볼 수 있는 오늘날 터전을 생각한다면, 내 책을 내가 건사해서 마련한 도서관으로도 흐뭇하고, 나라밖 사진책으로 무엇이 있는지를 누리책방에서 살펴보며 보관함에 담을 수 있기라도 한 일은 아주 고마우며 반갑고 즐겁습니다. 아우구스트 잔더 님 사진책을 반드시 한글 판으로 읽어야 하지는 않거든요. 영어 판이든 프랑스말 판이든 독일말 판이든 일본말 판이든 괜찮습니다. 사진을 볼 수 있으면 어느 판이든 고맙습니다. 그저, 책 앞이나 뒤에 붙는 풀이말이나 도움말은 한 줄조차 못 읽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책 앞뒤에 붙는 다른 글을 못 읽기 때문에, 더욱더 땀을 쏟거나 마음을 기울여 ‘사진읽기’만 하면 됩니다. 내 깜냥껏 사진을 읽고, 내 슬기를 모두어 사진을 새기며, 내 기운을 들여 사진을 껴안습니다.

 《in focus AUGUST SANDER》(The J.Paul Getty Museum,2000)를 펼칩니다. 박물관에서 건사한 사진을 하나씩 보여주면서 이 사진마다 깃든 이야기를 붙입니다. 책 끝에는 퍽 길게 ‘아우구스트 잔더 사진삶 돌아보기’를 놓고 박물관 사람이랑 사진비평가랑 주고받은 이야기를 싣습니다.

 《August Sander》(PHOTO POCHE,1995)를 펼칩니다. 앞머리에 ‘아우구스트 잔더 사진삶 살피기’를 꽤 길게 붙인 다음, 사진만 죽 보여줍니다.

 두 사진책에는 겹치는 사진이 거의 없습니다. 《in focus AUGUST SANDER》에 실린 사진은 ‘The J.Paul Getty Museum’이라는 데에서만 책으로 엮어 보여줄 수 있는지 모릅니다. 한 장쯤 겹치는 듯한데, 두 사진책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싶으면서, 아우구스트 잔더 님 사진을 하나라도 더 볼 수 있어 기쁩니다.

 사람을 앞에서 가만히 마주 바라보면서 담은 사진은 사진으로 찍히는 사람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가 하는 발자취와 굳은살이 살포시 감돕니다. 마주 바라보는 사진은 많고, 마주 바라보는 사진은 누구나 으레 찍습니다. 그렇지만 한 사람 발자취와 굳은살을 고이 어우르려고 마음을 바치거나 힘을 들이는 사진쟁이는 많지 않아요. 얼굴과 차림새와 눈빛에 사로잡히기 일쑤입니다.

 얼굴이 이루어진 발자취, 차림새에 드러나는 하루하루, 눈빛에 서린 마음결과 생각밭을 고루 헤아리면서 함께 사랑하는 ‘사람사진’은 좀처럼 태어나지 못합니다.

 사람을 찍는 사진이란, 사진으로 찍히는 사람이 누구이며 어떠한가만 찍는 사진이 아닙니다. 사람을 찍는 사진이란, 이 한 사람하고 얽힌 사람살이와 마을과 이웃과 동무와 사랑과 꿈이 줄줄이 이어지도록 찍는 사진입니다. 굳이 눈물을 찍어야 하지는 않습니다. 애써 웃음을 찍어야 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삶을 찍으면 됩니다. 사진기를 쥔 사람과 사진기를 바라보는 사람이 서로를 삶으로 마주하면서 함께 손을 맞잡듯 사람사진을 찍을 수 있으면 됩니다.

 아우구스트 잔더 님 사진은 대단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사진으로 찍는 밑바탕을 보여줄 뿐입니다. 사람을 사진으로 찍는 매무새를 마무리짓는다든지 빛낸다든지 한껏 끌어올린다든지 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사진으로 찍는 밑마음을 들려줄 뿐입니다.

 사진이란 대단하지 않습니다. 사람사진이란 대단하지 않습니다. 아우구스트 잔더 님이란 대단하지 않습니다. 저마다 다른 사람들 삶과 목숨과 죽음과 사랑이 대단합니다. 이 대단한 다 다른 사람들 삶과 목숨과 죽음과 사랑을 사진으로 옮긴대서 사진이 대단하지 않습니다. 이 대단한 이야기를 사진으로 적바림할 수 있으면, 사진은 아름답습니다. 사진은 아름답게 걸어가는 사람들 삶자락을 적바림하는 예쁜 문화이자 예술이요 이야기마당입니다. (4344.7.1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1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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