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어린이

 


 아이는 스스로 걷고 스스로 달리고부터 뒷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는 스스로 걷지 못하고 스스로 잘 달리지 못할 때에는 으레 앞모습만 보여준다. 이제부터 제 어머니 아버지가 제 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씩씩하며 굳세다. 좁은 디딤돌을 밟으며 아슬아슬 기우뚱거려도 예쁘게 걸을 줄 안다. (4345.2.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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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으로 보는 눈 175 : 자연을 잃은 책읽기

 


 ‘한 사진가와 살아온 14권의 사진책들’이라는 이름이 작게 붙은 사진책 《사진과 책》(안목)이 2011년 12월에 조용히 태어났습니다. 조용히 태어난 책을 조용히 읽습니다. 어수선히 떠들지 않는 목소리를 담은 책은, 갓 태어날 무렵에도 언론사들이 어수선히 떠들며 알리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여러 언론매체 소개를 널리 받지 못했습니다. 아니, 언론매체 소개를 거의 받지 못했어요.

 

 사진과 함께 살아가는 박태희 님은 《사진, 찍는 것인가 만드는 것인가》(2008)와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2011)를 한국말로 옮겼습니다. 손수 찍은 사진을 담은 《사막의 꽃》(2011)을 내놓기도 했으며, 이제 ‘사진을 말하는 사진책’인 《사진과 책》까지 내놓으며 사진밭 이야기를 한껏 북돋우는 길을 작게 엽니다.


 로버트 아담스라는 미국사람이 일군 사진책 《The New West》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박태희 님은 “만약 그의 사진에서 단순히 환경의 위기를 일깨우는 경고성 메시지만 읽혀지거나 새로운 지형에 대한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아름다움만 느껴졌다면, 그의 사진집은 내 책장 한켠에 처박혀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었을 것이다. 반면 지치고 힘들 때마다 그의 사진집을 펴놓고 조용히 자신의 삶을 위로받는 독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분명 풍경을 넘어선 특별한 점이 있다는 얘기다(99쪽).” 하고 말합니다. 지치고 힘들 때에 읽으며 새힘을 북돋운 사진책이라고 여긴 나날이었기에, 이런 사진책 열네 권을 그러모아 새로운 이야기책 하나 내놓겠지요. 박태희 님은 로버트 아담스라는 사람을 읽고, 나는 박태희라는 사람을 읽으며 로버트 아담스를 나란히 읽습니다.

 

 《사진과 책》이 태어나던 즈음, 모처럼 서울마실을 하는 길에 독립문 영천시장 어귀에 자리한 헌책방 〈골목책방〉을 들르는데, 마침 《한국의 발견》(뿌리깊은 나무,1983) 열한 권이 첫판으로 예쁘게 꽂힌 모습을 보았습니다. 낱권으로 하나씩 사서 읽다가 그예 짝을 못 맞추었는데 참 반갑구나 하고 인사하며 장만했습니다. 짐이 무거워 택배로 부쳐 주십사 이야기하고 집으로 돌아와 즐거이 받아서 읽습니다. 열한 권 가운데 전라남도 책을 먼저 뽑아서 고흥군 이야기부터 살핍니다. 1983년 통계로 고흥군은 19만이 넘게 살았고 외국사람은 열둘뿐이었답니다. 2012년 고흥군은 7만을 살짝 넘고 외국사람은 오백 안팎이에요. 1983년에 서울이나 다른 큰도시는 몇 만에 이르는 사람이 살았고 2012년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까요. 이 숫자는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까요.

 

 서른 해 사이에 거의 1/3로 줄어든 고흥사람 숫자는 앞으로 더 줄어들밖에 없습니다. 이동안 도시사람 숫자는 차츰 늘어날 테고, 도시에서는 집이며 물이며 일자리이며 모자라다 하겠지요. 도시에서는 집을 새로 짓고 길을 새로 내며 자동차 새로 늘어나느라 자연이 더 무너져야 합니다. 자연을 더 파헤치고 아파트와 높은 건물 잔뜩 늘려야 해요.

 

 스스로 자연을 잃는 삶이고 맙니다. 스스로 자연을 잃는 넋이 되고, 스스로 자연을 잃는 사랑으로 흐릅니다. 돈과 문명을 얻는 만큼 자연과 사랑을 잃고, 돈과 문명을 읽는 만큼 자연과 사랑을 읽지 못합니다. (4345.2.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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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웅진출판사에서 펴낸 <세계의 어린이 7 : 부탄>을 찍은 일본사람 이름을 한자로 어떻게 적는지 가까스로 알아내다. 게다가 2007년에 한국에서 옮긴 책이 하나 있는 줄 뒤늦게 알아챈다. 이 멋진 사진책을 일본판으로 어떻게 찾나 했더니, 알라딘에 일본판은 안 뜨나 한글판이 뜨니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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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사람들 지구촌 이야기- Life on Earth
고마쓰 요시오 글.사진, 예상열 옮김 / 한림출판사 / 2007년 2월
38,000원 → 34,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9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2월 1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2년 02월 04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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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Doisneau: Paris: New Compact Edition (Paperback)
Doisneau, Robert / Flammarion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사진책 《My Paris》는 다시 살 수 없는 사진책이기에,

다른 로베르 두와노 사진책에 이 글을 붙입니다.

 

 


 

 사랑하는 고장과 이야기를 사진으로
 [잘 읽히기 기다리는 사진책 48] 로베르 두와노(Robert Doisneau), 《My Paris》(Macmillan,1972)

 


 더 잘 찍는 사진이란 없기 때문에, 더 사랑스레 느낄 사진이란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느 사진이든, 이 사진 하나는 옹글게 태어납니다. 더 못났다 싶은 사진이나 더 잘났다 싶은 사진이란 없습니다. 초점이 어긋나거나 초점이 빈틈없이 맞거나 대수롭지 않아요. 흔들렸거나 안 흔들렸거나 대단하지 않습니다. 사진으로 태어났으면 어느 사진이든 사랑스러운 넋이 깃듭니다.

 

 서울이 인천보다 나은 삶터가 아닙니다. 인천이 수원보다 나은 삶터가 아닙니다. 수원이 보성보다 나은 삶터가 아닙니다. 보성이 부산보다 나은 삶터가 아닙니다. 부산이 도쿄보다 나은 삶터가 아니에요, 도쿄가 파리보다 나은 삶터가 아니에요.

 

 

 

 어느 곳이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한테 가장 걸맞으면서 좋은 삶터입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서울을 가장 따스하거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럽거나 즐거이 받아들일 만합니다. 파리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파리를 가장 좋거나 멋스럽거나 기쁘게 받아들일 만해요.

 

 굳이 쿠바 아바나를 사진으로 담아야 대단하지 않습니다. 애써 네팔 카트만두를 담아야 빛나지 않습니다. 인도 캘커타를 담거나 일본 훗카이도를 담아야 아름답다 하지 않아요. 내가 사랑하는 터전에서 나 스스로 사랑하는 삶을 일구면서 사진을 찍어야 비로소 즐겁게 읽을 만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마을에서 내 좋은 이야기를 오순도순 나누는 나날을 고스란히 담을 때에 바야흐로 기쁘게 나누는 사진이라 이름 붙입니다.

 

 

 

 로베르 두와노(Robert Doisneau) 님이 빚은 사진책 《My Paris》(Macmillan,1972)를 읽습니다. 로베르 두와노 님한테는 아주 마땅히 “내가 살던 파리”요 “우리 파리”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파리”일 테고 “나와 파리”가 돼요.

 

 프랑스이든 파리이든 밟은 적 없는 나로서는 사진책으로 프랑스와 파리를 헤아립니다. 프랑스마실을 한 적조차 없지만 프랑스사람을 만난 적마저 없지 않느냐 싶어, 이 사진책을 펼치며 비로소 프랑스 이야기를 곰곰이 돌아봅니다.

 

 

 

 파리라서 대단할까? 파리라서 돋보일까? 파리라서 눈부신가? 파리라서 남다른가?

 

 글쎄, 나는 사진책 《My Paris》를 읽는 내내 가슴속으로 스며드는 남다르거나 빛다르다 할 만한 이야기는 느끼지 못합니다. 로베르 두와노 님이 살아가는 파리는 이러한 모습이로구나 하고 느낍니다. 내가 파리에서 살아간다 하면 이러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일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로베르 두와노 님이 좋아하는 꿈이 깃든 파리는 이러한 모습이로구나 하고 느낍니다. 내가 파리에서 나고 자라며 파리를 바라본다면 아주 다른 빛깔과 느낌과 이야기를 나눌 사진을 찍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로베르 두와노 님은 다른 사람들한테 프랑스 파리를 이렇게 보여주고 싶었구나 하고 느낍니다. 나는 프랑스 파리이든 한국땅 고흥이든 이 사진책에서와는 사뭇 다르게 사람들 삶과 사랑과 꿈을 들려주고 싶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스스로 사랑하는 고장과 이야기를 사진으로 찍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나날을 사진으로 옮깁니다. 누구나 스스로 즐거이 누리는 꿈과 노래와 밥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프랑스에 가면 에펠탑을 오른다든지 몽마르트에 간다든지 하란 법이 없습니다. 무슨 박물관에 간다거나 무슨 도서관에 간다거나 누구 무덤에 간다든지 하란 법도 없어요.

 

 누군가는 프랑스에 펼쳐진 숲을 느끼고 싶겠지요. 누군가는 프랑스를 싱그러이 북돋우는 멧자락을 느끼고 싶겠지요. 누군가는 프랑스에 있을 갯벌과 바다를 느끼고 싶겠지요. 누군가는 프랑스에서 올려다볼 뭉게구름을 느끼고 싶겠지요. 또, 누군가는 프랑스에 있을 헌책방을 느끼고 싶을 테고요.

 

 

 

 

 어느 모습을 어떻게 담더라도 프랑스 모습이요 프랑스 이야기입니다. 어떤 빛깔을 어찌저찌 옮기더라도 프랑스 파리 이야기입니다. 어떤 꿈과 사랑이 감도는 모습을 담더라도 프랑스 파리를 이루는 사람들 이야기예요.

 

 스스로 사랑하는 고장이 아니라면 섣불리 사진을 찍지 못합니다. 스스로 사랑하는 이야기를 느끼지 못하면 필름과 메모리카드만 끝없이 채울 뿐, 고운 빛살을 보여주지 못해요.

 

 

 

 날마다 우중충한 빛살을 느껴 우중충한 빛살을 보여줄 수 있어요. 날마다 어두컴컴한 시멘트 그늘을 느껴 어두컴컴한 그늘을 보여줄 수 있어요. 날마다 시원한 여름바람 나무그늘을 느껴 시원한 여름바람 나무그늘을 보여줄 수 있어요.

 

 하루 동안 새벽부터 밤까지 돌아다니며 내 이야기 찾을 수 있습니다. 예닐곱 해나 스무 해에 걸쳐 오래도록 바라본 내 이야기 찾을 수 있습니다. 한 해 네 철 따라 바라본 내 이야기 찾을 수 있겠지요.

 

 내가 좋아하는 삶결 그대로 내가 즐거이 빚는 사진입니다. 내가 누리는 삶결 고스란히 내가 애틋하게 보살피며 예쁘게 빚는 사진이에요.

 

 슬프다고 느끼며 살아가면 슬프다고 느낄 사진이 태어나요. 기쁘다고 느끼며 살아가면 기쁘다고 느낄 사진이 태어나요. 서럽다 여기며 살아가면 서럽다 느낄 사진이 태어나고, 외롭다 느끼며 살아가면 외롭다 느낄 사진이 태어나요.

 

 옳거나 맞거나 틀리거나 그릇된 사진은 없어요. 모두 다 다른 사람들, 모두 다 다른 삶, 모두 다 다른 사랑과 아픔과 이야기 아로새기는 사진이에요. (4345.2.4.흙.ㅎㄲㅅㄱ)

 

 

 

 

 

(사진 잘 보셨으면, 구경삯으로 추천 한 번을~ ^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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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우의 오두막 - 어린이를 위한 <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스티븐 슈너 엮음, 피터 피오레 그림, 김철호 옮김 / 달리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어떤 삶을 꿈꾸어야 즐거울까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35] 피터 피오레·스티븐 슈너, 《소로우의 오두막》(달리,2003)

 


 깊은 새벽, 둘째 아이가 끅끅 소리내며 잠들지 못합니다. 아이 어머니가 따순 물을 주라 하는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끓입니다. 물잔에 따순 물을 담습니다. 숟가락 하나 물잔에 넣고 방으로 들어옵니다. 밤새 젖만 물려 하는 아기한테 물을 먹입니다. 예닐곱 숟가락쯤 물을 떠먹은 아기는 고개를 요리조리 홱 돌립니다.

 

 다시 잠들려나, 새벽에 놀자고 하려나. 아이 어머니가 너무 힘듭니다. 아이 옷을 입힙니다. 품에 안고 어릅니다. 등에 업고 포대기를 두릅니다. 오줌기저귀는 대야에 담급니다. 살짝 마당으로 나옵니다. 고요하고 어두운 마을을 휘 둘러봅니다. 밤바람이 엊그제처럼 차갑지 않습니다. 아이한테 이렇게 고요하고 깜깜한 밤에 다들 코 자고, 너도 코 자야지, 하고 이야기합니다.

 

 방으로 들어옵니다. 포대기를 끌릅니다. 선 채 아이를 안고 아주 나즈막한 목소리로 자장노래를 부릅니다. 아이가 머리를 내 왼쪽어깨에 기대는 무게가 조금 무겁구나 싶을 무렵 자리에 앉습니다. 아이가 내 가슴에 댄 손에 힘이 스르르 풀려 밑으로 톡 처질 무렵 자장노래를 그칩니다. 포대기를 갭니다. 갠 포대기는 베개로 삼아 내 왼허벅지에 받혀 아기를 눕힙니다. 작은 이불을 덮습니다. 눈에는 얇고 작은 손닦개를 덮습니다.

 

 자리에 눕혀도 될 듯하지만, 자리에 눕히면 또 어머니만 찾겠다 싶어, 내 무릎에 누여 새벽을 보낼까 생각합니다.


.. 3월이 끝나갈 무럽, 나는 도끼 한 자루를 빌려서 월든 호숫가 숲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집 짓는 데 쓸 키 큰 소나무들을 찍어 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일을 한 곳은 아늑한 언덕바지였습니다. 소나무 숲이 언덕을 덮고 있었고 그 숲 사이로 호수가 내려다보였습니다 ..  (4쪽)

 


 피터 피오레 님이 그림을 담고, 스티븐 슈너 님이 엮은 그림책 《소로우의 오두막》(달리,2003)을 읽습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 님이 미국 월든 못가에 오두막 한 채 지어 조용히 살아가던 나날을 톺아보는 이야기 담는 그림책입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소로우 님 삶을 아이들한테 들려주는 위인전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림책 엮음새를 곰곰이 살피면, 이 그림책은 말 그대로 그림책이지 위인전이 아니구나 싶어요. 아이들한테 그림책을 읽힐 어른들부터 찬찬히 돌아보면서 ‘오늘 내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생각하자고 이끈다고 느껴요.


.. 나는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서둘러 괭이질을 끝내고 굴뚝을 올렸습니다. 그때까지는 매일 이른 아침 집 밖 맨땅에 불을 지펴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  (11쪽)


 소로우 님은 도끼 한 자루를 빌려 집을 지었다고 합니다. 스스로 나무를 벱니다. 벤 나무는 스스로 손질합니다. 빈 오두막 하나를 사들여, 새 오두막 지을 때에 쓸 널판을 얻었다고 합니다. 널판은 손수 못을 빼고 다듬었다고 합니다.

 

 소로우 님은 누구한테서 집짓기를 배웠을까요. 누가 소로우 님한테 집짓기를 가르쳤을까요. 소로우 님네 어버이가 집짓기를 가르쳤을까요. 어린 소로우 님이 당신 어버이한테서 집짓기를 배웠을까요.

 

 지난날 미국에서나 오늘날 한국에서나 집은 돈을 치러 장만할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든 시골에서든 돈이 있으면 내 마음에 들 만한 집을 골라 얼마든지 얻을 수 있습니다. 아마 거의 모든 어버이는 거의 모든 아이들한테 집을 손수 짓는 길을 보여주는 삶이 아니라, 집을 돈으로 마련해서 몸뚱이만 깃들이는 길을 보여주는 삶이 아니겠느냐 싶어요.

 

 나부터 생각합니다. 나부터 내 어버이한테서 집짓기를 배우지 못했습니다. 나부터 내 아이한테 집짓기를 가르치자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집짓기를 배우자면 내가 내 삶과 꿈과 넋에 걸맞게 지낼 집이 어떠해야 좋은가를 곰곰이 그려야 합니다. 내 집을 어떻게 마련하고 싶다는 꿈을 꾸면서 마음속으로 이야기를 엮고, 이 꿈과 이야기에 따라 집을 지을 나무와 흙과 돌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를 살핍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날씨가 어떠한 곳에서 살고픈가를 살핍니다.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며 살겠느냐 하고 생각합니다. 내가 지을 보금자리에서는 누구하고 어떻게 살림을 꾸리고 싶은가를 생각합니다.

 


.. 소나무와 덩굴옻나무에 둘러싸여 홀로 고요히 앉아 있으면, 새들이 가까이서 지저귀거나 소리 없이 집 안을 지나 날아갔습니다 ..  (16쪽)


 밑그림을 그리면 이제 몸을 움직입니다. 내 몸을 내 뜻대로 움직이며 땀을 흘립니다. 마땅하고 좋은 자리를 스스로 찾아내어 기쁘게 일합니다.

 

 그래요. 어버이부터 집을 지어야 아이들이 집을 짓겠지요. 어버이부터 집을 짓자고 꿈을 꾸어야 아이들도 집을 짓는 꿈을 꾸겠지요. 어버이부터 내 삶을 어떻게 사랑하며 아끼고 싶은가를 꿈꾸어야 아이들도 아이들 삶을 어떻게 사랑하며 아끼면 즐거운가 하고 꿈을 꾸겠지요.

 

 어버이 스스로 꿈을 꾸지 않을 때에는 아이들이 꿈을 꾸기 어렵습니다. 어버이는 꿈을 꾸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꿈을 꿀는지 모르나, 어버이부터 꿈을 꾸지 않을 때에는 아이들이 홀가분하게 꿈을 꾸는 길을 가로막거나 헤살을 놓기 마련이에요.

 


.. 달빛 쏟아지는 밤에 여우들이 꿩이나 다른 먹잇감을 찾아 얼어붙은 눈밭 위를 돌아다니며 들개처럼 짖어대는 소리가 들릴 때도 있었습니다. 새벽이면 붉은다람쥐가 지붕 위를 뛰어다니고 벽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나를 잠에서 깨웠습니다 ..  (26쪽)


 소로우 님은 꿈을 꾸는 사람이었기에 도끼 한 자루를 빌렸습니다. 소로우 님은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기에 나무를 베고 집을 지었습니다. 소로우 님은 넋을 아름다이 돌보는 사람이었기에 숲과 들과 짐승들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하루하루 즐거이 누렸습니다.

 

 《소로우의 오두막》을 덮다가 문득 《감자를 먹으며》라는 그림책이 떠오릅니다. 한국땅 이오덕 님이 살아온 나날을 되새기는 그림책입니다. 이쪽 사람은 집을 짓고 저쪽 사람은 감자를 먹는다, 그러면 나는 내 보금자리에서 내 살붙이들하고 무엇을 누리면서 무슨 이야기씨앗 심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즐거울까. 나는 두 아이 어버이요 한 사람 옆지기로서 어떤 삶을 꿈꾸어야 즐거울까. 내 길을 어떻게 갈무리해서 어떤 발걸음을 내딛어야 즐거울까. (4345.2.4.흙.ㅎㄲㅅㄱ)


― 소로우의 오두막 (피터 피오레 그림,스티븐 슈너 엮음,헨리 데이빗 소로우 글,김철호 옮김,달리 펴냄,2003.5.30./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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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2-04 13:16   좋아요 0 | URL
어린이를 위한 월든이군요. 근데 이것, 찾아보니 알라딘에선 품절이네요.ㅋㅋ

소로우의 글을 보면 우리가 뭔가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엉뚱한? 것을 추구하며 산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림이 아주 아름답네요. 된장님에게 아주 어울리는 책인 듯해요. ㅋ

파란놀 2012-02-04 13:50   좋아요 0 | URL
네, 품절이라서
저도 헌책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려서
겨우 샀어요 ㅠ.ㅜ

그림결이 살짝 틀에 박힐 듯 말 듯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이만큼 되어도 서양 그림결에서는
좀 나은 편이라고 느껴요.

한결 보드라이,
조금 더 따사로이,
그러니까,
소로우라는 사람이 즐거이 살았던 나날을 헤아리며
더 나즈막하게 그림을 그렸으면
얼마나 좋았으랴 싶기도 하지만,
퍽 괜찮다고는 느껴요.

다만... 어느 책을 읽든
소로우 님 글 번역 가운데
제 마음에 드는 번역은 아직 없어요... 이궁 @.@

진주 2012-02-04 17:28   좋아요 0 | URL
저도 '감자를 먹으며'를 굉장히 아껴요. 제가 말을 안 해서 된장 님은 모르시겠지만 저랑 된장님의 공통분모 중 하나가 이오덕 선생님이예요. 선생님께 직접 사사받은 적은 없지만 저는 이오덕 선생님께 글짓기 공부를 배웠다고 여기거든요. '글은 참되어야 하느니라.'^^;

파란놀 2012-02-05 02:16   좋아요 0 | URL
오오... 그렇군요~

저 또한 이오덕 선생님한테서 따로 배운 적 없어요 ^^
그저 글과 책으로만 만났을 뿐이랍니다.

즐거이 살아가고 참다이 길을 걸어가면
누구나 똑같이 아름다운 사랑을 만나리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