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닿기를 4
시이나 카루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좋아하는 사람과
 [만화책 즐겨읽기 113] 시이나 카루호, 《너에게 닿기를 (4)》

 


 좋아하는 사람과 살아가는 나날은 좋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는 나날은 사랑스럽습니다.

 그지없이 마땅한 소리인데, 참 쉽게 잊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지없이 마땅하기에 날마다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며 지내기도 하겠다고 생각합니다.

 

 내 하루가 좋은 삶이라 여긴다면 나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어 내 곁 좋은 사람들 마음에 좋은 사랑이 싹트도록 힘을 쏟을 수 있겠지요. 내 하루가 사랑스러운 삶이라 느낀다면 나부터 사랑스러운 일놀이를 붙잡으며 내 둘레 사랑스러운 사람들 가슴에 좋은 꿈이 피어나도록 마음을 기울일 수 있겠지요.

 

 곧, 누구나 스스로 좋아하는 사람과 살아가야 할 노릇이구나 싶어요.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짝을 짓고 집을 지으며 사랑을 지어야 할 노릇이구나 싶어요.

 

 가장 좋아하지 않으면서 돈에 휩쓸린다든지 이름값에 휘둘린다든지 무슨무슨 끈 때문에 얽매인다면, 서로서로 슬픔과 생채기와 아픔만 쌓이리라 느껴요. 가장 좋아하는가 하는 대목이 아닌, 얼굴을 본다거나 몸매를 본다거나 껍데기를 보았다면, 서로서로 아픔과 미움과 시샘이 생겨나리라 느껴요.


- “네가 훨씬 잘 어울려.” “사와코, 그럼.” “하지만, 내가 진심으로 응원해 줄 수 없기 때문에 도와줄 수 없어. 카제하야는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야.” (8∼9쪽)
- ‘혹시 카제하야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치절하게 대해 줬다면, 난 같은 마음을 갖게 됐을까?’ (16쪽)


 가장 좋아하는 사람하고 살아야 해요.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해요. 가장 좋아하는 곳에서 살아야 해요. 가장 좋아하는 밥을 먹어야 해요. 가장 좋아하는 꿈을 꾸어야 해요. 가장 좋아하는 살림을 꾸려야 해요. 가장 좋아하는 나들이를 즐기고, 가장 좋아하는 말마디로 내 넋을 가꿔야 해요.

 

 오직 하나 아닌가 싶어요. 내가 낳은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도록 곁에서 돕고 보살피는 길은 오직 하나, 아이들 스스로 저마다 가장 좋아하는 삶을 찾도록 하는 데에 있으리라 생각해요.

 

 아이들은 굳이 영어를 잘 해야 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꼭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야 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학원뿐 아니라 학교조차 애써 다녀야 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오직 하나, 제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받아야 해요. 아이들 어버이를 둘러싼 여러 어른한테서 즐거이 사랑을 받아야 해요.


- ‘처음으로 또렷하게 한 마디의 단어로 의식한 말.’ (62∼63쪽)
- “어떻게 특별하단 걸 알아?” “그거 꼭 논리정연하게 대답해야 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아주 특별해져 있었어.” (104∼105쪽)
- ‘눈앞의 카제하야를 느끼는 이 마음이 전부 사랑이겠지?’ (132∼133쪽)


 시이나 카루호 님 만화책 《너에게 닿기를》(대원씨아이,2007) 넷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첫째 권부터 넷째 권에 이르기까지 이 만화책에 흐르는 이야기는 오로지 하나예요. 가장 좋아하는 삶, 가장 좋아하는 사람, 가장 좋아하는 일, 가장 좋아하는 꿈, 가장 좋아하는 길, 가장 좋아하는 말, 가장 좋아하는 나날이에요.

 

 둘째로 좋거나 셋째로 좋을 만한 삶은 찾지 않아요. 가장 좋아할 만한 삶을 찾아요. 넷째로 좋거나 막째로 좋을 만하다 싶은 삶은 헤아리지 않아요. 저마다 한 번씩 누리는 이 좋은 삶이니까, 이 좋은 삶이 그야말로 빛나도록 도울 가장 좋은 일을 찾아요.

 

 내 마음을 사로잡는 가장 좋아할 만한 사람은 하나입니다. 그렇다고 둘이서만 지내는 삶은 아니에요. 좋은 동무는 차례를 매기거나 번호를 붙이지 못하거든요. 누가 누구보다 더 좋다고 가를 수 없거든요.

 

 함께 살아가는 사랑스러운 동무이자 이웃이요, 가장 좋아하는 꿈을 실어 가장 아리따이 빛날 이야기를 이루는 옆지기예요.


- “사와코, 꼬임에 넘어가지 않게 조심해. 넌 그저 네 마음을 우선으로 생각하면 되는 거야. 알았지?” (91쪽)
- “친구한테 말한다는 건, 이렇게 가슴이 설레는구나. 나한테 말해 줬을 때, 너도 이랬겠지?” “친구 아니라고, 그러니까 너랑 똑같이 취급하지 말라고 했잖아.” “긴장, 되지 않았어? 조금 쑥스럽지 않았어? 조금 기쁘지 않았어?” (192∼193쪽)


 만화책 《너에게 닿기를》에 나오는 아이들은 고등학생입니다. 어른들이 바라보기에 ‘기껏 열대여섯’ 또는 ‘고작 열예닐곱’ 또는 ‘이제 열일고여덟’밖에 안 된 철부지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 자리에서 아이들 삶으로 바라보자면 어느 하루라도 놓칠 수 없이 고맙고 좋으며 기쁘고 사랑스러운 꿈이에요.

 

 먼 앞날 연봉 높은 회사에 들어갈 일을 꾀하며 오늘 하루는 시험공부로 내다 버려야 하지 않습니다. 시험성적을 높이고자 오늘 하루를 흘려보내도 되지 않아요.

 

 온 하루를 즐길 삶입니다. 모든 하루를 고맙게 맞아들일 삶입니다. 나한테 즐거운 하루이고, 너와 함께 기쁜 나날입니다. 내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좋은 빛을 네 가슴속에 조그마한 씨앗 하나로 심어 함께 돌보고픈 꿈입니다.


- ‘처음 겪는 일이라, 정말 그런 건지 그렇지 않은 건지 모르겠어. 하지만, 이 마음이 사랑이면 좋겠고, 사랑이길 바란다고 강하게 아주 강하게 생각했다.’ (110∼111쪽)
- ‘나 있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행복해. 카제하야를 좋아하는 것도, 그 마음을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다는 것도, 모든 걸 혼자서 완결하지 않는 세계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훨씬 행복하구나.’ (148∼149쪽)


 아이들 마음속에서 푸른 사랑이 자랍니다. 어른들 마음속에서 붉은 열매가 맺습니다. 아이들 마음밭에서 새싹이 틉니다. 어른들 마음밭에서 곧고 씩씩하게 줄기가 뻗어 이윽고 우람한 나무로 자랍니다.

 

 누구나 푸른 사랑 예쁜 씨앗을 품어요. 누구나 푸른 사랑 예쁜 씨앗을 튼튼하고 우람한 나무로 키워요. 누구나 푸른 사랑 예쁜 씨앗에서 비롯한 튼튼하고 우람한 나무에서 맺는 싱그럽고 달콤한 열매를 맛보면서 아름다이 누리는 삶이에요. (4345.2.11.흙.ㅎㄲㅅㄱ)


― 너에게 닿기를 4 (시이나 카루호 글·그림,서수진 옮김,대원씨아이 펴냄,2007.12.15.4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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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2-02-11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올~된장님께서 이런 책을 보신다니! ㅎㅎ
새롭습니다 ㅋㅋㅋㅋ
초딩,중딩 여학생들만 보는 게 아니었군요~오글오글 간질간질 ㅋㅋㅋ

파란놀 2012-02-15 08:23   좋아요 0 | URL
벌써 4권째 느낌글이거든요.
(앞 세 권도 느낌글을 썼어요)

그런데 이 만화책은 초중딩을 넘어 고딩이나 대딩
아이들도 즐거이 읽을 만하지 싶어요.

남자 아이들이 좀 이런 만화라도
읽어 주면 좋겠구나 싶기도 해요 ~^^
 


 빨래잔치

 


 여러 날 빨래잔치를 했다. 신나게 빨래잔치를 했다. 옆지기 두툼한 옷가지가 빨래로 나오는 날은 신나게 빨래잔치를 이룬다. 겨울날인 터라 두툼한 겉옷이 여러 벌 나온다. 아이들 옷을 빨래하다가 옆지기 옷을 빨래하면 꽤 버겁군, 하고 느끼지만, 이러다가 내 옷을 빨래하면, 참 벅차군, 하고 느낀다. 그러나, 이렇게 빨래를 하면서 피식 웃는다. 뭐냐, 아이들 옷가지는 아직까지 아주아주 작잖니. 이 빨래란, 참 아무것 아니지 않니, 아이들하고 살아가는 이 좋은 나날, 나는 얼마나 아이들을 곱게 사랑하는 길을 잊거나 잃은 채 이맛살을 찌푸리며 사느냐, 주절주절 생각에 잠긴다.

 

 빨래잔치를 여러 날 잇달아 하면서 오래오래 생각에 잠긴다. 왜 나는 이맛살을 찡그리는가 생각한다. 어이하여 찌푸린 이맛을 예쁘게 풀지 못하는가 생각에 젖는다.

 

 슬프다 여기면 슬픈 삶이 되고, 기쁘다 여기면 기쁜 삶이 되는 줄 뻔히 알면서, 안다 하지만 몸으로 살아내지 못하면 무엇이 될까.

 

 다 마친 빨래를 마당에 넌다. 바람이 모진 날은 씻는방에 걸어 물방울 떨군 다음 웬만큼 마르면 방으로 들인다. 다 마른 빨래는 하나씩 갠다. 되도록 첫째 아이가 보는 자리에서 말없이 갠다. 첫째 아이는 저도 함께 개겠다며 나서기도 하지만, 아버지가 빨래를 개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기도 한다. 아이를 부르며 빨래를 개자고 하면 금세 달라붙는다. 아이는 저를 불러 주기를 기다리며 일부러 모르는 척했을까.

 

 오늘 아침에도 다 마른 빨래들이 방안 가득 널린다. 아이가 깨면 이 빨래를 개야겠지. 아이가 깨면 새 빨래를 또 신나게 해야겠지.

 

 빨래기계를 장만하기로 한 지 달포쯤 지나지만, 빨래기계 들일 자리가 마땅하지 않아 아직 미적미적 미룬다. 빨래기계 들이면 이불 빨래를 먼저 맡기고 싶다. 날이 좀 폭하고 아이가 조금 더 클 때에는 바깥에 큰 통을 놓고 아이랑 이불을 밟으며 빨래하고 싶다.

 

 왜인지 잘 모르겠으나, 내 아주 어린 날, 어머니한테서 발밟기 이불빨래를 처음 배울 무렵, 나도 어머니처럼 크면 내 아이한테 발밟기 이불빨래를 물려주어야지, 함께 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4345.2.1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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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2-11 11:52   좋아요 0 | URL
저도 집안일중에서 유일하게 좋아하는 일꺼리가 바로 빨래인데요.
아~ 겨울날에 하는 손빨래는 정말 손가락이 얼얼해서 힘들던데 말입니다.
손수~~ 대단하십니다.
그러다 주부습진생깁니다.조심하세요.제경험입니다.ㅎㅎ

파란놀 2012-02-11 13:50   좋아요 0 | URL
겨울에는 물을 따숩게 덥혀서 써요 ^^;;;
똥기저귀를 빨아야 하니까요~

제 손은 열 손가락과 손마디 모두
주부 습진에 걸려
글을 쓰면서도 꽤나 아프답니다 ^^;;;;;

진주 2012-02-11 14:15   좋아요 0 | URL
허걱...주부습진!

진주 2012-02-11 14:27   좋아요 0 | URL
된장님, 혹시 짤순이-요런 건 없으신가요?
저는 10킬로 넘는 세탁기는 큰 빨래 모아서 빨고
매일 나오는 작은 빨래는 손빨래하는데 '짤순이'이 애가 참 효녀예요.
자꾸 비틀어 짜다보면 손목도 상하고 그러는데(하긴 된장님은 남자니까 손힘이 좀 세겠죠)또, 헹구는 사이 사이에 탈수기로 짜주면 땟물과 세제물이 쪽쪽 빠져주니까 빨래도 훨 수월해요. 제 경험으론 이것 정말 좋은 기계인데!

갓난쟁이 빨래거리가 얼마나 많은데 일일이 다 손빨래 하자면 된장님 시간이 너무 빼앗길 것 같아요. 손가락마다 습진 걸렸단 말씀 들으니까 안타까워요. 된장님은 시간 더 생기면 좋은 글 많이 생산해낼텐데...빨래 때문에 너무 지치진 않으실지 걱정되어서 그래요....

세탁기를 들여놓으시더라도, 짤순이도 한번 생각해보세요. 아기들 빨래거리가 작고 손빨래를 해야하는게 많아서 세탁기를 장만하더라도 어차피 손빨래는 계속 해야할거예요.

책읽는나무 2012-02-12 10:21   좋아요 0 | URL
맞아요.세탁기에도 탈수기능을 누르면 되긴 하겠지만 세탁기까지 빨래를 일일이 옮겨 다니기도 그렇고,빨래하는 곳 가까이에 짤순이를 두고 바로 바로 한다면 시간도 절약되고 힘도 좀 덜 들고 하겠어요.

저도 사실 애 셋 키우면서 돌 때까지는 천기저귀를 사용하였거든요.
내가 해줄 수 있는 사랑의 표현이라 생각하고 했었는데...둥이들이 벗어내는 기저귀양이 딱 두 배다보니 그걸 빠느라 죽는 줄 알았슴돠.
그래서 주부습진이 바로 생겨버리던데...기저귀를 빠는 것은 그때 잠깐 힘든 것 뿐이지만 주부습진은 몇 년을 두고 두고 힘들게 하더라구요.
정말 물에 손을 넣기가 무서웠다는~~~
특히 겨울에 너무 따갑고 아프던데...
빨래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지금 쌍둥이 키웠던 옛시절 기억해보면
전 정말 기저귀 빨던 생각밖에 안날정도네요.ㅋ

짤순이 한 대 들이시고,
아가 한 번 더 안아주시고,
글도 좀 더 써주세요.^^

파란놀 2012-02-12 10:42   좋아요 0 | URL
빨래기계를 들이려 하기는 하는데,
씻는방 뒤쪽을 늘려서 터야 하기에
시간이 좀 걸려요 ^^;;;

나중에 제가 집을 비우고 혼자 돌아다녀야 할 때에
옆지기가 홀로 집일을 수월하게 하도록
빨래기계를 들이려구요 ^^;;

빨래기계 들어와도 저는 손빨래를 할 생각이랍니다~~~ ^^;;;

파란놀 2012-02-12 10:42   좋아요 0 | URL
저희는 종이기저귀나 이것저것
아이한테뿐 아니라 어른한테도 안 좋은 것들은
안 쓰려고 해여ㅛ ^^ㅣㅣㅣ

진주 2012-02-12 19:43   좋아요 0 | URL
당근이죠! 저도 애 둘 키우면서 끝까지 천기저귀 사용한 사람이랍니다.(뿐만 아니라 저는 피자매연대이기도 하구요^^*) 지금 생각하면 외출할 때 기저귀 한 가방 메고 어떻게 다녔나 싶네요. 둘째 때는 승용차라도 있었지만 큰애때는 버스 타고 다니면서... 돌아올 땐 오줌싼 기저귀라 더 무거웠어요...@@
짤순이는 손빨래를 돕는거니까 생각해보세요. 물 절약도 많이 되고요, 어깨 팔이 덜 상해요. 시간도 많이 나고,,,, 그리고 짤순이는 자리도 적게 차지하고 전기도 적게 먹어요. 옷 모양 변형도 적어요. 손빨래하면 비틀면서 변형되고, 물기 가득한 걸 널어말리다가도 변형되기 싶거든요. 암튼, 된장님의 소신을 잘 알지만, 저역시 된장님과 비슷한 소신을 가진 사람이란거 알아주세요. 안타까워 죽겠어용..^^;;무엇보다 가사일엔 우리가 대선배란거 아시죠?ㅎㅎㅎㅎ

마녀고양이 2012-02-13 13:5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빨래기계.
매번 그리 쓰시는걸 알면서도, 오늘은 어쩐지 확 눈에 들어오는걸요.
기계도 한자 아닌가요? ^^ 그래도, 빨래기계라고 쓰시니 확실히 정겹습니다.

그리고, 전 아이 어른 안 좋고, 환경 어쩌고 잘 모르겠구요,
자칫하면 된장님 골병들 것만 보이니 빨랑 세탁기 사세요!

파란놀 2012-02-15 08:21   좋아요 0 | URL
들이기는 들여야지요 ^^;;;

기억의집 2012-02-14 23:19   좋아요 0 | URL
언젠가 마고님 덧글로 세탁기 사라고 하시던데,,오늘도 마고님 세탁기 사라고 또 하시네요. 된장님 진짜 제발 사세요. 자리가 왜 없겠어요, 다 만들면 나와요. 된장님, 알라딘 아줌마들의 아우성 소리 안 들리시나요~

파란놀 2012-02-15 08:21   좋아요 0 | URL
에고고 ㅠ.ㅜ
 


 드러나는 글쓰기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구나 글에 이녁 마음을 담는다. 즐거이 누린 날은 즐거움을 담고, 슬프게 보낸 날은 슬픔을 담는다. 힘겨이 꾸리는 삶이라면 힘겨운 한숨을 담고, 홀가분히 일구는 살림이라면 홀가분한 웃음을 담는다.

 

 얼굴빛에 마음이 그려진다. 손끝에 생각이 나타난다. 밥알에, 국물에, 반찬에, 넋과 얼이 고루 묻어난다. 어떠한 사랑으로 하루를 살아가는가 하는 이야기가 낱낱이 드러난다.

 

 사람은 앞을 바라볼 뿐 내 얼굴을 바라보지 못한다고들 한다만, 사람은 스스로 바라보는 앞이 어떻게 느껴지는가를 바라보면서 내 얼굴이 어떠한가 하고 깨닫는다. 곧, 내 앞에 마주하는 사람 얼굴이 거울이 되어 내 얼굴을 보여준다.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낯빛이란 바로 내 낯빛이 된다.

 

 무엇이든 감추지 못하는 삶이기에 무엇이든 감추지 못하는 글이다. 처음부터 모두 드러나지 않는다지만, 언젠가 찬찬히 드러나는 글이 된다. 시나브로 드러나는 삶이요 글이며 넋이라고 느낀다. 그러니까, 내 앞날을 헤아린다면 오늘 내 하루부터 예쁘게 돌봐야겠지. 머잖아 내 모습이 오롯이 드러나는 글이라 한다면 바로 오늘 이곳부터 곱게 건사해야겠지.

 

 하루하루 쌓여서 삶을 이룬다. 티끌을 모아 큰메를 이룬다기보다, 온갖 웃음과 눈물을 영글어 삶이 되고 사랑이 되며 사람이 된다. 궂은 모습 좋은 모습 서툰 모습 예쁜 모습 골고루 얼크러지면서 내 꿈이 되고 마음이 되며 생각이 된다. (4345.2.1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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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2-02-11 14:24   좋아요 0 | URL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여기 다 있네요!

파란놀 2012-02-16 03:01   좋아요 0 | URL
에고고~~
 


 손님 맞는 마음

 


 내가 손님이 되어 어느 집을 찾아간다 할 때면, 나를 맞이할 사람들은 집안을 어떻게 추스를까 생각합니다. 네 식구 살아가는 우리 집에 누군가 손님으로 찾아온다면, 나는 우리 보금자리를 어떻게 추스를까 헤아립니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기 앞서 글을 읽는 사람입니다. 나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기 앞서 사진을 읽는 사람입니다.

 

 나는 아이들 돌보는 사람이기 앞서 내 어버이가 돌본 어여쁜 아이였어요. 내가 아끼고 사랑할 옆지기가 있는 만큼, 나 또한 옆지기한테서 아낌과 사랑을 받을 사람입니다.

 

 내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았기에 내 아이한테 사랑을 듬뿍 물려줄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내가 사랑을 제대로 못 받으며 살았으면 내 아이한테 사랑을 하나도 안 물려주어도 될까 궁금합니다.

 

 내가 읽은 글이 따분하거나 재미없거나 어이없다고 느꼈으면 나도 따분하거나 재미없거나 어이없다고 느낄 글을 써야 할까 궁금합니다. 내가 읽은 사진이 틀에 박히거나 밋밋하거나 뒤틀렸다고 느꼈으면 나도 이렇게 내 마음에 안 내키는 사진을 찍어야 할까 궁금합니다.

 

 사랑받으며 살았으니 사랑을 물려줍니다. 사랑을 못 받으며 살았으니 사랑을 물려줍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사랑을 받았으나 사랑을 물려주지 못하거나 사랑을 못 받은 만큼 사랑을 못 물려주기도 하겠지요.

 

 내가 고이 맞아들이는 손님이기에, 이들이 나를 손님으로 맞아들일 때에 꼭 고이 모시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나를 달갑잖은 손님이라 여긴 이를 내가 손님으로 맞아들인다 해서, 나 또한 이이를 달갑잖이 맞아들일 까닭이 없습니다.

 

 집 안팎을 치웁니다. 오늘 하루 먹을거리를 챙깁니다. 어디에서 잠을 자야 따스할까 어림합니다. 우리 집으로 찾아올 손님 세 사람을 어디에 누이고 나는 어디에서 자면 좋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다 함께 기쁘게 누릴 하루를 생각합니다. 모두 즐거이 웃으며 떠들 하루를 돌아봅니다. 아무쪼록, 아침부터 저녁까지 웃음꽃 피우면서 서로서로 복닥이는 보금자리로 꾸리고 싶습니다. (4345.2.1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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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2-11 09:08   좋아요 0 | URL
어떤 손님이 오실까 궁금하네요,
저는 부모님께 많은 사랑을 받고 자라지는 않았는데요
제가 아이 낳고 키우다보니 이쁘더라구요.
아이에게는 된장님 말씀대로 내가 받은 사랑만큼이 아니고
무조건 주어야하지요.
저는 예전에 생활 환경이 열악한 곳에 살았었는데, 부모한테 소외당한 아이들을
보면 미칠 것 같았어요. 무엇인가를 해 주고 싶은데 해 줄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저는 폭력이나 사랑이 꼭 대물림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걸 극복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구요.
손님 맍이 잘 하세요. 된장님 책 샀는데 tt도 갔을 거에요. 책 읽다보니 약간 저는 된장님하고 다른 생각도 가지고 있네요.

파란놀 2012-02-11 09:28   좋아요 0 | URL
장인 어른하고 처남하고 처제가 놀러와요.

사람은 저마다 다르니까
누구나 생각이 다를밖에 없어요.
생각이 같다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느껴요.

그러나 한 가지,
누구나 사랑받고 사랑할 때에는
더없이 아름다우면서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그 책은 다 다른 사람들 다 다른 삶이
예쁘게 어우러지는 길을
저마다 어떻게 찾으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다루려 했어요.

즐거이 맞아들여 주시면서
즐거운 '기억의집' 님 삶과 넋과 말을
돌봐 주시면 좋으리라 생각해요~ ^^
 
거제 가는 길 - 김현철 포토에세이
김현철 지음 / 미지애드컴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어떤 마음으로 사진을 찍을까
 [찾아 읽는 사진책 55] 김현철, 《거제 가는 길》(미지애드컴,2011)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를 가만히 귀를 기울여 듣습니다. 부르는 노래마다 이 노래를 골라 목소리를 싣는 사람들 마음을 느낍니다. 기쁨에 넘치는지, 덜덜 떠는지, 신나거나 재미나는지, 슬프거나 고단한지 고스란히 느낍니다.

 

 노래하는 목소리를 들으면 몸이 아픈지 잠을 제대로 못 이루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노래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마음이 어떠하고 생각이 어떠한지 느낄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비평가나 전문가 자리에 있지 않더라도 알거나 느낍니다. 왜냐하면 나는 ‘사람’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듣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쓰는 글을 읽을 때에도 이렇게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리는 그림이나 사람들이 찍는 사진을 바라볼 때에도 이처럼 느낄 수 있어요. 노래이든 춤이든, 글이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빚는 사람 스스로 어떠한 마음이며 몸이고 생각이자 삶인지 낱낱이 담습니다.

 

 숨길 수 없어요. 감추지 못해요. 하나하나 드러내요. 시나브로 풀어내요.

 

 

 

 기쁜 삶이라 기쁨이 가득한 이야기를 사진으로 빚습니다. 슬픈 나날이라 슬픔이 얼룩진 이야기를 사진으로 싣습니다.

 

 외롭다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은 외로움 물씬 묻어나는 사진을 찍습니다. 씩씩하게 한길 헤치는 사람은 씩씩함이 물씬 풍기는 사진을 찍습니다.

 

 정치꾼 ‘김영삼 아들’이라는 이름표가 먼저 뒤따르는 김현철 님 사진책 《거제 가는 길》(미지애드컴,2011)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김현철 님은 머리말에 “더 늦기 전에 지나쳐 버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며 살아야겠다며 생각하고 시작한 것이 사진찍기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그저 그런 밋밋한 일상들을 담고 나중에 다시 열어 보고, 아내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이렇게 찍은 사진들로 작은 책을 만들게 되었다. 행복하게 찍고 즐겁게 만든 책이니만큼 독자들도 편하고 재밌게 봤으면 좋겠다(15쪽).” 하고 밝힙니다. 참말 김현철 님은 외롭고 슬픈 사람입니다. 그냥 김현철이 아니라 ‘김영삼 아들’ 김현철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아야 하니까요.

 

 

 

 생각해 보셔요. 임응식은 임응식이지 ‘아무개 아들’ 임응식이 아닙니다. 주명덕은 주명덕일 뿐 ‘아무개 아들’ 주명덕이라 하지 않아요. 강운구라면 강운구입니다. ‘아무개 아들’ 강운구라서 눈여겨볼 만하지 않겠지요.

 

 사진을 바라볼 때에는 이 사진을 빚은 사람 ‘이름값이 드높기’ 때문에 사진 작품까지 ‘다른 사람 작품보다 더 드높게 여기며 바라보’아야 하지 않아요. 모두 똑같은 사진으로 한 자리에 놓고 바라봅니다.

 

 대학교를 다닌 사람 작품이 고등학교나 중학교까지 마친 사람 작품보다 나을 수 없습니다. 미국이나 프랑스나 독일이나 영국으로 떠나 사진을 배운 사람이 한국땅에서 사진강좌 한 번 못 듣고 홀로 사진길 걸은 사람 작품보다 훌륭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름표, 졸업장, 나이, 성별, 재산, 얼굴, 몸매 따위를 따지며 사진을 읽지 않아요. 우리는 사진쟁이가 어떤 장비를 썼느냐를 따지며 사진을 읽지 않아요. 우리는 사진꾼이 무슨 사진감을 몇 해나 몇 달쯤 붙잡으며 사진길을 걸었느냐를 살피며 사진을 읽지 않아요.

 

 

 

 매그넘 회원 작가이기 때문에 더 돋보일 사진은 없습니다. 신문기자이기 때문에 더 남다를 사진은 없습니다.

 

 “내가 연애를 하지 않았더라면 꽃말이며 꽃이름을 어떻게 알았을까(35쪽)?” 하는 말처럼, 누구나 살아가는 결대로 사진을 찍습니다. 살아가는 결, 사랑하는 결, 살림하는 결, 생각하는 결, 마음쓰는 결이 사진으로 묻어납니다.

 

 김현철 님은 당신 아버지라는 빛과 그림자를 짊어져야 했기 때문에, “‘구타 다음에 십타가 있다’는 농담은 결코 농담이 아니었다. 군대생활 하면서 고생 안 해 본 사람 없겠지만, 내 경우는 정도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의도적으로 나를 노리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제대를 며칠 남겨 놓지 않은 어느 날은 중대장으로부터 아침부터 저녁까지 말 그대로 하루 종일 구타를 당했다. 정말 참을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참아야 했다(159쪽).”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군대라는 곳은 사내들이 끌려가고 가시내들은 끌려가지 않아요. 그나마 한국땅에서 가시내들은 조금 낫구나 싶기도 하지만, 군대에 끌려갔다가 돌아온 사내들이 군대에서 주먹다짐과 거친 말에 길든 나머지, 이 주먹다짐과 거친 말을 가시내들한테 풀어놓는다면, 가시내들도 사내들과 똑같이 군대 뒤탈을 앓는 셈입니다. 모두 슬픈 사람 슬픈 삶 슬픈 사랑이 되고 맙니다.

 

 

 

 조그마한 사진책 《거제 가는 길》은 어떤 사진일까요. 작은 크기 사진책 《거제 가는 길》은 어떤 책일까요. 정치꾼이 되고픈 꿈을 키우려는 출판기념잔치 책일까요, 참으로 수수한 김현철 님 삶을 나즈막한 목소리와 매무새와 눈길로 돌아보는 이야기를 담은 사진일까요. 어떤 마음이 샘솟아 사진기를 손에 쥐었을까요. 어떤 꿈을 북돋우며 연필을 손에 들었을까요.

 

 “외포리 양조장에서 만난 ‘김현철 씨’. 나를 보고 먼저 말을 걸어 왔다. “저도 김현철입니다.” 아는 척을 해 주니 괜히 기분이 좋다. 현철 씨! 혹시 나 때문에 손해 본 일은 없지요(41쪽)?” 하고 스스로 묻는 김현철 님은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가며 정치를 꿈꾸기에 이 작은 사진책 《거제 가는 길》을 내놓을 수 있었을까요.

 

 대통령도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청와대에서 일하는 나날을 스스로 사진으로 찍을 수 있고, 청와대에서 바라본 비서들과 경호원들과 장관들을 바라보며 사진을 담을 수 있습니다. 김현철 님은 국회의원이 된다면 국회의사당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요. 기자들만 찍는 사진이 아니라 국회의원도 찍는 사진을 선보일 수 있을까요. 기자 자리에서 바라보며 찍는 사진이랑, 국회의원이 국회의사당에 앉아 바라보며 찍는 사진이라면 얼마나 달라질까요.

 

 김현철 님은 삶이 삶인 나머지, ‘민생투어’라든지 ‘서민 만나기’를 합니다. 곧, 김현철 님은 ‘민생을 모른다’거나 ‘서민이 아니다’고 할 만한 셈입니다. ‘서민 정책’이라든지 ‘민심 살리기’를 말하는 정치꾼은 모두 서민을 이제껏 등졌다는 소리밖에 아닙니다.

 

 

 

 나는 《거제 가는 길》이라는 작은 사진책이 뭐 대단하다 여기지 않습니다. 이 사진책 하나가 한국 사진 발자취에 길이길이 아로새겨지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마, 이 작은 사진책을 비평하거나 비판하거나 이야기할 사진비평가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누구나 알 만하듯, 비평을 받아야 사진이 작품으로 거듭나지 않습니다. 비판이나 이야기를 들어야 비로소 사진이 사진답다 할 만큼 도드라지지 않습니다. 누구나 내 삶을 누리듯 사진을 누립니다. 누구라도 내 삶을 사랑하듯 사진을 사랑합니다.

 

 하루하루 내 좋은 삶을 빚는 꿈처럼, 하루하루 내 좋은 삶을 담는 사진이면 흐뭇합니다. 내 곁에 있는 고운 사람을 사랑스레 바라보며 사진으로 한 장 담아도 좋고, 마음속에 깊이 아로새겨도 좋습니다. 내 둘레에 있는 고마운 사람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사진으로 두 장 찍어도 좋고, 가슴속에 예쁘게 아로새겨도 좋아요.

 

 어떤 마음으로 사진을 찍습니까.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갑니까.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합니까. 어떤 마음으로 책을 읽고, 어떤 마음으로 자전거를 타며, 어떤 마음으로 밥을 합니까. (4345.2.11.흙.ㅎㄲㅅㄱ)


― 거제 가는 길 (김현철 글·사진,미지애드컴 펴냄,2011.8.15./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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