ㄷ. 사진으로 걷는 길
 ― 유럽·미국·일본 아닌 한국에서 사진삶

 


 내가 유럽에서 태어나 사진길을 걸었다면 어떠했을까 헤아려 봅니다. 아마 유럽 여러 나라 사진책을 두루 살피면서 사진삶을 일구었겠지요. 때로는 미국 사진책을 살피고 때로는 일본 사진책도 보기는 할 테지만, 유럽에서 나고 자란 나는 ‘유럽 눈길로 사진을 바라보기’ 마련입니다.

 

 내가 미국에서 태어나 사진길을 걷는다면 이와 비슷하리라 느낍니다. 아무래도 미국에서 나오는 수많은 사진책을 고루 살피면서 사진삶을 일굴 텐데, 때때로 유럽 사진책을 들추고 가끔 일본 사진책을 살피겠지요. 미국에서 나고 자란 나라면 ‘미국 눈길로 사진을 마주하기’ 마련입니다.

 

 내가 일본에서 태어나 사진길을 걷는다면 좀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나오는 어마어마한 사진책에다가 일본에서 옮겨 펴내는 유럽과 미국 어마어마한 사진책을 잔뜩 볼 테니까요. 일본에서 나고 자란 나일 때에는 ‘일본 눈길로 사진을 받아들이기’ 마련일 터이나, ‘일본과 지구별 눈길을 아울러 갖출’밖에 없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사진길을 걷습니다. 유럽도 미국도 일본도 아닌 한국입니다. 한국에서는 일본처럼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는 사진책’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처럼 ‘유럽과 미국 사진책을 어마어마하게 옮겨 펴내는 일’도 없습니다. 한국에서 사진을 가르치는 책이나 강의를 살피면 으레 ‘유럽과 미국에서 굵직하게 이름을 남기거나 날리는 몇몇 사람들 사진’ 울타리에 갇힙니다. 한결 깊거나 한껏 너른 사진누리를 이야기하거나 다루지 못해요. 그렇다고 한국하고 가까운 일본 사진책을 찬찬히 살피는 문화나 제도나 시설 또한 없습니다.

 

 이래저래 돌아보면 안타깝거나 슬프거나 모자란 모습투성이입니다. 그러나, 나는 주눅들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고개를 떨구고 싶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만큼 이 아픈 모습을 남김없이 느끼며 바라볼 만합니다. 이 아프며 슬픈 모습을 고스란히 받아먹으면서, 내 나름대로 헌책방과 새책방을 뒤져 ‘유럽과 미국과 일본에서 나온 온갖 사진책’을 스스로 장만해서 읽습니다. 도서관에 없는 사진책이니까 나 스스로 내 돈을 그러모아 장만해서 읽습니다. 한국에서 옮겨지는 ‘세계사진역사 다룬 책’에서는 몇몇 사진쟁이 이름만 끝없이 되풀이할 뿐이니, 나 스스로 ‘세계사진역사 다룬 책’에 이름 안 실리는 수많은 사진쟁이들 꿈과 사랑은 어떤 이야기로 나타났을까를 그리며 ‘안 알려졌다고 하는’ 사진책들을 주섬주섬 그러모읍니다.

 

 프랑스로든 영국으로든 독일로든 이탈리아로든 사진을 배우러 떠날 만합니다. 미국으로든 일본으로든 사진을 배우러 갈 만합니다. 사진이 태어난 곳에서 사진을 마음껏 누릴 만합니다. 사진을 빛내는 곳에서 사진을 실컷 맛볼 만합니다.

 

 그리고, 사진이 제대로 꽃피우지 못하는 이 나라 한국에서 사진삶을 내 깜냥껏 일굴 만합니다.

 

 꽃이 피기 어려운 춥고 메마른 겨울이라 하더라도 곧 새봄이 찾아오리라 믿으며 튼튼한 겉옷을 입고 따순 날씨 기다리는 앙상한 나뭇가지 새눈처럼, 나는 내 슬기를 빚고 내 넋을 가다듬으면서 스스로 꽃이 되도록 힘쓸 수 있습니다. 나 스스로 사진꽃으로 피어날 사진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내가 유럽이나 미국이나 일본에서 태어나 사진길을 걸었어도, ‘더없이 좋은 사진누리’에서 ‘사랑 가득 담긴 새로운 사진꽃’을 헤아릴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는 한국에서 나고 자라면서도 ‘스스로 사진꽃이 되자’ 하는 다짐을 못 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 터전이란 없고, 더 빛나는 뜻은 없습니다. 오늘 하루를 아낄 수 있는 사랑이라면 넉넉합니다. 오늘 하루를 누릴 수 있는 사랑이라면 좋습니다. 왜냐하면, 사진이란 더 값진 장비로 빚는 예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진이란 값싼 장비이든 값진 장비이든, 내가 바로 오늘 이곳에서 손에 쥔 사진기 하나로 바로 오늘 이곳을 즐거이 담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 어여쁜 아이들이 웃습니다. 찰칵, 사진 한 장 찍습니다. 내 고운 옆지기가 뜨개질을 합니다. 찰칵, 사진 두 장 찍습니다.

 

 ‘세계사진역사 한켠’에 우리 집 어여쁜 아이들 사진이 굳이 담겨야 하지 않습니다. ‘한국사진예술 한구석’에 내 고운 옆지기 사진이 꼭 실려야 하지 않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삶을 담는 사진일 때에 좋습니다. 내가 누리는 삶을 나누는 사진일 때에 빛납니다. 사진은 빛을 담는 사랑입니다. 사진은 그림자를 빛내는 삶입니다. (4345.2.27.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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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2-27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사진을 찍으려면 먼저 아름다운 마음이어야 하는 것. 당연한 건데 새삼 느낍니다. ^^

파란놀 2012-02-27 20:28   좋아요 0 | URL
가장 쉽고 마땅한 생각이지만,
가장 쉽고 마땅해서
으레 잊는 듯해요..
 

겨울

 


마을에서 함께 사는
들고양이,

 

겨우내
보금자리를
우리 작은 집
마루 밑으로 삼았다.

 

곧 겨울나기 마치고
온 들판 포근한
꽃누리 봄을 맞이하면
보금자리를
어디로 옮기려나.

 


4345.2.26.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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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2-27 10:5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어디로 옮기려나요.
꽃누리 봄.. 단어가 너무 이쁜걸요.

파란놀 2012-02-27 19:35   좋아요 0 | URL
숲으로 들어가서 살면 좋겠지요~

페크pek0501 2012-02-27 12:17   좋아요 0 | URL
밤에 홀로 어슬렁거리는 고양이를 보면 인간의 고독한 모습과 겹치곤 해요.
빨리 봄이 오기를...

파란놀 2012-02-27 19:35   좋아요 0 | URL
요새 발정기인지
우리 집 마당에서 자꾸 앵앵거리며 싸워요 ㅠ.ㅜ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마음을 살찌우는 좋은 그림책 10
사노 요코 글 그림, 정근 옮김 / 사파리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다섯 살짜리한테서 기쁘게 받는 선물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18] 사노 요코,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언어세상,2002)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한 그릇과 국 한 그릇을 끼니마다 마련하는 일이란 아름답습니다. 내가 마련하는 밥이든, 할머니가 마련하는 밥이든, 옆지기가 마련하는 밥이든, 아이들이 커서 스스로 마련하는 밥이든, 아저씨가 마련하는 밥이든, 어떠한 밥이든 아름답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다 식은 밥을 간장이랑 김치만 올려 밥상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당근을 짠 물을 잔에 담아 내놓을 수 있습니다. 밀가루를 반죽해서 빵을 굽거나 부침개를 부칠 수 있습니다.

 

 어떠한 먹을거리이든 고맙습니다. 어떠한 먹을거리를 마련하는 손길이든 아름답습니다. 어떠한 먹을거리를 냠냠짭짭 먹든 내 몸에는 사랑스러운 기운이 따사로이 감돕니다. 좋은 사랑을 먹으며 좋은 목숨을 지켜 좋은 나날을 누린다고 느낍니다.


.. 할머니와 고양이 한 마리가 함께 살고 있었어요. 할머니는 아흔여덟 살이지만 아주 건강했어요 ..  (4쪽)

 


 마음속에서 샘솟는 사랑이 없다면 밥을 지을 수 없습니다. 이와 마찬가지인데, 마음속에서 샘솟는 사랑이 없으면 걸레를 빨아 방바닥을 훔칠 수 없습니다. 마음속에서 샘솟는 사랑이 있기에 옷가지를 빨래해서 해바라기하는 마당에 내다 널 수 있어요.

 

 사람은 누구나 좋은 사랑을 먹으며 목숨을 잇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사랑을 나누는 한삶을 누립니다. 일을 하는 까닭은 사랑을 하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놀이를 하는 까닭은 사랑을 하며 살아가는 나날이 좋기 때문입니다.

 

 무슨무슨 구실을 붙여 하는 일이 아니에요. 무슨무슨 핑계로 그만두는 일이 아니에요. 스스로 우러나는 꿈을 이루려는 사랑으로 하는 일입니다. 스스로 우러나는 꿈을 이루려는 사랑이 나타나지 못하니 더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전쟁이란 사랑 하나 없는 끔찍한 바보짓입니다. 너와 내가 서로 어깨동무하며 함께 잘살아야지, 왜 네 것을 빼앗아 내 것으로 삼아야 하나요. 왜 내 것을 나누어 너와 같이 누리려 하지 않나요. 왜 전쟁무기를 만드나요. 전쟁무기 만들 돈과 지하자원이 있으면, 낫과 쟁기와 호미를 만들어 논밭을 일구어야지요. 전쟁무기 만들 품과 겨를이 있으면, 씨앗을 받아 나무를 심어야지요.

 

 나한테 넘치는 돈이 있으면 이웃하고 나누면 됩니다. 나한테 돈이 모자라면 이웃한테서 얻으면 됩니다. 나한테 남는 기운이 있으면 두레와 품앗이를 하면 됩니다. 내 몸이 아프거나 힘겨우면 이웃을 불러 두레와 품앗이로 내 일손을 거들어 달라 이야기하면 됩니다.

 


.. 고양이는 할머니가 만든 케이크를 제일 좋아했어요. “야∼. 케이크다! 할머니가 만든 케이크가 제일 맛있어요.” “하지만 난 할머니인걸. 내가 잘 하는 건 케이크 만드는 거뿐이란다.” ..  (10쪽)


 아픈 사람을 돕는 일은 아주 마땅한 삶입니다. 내가 아플 때에 도움받는 일은 아주 마땅한 사랑입니다. 나는 내 몫대로 내 살붙이랑 이웃이랑 동무한테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야 즐겁습니다. 나는 내 몫 그대로 내 살붙이랑 이웃이랑 동무한테서 사랑을 받으며 지내야 아름답다 할 만해요.

 

 한쪽으로만 흐르는 사랑이란 없어요. 한쪽에서 퍼주기 하듯 내준다는 일이란 없어요. 이웃돕기는 퍼주기 아닌 사랑이에요. 이웃사랑은 ‘남아도는 돈 가운데 조금 떼어 뽐내듯 베푸는 바보짓’이 아니에요. 온넋 기울이는 사랑일 때에 이웃사랑이에요. 온마음으로 고맙게 여기며 받아들일 때에 이웃사랑이에요.

 

 사노 요코 님 그림책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언어세상,2002)에 나오는 ‘다섯 살짜리 고양이’는 ‘아흔여덟 살 자신 할머니’하고 함께 살아가며 이것저것 마음껏 누립니다. 할머니가 해 주는 밥을 먹고, 할머니가 돌보는 집에서 고맙게 잠을 자며, 할머니가 건사하는 옷가지를 정갈히 입고는 낚시를 다닙니다. 할머니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합니다. 그저 이제껏 아흔여덟 해 살아온 대로 아낌없이 나누어 줍니다.

 

 그런데, 다섯 살짜리 고양이가 ‘스스럼없이 받아들여’ 주니까 아흔여덟 살 자신 할머니가 ‘아낌없이 나누어’ 줄 수 있어요. 받아들여 줄 가슴이 없으면 나누어 줄 사랑이란 없겠지요. 거꾸로, 다섯 살짜리 고양이는 이 고양이대로 아흔여덟 살 자신 할머니한테 나누어 줄 사랑이 있고 꿈이 있으며 믿음이 있습니다.

 


.. 할머니는 조금 실망했어요. “음, 5개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구나. 어서 케이크에 초를 꽂으렴. 5개밖에 안 되지만…….” ..  (15쪽)


 백 살에 꼭 두 해를 남긴 할머니는 ‘죽을 일’만 생각했습니다. 나이를 너무 먹었으니 무엇이든 ‘할 수 없는 삶’이라 죽을 일만 바라보았어요. 이리하여, 다섯 살짜리 고양이는 아흔여덟 살 자신 할머니한테 ‘남은 삶 고맙게 맞아들여 즐거이 누리는 나날’을 슬며시 선물합니다.

 

 돈이 없는 고양이로서는, 고작 다섯 살짜리인 고양이로서는, 사람들처럼 무슨무슨 돈벌이 일자리에 몸바칠 수 없는 고양이로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아니, 읍내 가게에 가서 돈을 들여 선물을 장만하지 못할밖에 없어요. 그러나, 이 어리고 가녀리며 작은 고양이는 마음을 선물해요. 온통 사랑으로 가득한 마음을 할머니한테 선물해요.


.. 둘은 한참을 걷고 걸어서 냇가에 왔어요. 고양이는 냇물을 껑충 뛰어넘었어요. “할머니도 얼른 건너오세요.” 고양이가 손짓했어요. “하지만 난 5살인걸……. 아참, 그렇지. 5살이니까 나도 할 수 있어!” ..  (21쪽)

 


 늙은 할머니는 어린 고양이가 나누어 준 선물을 고맙게 받습니다. 기쁘게 나누어 주는 선물이기에 기쁘게 받습니다. 웃으며 내민 선물이니 웃으며 받아요.

 

 나날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 아이들한테서 선물을 받습니다. 나날이 씩씩하게 크는 아이들을 품에 안으며 이 아이들한테서 선물을 받습니다.

 

 웃는 아이는 웃는 대로 선물을 줍니다. 우는 아이는 우는 대로 선물을 줍니다. 곯아떨어진 아이는 곯아떨어진 대로 선물을 줍니다. 배고픈 아이는 배고픈 대로 선물을 줍니다. 배부른 아이는 배부른 아이대로 선물을 줘요.

 

 어버이인 내가 느낄 때에 선물입니다. 어버이인 내가 못 느낀다면 선물이란 없습니다. 어버이인 내가 사랑으로 가득한 가슴을 활짝 열어야 비로소 선물인 줄 느낍니다. 어버이인 나부터 온통 사랑으로 빛나는 하루를 누리려고 꿈을 꾸어야 바야흐로 나날이 선물이고 이야기보따리입니다. (4345.2.27.달.ㅎㄲㅅㄱ)


―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사노 요코 글·그림,정근 옮김,언어세상 펴냄,2002.10.19./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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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2-27 12:24   좋아요 0 | URL
그림책을 보니 그림을 그리고 싶어지네요. 이 그림을 그렸던 사람은 행복했겠죠?ㅋ

파란놀 2012-02-27 19:38   좋아요 0 | URL
그림을 그린 분은 일본에서 재미난 '고양이 박물관'도
'책 판 돈'으로 만들어서 꾸린대요... 아아,
아주 놀랍고 좋습니다~
 

 

 

‘참말’은 하나
[말사랑·글꽃·삶빛 2] ‘팩트’와 강용석

 


 나는 강용석이라는 분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이분이 어떠한 일을 하며 살았고, 어떠한 생각을 펼친다거나, 앞으로 어찌 지낼는가를 살피지 않으며, 딱히 알고 싶은 대목은 한 가지조차 없습니다. 나로서는, 또 우리 집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들한테까지도, 이분 넋이나 얼이 조금도 스며들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2012년 첫머리를 뜨겁게 달구는 사람으로 이름 석 자를 올리는 강용석 님이라 할 만합니다. 그런데 2013년에도 이렇게 뜨겁게 달구는 이름 석 자가 될까요. 2022년에는 어떠할까요. 2032년이나 2202년에는 어떠할까요. 앞으로 2412년이나 2712년에는 또 어떠할는지요.


 ‘팩트’ 한방에 화성으로 날아간 강용석 (한겨레 2012.2.25.)


 누리편지를 열어 보려고 셈틀을 켜던 며칠 앞서, ‘팩트’라는 낱말을 큼직한 사진 밑에 작은따옴표까지 달아서 띄운 글 첫 줄을 보았습니다. 보려고 해서 보지는 않았으나, 한국말로 곱게 이름을 붙인 신문에서 띄운 머릿기사에 적은 낱말이 ‘팩트’였기 때문인지, 이 대목이 갑자기 내 눈에 뜨였구나 싶습니다.

 

 왜 ‘팩트’일까 문득 궁금했으나, 궁금하기보다는 슬펐습니다. 아니, 슬프다고 할 수도 없어요. 껍데기는 한글이면서 알맹이는 한국말 아닌 낱말과 말투가 얼마나 넘치는데요. 어설피 뭇칼질을 하며 깎아내리는 한겨레 말글이 얼마나 많은데요. 슬프게 스러지고 아프게 사라지는 한겨레 말글은 얼마나 많은가요.

 

 참말, ‘참말’이 죽습니다. 참으로, ‘참’이 숨을 거둡니다.

 

 거짓말이 날뜁니다. 거짓이 춤춥니다.

 

 참말은 노래하지 못하고, 거짓말이 노래합니다. 참이 살아나지 못하고 거짓이 들뜹니다.

 

 참사랑으로 참삶을 일구어 참넋을 아끼는 참뜻으로 빚는 참말을 보살필 줄 아는 참사람을 이 나라에서 찾아보는 일이란 부질없는 꿈일 수 있습니다. 아니, 둘레에서 참말을 참사랑으로 아끼는 참사람을 찾지 말고, 나 스스로 조용히 살아가며 내 살붙이들이랑 참말로 참사랑을 나누면 넉넉하겠지요. 먼발치에서 찾을 참말이 아닌 내 삶에서 스스로 누리는 참말이면 흐뭇하겠지요.


 ‘참말’ 한 마디에 입을 다문 아무개
 ‘참말’ 한 마디에 할 말 없는 아무개
 ‘참말’ 한 마디에 ‘거짓말’ 들통난 아무개


 부디 거짓스러운 껍데기 스스로 거둬들여, 좋으며 참다운 삶을 착하게 누리는 이웃이요 동무라면 좋겠습니다. 나도 너도 우리도, 서로서로 참다운 이야기를 참다이 빛나는 말글로 꽃피우는 하루라면 좋겠습니다. (4345.2.27.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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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2-27 10:59   좋아요 0 | URL
너무 좋은 글입니다.
구절구절이 다 와닿습니다. 저는 YTN 뉴스에서
날씨 안내하기 전 화면에 '웨더' 라고 나오는 이 부분이, 볼 때마다 거슬려 미치겠습니다.

파란놀 2012-02-27 19:37   좋아요 0 | URL
아, 그러기도 하나요?
웨더라...
좀 많이 지나치네요 에궁...

페크pek0501 2012-02-27 12:22   좋아요 0 | URL
공감합니다. 어제 티브이를 보니 리액션이란 말이 많이 나오는데, 거슬렸어요. 꼭 그런 말을 써야 하나, 싶어요. ㅋㅋ

파란놀 2012-02-27 19:37   좋아요 0 | URL
리액션은
일본만화 때문에
크게 물들었구나 싶어요.
아니, 일본 연예방송에서도
이런 말은 자주 나오겠지요...
 
Leni Reifenstahl: Africa (Hardcover)
Angelika Taschen 지음 / TASCHEN / 201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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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사진을 39장 붙입니다. 좀 많이 붙이니 저도 힘들고 그렇지만, 레니 리펜슈탈 사진삶을 하나도 모르며 엉터리로 편견만 품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 아무튼, 읽는 사람 마음입니다.

 

 

 

 

 

 

 

 

 

 


 하루하루 사랑하며 찍는 사진
 [잘 읽히기 기다리는 사진책 50] 레니 리펜슈탈(Leni Riefenstahl), 《Africa》(Taschen,2010)

 


 2월은 어느덧 막바지입니다. 아침 낮 저녁으로 아이들 옷가지를 빨래하면서 아침 낮 저녁으로 바깥 날씨를 살핍니다. 1월과 견주어 2월은 저녁 다섯 시 사십 분까지 먼 멧등성이 위쪽으로 해가 걸립니다. 1월에는 네 시에서 다섯 시로 접어들라치면 해가 넘어가곤 했어요. 동짓날과 가까운 12월에는 네 시 즈음만 되어도 벌써 어둑어둑하다고 느꼈고요. 곧 3월이 되면 저녁 여섯 시 무렵까지 아직 멧자락에 해가 걸릴 테고, 4월로 접어들면 여섯 시 반 즈음까지도 햇살이 따숩게 내리쬐리라 생각합니다.

 

 나는 늘 손으로 빨래합니다. 두 아이와 옆지기와 내가 입는 옷가지를 모두 내 손으로 날마다 여러 차례 빨래합니다. 빨래기계를 쓰지 않으니 언제나 내 몸을 바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내 몸이 하루라도 아프면 큰일입니다. 빨래뿐 아니라 온갖 집일을 제대로 건사하자면, 집일뿐 아니라 아이들하고 사랑스레 살아가자면, 또 옆지기하고 살가이 삶꽃을 피우자면 내 몸부터 튼튼해야 해요. 내 몸이 튼튼하지 않고서야 어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해요. 내 몸부터 튼튼히 사랑하지 않는다면 내 꿈은 곱게 이루지 못해요.

 

 아직 2월이기에 저녁 다섯 시 반에는 빨래를 걷어야 합니다. 이때까지 저녁 빨래가 다 마르지 않았어도 걷어서 방으로 들여야 합니다. 다섯 시 반을 넘을 때까지 바깥에 둔 2월 저녁 빨래에는 차가운 기운이 서리거든요. 고작 몇 분 넘겼다 하더라도 옷가지마다 찬 기운이 빠질 때까지 잘 펼쳐 더 말려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그냥 개면 이 옷을 입을 식구들이 즐거울 수 없으리라 느껴요.

 

 

 

 

 

 

 

 

 

 

 

 밥 한 그릇마다 사랑을 담습니다. 옷 한 벌마다 사랑을 싣습니다. 말 한 마디마다 사랑을 들입니다. 이부자리를 깔 때에도 사랑을 담기 마련입니다. 아이들을 씻길 때에도 사랑을 싣기 마련입니다. 설거지를 하고 밥상을 치울 때에도 사랑을 들이기 마련입니다. 내 삶은 어디에서나 온통 사랑입니다. 내가 느끼지 못하더라도 사랑입니다. 언제나 결이 고운 사랑이기를 꿈꾸고, 늘 빛깔이 어여쁜 사랑이기를 바랍니다. 내 좋은 삶을 사랑으로 누리면서 내 손에 쥐는 사진기로는 아름답다 느낄 사랑 이야기를 엮고 싶습니다.

 

 레니 리펜슈탈(Leni Riefenstahl) 님이 1960∼70년대에 아프리카땅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와 삶을 담은 사진책 《Africa》(Taschen,2010)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때때로 까망하양 빛깔로 담은 사진이 있으나, 1960년대에 담은 사진이면서 거의 모두 무지개 빛깔 사진입니다. 2002년에 처음 나왔다가 2010년에 레니 리펜슈탈 한삶 발자취를 다시 갈무리해서 새로 펴낸 책입니다만, 책 간기로만 헤아리면 마치 2010년을 앞두고 찍은 사진이라고 여겨도 될 만큼 무척 곱고 빛나는 사진들이 가득합니다. 그렇지만, 2010년에 새로 나온 《Africa》는 틀림없이 1960년대에 찍은 사진들입니다. 자그마치 쉰 해를 먹은 사진입니다.

 

 

 

 

 

 

 

 

 

 

 

 1902년에 태어나 2003년에 숨을 거둔 레니 리펜슈탈 님은 백두 해를 살았습니다. 아흔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장비를 갖추어 바닷속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었고, ‘푸른평화(그린피스)’ 회원이 되어 지구별을 푸르게 지키는 일을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흔히들 레니 리펜슈탈 님 삶을 놓고 1930년대에 〈올림피아〉라는 베를린 올림픽 기록영화와 〈의지의 승리〉라는 나치 전당대회 기록영화를 찍었다는 이야기만 하지만, 레니 리펜슈탈 님은 나치 독일에서 영화밭 사람들이 ‘부역을 하지 않고 독일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거나 ‘미국으로 조용히 건너가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이 같은 이야기는 《금지된 열정》(오드리 설킬드 씀,마티 펴냄,2006)이라는 두툼한 책에 잘 나옵니다. 어쩌면, 레니 리펜슈탈 님 스스로 1930∼40년대에 독일에서 어떻게 살아남으며 영화를 찍었느냐 하는 대목을 제대로 똑부러지게 밝히지 못했기에 이모저모 말밥이 있다 할 테지만, 곰곰이 살피면 적잖은 비평가들이 ‘넌 반성문 안 썼으니까 안 봐주겠어’ 하고 으르렁거리지는 않느냐 싶습니다. 이리하여, 레니 리펜슈탈 님은 영화감독이라는 일을 1945년 뒤로는 더는 하지 못합니다. 영화마을에서는 당신을 받아들여 주지 않거든요.

 

 레니 리펜슈탈 님 사진책을 넘길 때마다 당신은 백 해가 넘는 나날을 어떻게 살아냈나 싶어 궁금하곤 합니다. 당신을 모르는 사람들이 애먼 손가락질을 할 때에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할 터이나, 당신한테서 도움과 사랑을 받아 나치 독일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1945년부터 갑작스레 달라져 등돌리면서 손가락질을 하고 괴롭힐 때에 어떻게 살아냈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레니 리펜슈탈 님은 누구보다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했기에 모든 구비구비 가시밭길을 헤치며 살아갈 수 있었을까요. 발레하는 삶을 꿈꾸었으나 발목을 다쳐 발레꾼이 되지 못했기에 영화배우가 되었고, 영화배우로 뛰며 맨발로 얼음산을 타고 북극 얼음땅을 누비기까지 하며 영화감독을 꿈꾸더니 그예 영화감독까지 된 레니 리펜슈탈 님입니다. 영화마을에 발을 들일 수 없이 지내야 했으나 사진기와 촬영기를 들고 맨몸으로 아프리카 누바겨레 삶을 담았습니다. 예순을 넘고 일흔이 넘은 할머니가 ‘오늘날처럼 작은 촬영기’가 아니라 ‘무겁고 커다란 촬영기’를 오른어깨에 걸치고 아프리카 누바겨레 기록영화를 찍었어요. 여든과 아흔에는 바닷속 아름다운 누리를 찍고요. 그러고 보면, 레니 리펜슈탈 님이 찍은 〈의지의 승리〉는 나치 독일 전당대회가 ‘굳센 뜻으로 이기는’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레니 리펜슈탈이라는 ‘여자’ 영화감독이 나치 독일에서도 씩씩하게 영화를 찍는 ‘굳센 뜻이 이기는’ 이야기일 수 있으리라 싶습니다. 당신은 예술을 이루었고, 당신이 이룬 예술이 남았기 때문에 2010년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사람들까지 1930∼40년대 나치 독일이 ‘사람들을 어떻게 홀리거나 군국주의로 다스렸는가’ 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볼 수 있어요. 1934년 나치 전당대회 기록영화가 없었다면 ‘언론을 거머쥐어 사람들 눈과 귀를 다스리는’ 일이 어떠했는가를 알 길이 없었을 뿐더러, 이토록 아름다운 예술로 그린 기록영화는 없으니 ‘왜 여느 독일 사람들이 나치한테 그토록 눈물콧물 다 바쳤는가’를 헤아리기란 쉽지 않아요.

 

 나는 늘 집안일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이 집안일이란 날마다 해도 끝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집안에서 살아가자면 언제나 집안을 이모저모 손질하고 다스려야 하거든요. 아침에 방을 쓸고닦았대서 이제부터 방을 안 쓸고닦아도 되지 않아요. 아침에 밥 한 그릇 배불리 먹었으니 며칠 동안 굶어도 되지 않아요. 아침에 쓸고닦은 방이라 하더라도 낮이나 저녁에 또 쓸고닦아야 합니다. 아침에 아이들을 씻겼어도 저녁에 또 씻겨야 하곤 합니다. 아침에 밥을 했으면 낮이나 저녁에도 밥을 해야 합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지는 삶이에요. 일이란 끝이 없으나 삶부터 끝이 없습니다. 날마다 할 일이 쌓이지만, 날마다 나눌 사랑이 가득합니다. 곧, 날마다 마음을 기울일 일이 많은 만큼, 날마다 생각할 꿈이 많고, 날마다 사랑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고되다 싶은 삶이라면 고되는 대로 생각하며 사랑할 삶입니다. 즐겁다 싶은 삶이라면 즐거운 대로 생각하며 사랑할 삶이에요.

 

 레니 리펜슈탈 님 사진책 《Africa》는 구비구비 흐르는 삶이 있었기에 태어납니다. 맨 처음, 발목 다친 발레꾼 레니 리펜슈탈 적부터 사진책 《Africa》가 태어났습니다. 영화배우가 되어 몇 천 미터 높은 멧자락을 맨몸으로 오르내리던 때에 사진책 《Africa》가 태어났어요. 나치 전당대회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기록영화로 담으며 사진책 《Africa》가 태어난 셈입니다. 영화마을에 발을 붙일 수 없던 슬프며 외로운 나날 사진책 《Africa》가 태어났다 할 만합니다.

 

 누구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삶이었으니 아프리카땅을 밟으며 누바겨레를 만났을 때에도 이 사랑을 고스란히 담아 사진기를 누르고 촬영기를 돌립니다. 돈으로 사고파는 삶이 아닌 사랑으로 누리는 삶일 수 있기에 누바겨레 온삶을 맨살 그대로 담아내어 두고두고 갈무리할 수 있습니다. 이제 누바겨레는 1960∼70년대 기록사진과 기록영화에 남은 모습대로 살아가지 않는다지만, 누바겨레 뒷사람이건 오늘날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이건, 이 두툼한 400쪽짜리 사진책 《Africa》를 넘기면 1960∼70년대 모습이 마치 오늘 모습인 듯 살아납니다. 아니 이 사진책에 남은 누바겨레 모습은 1960∼70년대 모습이 아니라 1800년대, 1500년대, 1000년대 모습 그대로라 할 수 있어요. 흙으로 집을 짓고, 흙을 일구어 살아가며, 햇살 따사로운 누리에서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채 즐거이 얼크러지는 예쁜 나날을 기쁘게 누린 삶자락이란 오래오래 이어온 꿈이자 사랑입니다. 아름답게 누린 삶이 사랑으로 빛납니다.

 

 나는 나대로 내 보금자리에서 살붙이들과 부대끼는 나날이 아름답게 누리는 사랑어린 삶입니다. 이 삶을 사랑하기에 날마다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날마다 빨래를 할 수 있으며, 날마다 밥을 지을 수 있습니다. (4345.2.27.달.ㅎㄲㅅㄱ)

 

 

 

 

 

 

 

 

 

 

 

 

 

 

 

 

 

 

 

 

 

 

 

 

 

 

 

 

 

 

 

 

 

 

사진은 사진대로 곧게 잘 살펴야 마음을 살찌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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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2-27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39장이나 올라가는군요!
참 좋은 사진들이고 글들입니다. 저렇게 하나에 헌신하고 정열을 키우는 분들은,
언제봐도 가슴이 뭉클합니다. 아름답네요....

파란놀 2012-02-27 19:36   좋아요 0 | URL
사진을 하나씩 올려야 한다는 알라딘... -_-;;;
언제쯤 나아질까요. 에궁...

이 사진책은 5만 원이었나 해요.
값이 되게 싸요.
특가 판이라고 하는데,
아프리카 삶을 보여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에요.